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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진주시의 비거 테마공원 조성사업을 둘러싸고 논란이다. 이에 강주인문학연구회가 문헌 등에 나타나 있는 ‘비거’와 관련한 글을 보내와 싣는다. <오마이뉴스>는 이와 관련한 찬반 논쟁글을 기다린다.[편집자말]
 
진주시가 만든 '진주재조명 역사 미니다큐 - 비거'의 한 장면.
 진주시가 만든 "진주재조명 역사 미니다큐 - 비거"의 한 장면.
ⓒ 진주시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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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테마(주제)를 관광자원화하려면 그 테마가 역사적 사실이든지, 허구든지 둘 중의 하나가 되어야 한다. 그래야만 관광객들이 그 역사적 사실의 현장을 보러 오거나, 허구의 배경을 보러 가는 것이다.

남해에는 이순신 장군이 승전한 여러 현장이 있다. 한산도대첩의 현장이 있는 통영시, 명량해전의 현장이 있는 진도군에서는 '모형 거북선, 이순신 장군 동상, 기념관' 등을 조성하여 관광객들을 불러모으고 있다.

셰익스피어가 지은 <로마오와 줄리엣>은 허구이다. 작가들은 있음직한 이야기를 재미있게 꾸며 내기에 사람들이 그 희곡과 영화의 배경이 실제인 것처럼 착각을 하게 된다. 그래서 꾸며낸 이야기의 배경인지 알면서도 이탈리아의 베로나 시에 있는 로미오와 줄리엣 이야기의 배경이 되는 곳을 찾아가는 것이다.

춘향전은 실제 인물인 성이성(1595~1664)의 이야기를 모티브로 하여 만들어진 판소리계 소설이다. 이 소설로 영화와 드리마가 만들어지기도 했다. 한국 사람이면 춘향전 이야기를 모르는 사람이 없다. 남원을 찾아가는 것은 춘향전이 꾸며낸 이야기인 줄 알면서도 허구의 무대를 보러 가는 것이다.

'비거'에 관한 여러 기록들은 허구가 아니다. 모두 역사적 사실처럼 기록되어 있는 것이다. 두 편의 옛 문헌에 있는 기록이나, 20세기 전반에 만들어진 변조된 기록, 그 이후 여러 저서에 있는 변조된 기록들은 '비거'의 존재를 사실인 것처럼 옮겨 전하고 있다.

그런데 진주시는 16세기말 진주의 하늘 위에서 '비거'라는 비행체가 하늘을 날았다는 것을 사실처럼 기록하고 있는 변조된 자료들을 근거로 '비거테마공원'을 조성하겠다고 한다. 그러면서 그것이 사실인지 아닌지에 얽매이지 말자는 참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말을 하고 있다. 비거에 관한 이야기들이 변조되어 있는 것을 모아 보면 다음과 같다.

 
ⓒ 강주인문학연구회
 
신경준이나 이규경은 조선 후기의 실학자로 학계에 널리 알려져 있는 사람이지만, 널리 알려져 있다는 것과 두 사람의 기록이 사실인지 아닌지는 별개의 문제다.

먼저 신경준의 기록은 '고려말 왜구의 침략'이 일어난 당대가 아니고, 홍무연간으로부터 380년이 지난 뒤에, 누가 한 말인지도 모르는 이야기를 기록한 것이라 믿을 수 없는 것이다. 게다가 신경준 자신도 '비거는 사람의 재주와 지혜로 측량하기 불가능한 것'으로 말하고 있다.

이규경은 신경준의 '비거'에 관한 기록을 인용하여 전하면서 '고려말'을 '임진년'으로 변조함으로써 후대에 마치 진주성전투에서 비거가 사용되었다고 말하는 빌미를 만들었다.

진주시에서는 많은 문헌에 '비거'에 관한 기록이 있어 그걸 근거로 '비거테마공원' 조성 사업을 하려고 한다고 한다. 그러나 두 옛 문헌의 기록은 물론이요, 그 이후에 쓰여진 '비거'에 관한 기록들도 근거 없이 변조한 기록들이거나 그런 기록들을 옮겨 실을 것이라 아무리 '비거'에 관한 기록이 많이 있다 하더라도 그런 기록들을 근거로 삼을 수는 없는 것이다.

사실도 아니고 허구로 만든 재미있는 이야기도 아닌 것을 근거로, 한국사람, 더욱이 진주나 김제 사람들도 잘 모르는 테마로 수많은 예산을 들여 '비거테마공원'을 조성하게 되면 예산을 낭비하고 뭇 사람들의 조롱거리가 되지 않을까 두렵다.

태그:#비거, #진주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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