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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초 알지? 제사상에 켜 놓는 그 왜 뭉툭하고 하얀 색깔의 초 있잖아. 그걸 나무 바닥에다 문질문질 하는 거야. 그리고 엉덩이를 한껏 쳐들고 '헛둘헛둘' 하면서 리듬감 있게 닦는 거지. 그러면 거무퉤퉤 하던 바닥이 막 세수한 너희 얼굴처럼 반짝반짝 해지곤 했어. 너무 집중해서 닦다가 균형을 잃으면 작은 가시가 손바닥에 박혀서 눈물이 찔끔 나기도 했다니까." 

나의 초등학교 시절(물론 그때는 국민학교였지만) 생활을 얘기하면 아이들은 순진한 눈망울로 이렇게 묻는다.

"엄마, 조선시대 사람이야?"
"아니~ 엄마 80년생 사람인데?!" 


그렇다. 나는 알파 세대((2011년 이후 태어난 세대)를 키우는 80년생 학부모다. 요즘 아이들은 80년대에 태어난 내가  조선시대 사람 마냥 신기한가 보다. 하지만 내 눈엔 요즘 초등 아이들의 생활이 더 신기해 보인다.  

특히 코로나19 시대에는 알파 세대를 키우는 것이 더욱 실감난다. 핸드폰으로 출석체크를 하고 온라인 줌으로 선생님과 인사를 나누며 유튜브로 공부를 하는 아이들. 마치 어린 시절 교내 미술 대회에서 자주 그렸던 미래 공상화를 보는 듯해 가끔 섬뜩한 기분이 들 때도 있다.  

그러고 보니 82년생 김지영씨도 이젠 육아의 긴 터널을 지나 초등 학부모라는 톨게이트를 막 지나고 있지 않을까? 학부모가 된 김지영씨와 나, 우리에겐 또 어떤 이야기가 기다리고 있을까?  

학부모가 된 82년생 김지영씨와 나
 
 영화 <82년생 김지영> 스틸 이미지
 영화 <82년생 김지영> 스틸 이미지
ⓒ 봄바람영화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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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80년대생 엄마들의 특징을 나타낸 흥미로운 기사를 보았다. 

경기도 교육연구원에서 조사한 결과 1980년대 초등학생 학부모는 학교의 주요 역할을 공부보다 인성지도와 공동체 생활로 생각한다는 분석 결과였다. 또 코로나19 사태로 학부모 고충이 각종 민원으로 표출되고 있는데 국민권익위원회가 3차례에 걸쳐 분석한 결과 민원 신청이 30, 40대가 가장 많았다는 것이다. 쉽게 말해 80년대생 학부모는 학교를 공부만 하는 곳으로 생각하지 않고 할 말은 다 한다는 뜻이었다. 

나는 이 통계 분석을 보자마자 '맞네, 맞네... 딱! 나네!'라고 맞장구쳤다. 소위 '밀레니얼(1980년~2004년생 사이에 태어난 세대) 맘'이라고 한다던가. 자고로 X세대의 피가 흐르는 나는 학교에 불만이나 건의사항을 가슴속에 저장만 하고 있진 않는다. 학교의 운영 사항이라든지, 궁금한 사안들, 내 아이가 다니는 학교에서 일어나는 일에 항상 촉각을 곤두세우고 원활한 소통을 해나가고  있다.

아이들 안전을 위해 학교 앞 부정주차를 근절할 수 있는 방법이 없는지 문의하고, 아이들의 실내화 전용 사물함 설치를 제안하기도 하며(아이가 다니는 학교는 매번 실내화를 들고 다닌다), 학교 돌봄 운영에 불만을 토로하기도 한다. 혹자는 이런 나 같은 학부모들을 두고 '나댄다'는 표현을 쓰기도 하지만 말이다(오해 마시라, 예의는 기본 탑재다). 

그런데 내가 초등 학부모로 4년 넘게 살아오면서 느낀 점은 학교 측에서도 나대는(?) 학부모를 오히려 더 반긴다는 것이다. 가끔은 학교에서 너무 많은 참여를 원해 피곤하게 느껴질 때가 있을 정도다.

그 증거로 가정 통신문을 한번 보시라. 매번 의견을 묻고, 찬반 투표를 하는 등... 학교는 항시 학부모의 반응을 살피고 수용한다. 이렇게 변화된 학교의 모습을 느낄 때마다 나는 삐까뻔쩍한 최첨단 시설보다도 외려 더 부러운 마음이 든다.

의견을 수렴하기보다 '제시하는' 신학부모 문화

아마, 우리 세대들은 다들 알 것이다. 우리의 학부모들은 대부분 학교 측에 의견을 제시하기보다 수렴하는 쪽이었다. 학교 측에서도 학교에 너무 많은 관심을 보이는 학부모를 '치맛바람 센 엄마', 즉 바람직하지 못한 '극성맞은 여자'라는 부정적인 시선을 보내곤 했었다. 

우리 시대의 학부모에게 학교란 신성한 곳, 선생님은 약간 과장해서 신적인 존재로 여겼다. 어떤 부당한 일에도 부모님은 그저 '우리 애 좀 잘 봐주세요' 하는 태도로 일관했다.

나의 경험담에 비춰보자면, 여고 시절 단체로 벌을 받다가 호흡 곤란으로 응급실에 실려가게 된 일이 있었다. 병원에서 응급처치를 하고 나를 데리고 간 선생님에게 우리 부모님은 "벌을 받을 만했으니 받았겠지요, 바쁘신데 저희 애 때문에 죄송합니다"라고 말했다. 

물론 내 아이가 학교에서 부당한 대우를 받지 않고 예쁨을 받았으면 하는 게 부모 마음인지라 그런 건 알지만, 최소한 선생님에게 전후 사정은 물어봤어야 하는 게 아닌가 하는 속상한 마음도 들었다. 

육아서를 보면 부모는 자신의 결핍을 양육하는 아이를 통해 채우려 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나 역시 민주적이지 못했던 학창 시절의 결핍을 우리 아이를 통해 채워나가는 게 아닐까 싶은 추측도 해본다. 

나는 학교와 학부모, 어느 한쪽도 무조건 절절 매는 관계가 되어선 안 된다고 생각한다. 생각이 있으면 적절한 방식으로 표현해야 한다. 그래야 더 좋은 방향으로 발전할 수 있다. 나는 이것이 학교를 위한 진짜 학부모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무엇을 위해 개근상에 목을 맸던가?' 
'인성 바닥 뇌섹남의 결과는 무엇이던가?'  
''할말하않'이 불러온 사회는 어떻게 됐던가?' 


80년대생 학부모들은 해당 물음의 답을 몸소 체험하며 오늘날의 신(新) 학부모 문화를 만들어 가게 된 것이리라. 

우리 세대를 일컫는 많은 용어 가운데 '에코세대'라는 명칭이 있다. 1979년~1992년에 태어난 계층을 말하는데, 전쟁 후 대량 출산의 사회현상이 수 십 년이 지난 후 2세들의 출생 붐으로 다시 나타난 때란다.

즉, 에코세대는 산 정상에서 소리 치면 얼마 후 소리가 되돌아오는 에코(메아리) 현상에 빗댄 것이라고. 에코세대답게 내가 지금 교육 현장에서 내고 있는 이  소리가 수십 년이 지난 뒤 긍정적인 답으로 돌아오길 간절히 바라는 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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