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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택배노동자 과로사 대책 위원회가 19일 오전 서울 중구 한진택배 본사 앞에서 최근 심야택배배송을 마치고 자택에서 사망한 김아무개씨 관련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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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심야택배배송을 마치고 자택에서 사망한 김아무개씨 동생이 기자회견에 나와 발언 후 고개를 떨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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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들이 저 돈 벌어라 하는 건 알겠는데 저 너무 힘들어요."

지난 12일 사망한 한진택배 소속의 30대 노동자 김아무개씨가 사망 나흘 전인 8일 새벽 4시 28분에 동료에게 남긴 카톡 메시지 중 일부다.

한진택배 서울 동대문지사에서 활동했던 김씨는 동료에게 보낸 메시지에서 "주무시는데 죄송하다"면서 "집에 가면 (새벽) 5시, 밥 먹고 씻고 (분류작업 때문에) 바로 터미널 가면 한숨 못 자고 나와서 터미널에서 또 물건 정리 해야한다. 오늘 420개 들고 나왔다. 16번지 안 받으면 안 되냐"라고 요청을 하기도 했다. 김씨는 나흘 뒤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올해만 택배관련 종사자 중 열두 번째, 택배 운반과 관련된 사망 노동자만 따졌을 때는 아홉 번째다. 

부검결과 김씨는 허혈설 심장질환에 의해 사망한 것으로 확인됐다. 허혈성 심장질환은 심장에 혈액을 공급해주는 관상동맥이 좁아지거나 막히게 돼 심장근육에 혈액 공급이 부족하여 발생하는 질환으로 보통은 협심증과 심근경색증으로 사망하게 되는 것을 뜻한다.

근로복지공단은 특정 뇌출혈과 뇌경색 등 뇌·심혈관계질환을 과로에 의한 질병으로 보고 있다. 발병 전 12주 동안 업무 시간이 1주 평균 60시간을 초과하면 (과로로 인한 사망) 관련성이 높다고 판단하고 있다. 

대책위 "한진택배, 고인에 대한 사인·은폐 조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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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심야택배배송을 마치고 자택에서 사망한 김아무개씨가 배송하던 당일 물류창고의 사진을 한 조합원이 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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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배노동자 과로사 대책위원회(이하 대책위)에 따르면 김씨는 7일 오전 7시께 출근한 새벽 4시 30분까지 일하며 택배 물량 420개를 소화했다. 하루 전인 6일에는 201개를 배송했다. 추석연휴 전주인 지난달 22일에는 323개, 23일에는 301개, 24일에는 318개 등을 배송한 것으로 확인됐다. 고인은 한글날인 지난 9일에도 출근해 배송 업무를 진행했다.

그러나 이날 대책위가 <오마이뉴스>에 건넨 자료에 따르면 한진택배는 김씨 사망 후 "고인은 평소 타 택배기사 대비 조금 낮은 수준의 200박스 내외의 물량을 담당했다"면서 "국과수 부검 결과 휴일 자택에서 평소 지병 심장혈관 장애로 사망한 것으로 공식 판정됐다"라는 입장을 내놓은 것으로 확인됐다. 한 마디로 김씨는 과로사가 아닌 지병에 의해 사망했다는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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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택배노동자 과로사 대책 위원회가 19일 오전 서울 중구 한진택배 본사 앞에서 최근 심야택배배송을 마치고 자택에서 사망한 김아무개씨 관련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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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택배노동자 과로사 대책 위원회가 19일 오전 서울 중구 한진택배 본사 앞에서 최근 심야택배배송을 마치고 자택에서 사망한 김 아무개씨 관련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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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망한 김씨의 동생은 19일 서울 중구 한진택배 본사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형에게 지병이 있었다는 (한진택배의) 허위 사실 유포는 정말 저를 분노하게 만드는 발언"이라면서 "지병이 있었다면 형이 약을 먹거나 병원을 간 기록이 있었을 텐데 전혀 그런 적이 없다"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동생 김씨는 "만에 하나 물량이 (한진택배 주장대로) 200개라고 치더라도 200개는 적은 양인지 되묻고 싶다"면서 "400개 이상의 물량을 처리하고 새벽 4시 넘어 퇴근하고 그제서야 밥을 먹고 다시 일터를 나가는 환경은 유족인 저도 이해가 안 가지만 다른 국민분들께서도 이해를 못 할 일이다. 한진에서 주장하는 형의 지병이나 택배물량 개수와 관련, 허위 사실 유포에 대한 공식적인 사과를 받고 싶다"라고 밝혔다. 

