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MBC <PD수첩>은 '나눔의 집에 후원하셨습니까?'편을 통해 나눔의 집 후원금에 대한 문제를 제기했다. 약 80억 원의 후원금을 받았지만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에게 제대로 쓰지 않은 것을 본 국민들은 분노했다. 일부 후원자들은 후원을 중단하는가 하면 후원금 반환 청구 소송까지 진행했다. 

나눔의 집 후원금을 둘러싼 논란은 4개월이 지난 현재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오히려 법인 측은 당시 내부 고발했던 직원들을 상대로 10여 건의 고소 및 고발을 했다. 최근에는 나눔의 집 생활관에 일반인 입소자를 모집하려는 정황도 드러났다. 그동안 이사진들 사이에서는 나눔의 집을 일반 요양원으로 바꾸려는 계획이 언급되기도 했다. 2002년부터 17년간 나눔의 집 원장으로 있었던 현 36대 조계종 총무원장 원행스님은 지금까지 아무런 다변을 내놓고 있지 않다. .

지난 22일 방송된 <PD수첩>에서는 후속 보도가 이어졌다. '나눔의 집, 스님께 다시 묻습니다'편에서는 나눔의 집 문제를 증언한 직원들에 대한 조계종의 괴롭힘 등이 집중 조명됐다. 취재 이야기가 궁금해 이 프로그램을 취재한 장호기 PD를 22일 만났다.

"할머니들 고통받을 수 있겠다 생각"
 
 MBC <PD수첩>의 한 장면

MBC 의 한 장면 ⓒ MBC

 
다음은 장 PD와 나눈 일문일답이다.

- 지난 22일 방송된 <PD수첩> '나눔의 집, 스님께 다시 묻습니다'을 취재 연출하셨어요. 
"보통 많은 시청자가 새롭고 흥미로운 사실들을 기대하는데 후속 방송이라는 건 이미 한 번 나온 이야기를 다시 꺼내야 하기 때문에 부담되는 게 사실이에요. 그래도 처음에 제기한 문제들에 대해서, 그 이후에 어떻게 되고 있는지 짚어볼 수 있는 건 의미있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저는 개인적으로 이런 후속 방송들이 자주 나와야 된다고 생각해요."

- 후속 보도이다 보니 지난 편과 차별화에 대한 고민도 있었을 것 같아요.
"당연히 있었고요. 저번엔 객관적으로 문제를 제기하고 어떤 점이 문제 되는지 사실 전달하는 쪽에 좀 더 무게를 뒀다면 이번에는 조금은 더 주관적인 부분이 될 수도 있지만 그 사실을 제기했던 분들이 어떤 상황에 있는지 보여주고 싶었어요. 물론 중간에도 저희가 새로운 문제를 제기하기도 했지만요."

- 왜 4개월 만에 나눔의 집을 다시 찾으셨어요?
"방송 이후 가끔씩 연락을 주고받고 있었어요. 여러 가지 이야기가 들렸는데 결정적인 건 현수막 사건이라고 생각해요. 위안부 역사에서 일본군에 대한 우리 국민들의 불편한 마음이 없지 않지만 나눔의 집에서 수년간 일하셨던 야지마 선생님 같은 경우는 좀 저는 달리 봐도 된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분이 공익 제보를 하셨다는 이유만으로 이런 일 겪고 계신다는 게 문제라고 봤어요. 그래서 '아  이 사안이 심각해지고 있구나. 갈등이 봉합되고 있는 게 아니고 점점 심해지고 있구나. 결국에는 할머니들만 고통을 받으실 수 있겠다'라는 생각이 들어서 다시 찾아가야 겠다고 마음먹었어요."

- 그래서 프롤로그에서 나눔의 집 국제 실장을 맡고 있는 야지마 츠카사 이야기를 담으신 건가요?
"아무래도 지금 법인 측에서는 직원들이 어떤 개인적인 이익을 위해서 이런 제보를 했다고 이야기하고 있으니까, 일본인 직원이 더 객관적인 이야기를 해 줄 수 있지 않을까 했어요. 그리고 현수막 이슈의 당사자이시기도 하기 때문에 이번에 이야기를 비중있게 다뤄서 시청자분들에게 전달하고 싶었어요."

- 현수막 이슈에 대해 설명 좀 해주세요(나눔의 집 운영 정상화를 위한 추진위원회 측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가 계시는 곳에 일본인 직원이 웬말이냐?'라는 문구가 적힌 현수막을 나눔의 집 건물 외관에 걸었다).
"방송에 나왔지만, 나눔의 집 역사관 건물 외벽에 현수막이 걸려 있거든요. 외관에 드릴로 벽을 뚫고 현수막을 달 정도면 그 시설 책임자 혹은 그 이상 관리자의 허가가 있지 않고서는 가능하지 않다고 봐요. 특히 나눔의 집은 국제평화 인권 센터라는 이름으로 후원금까지 받는 곳이에요. 공익 제보한 직원이 일본인이란 이유로 내보내겠다는 식의 현수막을 붙였다는 건 문제가 심각하죠. 사실 나눔의 집에는 십수 년 전부터 일본인 직원이 있었어요. 그런데 이제 와서 나눔의 집에 일본인이 웬 말이냐고 하는 건 비판 수준을 넘어 모욕에 가까운 말이라고 생각해요."

- 야지마씨는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나요?
"방송에 조금 담기도 했지만, 굉장히 상처가 크고요. 이전에 독일에 거주하셔서 독일로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다고 말씀하셨어요. 지금 더 이상 나눔의 집에 있어야 하는 게 맞는 건지 고민하는 상황이세요."

