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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1년 지방의회가 부활한 지 곧 30년이 됩니다. 각 시·도·군·구의 주민들을 대표해 지방자치를 실현해가야 할 주체로서 과연 제 역할을 잘하고 있을까요? 백경록 대구의정참여센터 운영위원장과 함께 지방의회의 현재, 그리고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을 짚어봅니다. [편집자말]
 하루 10만t의 하수를 처리하는 국내 최대규모의 포항 하수처리장이 이달말 준공을 앞두고 있다. 하수처리장이 가동되면 포항제철소와 동국산업, 포스코강판 등 철강산업단지에 공업용수로 공급해 만성적인 물 부족 현상이 해소될 전망이다.
 포항 하수처리장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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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시의회 복지환경위원회는 지난달 15일 표결 끝에 한 안건을 부결시켰다. 이름은 '포항하수처리시설 개선공사 민간투자사업동의안'이다.

포항시는 지난 2004년 남구 상도동 일원에 생물반응조를 포함한 포항하수처리장(2단계) 공사를 시작해 2007년 운영에 돌입했다. 생물반응조는 미생물을 활용해 하수를 처리하는 바이오시설이다. 민간투자사업으로 설치·운영해온 이 시설은 하루 15만2천톤(1단계까지 총합 23만2천톤)의 오수를 처리할 수 있다.

그로부터 10년 후인 2017년, 포항시는 환경법 시행규칙 강화를 이유로 예산 498억 원짜리 하수처리장 증설(생물반응조 개선사업)을 추진하기 시작했다. 국비 249억 원, 도비 52억 원, 민자 197억 원이 드는 계획이다. 이를 박경렬 포항시의원(흥해, 무소속)이 지난 3년간 반대해왔고, 의회에서 찬반 표결까지 진행해 사업을 일단 중지시킨 것이다.

박 의원이 이 사업을 반대한 까닭은 무엇일까? 그가 2020년 6월 시정 질의에서 밝힌 이유는 아래와 같다.

매년 혈세 160억 원은 어디로 가는가
        
 포항하수처리장 부지현황(출처: 한국환경공단)
 포항하수처리장 부지현황(출처: 한국환경공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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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 혈세로 민간사업자 배만 더욱 불리게 된다. 민간 위탁기간은 2007년 11월부터 2022년 10월까지다. 현재 포항하수처리장은 주식회사 '포항수질환경'(2004년 당시 롯데건설㈜과 ㈜롯데기공이 공동대표)이 시로부터 운영비로 연간 160억 원을 받아 관리하고 있다.

2년 뒤 시에 운영권이 돌아오면 현재 비용의 절반도 들지 않을 것으로 예측된다. 때문에 비용을 아낄 수 있는데도, 굳이 민간이 하는 신사업을 새로 벌려 또 거액을 쓰려 한다는 지적이다.

포항하수처리장 2단계 사업은 총 사업비 1250억 원에 이 중 민간투자비는 407억 원이었다. 포항수질환경이 받는 연간 운영비는 160억원으로, 위탁기간 15년 동안 약 2500억원으로 추정된다.

그런데도 포항수질환경은 적자다. 포항시가 준 돈으로 '대출금'을 갚고 있기 때문이다. 돈을 빌려준 데는 그들이 세운 대부유한회사다. 이곳에 원금과 더불어 25% 넘는 이자 비용을 지출하는 바람에 마이너스가 났다.

덧붙여 포항시는 포항수질환경에서 받아야 할 돈이 따로 있다. 과다지급분 약 47억 원, 중복지급분 약 30억 원 등을 포함해 총 208억 원이다. 그러나 포항수질환경은 회계감사보고서 상 마이너스 약 200억 원이어서, 시민 혈세 208억 원을 되찾기 어려워 보인다.

포항시 수질재생팀은 "(민간 투자에 따른) 적정수익이자율을 9%로 책정해 사용료(160억 원)를 주고 있다"며 "포항수질환경에서 25%로 이자를 지급해 적자 운영을 하고 있는 건 회계사 등 법적 자문 결과,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했다"라고 밝혔다. 위탁사업자의 돈 씀씀이까지 포항시가 참견할 수 없다는 뜻이다.

또 포항시는 "현재 증설사업을 새로 제안한 민간사업자는 포항수질환경이 아니라 롯데건설이 투자한 (가칭)포항맑은물사랑주식회사로, 다른 회사"라고 답했다. 이름만 보면 다르지만, 사실 새 제안자 또한 '롯데건설'이 중심이 됐다는 점에서 두 회사의 차이를 굳이 구분하긴 어려울 것 같다.

