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지난 18일, 트랜스젠더 인권단체 '트랜스해방전선'은 오는 11월 20일 트랜스젠더 추모의 날 행사의 일환으로 녹사평역 및 이태원 부근에 트랜스젠더 인권을 위한 광고를 설치하고자 업체와 협의를 가졌습니다. 그러나, 업체에서는 협의 도중 단체(트랜스해방전선) 이름을 들었고, 듣자마자 '의견광고는 진행이 어렵다'라며 광고 게재를 거절했습니다.

현재 지하철 및 버스정류장의 광고는 광고대행사를 통해 이뤄지고 있습니다. 단, 의견 광고의 경우 서울교통공사 등 유관기관의 심의를 거친 후 게재가 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유관기관의 심의 또한 문제가 많다는 것은 지난 몇 번의 의견광고 심의 거절로 나타난 바 있습니다.

하지만, '트랜스젠더 인권단체가 광고를 하려 한다'라는 이유만으로 심의도 거치지 못한 채 업체가 자의적으로 광고를 거절하는 것은 이해하기가 어렵습니다. 심의 절차를 거치기도 전에 광고대행사 담당자의 자의적인 의견만으로 판단된 것이기 때문입니다.
 
철거되기 직전, 성소수자 광고판 모습
 철거되기 직전, 성소수자 광고판 모습
ⓒ 예린

관련사진보기

 
지난 7월, 성소수자차별반대 무지개행동의 성소수자 인권 광고도 비슷한 일을 겪은 바 있습니다. 서울교통공사는 지하철 광고 게재를 두 차례 거절했으며, 이에 국가인권위원회의 진정 이후 광고를 게시했습니다.

트랜스젠더에게 이태원이 갖는 의미

이태원은 트랜스젠더 당사자에게 있어 많은 감정이 교차하는 곳입니다. 생활의 공간이자, 혐오에 노출되던 곳입니다. 함께 살아가며 서로 의지하던 공간임과 동시에, 어느 곳에서도 보호받지 못하던 사람들이 함께 견뎌 나가는 곳이었습니다. 비당사자들 또한 이태원에서 살아가는 당사자들의 상황을 모르지는 않을 겁니다. 이런 이태원에서조차 트랜스젠더 인권을 위한 광고는 독단적으로 거부되고 환영받지 못했습니다.

트랜스젠더 당사자는 일상 속에서 크고 작은 차별을 겪고 있습니다. 작게는 드러나는 성별과 본명 간의 위화감이 있다는 이유로, 크게는 실제 성별과 신분증 상 성별이 다르다는 이유로 차별을 겪고 있습니다. 성별이 드러날까 두려워 아파도 병원에 가지 못하며, 투표소 앞에서도 망설이는 일이 비일비재합니다. 각종 공공 서비스에서도 소외되고 있습니다. 이런 사실을 말하는 것만으로도 트랜스젠더는 '사회에서 부적절한 존재'로 낙인찍히기 일쑤입니다.

소수자의 의견은 언제나 무시되어 왔습니다. 소수자는 언제나 자신의 존재를 숨겨야만 합니다. 드러낼 경우 손가락질을 받는 것이 두려워 드러내는 것 자체를 터부시하는 일이 많습니다. 지하철 역사, 버스 정류장 등 대중교통 어디든 광고판이 빼곡히 존재하며 더불어 빈 광고판도 존재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광고판이 비어있음에도 소수자의 의견 한 줄을 실을 수 없습니다. 소수자의 말은 언제나 '논쟁적인 의견'이 되어왔기 때문입니다. 소수자의 존재는 '논쟁적인 의견'으로 치부되기에는 너무나도 소중한 존재임이 확실합니다. 우리의 존재를 '의견'으로 격하시키고 지우려고 해도 존재한다는 사실 자체를 지울 수는 없습니다.

현재, 국회에는 차별금지법이 발의되어 있습니다. 일부 보수 개신교계는 차별금지법이 제정되면 '동성애는 죄'라고 하지 못한다는 이유로 반대를 합니다. '동성애를 죄'라고 하는 의견은 저잣거리에서, 온라인에서 무절제하게 발화되면서도, 트랜스젠더의 생존권과 인권을 위한 의견은 그 어디에서도 찾아보기가 힘든 것이 사실입니다.

과연, 현재의 한국 사회에서 두 의견이 동등하게 발화되고 있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을까요? 다양한 존재의 목소리가 다양하게 울려 퍼지는 사회가 되기를 소망합니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을 쓴 류세아 시민기자는 트랜스해방전선 부대표입니다.


태그:#차별금지법, #성소수자, #트랜스젠더퀴어
댓글
이 기사의 좋은기사 원고료 1,000
응원글보기 원고료로 응원하기

트랜스해방전선 부대표. 모든 차별과 혐오에 반대합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