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인천 유나이티드의 '생존본능' 이 다시 꿈틀거리고 있다. 8월 8일 성남FC전까지 15경기를 치르는 동안 5무 11패에 그치며 강등이 기정사실화 되는 것처럼 보였던 인천은 최근 한 달간 강등권 경쟁에서 태풍의 눈으로 급부상했다.

8월 16일 대구FC전을 1-0으로 승리하며 올시즌 첫 승을 신고한 인천은 이 기세를 몰아 지난 20일 울산 현대와의 경기까지 7경기에서 4승을 쓸어담는 저력을 발휘했다. 최근 7경기만 놓고봤을 때 인천은 울산 현대, 전북 현대, 포항 스틸러스에 이어 4위에 해당하는 성적을 기록하면서 7위인 FC서울과의 승점차를 7점차까지 좁히면서 잔류에 대한 희망을 키워가고 있다.

조성환 감독 효과 드러나는 인천

조성환 감독이 부임하기 전 인천은 그야말로 난파선이었다. 올 시즌 뒤늦게 지휘봉을 잡은 임완섭 감독은 탄탄한 수비를 바탕으로 초반 2경기연속 무승부를 기록했는데 이 2경기에서 무실점으로 틀어막는 등 지난시즌과 달리 수비가 안정되었다는 점에서 올시즌 희망을 보게 해줬다.

하지만 이내 제자리로 돌아왔다. 빈약한 공격력이 발목을 잡은 인천은 수비역시 무너지기 시작하며 이후 7연패를 기록해 꼴찌로 내려앉았다. 결국 시즌개막 한 달 만에 임완섭 감독은 성적부진으로 사퇴했고 임중용 (당시)수석코치가 감독대행으로 팀을 이끌었지만 뚜렷한 반전의 기미를 보이지는 못했다. 

그런 인천을 구한 건 조성환 감독이었다. 제주 유나이티드 감독시절 비록 말년에는 좋지 못한 모습이었지만 제주를 꾸준히 상위스플릿에 안착시키는 등 지도력을 인정받은 그는 이전 감독들과 달리 자신이 직접 선택한 수석코치를 동행함과 동시에 빠른 시간안에 팀을 수습해 자신의 색깔을 서서히 입혀가고 있다.

조성환 감독의 데뷔전이었던 8월 16일 대구와의 경기를 승리하며 올 시즌 뒤늦게 첫 승을 신고한 인천은 곧이어 열린 수원 삼성과의 홈 경기에서도 승리하며 2연승을 내달렸다. 인천이 연승행진을 이어간 것은 2018년 11월 3일부터 같은 해 12월 1일까지 4연승을 달린 이후 1년 9개월만이었다.

이후 상주 상무와 울산 현대에게 패하며 꼴찌탈출에 실패했지만 인천은 강원, 부산, 서울을 상대로 2승 1무의 성적을 거두며 7위 서울과의 승점차를 7점차로 좁혀 파이널 라운드를 맞이하게 됐다. 

조성환 감독 부임 이후 인천의 달라진 점은 수비 안정화다. 임완섭 감독과 마찬가지로 3백 포메이션을 활용하는 조성환 감독은 양준아를 스위퍼로 포진시킨 것을 시작으로 지난 여름이적시장에서 임대영입한 오반석을 스토퍼로 배치시켜 수비를 안정화 시키는데 공헌했다.

그리고 수비안정화에서 결코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은 문지환의 존재다. 문지환은 임완섭 감독시절 3백의 스위퍼로 출전했지만 2경기 연속 페널티킥을 허용하는 등 불안한 모습을 보이다 부상까지 겹치면서 밀려난 상태였다.

이후 부임한 조성환 감독은 그를 수비형 미드필더로 기용하기 시작했고 마침내 그의 활약이 돋보이게 됐다. 이전부터 볼 간수능력, 간결한 움직임, 장신으로 인한 제공권싸움에서 장점을 보인 문지환은 수비 앞선에서 궂은 일을 도맡아 하면서 인천의 수비가 안정되는 데 큰 공을 세웠다.

수비가 안정되자 공격이 살아났다. 인천은 빈약한 공격력으로 인해 올시즌 22경기에서 15득점으로 최소실점 1위를 달리고 있다. 그러나 이 중 절반에 해당하는 7골은 조성환 감독 부임 이후 나온 득점이란 것을 상기 시켜 봤을 때 인천의 공격력은 최근 한 달사이 상당히 발전했다고 볼 수 있다. 

공격이 살아난 데에는 살아난 무고사와 아길라르의 존재를 꼽을 수 있다. 무고사는 올시즌을 앞두고 코로나 19탓에 팀 합류가 늦어진 데다 부상, 상대의 집중견제에 고전하는 모습을 보이며 조성환 감독 부임전까지 3골에 그치는 극심한 부진에 빠져있었다.

