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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역서울284는 서울역이 다시 탄생한 공간이다. 일제시기 경성으로 불린 서울은, 이곳 '경성역'에서 근대의 문화와 문물을 유통하고 맞이했다.

경성역은 르네상스식 건축물이었다. 붉은 벽돌로 쌓은 외곽과 화강암과 박달나무 바닥, 인조석을 붙인 벽과 스텐인드글라스로 장식한 창들, 거대한 중앙홀은 당시 조선을 압도하는 문화적 경험이었을 것이다. 그 당시 가장 현대적인 첨단공간이 가장 고풍스런 풍경으로 있었다는 사실은 흥미롭다.

서울역은 2004년 KTX서울역 신청사에 100여년 간의 역(驛) 임무를 인수인계한다. 그뒤 이곳은 2009년부터 2011년까지 2년여의 원형복원 공사를 거쳐 복합문화공간으로 변신한다. 284는 옛 서울역의 사적 번호. 지금은 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KCDF)이 맡아 이곳에서 다양한 공연과 전시를 열고 있다. 

코로나19의 재확산으로 강력한 사회적 거리두기가 진행되고 있지만, 동시에 일상의 삶과 활동을 온전히 지키려는 노력도 병행되고 있다. 2020년 9월 18일부터 열흘간 문화역서울284와 전국 주요 권역에서 열리는 2020 공예주간 행사도 그 중 하나다.

그런데 질문. 만약 당신이 이 공간에서, 공예 디자인 전시를 연다면 우리는 어떤 주제를, 어떤 방식으로 보여줄까? 그 대답 중 하나가 '자수공간[自繡 空間]전'이다. 이 행사를 총괄디렉팅한 김이숙 디자인포럼 대표와 공간을 디자인 한 정우원 작가를 스페이스 오매에서 만났다. 

김이숙 : "이번 공예주간의 헤드쿼터 전시공간으로 쓰이는 곳이 문화역서울284예요. 이곳 전체가 백여 년 전 서울역을 고스란히 복원한 공간이라 독특한 아우라가 있어요. 제가 기획한 '자수공간[自繡 空間]'은 이곳 귀빈예비실서 열려요. 당시엔 왕족이나 고위 관리를 귀빈실에 모시고, 예비실은 그 수행원 혹은 가족들이 썼어요. 이 방은 다른 군더더기도 없고, 반듯해요. 제일 마음에 들었언 공간. 그래서 여기서 자수 작가 10인을 모시고 전시를 하기로 했고, 그 전시 주제와 공간 기획에 여기 정우원 작가를 모신 거죠."

정우원 : "문화역서울284나 귀빈예비실 공간이 가진 힘이 워낙 좋다보니, 그냥 작품을 벽에 거는 방식 대신 다른 여러 가지를 시도했어요. 퍼포먼스 형식으로 공간 자체의 스토리를 만들었죠. 공간과 작품들과 작가들을 어떻게 버무려 공간에 녹여놓을까? 그게 제 작업의 중심적 화두였어요."


김이숙 총괄디렉터는 정보기술 업계에서 잔뼈가 굵어지고 오랜 동안 종사해 왔다. 정우원 작가는 한국서는 공학을 공부했지만, 예술로 방향을 틀어 영국 왕립예술대서 공부했다. 정우원의 키네틱 아트 작품들은 쉽지 않은 기술적 성취를 필요로 한다. 둘 모두 '기술'에 일가견이 있고, 지금은 '딴짓'을 하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기술에서 예술로'는 공예의 길이기도 하다. 다음은 정우원 작가와의 일문일답. 
 
스페이스 오매에서 정우원 작가.  이번 전시에서 자수 작가들은 ‘퍼포먼스 예술가’로 확장된다. 예술가의 영역을 지우고, 넘고, 섞고자 한 정우원 작가의 시도다.?
▲ 스페이스 오매에서 정우원 작가.  이번 전시에서 자수 작가들은 ‘퍼포먼스 예술가’로 확장된다. 예술가의 영역을 지우고, 넘고, 섞고자 한 정우원 작가의 시도다.?
ⓒ 원동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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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작업이 제게는 잡지의 편집디자인과 같겠다 싶더군요. 한 편 한 편의 기고들을 재배열하고, 각각의 글에 적합한 제목을 주고, 새로 글꼴을 입히고, 지면 위에서 사진과 일러스트를 배치하는 거죠. 그에 따라 각각의 글은 이전과는 완전히 다른 모습으로 재탄생합니다. 
"자수란 본디 바느질인 거잖아요. 어머니가 아이들 옷을 만들고, 가족의 헤진 옷을 꿰매고, 이불을 누비는 작업이었죠. 사실 그건 누구나 하는 일, 일상의 영역이었겠죠. 그런데 그게 점차로 기예의 영역으로 바뀌면서 현재의 자수로 남아있죠. 자수 작가님들은 긴 시간, 정교한 작업에 대해 늘 이야기 하세요. 고통과 어려움이 마치 자수가 명성과 인정을 얻는 유일한 증명처럼 된 거죠. 이런 과정을 넘어서고 싶었어요. 그래서 몇 가지 제약을 두었죠."

