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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귀포의 소천지를 찾아가는 길은 한적한 서귀포 보목동 해안의 풍광이 이어지는 곳이다. 소천지를 알리는 표지판이 보이자 근처 도로의 갓길에 주차를 하고 탐방로를 따라 안으로 들어갔다. 지나가는 사람 없는 이른 아침, 서귀포의 아침햇살 너머로 제법 나이 오랜 소나무 숲의 입구가 여행객을 반기고 있었다. 
 
소나무 숲길이 펼쳐지는 아름다운 올레길이다.
▲ 소천지 가는 길. 소나무 숲길이 펼쳐지는 아름다운 올레길이다.
ⓒ 노시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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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원한 아침 공기를 마시며 소나무 숲길을 걸어갔다. 이곳이 제주 올레길 6코스라는 리본 모양의 표지판이 눈에 들어왔다. 화려하지 않게 디자인된 올레길 표지가 해안산책로와 잘 어울리고 있었다. 강한 바닷바람을 맞는 소나무들은 곧고 굳건하게 잘 뻗어 있었다. 
 
소천지에서 보면 서귀포 시의 지형을 한눈에 알 수 있다.
▲ 소천지에서 본 서귀포시. 소천지에서 보면 서귀포 시의 지형을 한눈에 알 수 있다.
ⓒ 노시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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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천지까지 걸어가는 길에 단지 몇 명의 아침 여행객 만이 스쳐 지나갔다. 소천지 가는 길은 전혀 번잡하지 않다. 소나무 숲길을 걸으며 조용히 사색하며 마음의 평화를 얻을 수 있는 길이다. 조용히 여행 기분을 낼 수 있으니 코로나19 시대에 언택트 여행지로 적당한 곳이라는 생각이 든다. 
 
섶섬, 문섬, 범섬이 수평선 위에 아스라히 펼쳐져 있다.
▲ 소천지 정자. 섶섬, 문섬, 범섬이 수평선 위에 아스라히 펼쳐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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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안으로 내려가는 나무 데크로 접어들자 바다 전망이 시원스러운 풍경이 펼쳐진다. 그리고 이 바다 전망 한가운데에 목재로 단정하게 만들어진 정자가 나왔다. 정자에 서니 동쪽에 섶섬, 서쪽에 문섬이 보이고, 멀리 범섬까지 한눈에 들어왔다. 숨은 명소는 바로 이런 곳을 두고 하는 말일 것이다. 

소천지 정자에서 바로 앞의 거대한 현무암 바위들을 보니 이곳의 지명이 왜 '소천지'인지 바로 알게 된다. 검은 현무암 바위들이 마치 길게 늘어선 산봉우리들처럼 원을 그리며 이어져 있고 그 안에 잔잔한 바닷물이 담겨 있다. 바위의 모습과 그 안에 담긴 바닷물이 마치 백두산 천지를 옮겨 놓은 듯 똑같이 생겼다. 
 
백두산 천지의 모습을 꼭 닮은 소천지 안에 바닷물이 고여 있다.
▲ 소천지. 백두산 천지의 모습을 꼭 닮은 소천지 안에 바닷물이 고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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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자 아래쪽으로 이어지는 돌길을 내려가면 소천지 바로 앞까지 가볼 수 있다. 소천지 안의 바닷물 바로 앞까지 가는 길은 짧은 길이지만 칼 같이 하늘 위로 솟은 바위 위를 걸어 들어가야 하기 때문에 등산화를 신지 않으면 다칠 수 있다. 울퉁불퉁한 바위 위를 곡예 하듯이 수평을 잘 잡고 조심스럽게 걸어 안으로 들어갔다. 
 
날씨가 맑은 날이면 기암괴석 너머 한라산의 웅장한 자태가 보인다.
▲ 한라산. 날씨가 맑은 날이면 기암괴석 너머 한라산의 웅장한 자태가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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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은 바위로 둘러싸인 소천지 안의 바닷물이 마치 백두산 천지 안의 민물처럼 잔잔하게 고여 있었다. 바닷물이 계속 들어오고 나가지만 그 차이가 크지 않아서 항상 바닷물이 고여 있다고 한다. 바닷물이 가득 들어오는 만조 때에도 주변 바위가 물에 잠기지 않아서 소천지의 천지 닮은 모습은 계속 유지된다고 하니 신기하기만 하다.
바위 위에서 놀던 게들은 내가 움직이는 소리를 듣고 몸을 피하느라 바쁘기만 하다. 

