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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10일 노동당 창건 75주년을 맞아 열병식을 열었다고 조선중앙TV가 보도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연설에 앞서 광장에 모든 시민들에게 손을 들어 인사하고 있다.[조선중앙TV 화면] 2020.10.10
 북한이 10일 노동당 창건 75주년을 맞아 열병식을 열었다고 조선중앙TV가 보도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연설에 앞서 광장에 모든 시민들에게 손을 들어 인사하고 있다.[조선중앙TV 화면] 2020.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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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7년, 북한은 중장거리탄도미사일(IRBM)인 화성-12형과 대륙간탄도미사일( ICBM) 화성-15형 발사시험과 함께 제6차 핵실험(수소폭탄 실험)에 성공한 바 있다.

당시 미국 정보기관은 북한의 이런 실험결과를 사전에 전혀 예상하지 못했고, <뉴욕타임즈>는 이에 대해 미국 역사상 가장 중요한 '정보실패'사례(intelligence failures)의 하나로 규정했다.

2017년 7월 28일 당시, 화성-15형의 전 단계인 화성-14형 시험발사 장소인 자강도에서 직접 현지지도에 나섰던 김정은 위원장은 이렇게 말했다.

"이번 시험발사로 대륙간탄도로켓 체계의 믿음성이 재확증되고, 임의의 지역과 장소에서 임의의 시간에 대륙간탄도로켓을 기습발사할 수 있는 능력이 과시되었으며, 미 본토 전역이 우리 사정권 안에 있다는 것이 입증됐다. 오늘 우리가 굳이 대륙간탄도로켓의 최대사거리 모의 시험발사를 진행한 것은 최근 분별을 잃고 객쩍은 나발을 불어대는 미국에 엄중한 경고를 보내기 위해서다."

이후 2017년 9월 3일 수소폭탄 실험 직후, 북한의 '핵무기연구소'는 성명을 통해 "조선노동당의 전략적 핵무력 건설 구상에 따라 우리 핵 과학자들은 9월 3일 12시 우리나라 북부 핵시험장에서 대륙간탄도로켓 장착용 수소탄 시험을 성공적으로 단행했다. 이번 수소탄 시험은 대륙간탄도로켓 전투부(탄두부)에 장착할 수소탄 제작에 새로 연구·도입한 위력조정 기술과 내부구조 설계방안의 정확성과 믿음성을 검토·확증하기 위하여 진행되었다"라고 설명, 수소탄을 ICBM 장착용으로 개발하였음을 밝혔었다.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는 이 6차 핵실험의 파괴력을 140킬로톤 이상이라고 평가했다. 같은 시기, 북한의 초청으로 2010년까지 여러 차례 북한을 방문하여 북한의 핵시설들을 직접 살펴보았던 스탠퍼드대학교 핵물리학자 지그프리드 해커(Siegfried Hecker)는 6차 핵실험의 파괴력을 200~250킬로톤으로 추정했다.

참고로 흔히 핵실험의 비교기준으로 삼는 1945년 히로시마 원폭의 파괴력은 약 16킬로톤이다.

심각한 위협

북한의 수소폭탄 실험 성공은 기존에 북한이 보유 중이던 제한된 핵물질로 더 강력하면서도 더 많은 핵폭탄을 제조할 수 있는 단계에 도달했다는 새로운 중요한 사실을 의미한다.

북한은 화성-12형과 ICBM급인 화성-14형의 주엔진을 소위 '3.18혁명엔진'이라고 지칭했는데, 이는 2017년 3월 18일 이 엔진의 연소실험이 성공하자 김정은 위원장이 이를 두고 '3.18혁명'이라고 극찬한 데서 비롯됐다.

화성-14형에 대해 미 국방부는 그것이 ICBM급임을 곧바로 인정했다. 아울러 미국 언론들은 북한이 미국 본토인 캘리포니아 지역을 타격할 수 있는 ICBM급 미사일 발사에 성공했다는 보도를 했다.

화성-14형이 최종적인 완성단계이 도달했는지에 대해서는 미국과 한국 정부의 의견이 다소 엇갈렸다. 미국은 북한이 핵탄두를 500~600킬로그램 수준으로 소형화하여 ICBM에 장착이 가능한 단계라고 보았다. 반면 우리측은 북한의 핵탄두가 700킬로그램 수준에 머물러서 충분한 소형화가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보았다.

또 다른 측면으로 북한의 ICBM이 마찰열등에 의해 파괴되지 않고 대기권에 재진입할 수 있는 기술이 완성됐는지의 여부도 쟁점이었는데, 이에 대해서도 전문가들 사이 의견이 엇갈렸다.

그런데 2017년 11월 29일 새벽, 북한은 또 다른 ICBM급 미사일을 발사한 직후 정부성명을 통해 "조선노동당의 정치적 결단과 전략적 결심에 따라 새로 개발한 대륙간탄도로켓 화성-15형 시험발사가 성공적으로 진행됐다. 김정은 동지는 새 형의 대륙간탄도로켓 화성-15형의 성공적 발사를 지켜보시면서 오늘 비로소 국가핵무력 완성의 역사적 대업, 로켓강국의 위업이 실현되었다고 긍지 높이 선포했다"고 밝히면서 '국가핵무력 완성'을 선포했다.

