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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이네 가족 사진
 겨울이네 가족 사진
ⓒ 꿈틀리인생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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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이는 우리 집안에 유일한 딸이다.(요즘은 성별을 얘기하는 것도 조심스럽다. 딸이 아니라 지정 성별 여성이라고 한다던데...) 집안 어쩌구하니 괜시리 거창한 것 같지만 아이를 많이 낳지 않는 요즘 시대에 형님네도 아들만 둘이고, 겨울이에게는 여섯 살 터울의 오빠가 이미 있었기 때문에 우리 부부는 당연히 딸을 고대하고 있었다. 분만 후 성별을 확인하고서는 너무 기뻐 소리높여 엉엉 울었더니 의사선생님과 간호사님은 아들이 아니어서 우는 줄 알았다는 해프닝이... 겨울이는 집에서 완전히 어린 아기였다. (17살이 된 겨울이를 향해 지금도 내 입에서 문득문득 "우리아기"라는 단어가 나간다.)

나는 아이를 낳아 기르면서 우리나라의 경쟁적 교육체계를 혐오하게 되었다. 사교육이 난무하고 초등학교 저학년에게 미적분을 가르치며 책상이 아닌 운동장과 친해야 할 아이들을 일찌감치 수포자로 만드는 이 사회는 교육마저도 돈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는, 비정상적 사회라고 생각했다.

공교육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상태에서 국영수가 아닌 다른 분야에 두각을 나타내더라도 좋아하고 관심있는 것을 집중해서 해 볼 수 있는 기회가 부재한 교육시스템과 그 안에서 견디고 있는 아이들이 안쓰러웠고 OECD 국가 중 청소년 자살률이 1위라는 소식을 접할 때마다 부모로서 어떻게 해 줄 수 있을지 고민만을 거듭했다.
그러나 제도화 된 것에서 과감하게 탈피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우리 부부는 겨울이 오빠를 비롯하여 겨울이도 상대적으로 사교육을 거의 시키지 않았다. 억지로 하는 공부는 득이 아닌 독이 될 것이라 생각해서 시간이 될 때마다 여행을 자주 다니고 주말엔 거의 영화와 공연을 보고 함께 식사를 하면서 보냈다.
겨울이가 초등학교 3학년 때였던가 한번은 학교를 가지 않겠다고 해서 이유를 알아보니 담임선생님이 수학시간에 문제를 풀지못하는 겨울이에게 반 아이들이 다 듣게끔 큰소리로 상처를 준 것이다.

"너, 이렇게 하면 중학교 가서 어떻게 하려고 하니?"

가겠다는 논술학원을 제외하고 학습지 하나도 제대로 시키지 않아 기초학력이 부족한 것은 부모인 나의 책임이 제일 크겠지만 수학문제를 풀지 못한다고 해서 초등 저학년 제자에게 그게 선생님으로서 할 말인가 싶어 화가 났다. 그래서 일주일동안 학교를 보내지 않았다.
   
꿈틀리인생학교 5기 김세민(겨울이)
 꿈틀리인생학교 5기 김세민(겨울이)
ⓒ 꿈틀리인생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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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이는 수줍음이 많고 표현을 잘 하지 않는 반면 마음먹은 일은 어떻게 해서라도 해내고야마는 고집과 끈기가 있는 아이다. 그리고 한 번 아닌 건 끝까지 아니어서 마음을 돌리기가 쉽지 않은 성격이라 사실 애를 먹기도 한다. 그 일이 있고 난 후 겨울이는 역시나 이른 수포자가 되었다. 대신 겨울이는 체육시간에는 '피구여왕'이라 불릴 정도로 날라다녔고 중학교에 가서는 풍물반 동아리 활동을 하면서 한 번도 접하지 않았던 장구와 전통악기 등을 능숙하고 빠르게 배워나갔으며 수줍어서 남 앞에 서지도 못하던 아이가 큰 무대에 나가 공연과 대회를 치르면서 재미있게 지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좋지 못한 성적과 내성적인 성격으로 수업시간엔 주눅이 들어 있고(학교 참관 수업 때 확인) 풍물패 동아리 친구들이나 선배들에게만 과도하게 올인하는 겨울이의 모습을 걱정하던 차에 호주에서 홈스테이를 하는 분을 알게되었고 우리나라 교육보다 스트레스는 덜 받으면서도 갖고 있는 능력을 인정받으면서 공부할 수 있는 곳으로 보내고 싶었다.

다만 겨울이 혼자 가야한다는 것과 모든 수업이 영어로 진행되는 것에 부담이 있었으나 겨울이의 성격을 믿었고 마침 겨울이처럼 혼자 가는 동년배가 있어 겨울이의 동의를 얻어 남호주 애들레이드로 떠나보내게 되었다. 결과적으로 겨울이는 2년 동안 호주에서 생활하였고 9학년 그러니까 우리나라로 치면 중3을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오겠다는 의사를 전해왔다.

가족이 아닌 남에게 맡겨진 시간과 공간을 견디기가 무척이나 힘들었던 것 같았다.
가족곁으로 돌아오겠다고 했을 때 우리 부부는 가슴이 철렁했지만 당시 자신의 마음과 상황을 단번에 이해할 수 있게 적어 보낸 편지에서 떠나기 전 겨울이의 어린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한편으론 우리도 겨울이와 더 이상 헤어져 있고 싶지 않아 두팔 벌려 환영했다. 문제는 한국에 와서 바로 고등학교에 갈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었다.