- 공익 제보한 직원들에 대한 괴롭힘이 많은가요.
"어떤 변호사께서 하신 말씀이 지금 나눔의 집 제보자 분들에게 일어나고 있는 일은 공익제보자 괴롭히기의 교과서 같은 행태라고 하셨어요. 사실 지금 시급한 건 거 할머님들이 더 행복하실 수 있게 해 드리는 거예요. 그러기 위해서는 지금 있는 분들이 서로 힘을 합치고 문제를 같이 풀어 나가는 게 우선이라고 생각하는데 그런 문제는 뒷전인 거죠."

- 직원들 분위기는 어떤가요?
"분위기가 매우 좋지 않고요. 방송으로 치면 4개월 전이지만 사실 그분들이 문제제기를 한 건 작년이거든요. 거의 1년이 다 돼 가도록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있으니 얼마나 지치겠어요. 최근 방송이 나가기 전까지 계속해서 고소가 추가되는 상황이죠. 이런 일들이 하루에 여러 번 반복되면 견디기 힘들죠. 제가 볼 때는 여러 가지로 위험한 상황입니다."

- 원행스님에 대한 문제 제기를 하셨어요. 가장 큰 문제는 뭐라고 보시나요.
"가장 큰 문제는 진정성 있는 사과를 하지 않고 계신다는 거예요. 후원자들을 기만했다는 게 문제의 본질이라고 생각하거든요. 후원자들이 100원, 500원, 1000원씩 모아서 기부한 돈을 목적에 맞게 사용했는지 아닌지, 그리고 그런 사실들을 후원자들에게 제대로 알렸는지 아닌지의 문제를 이야기했잖아요. 근데 지금 법인 조계종 나눔의 집에서는 진정성 있는 사과를 하지도 않고 계속 '제보자들도 이런 잘못 했다'라고 이야기하고 있어요. 물론 원행 스님께서 수십 년간 나눔의 집과 위안부 피해 할머님들을 위해 많은 노력을 하셨다는 점은 저도 잘 알고 있어요. 하지만 저는 모든 사람들이 이 부분에 대해서도 알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 가족이 없는 할머니의 재산을 할머니 사후 편법을 동원해 가져갔다는 의혹도 있던데.
"할머님들께서 생전에 자신들께서 가지고 계신 돈을 어디에 어떻게 사용하고 싶다는 뜻을 정확히 밝히지 않은 경우도 있고요. 배춘희 할머니 같은 경우는 녹취록에 의하면 승가대나 다른 기관에 기부 의사를 밝힌 적이 있는데, 그 의사와는 다르게 나눔의 집에 전 재산을 기부하겠다는 기부 약정서가 나왔다는 거죠. 이것은 심각한 문제예요. 할머님들의 뜻을 제대로 반영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누군가가 나눔의 집으로 할머님들의 재산을 가져갔다는 거거든요. 경찰에서 조사중이고 조만간 구체적인 수사 결과가 발표될 거라 기대하고 있어요."

- 할머니들이 다 돌아가시면 요양 시설을 만들려는 것 같은데, 이유가 뭘까요?
"저도 사실 그 이유가 정말 궁금해요. 취재한 바에 따르면 할머니들이 돌아가시고 나면 나눔의 집을 그냥 둘 수 없다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 이곳을 요양시설로 변경해서 유지해 나가야 하는 거죠. 그래야만 이 시설을 운영하고 관리하는 인력들이 계속 유지될 수 있으니까요. 하지만 후원금을 가지고 요양원을 짓는 건 다른 문제예요. 수백 명을 수용하는 호텔식 요양원을 짓는다는 건 이 공간의 의미 자체를 달리하겠다는 거잖아요. 중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해요. 본인들의 입으로 말해놓고 요양원을 짓는 건 현재진행형이 아니라는 식으로 변명하는 게 당황스럽더라고요."

- 취재하며 느낀 점이 있을까요?
"제보하는 게 어려운 줄은 알고 있었지만 이번 방송을 만들면서 '이게 이렇게까지 어려운 일이었나'라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나라면 저렇게 공익 제보를 사용할 수 있었을까란 생각이 들더라고요. 공익 제보한 분들에 대한 보호가 필요하고요. 그분들의 목소리를 제대로 들을 수 있는 사회적 분위기가 조성돼야 해요."

- 혹시 방송에 담지 못한 부분 있다면.
"2011년 나눔의 집에서 근무했던 일본인 직원분을 일본에서 만났어요. 그분이 2011년도에 지금 공익제보자분들이 했던 내용과 똑같은 내용으로 건의한 적이 있어요. 이후 그분은 부당해고를 당하셨어요. 그분이 수요 집회에도 못하게 했다는 증언을 하셨는데 분량상 빠져서 좀 아쉬워요. 현재 법인에서 지금의 공익 제보자들이 개인의 이익을 위해 사실과 맞지 않은 내용을 일방적으로 퍼트리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어서, 그 부분에 대한 반박을 들어보고 싶었거든요."

- 앞으로 어느 부분에 포인트를 두고 지켜봐야 할까요?
"우선 경찰 수사 결과 발표를 지켜봐야 할 것 같아요. 그 이후에 나올 경기도의 최종 결과도 지켜봐야죠. 또 조계종 나눔의 집에서 여러 가지 성명서를 내면서 경기도지사와 경기도청을 압박하고 있는 이 상황에서 원칙대로 합당한 수준의 조치가 취해지고 있는지, 정말 나눔의 집이 정상화될 수 있는지 등도 지켜봐야 해요."
장호기 나눔의 집 조계종 PD수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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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들의 궁금증을 속시원하게 풀어주는 이영광의 거침없이 묻는 인터뷰와 이영광의 '온에어'를 연재히고 있는 이영광 시민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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