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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이라는 '소확행'이라든가, '한번 뿐인 인생 즐기며 살자'는 '욜로'라는 말이 2030세대를 대표하는 말처럼 쓰이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지금은 사정이 달라졌죠. '지금의 나'보다 '미래의 나'에게 적극적으로 투자하고 나선 2030세대 이야기를 들어봅니다.[편집자말]
요즘은 나이, 성별을 불문하고 재테크가 유행이다. 어딜 가도 주식, 부동산, 비트코인 이야기가 빠지지 않는다. 이별한 친구에게 술보다는 주식을 권한다는 말도 들었다. 이별한 연인은 생각도 나지 않을 만큼 푹 빠져 슬플 겨를이 없을 테니 참 현실적인 처방이다.

하지만 난 이런 얘기들이 싫었다. 친구가 이별하면 나의 플레이리스트에 모아둔 마음을 녹이는 음악 목록이나, 당이 듬뿍 들어간 디저트를 권해야 하는 거 아닌가? 게다가 직장인들은 어쩌면 그리 앉기만 하면 재테크 이야기인지. 나에게는 그들이 세상의 낭만을 잃어버린 사람들로 보이기까지 했다.

'왜 다들 재테크 이야기만 하나' 싶던 나였는데...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재산이 자동으로 불어나는 신기한 광경이라니.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재산이 자동으로 불어나는 신기한 광경이라니.
ⓒ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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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나름의 신념으로 받은 월급을 예금과 적금에만 꼬박꼬박 모아온 지 어언 5년. 우연한 계기로 주식판에 발을 들였다. 회사에서 자사주를 매입하면 연 2000만 원까지 10% 리워드를 주는 프로모션을 연 것이다. 리워드 금액만 챙길 요량으로 한도 금액을 넣었다. 주식을 해본 적이 없어 매수 타이밍은 고려하지 않았다. 적지 않은 금액을 '쿨 매수' 했다.

처음 몇 주간 수익률은 마이너스였다. 역시 주식은 하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어 더는 주식 애플리케이션을 확인하지 않았다. 한 달쯤 지났을까. 우연히 앱을 열어보니 어느새 수익률이 20%였다.

숫자를 확인한 순간부터 신경 쓰지 않으려 해도 자꾸 내 안의 모든 세포들이 일어나 주식을 외치기 시작했다.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재산이 자동으로 불어나는 신기한 광경이라니. 급기야 며칠 뒤에는 수익률이 30%를 넘어섰다. 올라가는 수익률을 보며 지난날들이 후회됐다.

"나는 왜 주식을 이제 시작했지? 주식은 하면 패가망신 당하는 거 아니었나?"

이때부터 자사주 외 다른 주식들도 매수하기 시작했다. 친구를 따라서 사기도 하고 소문을 듣고 사기도 하고 좋아하는 기업이라 사기도 했다. 자사주의 수익률이 좋았던 건 단순한 초심자의 행운이었을까? 다른 종목에서는 꽤나 쓴맛을 봤다. 제대로 공부도 하지 않고 시작했으니 당연한 일이었다.

그래서 진득하게 공부를 시작했다. 온라인 서점에서 주식 기본서 몇 권을 구입해 읽었다. 유튜브에서도 입문·종목 추천·차트 보는 법 등 주식 관련 영상을 찾아봤다. 처음엔 브이로그·인테리어·외국어 분야로 가득차 있던 유튜브 추천 영상 목록은 점차 주식 관련 강의들로 채워졌다. 이렇게 주식에 빠져든 뒤, 내 생활은 이전과는 완전히 달라져 있었다.

주식을 하고 달라진 세 가지
 
주식 투자는 내 삶의 이모저모를 '이렇게' 바꿔놓았다.
 주식 투자는 내 삶의 이모저모를 "이렇게" 바꿔놓았다.
ⓒ 김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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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변화로 첫째, 만성 월요병이 사라지는 기적을 경험했다. 그동안 주말의 존재는 신성함, 소중함, 무결점 그 자체였다. 하지만 이제는 장이 열리지 않는다는, 치명적 단점을 가진 요일이 됐다. 일요일 저녁만 되면 은은하게 찾아오던 우울감은 어느새 월요일 아침에 대한 기대감으로 바뀌었다. 

둘째, '소확행'을 즐기던 습관이 사라졌다. 나를 위한 작은 소비들을 아끼지 않는 편이었는데 점차 '이 돈이면 주식을 한 주 더 사는 게 낫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카드 사용을 줄이게 됐다. 그 덕에 전체 자산 규모에서 투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늘어났고 카드값은 줄었다. 불어나는 주식계좌의 잔고를 보면, 그동안 얼마나 불필요한 소비를 많이 했는지 느낄 수 있을 정도였다.

셋째, 세상과 뉴스를 접하는 시선이 제법 달라졌다. 예전에는 소시민이나 사용자의 시야였다. 지금은 잠재적 투자자 혹은 주주의 시야다. 태풍이 온다는 예보에 유리창에 신문지를 감쌀지, 박스 테이프를 엑스자로 붙일지 고민하던 나는 이제 태풍 수혜주를 찾아본다. 내가 투자한 기업을 정부가 규제한다는 내용의 뉴스가 나오면 나는 직원인 양 마음 아파한다.

또 부도덕한 행위를 저지른 기업 관련 뉴스를 보면 아무리 성장 가능성이 보여도 '저 기업에는 투자하지 않으리' 주먹을 불끈 쥔다. 아마 기업들도 동학개미 운동을 보며 기업을 바르게 운영해야겠다는 생각을 하지 않을까?

변화한 나를 돌아보니 그리 나쁘지 않다. 주식을 몰랐던 때는 위험한 도박처럼 느껴졌는데 실상은 그렇지 않았다. 내가 가진 자산 안에서 공부하면서 장기적으로 투자한다면 주식은 좋은 친구가 되어줄 거라고 생각한다.

이제 주식과 나는 분리할 수 없는 사이가 됐다. 그래서 이번 추석은 유독 지루하게 느껴질 것 같다. 앞서 말한 '월요병의 기적'과 같은 논리다. 아마 습관처럼 주식창에 들어갔다가 멈춰선 차트를 멍하니 바라보는 일도 있을 것이다. 한편으론 드디어 해외 주식을 시작할 때가 아닌가 싶기도 하다.

태그:#주식, #동학개미, #개인투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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