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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5일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에서 스텔라데이지호 2차 심해수색을 위한 공청회가 열렸다.
 25일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에서 스텔라데이지호 2차 심해수색을 위한 공청회가 열렸다. 허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언하고 있다.
ⓒ 김종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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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만히 듣기만 하려 했는데 부글부글 끓는 게 있어서 못 참겠다."

허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목소리는 매서웠다. 허 의원은 25일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에서 열린 '스텔라데이지호 2차 심해수색 추진을 위한 국회 공청회'에 참석한 외교부와 해수부 관계자를 향해 "스텔라데이지호 유해수습을 포기할 문제인가. 유해가 없어지기를 바라는 것 아니냐"면서 "침몰부터 1275일이 지났다. 실종자 가족들이 납득될만한 상황이 돼야 하는데, 1차 수색 때 유해가 뻔히 보이는데 두고 왔다. 도대체 심해수색 업체와 어떤 계약을 맺었길래 이런 결과가 나온 것이냐"라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허 의원은 "외교부를 비롯해 해수부 등 관련 부처가 스텔라데이지호 2차 심해수색을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지 상세히 보고해 달라. 저를 비롯해 (공청회를 주최한) 여야 의원 17명이 국가 차원의 스텔라데이지호 공식 보고서가 나올 때까지 확인하고 책임을 묻겠다"라고 밝혔다. 허 의원의 발언에 공청회에 참석한 정부 관계자는 무거운 표정으로 "알겠다"라고 답했다.
  
 남대서양 심해에서 지난 17일 발견된 스텔라데이지호의 선교(브리지) 부분. 선박식별번호가 선명하다.
 남대서양 심해에서 지난 17일 발견된 스텔라데이지호의 선교(브리지) 부분. 선박식별번호가 선명하다.
ⓒ 외교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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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션인피니티가 확인한 스텔라데이지호 실종 선원의 신발
 오션인피니티가 확인한 스텔라데이지호 실종 선원의 신발
ⓒ 스텔라데이지호 가족대책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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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대서양에 두고 온 스텔라데이지호 선원 유해.
 남대서양에 두고 온 스텔라데이지호 선원 유해.
ⓒ 스텔라데이지호 가족대책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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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장 3개 크기의 대형선박인 폴라리스쉬핑 소속의 스텔라데이지호는 2017년 3월 31일 철광석 26만t을 싣고 가다 남대서양 한가운데서 원인도 모른 채 침몰했다. 전체 승선원 24명 중 필리핀 선원 2명만이 구조됐으며 한국인 선원 8명과 필리핀인 선원 14명 등 22명은 실종된 상태다. 

정부는 지난해 2월 14일부터 9일 동안 스텔라데이지호 1차 심해수색을 통해 유해로 추정되는 흰색 뼈를 발견했다. 하지만 정부와 계약한 심해수색업체인 오션인피니티사가 '유해 수습이 과업 범위에 포함되지 않았다'라는 이유로 유해를 그대로 두고 왔다. 당시 심해수색 현장에는 외교부를 비롯해 해수부 등 우리 정부 관계자가 단 한 명도 탑승하지 않았다.

이후 실종 선원 가족들은 포기하지 않고 두고 온 유해를 수습하기 위해 2차 심해수색 재개에 매달렸다. 실종 선원 부모들은 매일 광화문광장과 청와대 앞에서 1인 시위를 이어갔다. 결국 지난해 11월 국회 외교통상위원회가 2차 수색 예산 100억 원을 정기예산에 편성한 '2020년 예산안 예비심사보고서'를 예결위에 제출하는 성과를 냈다. 

그러나 예산심의 과정에서 기재부의 반대로 100억 원으로 편성됐던 예산이 0원이 됐다. 당시 기재부는 <오마이뉴스>에 "스텔라데이지호와 관련된 기본 입장은 민간 선사(폴라리스쉬핑)가 책임져야 한다. 이런 문제는 민간 선사와 실종 선원 가족들 간에 해결해야 할 문제"라고 선을 그었다.

심해수색 성공사례 차고 넘쳐

예산이 0원으로 결정된 뒤에도 실종 선원 가족들은 새롭게 열린 21대 국회의원들을 직접 찾아다니며 2차 심해수색을 위한 해결책 마련에 온 힘을 다했다. 그 성과가 이날 열린 공청회였다. 코로나19 등으로 두 차례 연기됐지만 결국 25일 오전 정부 관계자가 참석한 가운데 공청회가 열렸다.

공청회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하나 같이 '조타실에 모여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유해 수습과 침몰 원인 규명이 가능하다'고 입으로 모아 말했다.

전치형 카이스트 과학기술정책대학원 교수는 "1980년 일본 남쪽 해상에서 침몰한 영국 광물 운반선 더비셔호는 해저 4200m에 가라앉았다"면서 "태풍 등 자연의 힘에 압도당해 침몰한 것으로 결론 내렸던 더비셔호는 1997년 조사결과 배 앞쪽에 있던 창고 해치 덮개가 파손돼 물이 차 배가 침몰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사고 원인이 밝혀진 후 영국은 선박안전기준을 강화하고 모든 선박에 블랙박스 장착을 의무화했다"라고 강조했다. 