- 어떤 것이죠?
"잘 하시는 걸, 못하게 했어요.(웃음) 한 달 걸려 꽃 한 송이 피우는 그런 일은 하지 마시도록 했죠. '채우지 마세요, 형태가 아니어도 됩니다' 그랬어요. '그저 마음껏 낙서하듯 자신을 표현해 주세요.' 그게 제 요구였어요. 좀더 쉽지만, 스토리가 있는 작업이었으면 좋겠다고 말씀드렸어요. 현대 미술은 자기 아이덴티티의 이슈가 있죠.마스터 장인이기를 멈추고, 아티스트 크리에이티브의 영역으로 넘어갔으면 했어요. 그 스킬이 어떤 방향으로 뛰어나갈까? 그게 내심 궁금했어요."
   
정우원 작가의 전시 공간 설계도. 최향정, 김규민, 장미경, 오정민, 신승혜, 정은숙, 정순옥, 한정혜, 박연신, 곽복희 10인의 이야기’가 수놓인다. 자수 뒤편 이면에 수놓인 풍경이 작가들의 워크숍과 이야기로 펼쳐진다.
▲ 정우원 작가의 전시 공간 설계도. 최향정, 김규민, 장미경, 오정민, 신승혜, 정은숙, 정순옥, 한정혜, 박연신, 곽복희 10인의 이야기’가 수놓인다. 자수 뒤편 이면에 수놓인 풍경이 작가들의 워크숍과 이야기로 펼쳐진다.
ⓒ 정우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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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전과는 다르게 작품 전시를 기획하신 거죠?
정우원 : "작품은 중요한 요소지만, 전체적으로는 공간을 보여주려고 했어요. 각 작가의 방을 꾸미고자 한 거죠. 여기서 작가들은 워크숍도 하고, 자신의 이야기도 합니다. 어차피 귀빈예비실 공간 자체에서 못 하나 박을 수가 없어요. 공간엔 자수를 띄운 천에 조명을 비췄어요. 자수만 하늘에 떠 있죠. 숨겨진 비밀의 공간에 들어온 느낌? 창고 같기도 하고! 해리포터의 도서관 같은 신비한 공간이 표현될 거예요. 클래식하고 모던한 광장 공간에서 가장 개인적인 공간으로 들어올 때의 그 간극이 우리의 뇌리에 자극을 줄 수 있겠죠."  

정우원 작가에게 이 작업은 어떤 의미일까? 이 활동은 '작품'은 아니겠지만, 그에겐 심혈을 기울이는 '작업'이다. 넓게 작업의 결과물을 작품이라고 한다면, 그는 새 작품들을 만드는 중이다. 전시가 끝나면 모두 철거되겠지만, 그 경험들은 사람들의 머릿속에 그의 경험 안에 지속적으로 남을 것이다.      

- 이전에 이런 류의 작업을 해오신 경험들도 있어 가능하시겠구나 하는 생각은 듭니다만, 이 작업들은 키네틱 작가라는 영역을 넘어선 것처럼 보입니다. 왜 자꾸 새로운 걸 합니까?
"영국서 공부할 때 제가 가장 많이 들었던 질문이 있어요. 너는 엔지니어 출신이다. 왜 디자인을 공부하고 예술가가 되고 싶어하느냐는 거였어요. 대답하기 어렵더라구요. 어느날 은사 토드 분체 교수님이 작품을 하나 보여주셨어요. 레베카 호른의 작품이었죠. 키네틱적 요소를 쓰는 작가지만, 그건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는 한 방식이었어요. 기술을 집어넣을 수 있지만, 그것만 보여주려면 공허하겠죠. 엔지니어와 디자이너와 아티스트가 다르다는 걸 구별한 순간이 있었어요. '뭘 하는지 알겠어!' 그랬죠. 머물지 않고, 제약을 풀고(자수 작가들에겐 제약을 줌으로써 제약을 풀었다), 이런 저런 걸 겹치면서 자극을 계속 받는 거죠. 새 경험을 관객들도 누리셨으면 합니다."

2020년 '공예주간' 기간(9월18일~27일) 동안 문화역서울284에서 진행 예정이었던 <자수공간> 전시는, 코로나19로 문화역서울284이 폐쇄돼 온라인으로 전환되어, 11월1일부터 전시된다. 온라인 전시를 위한 <자수공간> 작품의 설치 및 영상 촬영은 10월27일 온양민속박물관 구정아트센터에서 진행된다. 문의: 스페이스오매 070-7578-5223 www.omae.c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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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읽고 글 쓰고, 그림 그리고 사진 찍고, 흙길을 걷는다. 글자 없는 책을 읽고, 모양 없는 형상을 보는 꿈을 꾼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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