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명의 시민기자가 개의 기사를 작성하였습니다. 시민기자 전환하기
 
 '9.28 안전하고 합법적인 임신중지를 위한 국제 행동의 날'을 맞아 '모두를위한낙태죄폐지공동행동'이 주최한 기자회견 <우리의 임신중지를 지지하라>에서 한국여성민우회 여성건강팀 노새 활동가가 발언하고 있다.
 2019년 "9.28 안전하고 합법적인 임신중지를 위한 국제 행동의 날"을 맞아 "모두를위한낙태죄폐지공동행동"이 주최한 기자회견 <우리의 임신중지를 지지하라>에서 한국여성민우회 여성건강팀 노새 활동가가 발언하고 있다.
ⓒ 한국여성민우회

관련사진보기


[기사 수정 : 21일 오전 11시 20분]

헌법재판소에서 2019년 4월 11일  '헌법불합치' 결정이 내려진 낙태죄(형법 제269조 1항, 제270조 1항)의 운명이 올해 안에 결정된다. 현행 낙태죄에 대한 대체 입법 시한이 2020년 12월 31일인 만큼, 앞으로 낙태죄에 관한 사회적 논의가 뜨거울 것으로 예상된다.

낙태죄 대체 입법에 관한 가장 큰 쟁점은 '완전 폐지' 여부다. 현행 형법에 있는 처벌 조항을 삭제하고, '낙태죄 예외' 규정 등이 포함된 모자보건법을 개정하는 방식이다. 반면 14주나 22주 등 '임신 주수' 제한을 두고 해당 주수를 넘어선 낙태에 대해서는 처벌하는 방식의 낙태죄 입법이 이뤄질 가능성도 있다.

법무부 정책자문기구인 양성평등정책위원회가 지난 8월 22일 '낙태죄 비범죄화'를 주장하며 임신 주수에 따라 낙태의 허용 여부를 달리해선 안 된다는 입장을 냈고, 추미애 법무부 장관 역시 이에 동의하는 것으로 알려져 '완전 폐지'에 힘이 실리고 있다. 그러나 천주교 등 종교계를 중심으로 낙태죄 폐지를 반대하는 목소리가 거세고, 정부 역시 아직까지 입법안을 내놓지 않고 있어서 논란이 지속되고 있다.

[완전 폐지론] "'처벌' 대신 '안전한 임신중지' 보장해야"
 
 11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낙태죄가 헌법불합치 판결이 나오자 ‘낙태죄 폐지’를 주장하던 여성단체 회원들이 환호를 하고 있다.
 2019년 4월 11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낙태죄가 헌법불합치 판결이 나오자 ‘낙태죄 폐지’를 주장하던 여성단체 회원들이 환호를 하고 있다.
ⓒ 이희훈

관련사진보기

 
'완전 폐지'를 주장하는 쪽에서는 주수제한을 두는 방식으로 법이 개정될 경우, 낙태가 '죄'라는 인식이 남아있게 되면서 사회경제적으로 취약한 조건에 있는 이들의 낙태 결정이 오히려 지연될 수 있다고 설명한다. 전국성폭력상담소협의회가 지난 8월 성폭력 피해자 임신중지지원 실태조사를 진행한 내용에 따르면, 12주 이상 기간에서 임신 중지한 비율이 일반인은 총 17.4%에 불과했지만, 청소년은 38.9%, 장애인은 71.9%에 육박했다.

여성계는 낙태죄를 폐지하면 낙태가 급증할 거라는 주장 역시 반박하고 있다. 2018 보건복지부 실태조사에 따르면, 2010년 기준으로 한국은 낙태율(가임기 15~44세 여성 1000명 당 낙태 건수) 15.8건으로, OECD 36개국 중 낙태율이 세 번째로 높다. 또 미국의 경우 낙태죄 폐지 당시인 1973년엔 낙태율이 16.3%였지만, 2015년에는 11.8%까지 떨어졌다.

'주수제한 규정'이 법의 명확성 원칙을 어긴다는 주장도 있다. 여성의 마지막 월경일을 기준으로 주수를 규정하는데, 이는 정확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나영 성적권리와 재생산정의를 위한 센터 셰어(SHARE) 대표는 "다른 나라에서도 보수적인 종교의 영향으로 30~40년 전에 주수제한 등의 규제를 둔 법을 만들었는데, 여성의 안전과 건강에 전혀 도움이 안될 뿐더러 적절한 임신중지 시기를 놓치게 만든다는 사실이 확인되었다"라며 "자기 결정권을 행사할 수 없는 취약한 조건에 있는 사람들에게 숙려 기간, 상담 의무화, 주수제한 등에 따라 처벌 가능성을 남기는 것은 임신중지의 접근성을 떨어뜨려 후기 임신중지로 가게 만든다"라고 주장했다.