나는 겨울이 오빠가 초등학교 4학년때 쯤부터 '사교육 걱정없는 세상'이라는 NGO단체를 후원하고 있었다. 국책사업으로 해야할 백년지대계 교육의 정책과 문제들을 묵과할 수 없었던 학교 선생님들과 학부모들이 주축이 되어 활동하는 그 단체는 아무것도 모르고 부모가 되어 고민이었던 내가 경쟁적 사회에서 아이와의 관계를 어떻게 맺어야 하는지 미약하나마 배운 감사한 곳인데 그곳에서 알고 지내던 지인에게 고민을 얘기했고 몇 군데 대안학교를 소개받았다.

한국으로 올 준비를 하고 있는 겨울이에게 소개받은 대안학교를 보내주었다. 겨울이는 그중 유튜브와 블로그를 통해 본 꿈틀리 인생학교를 서슴없이 선택했고 2018년 12월 16일 기대에 부풀어 귀국했다.

그러나 인생은 맘 먹은대로 되지 않음을 여지없이 확인하는 일이 생겼다. '코로나19'라는 감염병이 전 세계로 퍼졌고 팬데믹이 선언되며 꿈틀리 인생학교 입학도 한없이 미뤄지게 된 것이다. 이러한 시기에 겨울이가 가족과 함께 있는 건 너무나 감사하고 다행한 일이었지만 기대했던 꿈틀리 인생학교는 기숙학교임을 감안하여 신중에 신중을 거듭한 끝에 5월이나 되어서야 입학을 할 수 있었다. 정말 아까운 시간들이 순식간에 지나가 버렸다.
 
동아리 노즈(노랑머리 시스터즈) 첫사진.
▲ 우리는 "노즈" 입니다. 동아리 노즈(노랑머리 시스터즈) 첫사진.
ⓒ 꿈틀리인생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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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학을 하고서도 코로나19 때문에 체험위주의 꿈틀리 인생학교 수업은 위축되었고 덴마크에 직접 가서 에프터 스콜레를 접할 수 있는 기회는 멀어졌지만 그 안에서 친구들, 선생님들과의 끈끈한 공감대는 빠른 시간 안에 형성된 것 같았다.

또한 꿈틀리 인생학교의 '쉬었다가도 괜찮아, 다른길로 가도 괜찮아, 잘하지 않아도 괜찮아'라는 이 세 가지 모토는 오히려 나에게 위안을 주는 것 같았다. 책이나 교육정보에서 북유럽 학생들의 여유롭고 인간다운 교육이 너무나 부러웠는데 덴마크의 에프터 스콜레를 모델로 한 꿈틀리 인생학교는 비록 1년의 과정이지만 지친 아이들의 좋은 안식처가 되고 있음을 겨울이와 친구들을 보고 느꼈다.

돌아보면 사교육을 시키지 않은 것도, 유학을 보낸 것도 모두 미리 걱정하고 겁먹은 부모의 섣부른 판단이 아니었을까 반문하는 요즘이다. 그러나 호주를 보낼 때도, 꿈틀리 인생학교를 보낼 때도 우리 부부의 마음은 단 하나! 겨울이의 행복이 일순위였다. 그리고 꿈틀리 인생학교는 그 몇 가지 대안 중 부모의 의사가 아닌 전적으로 겨울이가 한 선택이었다.

이 글을 쓰는 지금 겨울이도 나도 코로나 2.5단계가 하향되어 길어진 방학을 마치고 이번 주 일요일에 학교에 갈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코로나19 때문에 다른 때보다 꿈틀리 인생학교에 있는 시간이 짧은 것을 느낀 겨울이는 수줍은 표정으로 아주 살짝 눈치(?)를 보면서 얘기한다. "엄마, 내년 1년만 더 꿈틀리에 가고 싶어, 올해는 너무 짧아서 아쉬워"라고... 아쉬운 건 나도 마찬가지다. 아이에게 주어진 쉼의 시간이 나에게도 휴식과 생각의 여유를 안겨주었기 때문이다.

겨울아...
한치 앞을 내다 볼 수 없는데 내년을 어찌 장담할 수 있겠니...
다만 2학기가 시작되면 아쉽고 짧은 시간이니만큼 더 깊이 배우고 자신을 찾아가는 시간이 되기를 간절히 바래본다.
그리고 그 시간을 충분히 즐기렴.
꿈틀리 인생학교는 지금의 감염병과 기후위기에 추구해야하는 그린 스쿨이라는 생각이 들거든.
봄에 심은 잘 자란 벼도 추수해보고 배추를 뽑아 엄마도 제대로 해 보지 못한 김치도 담가보면서 자연을 아끼고 고마워할 줄 아는 사람으로 자라주기를...
나조차도 그 나이에 자연이나 다른 걸 보지 못했으면서 겨울이에겐 또 이렇게 바라게 되네.
그래서 부모의 바람인가 보다.
태풍과 폭우가 어느새 우리 곁에 가을을 성큼 데려다 놨나봐.
팥빙수 한 그릇도 못 먹고 보내는 여름이 아쉽지만 겨울에 태어난 겨울이가 좋아하는 계절이 점점 다가오는 것 같아 엄만 좋아.
엄마 아빠는 지금처럼 하는 일 열심히 하면서 겨울이 옆에서 응원할 거니까 우리 겨울이도 힘내!
알럽~~겨울!!

2020년 코로나19를 뚫고 신나는 개학을 하길 바라며...


입학상담 및 학교생활 등 궁금한 것은 연락주세요.
: 032-937-7431
: https://ggumtlefterskole.blog.me/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꿈틀리인생학교 학부모인 김금주님이 자녀인 5기 김세민(겨울) 학생에게 보내는 글입니다.


태그:#꿈틀리, #꿈틀리인생학교, #대안학교, #강화도, #인생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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