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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와 함께 하는 이브라
 친구와 함께 하는 이브라
ⓒ 난민인권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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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경일은 보통 역사적인 사건과 연관되어 있습니다. 전투에서의 승리나 고귀한 가치가 세대를 넘어서도 지속되게 하기 위해서, 혹은 오랜 시간 동안 전승되어온 민속 의식을 세우기 위해서지요.

추석은 그 기원에 대해 많은 이야기가 전해지는 명절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그 시작이 왕족의 자녀들을 위해 새로운 옷을 짜내는 경쟁이거나, 추수를 춤과 음악으로 축하하는 동시에 곧 오게 될 겨울에 다음 해의 풍작을 기원하는 신라의 행사였거나, 아니면 그저 승마 의식이었거나 말이죠.

개인적으로, 역사적인 기원을 더듬어가는 일에서 큰 행복을 느낍니다. 여기에 담긴 행사들이나 이야기들을 알아가는 일, 그리고 축제와 특별한 이벤트들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를 찾아가는 일들에서 말이죠.

하지만 제가 배운 바에 의하면 추석의 존재는 필연적입니다. 한국이 단지 몇 년 전까지만이라도 농업에 기반한 국가였다는 사실에 의하면 말입니다. 이런 이유로 추석은 저에게 아주 친숙한 명절이 되었습니다. 저 역시도 농업 국가에서, 특히 이집트의 델타 지방에 있는 농업 도시인 탄타에서 왔기 때문입니다.

이런 이유 때문에 저는 농경 사회에서 축제의 의미에 대해 잘 알고 있습니다. 모든 사람이 신선한 음식을 나누고, 농부들이 노래하고 춤추며 작물과 과일들을 모으는 시간이라는 걸요.

저는 이런 축제들이 그립습니다. 이집트와 한국에서 농사에 참여하며 그 사회에서 진정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 믿게 되는 시간이 축제 기간이라고 말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세상엔 자기 자신과 다른 사람들을 위해서 음식을 제공하는 일보다 더 고귀한 일은 없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저는 이것이 추석의 진정한 의미라고 생각합니다. 모든 이를 배부르게 하기 위한 노력을 나누고 기리는 것 말입니다.

'이집트의 추석'은요

이집트에도 추석과 비슷한 행사가 있습니다. 다만, 가을이 아닌 봄에 있는 행사지요. 이집트인들이 처음 이집트에 발을 들이고 그곳을 경작하기 시작했을 때부터 있던 행사라고들 합니다.

제가 이 명절을 좋아하는 건 우리가 색을 들인 달걀과 절인 생선을 먹고 여유롭게 봄을 맞이하기 때문이 아니라, 이 명절과 저 사이에 정신적인 연결점을 발견하기 때문입니다. 이런 날들에 저는 고대 이집트에서부터 이어진 핏줄을 떠올리고, 다른 날들보다 저 스스로가 이집트인임을 더 강하게 느끼곤 하죠. 우연하게도 사람들은 종종 제가 투탕카멘왕과 비슷한 얼굴과 머리 모양을 가졌다는 얘기를 하기도 합니다.

샴 엘네심이라고 불리는 이 기념일에, 저는 많은 시간을 친구들, 가족들과 함께 공원이나 정원에서 상쾌한 봄 공기를 맡으며 즐기곤 합니다.

부모님께선 제가 어렸을 때 돌아가셨기 때문에 제게 가족이라고 할 만한 사람들은 항상 친구들과 친척들이었습니다. 저는 많은 시간을 혼자 보내는 성격을 갖게 되었고, 사람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면서도 그들과 함께 있지 않는 것 같은 느낌을 받고는 했죠.

이런 이유 때문에 명절이면 저는 사람들이 무의식적으로 받아들이는 전통이나 역사와 관련된 사소한 일들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보곤 합니다. 한국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친구들과 추석을 보낼 때 저는 한국 사람들이 하는 행동들과 그들의 습관을 보면서 제 부족한 한국어로 가능한 한 이런 말과 행동을 이해해보려고 합니다.

한국인들이 아주 오래전부터 같은 방식으로 기념해 온 이날에, 떡을 허겁지겁 먹으면서 가끔 생각하곤 합니다. "너 이집트인에서 한국인으로 바뀐 거야?" "이집트인들은 떡을 전혀 먹지 않는데 어떻게 난 떡을 이렇게 좋아할 수 있는 거지?" "모든 문명과 문화를 받아들이는 글로벌 시민이 되어버린 건가?" "불가능한 일은 아니지…"
그리고 곧 빠른 결론을 내리죠. 나는 편안함과 행복을 찾을 뿐이고, 명절이 이를 주는 것뿐이라고.

서로 가까워지기로 합시다

한국 사회에 처음 발을 들였을 때부터, 저는 한국의 국가적인 축제나 행사에 많은 관심을 기울여왔습니다. 시간이 허락하는 만큼 이곳에 머물겠다고 결심했기에, 조금씩 한국인들이 명절을 보내는 방식을 따라 하게 되었죠. 보통 여자친구와 함께 산책하러 나가고 외식을 하거나, 추석 음식을 나누어 먹고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장소들을 찾아가면서요.

하지만 명절을 보내는 방법 중 제가 가장 좋아하는 건 공원을 걷거나 산을 타는 일입니다. 이렇게 걷는 동안 마음이 상쾌해지고 마음 깊이 새로운 기운이 차는 걸 느끼게 됩니다.

평소와 같은 사람들, 거리, 모든 게 다르게 보이기 때문이죠. 어떻게 보면 당연한 일입니다. 모두가 평소와는 다르게 휴가를 나와 여유로운 모습이니까요. 거리에서, 사무실에서, 식당 혹은 대중교통에서 긴장된 모습으로, 버스를 잡거나 약속 시간에 늦지 않기 위해 뛰어다니는 것과는 정반대로요.

하지만 추석은 휴식 이상의 무언가를 사람들에게 주는 것 같습니다. 모두가 평온해 보이고, 왠지 모르게 안심하게 되는 분위기가 있어, 저마저도 편안해지게 되니까요.

추석마다 한국인들은 가족을 만나고, 고향에 돌아가 옛 친구를 만나거나 조상의 무덤 앞에서 그들의 넋을 기리고 제사를 하는 걸 알고 있습니다. 당연하게도, 이민자들은 이런 의식을 하지 않습니다. 고향이 너무 멀리 있기에 우리는 이 대신 서로의 집을 방문하고, 음식을 준비하는 걸 돕거나 저녁에 함께 만나서 서로의 이야기를 나누며 좋은 시간을 보내곤 합니다.

저는 명절이 아름다운 전통이라고 생각합니다. 매일의 삶과 힘든 일에서부터 받는 스트레스를 해소할 기회를 주니까요. 하지만 가족과 친구들과 만나 서로 가까워질 기회를 준다는 점에서, 이주민들과 난민들에게도 이는 마찬가지라는 점에서 명절은 더더욱 아름답습니다.

그렇기에, 서로 만나 한국 문화, 그리고 서로와 가까워지도록 합시다. 결국 추석도 우리나라와 크게 다르지 않으니까요.

(번역: 이민혜) 

태그:#추석, #이주민, #난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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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민인권센터는 한국사회 내에서 배제되고 있는 난민의 권리를 위해 활동하는 시민단체로, 2009년도부터 난민권리상담, 사례대응, 사회적 인식과 제도개선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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