전 교수는 "더비셔호 이외에도 2015년 10월 선원 33명이 실종된 미국 화물선 엘파로호 침몰 사건도 있다"면서 "이 역시 심해 4570m에서 블랙박스를 찾아내 사고 원인을 분석했다. 사고와 재난에 대응하는 방식에서 나라의 수준과 역량이 드러난다"면서 국가의 역할에 대해서도 강조했다.

"어떤 선박이든지 원인을 밝히지 않은 채 바닷속으로 사라지도록 내버려 두지 않는 것은 해양선진국의 책무다. 스텔라데이지호 침몰과 선원들의 희생에서 정부가 어떤 교훈을 얻어내고, 국제사회에 어떻게 기여할 것인지에 대한 충분한 검토와 현명한 결정이 필요하다."
 
 25일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에서 스텔라데이지호 2차 심해수색을 위한 공청회가 열렸다.
 25일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에서 스텔라데이지호 2차 심해수색을 위한 공청회가 열렸다.
ⓒ 김종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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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텔라데이지호 침몰 이후 4년째 취재를 이어오고 있는 김영미 시사인 국제문제 편집위원은 이날 공청회에서 1차 심해수색 때 확보한 영상자료를 보여주며 "스텔라데이지호 조타실은 심해에서 비교적 온전한 상태로 발견됐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 위원은 온전한 형태의 조타실의 의미에 대해 "이미 마셜제도 보고서를 통해 사고 당일 조타실에 11명의 선원이 있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면서 "조타실에는 블랙박스 본체가 남아있다. 훼손되지 않았을 가능성이 매우 크다. 침투용 무인잠수정이라는 특수장비를 통해 조타실에 진입해 유해와 블랙박스를 수거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1차 수색 당시 수색업체인 오션인피니티사에는 조타실에 침투할 소형 무인잠수정이 존재하지 않았다. 오션인피니티사는 조타실 위치만 확인한 채 수색을 중단했다.

외교부 "정부 내 여러 기관이 있다"

이날 공청회 현장에는 전문가뿐 아니라 정부를 대표해 외교부와 해수부 관계자도 참여했다. 외교부 관계자는 "지난해 예결위에서 최종적으로 (2차 심해수색을 위한) 예산이 반영되지 못해 송구하다"면서 "그러나 정부 내에 여러 기관이 있다. 외교부 혼자서 결정할 수 없다. 오늘 의견을 상부에 잘 보고해 관계기관과 협의하겠다"라고 밝혔다.

해수부 관계자도 "우선 1차 수색을 충분히 피드백해야 한다"면서 "이번 공청회에 많은 분이 함께하고 있는 수색에 대한 재원이 확보되면 해수부도 외교부와 협력해 효율적으로 집행하겠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두 정부 기관 모두 언제 어떻게 심해수색을 진행하는지에 대해선 구체적인 안을 내놓지 못했다. 공청회 말미 허영 의원이 두 기관을 향해 날카롭게 지적한 이유이기도 하다.
  
 스텔라데이지호 2등항해사 허재용씨의 모친 이영문씨는 침몰사고 후 3년 째 거리에서 '아들을 찾아달라'는 호소를 이어오고 있다.
 스텔라데이지호 2등항해사 허재용씨의 모친 이영문씨는 침몰사고 후 3년 째 거리에서 "아들을 찾아달라"는 호소를 이어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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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텔라데이지호 2등항해사 허재용씨의 모친 이영문씨는 침몰사고 후 3년 째 거리에서 '아들을 찾아달라'는 호소를 이어오고 있다.
 스텔라데이지호 2등항해사 허재용씨의 모친 이영문씨는 침몰사고 후 3년 째 거리에서 "아들을 찾아달라"는 호소를 이어오고 있다.
ⓒ 김종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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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 의원은 공청회 후 <오마이뉴스>를 따로 만나 스텔라데이지호의 선사인 폴라리스 쉬핑에 대한 구상권 청구 가능성에 대해 언급했다.

그는 "영국 더비셔호 사례에서 보듯 시나리오 검증을 소거하는 방식으로 침몰 원인을 규명하면 된다"면서 "이를 바탕으로 스텔라데이지호의 구조적 결함이 명징하게 드러나면 선사인 폴라리스쉬핑에 구상권을 청구할 수 있다. 그때까지 정부는 의지를 갖고 책임을 다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미 여야를 떠나 17명의 의원이 재발 방지를 각오를 다졌다"면서 "2차 심해 수색 비용에 100억 원이 드는 것은 향후 해양안전사고 예방 차원에서 수십조 원을 아낄 방안이기도 하다"라고 덧붙였다. 심해수색 과정에서 최첨단 신기술이 도입되는 만큼 심해수색을 해양발전의 또 다른 계기로 살펴야 한다는 뜻이다.

실제로 이날 스텔라데이지호 2차 심해수색을 위한 공청회는 이례적으로 더불어민주당 허영 의원을 비롯해 우원식, 박홍근, 김영호, 서삼석, 송갑석, 황희, 오영환, 이탄희, 조오섭, 국민의힘 김기현, 한기호, 김석기, 이만희, 추경호, 국민의당 이태규, 정의당 강은미 의원 등 여야 4개 정당 소속의 17명 의원이 공동으로 주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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