대책위에 따르면 한진택배는 업계 1위 CJ대한통운보다 상대적으로 배송구역이 넓기 때문에 택배노동자 1인이 하루에 처리하는 물량이 적다. 이 때문에 대책위는 CJ대한통운에서 일일 300~400개를 배송하는 시간과 한진택배에서 200개를 배송하는 시간이 비슷하다고 보고 있다. 대책위가 7일 고인이 배송했던 물량 420개가 CJ대한통운 기준으로 800개 이상의 물량을 소화한 것과 같은 수준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박석운 대책위 공동대표는 "정부 당국은 안일하고 나태한 법집행을 했다"면서 "정부 당국자들이 고인의 구조적 죽음에 공범 역할을 했다"라고 질타했다.

지난 8월 13일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은 한진택배를 비롯한 4개 주요 택배사들과 '택배 종사자 휴식 보장을 위한 공동선언'을 했다. 선언문에서 이 장관과 한진택배는 "택배사와 영업점은 택배기사의 충분한 휴식시간을 보장하기 위해 심야시간까지 배송을 하지 않도록 노력한다"면서 "택배사, 영업점과 고용노동부는 택배 종사자가 질병 및 경조사 등의 사유가 있는 경우에는 쉴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한다"라고 발표한 바 있다.

유가족 반발에 한진택배 "과로사에 다시 판단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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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택배노동자 과로사 대책 위원회가 19일 오전 서울 중구 한진택배 본사 앞에서 최근 심야택배배송을 마치고 자택에서 사망한 김 아무개씨 관련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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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진택배는 19일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고인의 과로사 인정 여부에 대해 "대책위와 유가족이 말하는 물량과 회사에서 집계된 물량에서 상이한 부분이 있다"면서 "고인의 사망에 대해 지병이다 아니라고 저희가 판단할 순 없다. (초기 과로사가 아니라고 발표한 것은) 사고 조사 과정에서 지병으로 사망한 걸로 전달받아서 그렇게 설명했던 것이다. 다만 지금은 대책위와 유가족들의 요구 사항에 대해 내부적으로 다시 검토할 예정이다. 이후 과로사인지 아닌지에 대해 밝힐 것"이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한진택배는 "우리가 파악한 바에 따르면 고인은 7일 420개가 아닌 370개를 배송했고, 평균적으로 167개 물량을 배송한 것으로 확인했다"라고 덧붙였다.

한편 대책위는 기자회견 후 "한진택배사의 공식적인 사과와 유가족에 대한 보상, 재발방지 대책이 세워질 때까지 유가족들과 함께 싸울 것"이라며 고인의 동생과 함께 한진택배 측에 '항의서한'을 기자회견 직후 전달했다.

항의서한 전달 과정에서 고인의 동생은 사측을 향해 '가족도 모르는 지병을 어떻게 회사가 아느냐. 300~400개 택배를 매일 배달했는데 어떻게 200개로 단정하느냐'라는 질문을 했지만 사측으로부터 아무런 답을 듣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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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택배노동자 과로사 대책 위원회가 19일 오전 서울 중구 한진택배 본사에서 최근 심야택배배송을 마치고 자택에서 사망한 김아무개씨 관련 기자회견을 마치고 유가족과 함께 본사 관계자에게 항의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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