나영 대표는 "2020년에 한국이 임신중지 관련 입법을 하면서 다른 나라의 실패를 반복할 이유가 없다"라며 WHO나 UN등 국제적인 권고사항을 법에 반영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처벌이 무서워서 낙태를 안 하지는 않는다"라며 "(처벌 대신) 어떻게 하면 이른 시기에 접근성을 높이는가가 중요하고, '후기 낙태'를 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에게는 안전한 임신중지를 보장하기 위한 보건 의료 시스템을 제공해야 한다"라고 밝혔다.

이어 "캐나다와 뉴질랜드 등은 최근 낙태 비범죄화가 되는 등 외국에서도 규제를 완화하고 처벌을 없애고 있는 추세"라고 강조했다.

[완전 폐지 반대론] 낙태를 '생명에 대한 공격'으로 보는 천주교
 
 천주교 주교회의 의장인 김희중 대주교 등이 22일 오후 서울 헌법재판소에서 낙태죄 폐지 반대 100만여명의 서명이 담긴 서명지와 탄원서를 제출하기 위해 헌법재판소로 들어서고 있다.
 천주교 주교회의 의장인 김희중 대주교 등이 2019년 3월 22일 오후 서울 헌법재판소에서 낙태죄 폐지 반대 100만여명의 서명이 담긴 서명지와 탄원서를 제출하기 위해 헌법재판소로 들어서고 있다.
ⓒ 연합뉴스

관련사진보기

 
반면 천주교와 보수 기독교 진영의 경우 낙태죄 완전 폐지에 대해 반대하고 있다. 특히 천주교의 경우 염수정 추기경이 직접 법무부에 "낙태죄 완전 폐지 권고안은 태아의 생명에 대한 국가의 보호 의무를 완전히 포기한다는 것을 뜻한다"라며 의견서를 보내기도 했다.

지난 8월 28일 한국천주교주교회의도 법무부 양성평등정책위원회의 '완전 폐지' 권고안에 반박하며 성명서를 내기도 했다. 이들은 "여성의 행복과 자기 결정권이 태아의 생명권보다 앞설 수 없다"라며 "태아의 생명권을 보호해야 한다는 헌법 정신에도 위배된다"라고 강조했다.

이들은 "여성 임신과 출산의 문제는 '낙태죄 완전 폐지로 해결되는 것이 아니라 임신과 출산을 오로지 여성에게만 책임 지우는 사회 문화를 개선해야 해결되는 일"이라며 "국가와 사회가 공동 책임을 지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가톨릭 교회는 개인의 행복과 자유를 내세워 생명을 거스르는 범죄들을 옹호하고 변호하는 언론, '과반과 다수'에 기반한 법의 제정, 이를 승인하는 국가의 정책 방향에 단호히 반대한다"라며 "생명의 초기 단계에서 이루어지는 공격들을 더 이상 '범죄'로 여기지 않고 오히려 '권리'로 주장하며 특권층의 이익이나 다수의 논리를 반영하기 때문이다"라고 주장했다.

[정부와 정치권은] 관련 부처 곧 회의 예정... 민주당, 별도 법안 안낼듯... 적극적인 정의당

낙태 관련 주무 부처인 보건복지부와 여성 정책을 총괄하는 여성가족부는 낙태죄 완전 폐지에 대해 뚜렷한 입장을 내지 않고 있다. 정치권에 의하면 낙태죄 폐지와 관련된 부처들이 모여서 9월 중 회의를 여는 것으로 알려졌으나, 이 자리에서 정부 입법안의 방향이 결정될지도 미지수다.

국회도 아직 잠잠하다. 민주당의 경우 정부 입법안과 다른 별도의 법안 발의를 하지 않을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정의당은 이은주 의원실에서 낙태죄 대체 입법으로 모자보건법 개정안을 준비하고 있다. 주수제한 규정은 없애고, 안전한 낙태를 가능하게 하는 쪽에 초점을 맞췄다. 여성의 선택권이 강조될 수 있도록 전반적인 보건 의료 정책을 개선하겠다는 방침이다.

정의당의 한 관계자는 "주수제한 없애기(비범죄화), 약물을 통한 피임 가능, 상담 의무제 완화, 보호자 없이 청소년 낙태 가능 등 크게 네 가지의 정책 방향을 갖고 법안을 추진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댓글14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진실과 정의를 추구하는 오마이뉴스를 후원해주세요!

후원문의 : 010-3270-3828 / 02-733-5505 (내선 0)

오마이뉴스 후원하기

안녕하세요. 오마이뉴스 박정훈 기자입니다. stargazer@ohmynews.com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