소천지의 고인 바닷물 안에는 숭어도 산다고 하지만 내 눈에는 치어 같은 작은 물고기들 만이 보인다. 아마도 이 소천지 바닷물 안에서는 바닷물이 빠지는 때를 모르고 있다가 갇혀서 사람들에게 잡히는 물고기도 있을 것 같다.
 
날씨가 맑고 시간이 맞으면 소천지에 한라산의 모습까지 담긴다고 하는데 내가 찾아간 시간에는 아쉽게도 소천지 바닷물 안에 소천지를 둘러싼 기암괴석들 만이 비추고 있었다. 나는 외돌개 닮은 바위와 주변의 바닷가를 조용히 보며 소소한 행복의 시간을 느끼다가 다시 해안 산책로로 올라왔다.
 
한적한 포구에는 보목마을 주민들이 운영하는 카페가 들어서 있다.
▲ 구두미포구. 한적한 포구에는 보목마을 주민들이 운영하는 카페가 들어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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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목동 해안가에는 다시 봐도 언제나 좋은 서귀포 앞바다가 계속 이어지고 있었다. 아담한 구두미포구를 만나자 청정지역인 섶섬이 보이는 고요한 바다가 눈앞에 펼쳐졌다. 낮게 구름 깔린 하늘 아래의 푸른 바다 속으로 검은 현무암들이 점점이 파고들고 있었다. 화려하지 않지만 관광객들이 많지 않아서 여행의 한적함이 느껴졌다. 

구두미포구 조그마한 방파제의 항만시설은 주로 낚시를 좋아하는 사람들의 작은 낚시배들이 정박되는 곳이다. 구두미포구 바로 옆 계단을 올라가 보니 주변 바닷가가 한눈에 조망되는 전망대와 섶섬지기 카페가 자리잡고 있다. 전망대에는 여러 사람들의 소원이 음각된 판이 바람에 들썩이고 있었다. 
 
청정지역인 섶섬이 고요하게 바다에 떠 있는 듯하다.
▲ 섶섬. 청정지역인 섶섬이 고요하게 바다에 떠 있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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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망대 아래의 카페는 인근 보목마을 주민들이 공동으로 운영하는 카페다. 섶섬의 환경을 보호하고 보목동 해안의 아름다운 자연경관을 보전하는 데에 노력하는 주민들이 운영하고 있어서 의미가 있는 곳이다. 카페의 통유리창 너머로 섶섬의 깨끗한 전경이 시원스럽게 펼쳐지고 있었다. 

해안도로를 따라 걸어가자 섶섬을 사랑하는 마을사람들이 자신들의 마음을 담아 그린 것 같은 벽화들을 만나게 된다. 벽화 속에는 거친 바다 속으로 해산물을 캐러 들어가는 이곳 해녀들의 삶이 밝게 그려져 있었다. 
 
이곳 해녀들의 삶이 밝게 잘 그려져 있다.
▲ 해녀 벽화. 이곳 해녀들의 삶이 밝게 잘 그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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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는 해안도로 주변이 특화경관지구로 지정되어 있어서 2층보다 높은 건축물은 짓지 못하도록 제한을 받고 있다. 그 덕분에 여행자들은 제주 해안도로에서 바다와 섬이 어우러지는 정경을 만끽할 수 있다.

개발의 광풍에서 살아남은 조용한 바닷가. 여행지로 많이 알려지지 않은 곳이어서 제주의 자연 모습이 많이 남아 있는 매력적인 곳이다. 바닷물이 너무 맑아서 수심이 얕은 곳은 안이 훤히 들여다보였다. 바닷물이 빠진 바위 밑에는 보말과 거북손이 가득 붙어 있었다. 서귀포 해안도로는 어디를 가나 아름다우며, 이 길을 걷다 보면 인생의 잡념들이 사라지는 것 같다.

덧붙이는 글 | 오마이뉴스에만 기사를 올리고 있습니다. 앞으로 제주의 마을, 오름, 폭포와 그 안에 깃들인 제주의 이야기들을 여행기로 게재하고자 합니다.


태그:#제주, #제주도, #제주여행, #소천지, #구두미포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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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와 외국을 여행하면서 생기는 한 지역에 대한 궁금증을 해소하는 지식을 공유하고자 하며, 한 지역에 나타난 사회/문화 현상의 이면을 파헤쳐보고자 기자회원으로 가입합니다. 저는 세계 50개국의 문화유산을 답사하였고, '우리는 지금 베트남/캄보디아/라오스로 간다(민서출판사)'를 출간하였으며, 근무 중인 회사의 사보에 10년 동안 세계기행을 연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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