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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오늘 마트에 갔더니 민어를 파는 거 있지. 그런데 다른 생선에 비해 워낙 비싸다 보니 사람들이 안 사 갔나 봐. 그러니 그 비싼 민어가 어떻게 됐겠어? 안 팔리고 오래 밖에 놔두면 상하겠지. 그러니까 주인아저씨가 민어를 냉장고에 넣어 버렸더라고. 그래서 내가 얼른 주인아저씨한테 가서 말했지. '아저씨, 그거 제가 다 살라니까 저한테 싸게 파세요.' 그랬더니 글쎄 주인아저씨가 4마리를 5만 원에 가져가라고 하더라고. 그래서 내가 또 말했지. '어차피 그거 안 팔리면 쓰레기통 행인데 임자 나타났을 때 3만 원에 파시라'고. 그랬더니 주인아저씨가 혼잣말로 뭐라 뭐라 하더니 결국 주셨어."

동네 마트에 갔더니 비싼 민어를 팔길래 아저씨를 설득해서 싸게 사 왔다는 한 문장을, 엄마는 뙤약볕에 고추 말리듯 내 앞에서 열을 올리며 펼쳐 놓으셨다. 

"민어는 워낙 귀해서 옛날엔 임금님 상에만 올랐어. 지금도 비싼 생선에 속하지. 어때? 맛있지?"
"응. 그런데 이게 그렇게 귀한 생선이야? 어쨌든 생선 가게 주인아저씨는 앞으로 민어는 안 갖다 놓으시겠네."


비싼 민어를 싸게 잘 샀다고 뿌듯해하는 엄마와 민어를 먹으며 대화를 이어갔다. 엄마는 민어를 약처럼 한 달간 꾸준히 먹은 후 건강검진을 다시 받고 싶다고 하셨다. 그러면서 어떻게 하면 비싼 민어를 싸게 사서 먹을 수 있을지 나에게 물어보셨다.  

"어디 보자~ 미 인 어 어. 어! 여기 나온다."
"킬로당 얼마야?"
"다 제각각인데 여기가 가격도 합리적이고, 판매량도 많고, 후기도 좋네. 국내산 1kg에 2만 7천 원짜리가 63% 할인해서 9900원이네. 대박! 2kg짜리는 1만 8900원이고. 와! 괜찮다. 우리 이거 사자."
"어머! 그렇게 싸게 팔아? 그럼 일단 2kg짜리 3마리만 사봐. 사서 괜찮으면 계속 거기서 사 먹자고!"


보유 포인트와 할인 쿠폰을 적용하니 5만 5700원에 무료배송으로 살 수 있었다. 인터넷 쇼핑 시스템을 만든 사람은 노벨상을 줘야 한다며 엄마와 나는 현명한 쇼핑에 만족해했다.

그리고 바로 다음 날, 배달의 민족답게 총알 배송으로 배송됐다. 생물이다 보니 빠른 배송은 필수였다.

"은영아! 얼른 나와 봐!"

방문을 뚫고 들려오는 엄마의 외침에서 나는 설렘이 아닌 왠지 모를 음산한 기운을 느낄 수 있었다.

"너 민어 시킨 거 맞지? 근데 왜 전어가 왔어?"

네가 왜 거기서 나와?
 
네가 왜 거기서 나와?! 예고도 없이 우리 집 거실에 출몰한 6kg의 전어 떼
▲ 네가 왜 거기서 나와?! 예고도 없이 우리 집 거실에 출몰한 6kg의 전어 떼
ⓒ 이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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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나쁜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 오배송인가 싶어 인터넷 창을 열어 주문 목록을 확인했다. 세상에. '집 나간 며느리도 돌아오게 한다는 가을 전어'라는 문구가 선명하게 찍힌 창이 눈에 들어왔다. 

내가 무슨 짓을 한 거지? 주문 당시에는 보이지 않았던 문구들이 하나둘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콩깍지가 벗겨진다는 말이 이런 것인가.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는지, 아니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한 때 인터넷 쇼핑몰을 운영했던 내가 이런 실수를 할 수 있다는 게 어이가 없어서 주문서를 다시 확인해봤다. 명백한 판매자 오배송이 아닌 구매자 주문 실수였다. 

상황은 이러했다. 내가 민어라는 단어를 검색했을 때 #전어 #민어 해시태그를 걸어놓은 판매자의 전어 페이지로 넘어갔다. 나는 당연히 민어로 검색해서 들어갔으니 민어를 판다고 생각하고, 상세 페이지를 꼼꼼하게 보지 않고 주문했다.

