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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세금을 잘 알고 있나요?"라는 질문에 자신 있게 '예'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세금은 우리 삶에 많은 영향을 미치지만, 업계에 있는 사람 외에는 조세 이론이나 조세 실무를 잘 알기는 어렵다.

그럼에도 우리 모두 세금의 제1원리는 알고 있다. 바로 '소득 있는 곳에 세금 있다'는 명제다. 소득이 있는 곳에 세금이 있어야 하는 것은 너무나도 자연스러운 원칙인 것도 같다. 

우리가 흔히 볼 수 있는 가장 대표적인 소득이 무엇일까? 급여, 사업소득 그리고 주식과 부동산 아닐까? 근로소득자라면 근로소득, 자영업자는 사업소득이 발생한다. 그리고 주식투자를 해서 주가가 오르거나, 보유한 집값이 상승하여 매각하면 돈을 번다. 우리 주변에서 '돈을 벌었다' 소리를 듣는다면 이 네 가지 중의 하나일 확률이 대단히 높다.

그런데 이들 네 가지 소득 중에 두 가지에만 세금이 부과된다. 나머지 두 가지 소득은 원칙적으로는 세금을 내지 않는다. 우선 노동으로 근로소득이 생기거나 사업을 해서 사업소득이 생기면 근로소득세와 사업소득세를 낸다. 물론 소득금액이 면세점 이하가 되면 낼 세금이 없어지지만 이는 예외적이다. 결과적으로 세금납부 금액이 0원이 되는 것이지 세금납부 의무가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놀랍게도 1세대 1주택자의 부동산 가격이 오르거나 상장주식 거래에 따라 수억 원의 양도차익이 생겨도 세금을 단 한 푼도 낼 필요가 없다. 근로소득이나 사업소득이 수천만 원만 발생하면 세금을 내지만, 주식과 부동산에서 수억 원이 발생하면 세금을 내지 않는 현재의 세제는 참 놀라운 일이다. 

1세대 1주택 양도차익이 원칙적으로 비과세?

1세대 1주택 양도차익이 원칙적으로 비과세인 이유는 나름 있기는 하다. (정확히 말하면 1세대 1주택자의 경우 거주요건을 채우고 9억 원 이하 주택이어야 발생하는 양도차익 비과세다.)

혹자는 실거주 주택 가격상승은 투기목적이 아닌 게 명확하므로 양도차익에 세금을 물리는 것은 불가하다고 말하기도 한다. 그러나 (농담조로 말하자면) 근로소득도, 사업소득도 투기목적이 아닌 것은 명확하다. 투기목적이 없는 양도차익이라 하더라도 '소득 있는 곳에 세금 있다'는 명제에 따라 모든 소득에 세금을 부과하는 것은 당연하다. 

다만, 1세대1주택을 매매한 사람은 다시 다른 주택을 구매하여 거주하게 된다. 문제는 내 주택만 오른 것이 아니라 이사할 다른 주택도 그동안 비슷하게 가격이 상승했을 수 있다. 즉, 양도소득세를 납부하게 되면 이사 때마다 집을 줄여서 가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현재 우리나라 세법에 따르면 1세대 1주택 양도차익은 원칙적으로 비과세다. 

개인적으로는 1세대 1주택도 '소득 있는 곳에 세금 있다'는 원칙에 따라 과세를 하되 양도차익 공제를 폭넓게 인정해주는 방식으로 전환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게 조세원칙과 현실을 조화시키는 방식이다. 약 1~2억 원 정도 양도차익을 공제해주면, 상당수의 중산층은 세금 부담이 없거나 제한적이지 않을까? 거꾸로 말하면 수억 원의 소득이 발생하면 그에 따라 정당하게 세금을 내는 것이 정상적이지 않을까?

주식양도차익 과세, 증세 목적은 아니다
 
 2020년 세법개정안 주요 내용
 2020년 세법개정안 주요 내용
ⓒ 참여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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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큰 문제는 상장주식 양도차익 비과세다. 현재 주식을 10억 원 이상 보유한 대주주가 아니면 주식양도차익에 대한 소득세는 전혀 없다. 단지 주식을 거래할 때 약간의(0.25%) 거래세만 부과된다. 주식에서 소득이 발생하든, 손해가 발생하든 상관없이 부과되는 거래세는 존재 논리가 좀 부족하다. 단지 양도차익에 세금이 부과되지 않는 현상의 대체재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혹자는 주식시장 활성화를 위해 상장주식 양도차익 비과세는 꼭 필요하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번에도 농담조로 말하자면) 근로시장도, 사업시장도 활성화가 필요하다. 실제로 주식 양도차익에 과세하지 않는 선진국 주식시장은 거의 없다. 

올해 세법 개정안에 드디어 주식 양도차익 과세 방안이 담겼다. 실행 시점은 2023년부터다. 시장의 예측 가능성을 높여서 적응할 수 있도록 시행 시점을 충분히 늦춘 조치라고 판단된다. 혹자는 증세의 일환으로 주식 양도차익 과세를 도입했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그러나 증권거래세율이 낮아지고 기본공제금액이 5000만 원이다. 양도차익이 5000만 원이나 발생해도 세금을 부과하지 않으면서 증권거래세를 낮추면 세수는 오히려 줄어들 수 있다. 세수가 줄어드는 데 증세라고 말하는 것은 어색하다.

과거 국회에서 일할 때, 주식 양도차익 과세 법안을 발의했던 적이 있다. 발의 사실이 알려지자 전국의 수많은 주식투자자 항의 전화로 업무가 마비될 정도였다. 10년 치 먹을 욕을 하루에 다 먹을 정도였다. 한 주식투자자의 항의 전화를 소개하면 이렇다. 다만 욕설은 순화해서 표현했다는 점은 알린다. 

민원인 : 왜 주식 양도차익과세 방안을 지금 발의해서 개미투자자의 세금 부담을 올리나?
필자 : 양도차익을 과세하면서 거래세율을 내리기 때문에 개미투자자 대부분의 세금부담은 오히려 감소합니다. 수천만 원 이상 양도차익 발생하는 개미투자자들은 별로 없지 않나요?
민원인 : 나도 평생 주식 투자했지만 매년 손해를 봤다. 그러나 이제 주식을 깨닫고 드디어 내년부터는 돈을 많이 벌 예정인데 지금 양도차익 과세를 하는 것은 옳지 않다! (그리고 이어지는 욕설)


이때 "선생님은 평생 수천만 원 못 버실 것 같아서 과세될 것 같지 않은데요?"라는 말을 참았던 것이 나의 빛나는 직업윤리 금자탑 중 하나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을 쓴 이상민 님은 나라살림연구소 수석연구원입니다. 이 글은 <월간참여사회> 2020년 9월호에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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