그러나 8월 16일 대구와의 경기에서 결승골을 시작으로 지난 6일 강원전에선 해트트릭을 기록해 인천에게 2승을 안겨준 무고사는 조성환 감독 부임 후 치러진 7경기에서 5골을 기록하는 등 물오른 득점력을 과시하고 있다. 이 5골에 힘입어 무고사는 올시즌 8골을 기록하게 됐는데 현재의 득점력을 그대로 보여준다면 올시즌에도 두 자릿수 득점이 무난해 보인다.

지난 여름이적시장에서 인천으로 복귀한 아길라르 역시 반등의 키 플레이어다. 인천 소속이던 2018년 무고사, 문선민과 '문무아' 트리오로 인천의 공격을 이끌었던 아길라르는 당시 10어시스트를 기록해 도움랭킹 2위에 오르며 활화산 같은 인천의 공격을 이끌고 이후 제주로 이적했지만 자리를 잡는 데 실패했다. 

절치부심하며 지난여름 인천으로 복귀한 아길라르는 자신의 존재를 다시 한번 각인시키기 시작했다. 장기인 패스웍을 바탕으로 중원에서 볼배급을 해주는 아길라르는 시즌 초 인천의 약점이었던 중원에서의 볼배급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면서 인천 공격진이 살아나게 만들었다. 아길라르의 영향력이 커지자 이전까지 존재감이 미미했던 김도혁이 살아나는 효과가 일어나면서 인천의 중원 장악력이 살아났다.

지난 17일 열린 서울전에서는 아길라르의 존재를 확인할 수 있었다. 아길라르는 이 경기에서 빈 공간을 노리는 키 패스로 동료들에게 공간을 내줬고 수비에서 공격으로 전환할 시에는 공격첨병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결국 아길라르의 발에서 시작된 인천의 공격기회에서 송시우의 결승골이 나오면서 인천은 귀중한 승리를 칭기게 됐다.

인천 잔류, 기대해도 좋을까

22일 한국프로축구연맹이 발표한 파이널 라운드 일정에 따르면 인천은 성남과의 원정경기를 시작으로 수원(H)-강원(A)-부산(H)-서울(A)과 차례대로 맞대결을 펼치게 됐다.

현재 승점 18점으로 12위를 달리고 있는 인천은 이 5경기 결과에 올시즌 운명이 결정된다. 그 중 성남과 강원원정경기가 인천에게 좋은 기억을 만들어 줄 수 있을지에 관심이 모아진다.

홈에서는 성남을 상대로 좀처럼 승리를 거두지 못하고 있는 인천이지만 반대로 성남 원정경기에선 2015년 10월 4일 0-1 패배를 마지막으로 5년 가까운 시간 동안 무패행진을 달리고 있다. 특히 지난해 10월 19일 열린 경기에선 무고사의 결승골로 승리한 인천은 이 승점 3점에 힘입어 잔류할 수 있었다.

강원원정 역시 인천에게 좋은 기억을 만들어줬다. 2018년 11월 이정빈의 결승골로 3-2 승리를 거두며 잔류에 한 발 다가섰던 인천은 지난해 9월에도 0-2로 뒤지다 종료직전 2골을 터뜨리며 극적인 2-2 무승부를 일궈냈다. 이어 지난 6일 강원원정에서도 무고사의 해트트릭을 앞세워 3-2의 승리를 거뒀던 인천은 최근 강원과의 원정경기에서 2승 1무 1패의 강한 면모를 보였다는 점에서 희망을 걸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수원과의 홈경기도 기대해 볼 만하다. 대체로 수원에게 약한 인천이지만 최근 홈에서 열린 2경기에선 1승 1무로 우위를 점하는 등 수원을 상대로 귀중한 승점을 획득했던 사례가 있다는 점에서 수원전 역시 해볼 만하다.

이 3팀의 공통점은 그동안 인천에게 잔류에 대한 희망을 줬다는 점이다. 인천은 지난시즌 파이널라운드 초반에도 성남, 수원을 연달아 만났는데 이 경기에서 승점 4점을 획득한 인천은 결국 잔류에 성공했다. 2018년 11월에 열린 강원원정에서도 극적인 승리를 통해 승점 3점을 획득한 인천은 그 기세를 몰아 나머지 경기를 모두 승리해 2018시즌에도 잔류할 수 있었다.

인천 언급한 3경기에서 승점 최소 5점을 획득한다면 잔류 가능성은 상당히 높아질것으로 예상된다. 매시즌 파이널 라운드에서 극적인 드라마를 써내려 왔던 인천이 올시즌에도 그런 모습을 보여줄 지 주목된다.

*인천 최근 파이널 라운드 성적*
2016년: 3승 1무 1패(잔류)
2017년: 1승 3무 1패(잔류)
2018년: 4승 1패(잔류)
2019년: 2승 2무 1패(잔류)
2020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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