동시에 이 미사일은 정점고도 4475킬로미터, 사거리 950킬로미터를 53분간 비행했다고 밝히면서 "대륙간탄도로켓 화성-15형 무기체계는 미국 본토 전역을 타격할 수 있는 초대형 중량급 핵탄두 장착이 가능한 대륙간탄도로켓"이며 "지난 7월에 시험발사한 화성-14형보다 전술 기술적 재원과 기술적 특성이 훨씬 우월한 무기체계"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주한미군은 2018년 7월 발간한 연례 <2019 전략 다이제스트>를 통해 화성-15형 탄도미사일의 추정 사거리를 8000마일(약 1만 2874km)로 표기하며 '미 본토 전 지역 타격 가능'이라고 기술했는데, 미군 전체를 통틀어 화성-15형의 본토 타격 위력을 공식 인정한 것은 이 문서가 처음이었다.

당시 대한민국 합참은 화성-15형을 화성-14형의 단순 개량형이 아닌 신형 미사일로 평가했다. 화성-14형은 바퀴 축이 8개였으나 화성-15형은 9개로 늘어나서 더 길고 무거운 미사일을 지탱할 수 있다는 점 등이 근거였다.

둘 다 옛 소련의 ICBM 엔진인 RD-250 쌍둥이 엔진을 모델로 했지만, 화성-14형은 쌍둥이 엔진 중 하나만 분리하여 주엔진으로 장착하고 작은 보조엔진 4개를 덧붙인 반면, 화성-15형은 보조엔진은 사용하지 않고 쌍둥이 엔진 2개를 모두 주엔진으로 사용함으로써 추진력이 보다 향상됐다는 특징이 있었다.

여기에 화성-15형의 엔진연료가 고체인지 액체인지와 다탄두체계를 완성했는지의 여부, 그리고 화성-14형과 마찬가지로 대기권 재진입 기술이 완성됐는지에 대해 추측이 분분했다.

다만 다탄두 체계가 완성됐을 경우, 이는 사드를 포함한 미국 미사일방어 체계의 교란과 무력화 가능성을 의미하므로 이는 새로운 심각한 위협이 아닐 수 없었다.

당시, 이런 북한의 위협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 위원장을 향해 '병든 강아지(a sick puppy)라고 조롱하면서 애써 표정관리를 했다. 북한의 핵능력을 평가절하함으로써 평화협상에 나설 필요성을 스스로 차단한 것이다. 당연히 제재와 압박을 통해 북한을 굴복시키거나 김정은 정권의 붕괴를 추구하는 정책이 지금까지 이어져왔다.

아직까지는 거대한 모형에 불과하지만...  
 
북한이 지난 10일 노동당 창건 75주년 기념 열병식에서 미 본토를 겨냥할 수 있는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공개했다. 신형 ICBM은 화성-15형보다 미사일 길이가 길어지고 직경도 굵어졌다. 바퀴 22개가 달린 이동식발사대(TEL)가 신형 ICBM을 싣고 등장했다. 로동신문은 위 사진을 포함해 신형 ICBM 사진을 약 10장 실었다.
 북한이 지난 10일 노동당 창건 75주년 기념 열병식에서 미 본토를 겨냥할 수 있는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공개했다. 신형 ICBM은 화성-15형보다 미사일 길이가 길어지고 직경도 굵어졌다. 바퀴 22개가 달린 이동식발사대(TEL)가 신형 ICBM을 싣고 등장했다. 로동신문은 위 사진을 포함해 신형 ICBM 사진을 약 10장 실었다.
ⓒ 평양 로동신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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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이번 노동당 창건 75주년 열병식을 통해 북한은 화성-15형 보다도 길고 무거워진 11축 22륜 이동식 발사차량(TEL)에 실린 신형 ICBM을 선보였다.

시험발사 전이기 때문에 구체적인 성능과 제원은 아직 미지수다. 다만 미래의 어느 시점에 반드시 시험발사를 할 수밖에 없다는 점은 한반도 안보위기와 관련, 우리로 하여금 새로운 심각한 우려를 갖게 한다.

아직까지는 거대한 모형에 불과하지만 대북제재 해제와 체제보장을 목표로 북한이 신형 ICBM 시험발사 퍼포먼스를 전격적으로 감행할 때, 만약 미국이 강대강 초강경 군사적 대응으로 치닫게 된다면 한반도에 전쟁의 검은 그림자를 드리울 수 있기 때문이다.

그 구체적인 시기는 아마도 11월 3일 대선이 끝나고 미국의 새로운 정부 출범 시기인 내년 1월 20일 이후가 될 가능성이 높다. 누가 새롭게 미국의 대통령이 되었건, 북한으로서는 미국의 새 정부가 북한에 대해 어떤 입장을 지닐지 시험하고 압박하는 수단으로 신형 ICBM 발사시험을 활용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 상황들을 고려하면, 현재 문재인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종전선언'은 진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본다. 우리는 종전선언을 평화협정의 전 단계의 필수조건으로 판단하지만, 미국의 입장과 시각은 전혀 다르다. 과거 역사를 볼 때, 미국은 종전선언은 평화협정과 동시에 이루어지는 최종 마무리 단계라는 시각과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북한 역시 신형 ICBM 시험발사를 앞두고 과연 종전선언에 동의할지 의문이다. 도발과 종전선언이 양립할 수 없음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북한의 열병식 이후, NSC를 중심으로 청와대 긴급회의 소식이 전해지고 있다. 다가올 위기를 슬기롭게 잘 극복할 전략과 지혜를 반드시 꼭 마련하길 바라는 간절한 기대를 갖는다.

태그:#ICBM, #북한 열병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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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경기도의회 의원 (전) 제19대 대선 문재인 후보 국토균형발전 특별보좌관 (전) 제 19대 대선 더불어민주당 호남신성장동력 특별위원회 위원장 (현)호남신성장 포럼 상임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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