전어 떼의 공격에 힘없이 바닥에 주저앉은 엄마를 위해, 일단 뭐라도 위로가 될만한 모습을 보여드려야 했다. 주문서에 적혀있는 핸드폰 번호로 전화를 걸었다. 주인아저씨가 자신의 실수로 민어를 전어로 오배송한 건가 싶어 당황하실 수도 있으니 먼저 구매자 주문 실수임을 밝혔다. 

"네. 그래서 혹시 민어로 교환이 가능한지 여쭤보려고 전화했어요."
"전어를 6kg이나 주문하셨네요? 그런데 이건 생물이라서 저희가 물건을 돌려받으면 다 폐기 처분해야 해요. 죄송하지만 저희도 도와드릴 방법이 없네요."


옷도 아니고 아이스박스에 넣어져 하루 만에 온 생물이니 당연한 답변이었다. 머리로는 당연하다고 생각했지만, 그럼에도 혹시나 하는 마음이 드는 건 어쩔 수 없었다.

민어를 드실 생각에 설레하던 엄마는 예고도 없이 우리 집 거실에 출몰한 6kg의 전어 떼에, 갑자기 몸이 아파지는 거 같다며 방으로 들어가서 누우셨다. 

사람이 너무 어이가 없으면 웃음밖에 나오지 않는다. 그런데 더 어이없는 것은 그 순간 든 나의 생각이었다.

'이거 글로 쓰면 재미있겠는데? 집 나간 며느리도 돌아오게 한다는 가을 전어이건만, 6kg의 전어 떼는 우리 엄마를 앓아눕게 했다. 가을로 들어선 날씨와도 딱 어울리고 시의성이 있어. 그래 써보자.'

딸의 주문 실수로 인해 속상한 엄마와 달리 철없는 나의 입가에는 익살맞은 미소가 번졌다. 그리고 아빠에게 다가가 말했다. 

"아빠. 나랑 같이 저거 차에 싣고 친척 식구들에게 나눠 주고 와요." 

그 순간 두 어깨가 축 늘어진 엄마가 거실로 터덜터덜 걸어 나오셨다. 

"전어는 잔가시가 많아서 줘도 좋아하지 않아. 기름이 많아서 구워 먹으면 고소하긴 하지만, 조금만 먹어도 질린단 말이야. 그리고 전어는 안 먹는 사람은 안 먹어."

"에이~집 나간 며느리도 돌아오게 한다는 가을 전어인데?"
"그 말은 또 어떻게 알아?"
"제품 페이지에 떡! 하니 쓰여 있더라고."


하마터면 마흔의 나이에 엄마에게 등짝 스매싱을 맞을 뻔했다. 

오늘도 엄마의 사랑을 먹고 자랍니다
 
 분노와 함께 손질된  6kg 전어 떼의 최후
 분노와 함께 손질된 6kg 전어 떼의 최후
ⓒ 이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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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는 평소의 신념답게 어차피 벌어진 일, 스트레스받지 말고 좋은 방법을 찾자는 모드로 변신하셨다. 다행히 배송된 전어는 회로도 먹을 수 있을 만큼 싱싱했다. 집에서 가을 전어를 회 처먹을 줄이야. 직접 농사지어 따온 깻잎과 초장에 싸 먹으니 가을 전어 신선함과 특유의 기름진 맛이 혀를 자극하며 고소함이 느껴졌다.  

먹었으니 다시 일해야 했다. 엄마와 나는 6kg의 전어 떼를 하나하나 비늘을 벗기고, 등과 배에 달린 지느러미를 제거하고, 목과 꼬리를 잘라냈다. 어느새 우리 집 주방은 반짝이는 비늘과 핏빛으로 물들어 가을 전어 축제로 돌변했다. 물에 젖어 마룻바닥에 눌어붙은 비늘은 스팽글처럼 반짝였다. 그 모습을 보고 있자니 또다시 웃음이 났다.

횟집에서는 제철이라 인기 만점인 가을 전어가, 번지수를 잘못 찾아 구박받는 상황이 왠지 시대를 잘못 타고 태어났던 천재 예술가들처럼 느껴졌다. 그래서 정성껏 예쁘게 손질해서 소금에 절인 후 냉장고에 넣었다. 뿌듯해하는 나를 바라보며 엄마는 웃으며 말씀하셨다.

"너 앞으로 하루에 전어 2마리씩 무조건 먹어!"

사랑이 가득 담긴 엄마의 말만 들어도 벌써 배부르다.  

덧붙이는 글 | 이은영 기자 브런치에도 함께 올라갈 예정입니다. https://brunch.co.kr/@yoconisom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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