하수처리 못했나, 안 했나
 
 포항하수처리장 초과된 총질소 내역(출처: 한국환경공단)
 포항하수처리장 초과된 총질소 내역(출처: 한국환경공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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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 포항시는 포항하수처리장의 동절기 총질소 방류량이 기준치를 초과해 증설사업을 추진하겠다고 하는데, 현 시설로도 충분히 처리 가능하다. 포항하수처리장 설계상 57만 7천 명분을 처리할 수 있는데 관할 구역 내 주민이 35만 명밖에 없으며, 처리용량이 23만 2000톤인데 시의 상수도 사용량은 10만 톤밖에 되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현 사업자인 민간사업자 포항기술환경이 기술 검토한 내용을 보면, 포항시 약 50만 명분의 총질소가 들어와도, 20 이하 13ppm까지 처리할 수 있다고 했다. 즉, 지금도 증설 없이 충분히 처리할 수 있는 시설이라는 뜻이다.

셋째, 다른 생물반응조 하수처리장의 경우 동절기에는 미생물 농도를 더 높이는데, 포항하수처리장은 반대로 하고 있다. 미생물 농도가 낮아서 하수 처리가 제대도 안 됐다는 뜻이다. 

대한민국의 거의 모든 하수처리장이 평소에는 미생물 농도를 약 2000~2500ppm으로 처리하다가 겨울철에는 약 3500∼5000ppm으로 미생물 농도를 높여 처리한다. 날씨가 추워지면 미생물 활동이 적어지므로, 대신 농도를 높여 하수 처리 역량을 유지하는 원리다. 포항하수처리장은 2500ppm으로 하고 있다고 시는 답변했는데, 사실 확인 결과 동절기에 1500ppm으로 처리하고 있었다.

박 의원에 따르면, 현장을 함께 방문한 전문가는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포항하수처리장은 동절기 총질소를 처리 못하는 게 아니라 안 하고 있다. 이곳 동절기 처리량이 1500ppm으로, 그 미생물 농도에 처리하는 곳은 단 한 군데도 없다."

실제로 포항시 흥해하수처리장, 장량하수처리장도 똑같은 공법으로 처리하고 있는데, 겨울철에는 3500~4000ppm으로 처리하고 있다. 이를 두고 박 의원은 '증설사업을 노리고 고의적으로 부실 가동한 것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다. 

이 부분과 관련해 포항시 수질재생팀은 "처리장마다 환경이 다 다르다, 미생물 농도도 다를 수밖에 없다"라며 "흥해나 장량의 경우 유입되는 용량이 50%밖에 안 되고 포항은 100∼91%까지 들어오기 때문에 무리하게 높이면 수질에 더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답변했다.

국고보조금 반납도 하나의 대안

박 의원의 주장을 요약하면 '현재 혈세로 민간사업자 배만 불리고 있는데, 새 증설사업이 진행되면 다시 15년간 어마어마한 혈세를 지출해야 한다. 포항하수처리장의 동절기 운영에 문제가 있지만 미생물 농도만 높여도 충분히 해결 가능하다'는 것이다.

2006년 포항시의회 자료를 보면, 포항하수처리장 1단계 사업 또한 2008년 1월 1일부터 법정 방류 수질기준이 강화됐다는 이유로 사업비 270억 원을 더 책정해 고도처리시설로 전환됐다. 사업 초기까지 거슬러 올라가면 포항하수처리장에 지금까지 투자해온 금액은 사실상 가늠이 되지 않는 셈이다.

이강덕 포항시장은 6월 시정질의 답변 당시 "개선사업이 장기간 표류하면서 실 집행률이 낮다는 이유로 환경부에서 국고보조금 반납을 종용했다"며 "동시에 하수관거 사업, 도시침수예방사업 등 환경기초시설에 대한 국고보조금 교부를 정부에서 지연하거나 교부액을 줄이는 등 지속적으로 페널티를 주고 있는 상황이다. (포항하수처리장 증설사업을) 더 이상 지체할 수 없다"라고 말했다.

또한 보충답변에서 "우리가 용역하는 부분도 국가가 승인한다. 국가가 그러면(문제가 있다면) 무슨 이유로 포항시에서 하는 것을 승인하겠나"라면서 사업추진의 정당성을 주장했지만, 결국 상임위원회에서 부결돼 사업 추진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만약 정부 국고보조금을 받아 제대로 진행하지 않으면 앞으로 모든 정부지원사업에서 불이익을 받을까? 환경부 관계자에게 문의해봤다.
 
"국고보조금을 받고 나서 계속 이월하고 있으면 문제가 되는 것은 사실이다. 예산 부분은 기획재정부든 국회든 문제 제기가 분명히 들어온다."
 

'국고보조금을 반납하게 되면 어떻게 되냐'고 물었다. 이 관계자는 "집행률이 높아가니 문제가 안 된다"고 답했다. 무조건 사업을 집행하는 게 능사가 아니라, 반납도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사실 반납이 되면 국가 전체로 봐서는 이익이 되는 건 분명하다.

이 사업은 이번 상임위원회에서 부결됐지만 포항시는 현재도 계속 추진 의사를 밝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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