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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로 집에 있는 시간이 길어져서 그런 걸까요? 유독 층간소음의 고통에 호소하는 사람들이 많게 느껴집니다. 시민기자들이 겪은 다양한 층간소음 사례를 담아봤습니다.[기자말]
"안녕하십니까? OOO아파트 주민 여러분. 코로나19로 집에 있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층간소음으로 민원을 제기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우리 집 거실은 아랫집의 천장입니다. 지속되는 방송에도 불구하고 고통을 호소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오후 8시 아파트 안내 방송이 오늘도 어김없이 나온다. 매일 글자 하나 달라지지 않고 반복되는 방송이다. 

올해 초등학교 1학년이 되는 아이에게 방을 따로 내주기 위해서 2월에 아파트 단지 내에서 평수를 넓혀 이사했다. 작은 평수에서 지낼 때는 몰랐는데 이사를 하고 나니 아이 발자국 소리가 귀에 거슬린다. 워낙 얌전한 아이라 이전 집에서는 '뛰지 마라, 발소리 조심해라' 이런 말을 거의 안 했는데 이사 후에는 입에 달고 산다.

코로나로 집에 있는 시간이 많아지다보니 발소리를 들을 기회가 더 많아져서 그런 건지 9평 넓어졌다고 이동 거리가 늘어나서 그런 건지 이유를 모르겠다. 자금이 모자라 베란다 확장을 못하고 이사한 게 못내 아쉬웠는데 지금은 다행으로 여기고 있다. 밖에 못 나갈 때 베란다에서 축구도 하고 체조도 하고, 해먹도 설치하고 다양한 걸 해보고 있으니 말이다.

다행히 이전 집에서도, 지금 집에서도 좋은 이웃을 만나 층간소음 갈등 없이 지내고 있다. 그런데 다른 집은 상황이 그렇지 않은가 보다. 천 명이 넘는 사람들이 모여 있는 아파트 단톡에 층간 소음에 관한 불만이 종종 올라온다.

"윗층 핸드폰 진동음이 들려요."
"안방 드레스룸에서 얘기하는 소리, 헤어드라이기 소리도 들어봤어요."
"새벽 1시까지 아이가 뛰는 소리에 정말 힘들어요."
"아이 넷 키우는 아랫집에서 아이 한 명 키우는 저희 집에 매일 인터폰해요."


층간 소음은 1차적으로 콘크리트 벽을 얇게 하거나 아파트 내부 자제를 부실하게 하는 등 아파트 구조의 문제다. 시공사들이 이에 대해 해결책을 제시해 주고 있지 않으니, 아파트 입주민들은 그저 현대 사회 고충으로 그러려니 하면서 견디고 있다.

뉴스를 보면, 위아래층 주민들이 직접 만나서 이야기하다 칼부림이 나는 사건이 발생하기도 해서 요즘은 직접 인터폰하거나 찾아가지 말고, 경비실을 통해 이야기를 전해야 한다. 하지만 소음이 날 때마다 매번 경비실을 통해 말할 수도 없고 애매하다. 

아파트에서도 매일 저녁이면 안내방송이 나오고 아이에게 발소리 크게 내지 말라고 잔소리가 늘면서 층간소음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보면 좋겠다 싶어 도서관에서 관련 그림책을 빌려왔다.

<쿵쿵 아파트>, <아랫집 윗집 사이에>, <우당탕탕 할머니 귀가 커졌어요>, <위층은 밤마다 시끄러워!>, <901호 띵동 아저씨> 총 5권의 책을 대출했다. 층간 소음에 관련한 그림책이 꽤 많았다. 아이는 이 중에서 <901호 띵동 아저씨>를 보고 또 보았다.

초인종 누르는 아저씨, 알고 봤더니
 
 901호 띵동 아저씨, 이욱재 지음
 901호 띵동 아저씨, 이욱재 지음
ⓒ 노란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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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에서 살던 산이와 별이가 101동 1001호에 이사 왔어요. 아파트에 처음 살아서 아이들은 큰북을 치며 뛰어 놀았어요. 그때마다 '띵동띵동' 901호 아저씨가 올라왔고, 엄마와 아빠는 죄송하다고 했어요. 층간소음전용 실내화도 신어보고 두툼한 이불이랑 매트도 깔아봤지만 소용이 없었어요. 

'띵동띵동띵동'

초인종이 계속 울리자 마지막으로 아빠는 산이와 별이가 마음껏 뛰어놀게 한 뒤 901호 아저씨가 왔을 때 숨으라고 했어요. 

"아니 집에 애들도 없는데 무슨 소리가 들렸다는 겁니까? 다른 집 아니에요?"

아빠가 거짓말을 했어요. 산이와 별이가 뛰어 놀아도 901호 아저씨가 안 올라왔지만 마음이 불편했어요.

얼마 뒤 1101호에 새로운 가족이 이사 왔어요. 청소기 소리에 아이들 뛰어노는 소리까지 너무 시끄러워서 아빠가 1101호에 올라갔어요. 옆 방에서 아이들 소리가 나는데도 그 집 아저씨는 아이들이 없다고 했어요. 

산이와 별이가 엄마 생일 케이크를 들고 엘리베이터를 탔다가 901호 아저씨를 만났어요. 아저씨께 인사하느라 케이크를 위로 들었는데 아저씨가 가져갔어요. 아저씨 주는 줄 알았나봐요. 그 다음에 또 아저씨를 엘리베이터에서 만났는데, 산이와 별이와 엄마를 901호에 초대했어요. 

901호에 갔더니 아저씨 부인이 몇 해 전 당한 교통사고 때문에 누워 계셨어요. 늘 누워만 있다보니 조그만 소리에도 못 견뎌서 무척 힘들어하신다는 거예요. 아저씨는 이야기를 하며 눈물을 글썽였어요. 집으로 돌아온 산이는 아저씨한테 미안한 마음이 들어서 그 뒤로 발소리가 울리지 않게 조심했어요. 그 전처럼 아저씨의 띵동 소리가 무서워서가 아니었어요. 

그렇다면 1101호와는 어떻게 됐을까? 열린 결말로 그림책은 끝난다. 아이에게 어떻게 됐을 것 같냐고 물었더니 "케이크 먹고 잘 해결 됐겠지"라며 별 관심이 없다. 그러다 잠시 후 아이가 말했다. 

아이 : "태훈이가 위층에 사는 일본 사람들 때문에 엄청 시끄럽다던데 케이크 사들고 가면 되겠다."
나 : "응? 태훈이네 위층이 시끄럽대?"


알게 되면 이해하게 되는 이웃들

아이 친구인 태훈(가명)이네는 지난 번부터 윗층 소음으로 골치를 앓고 있었다. 일본 사람들이라 구글 번역기를 돌려서 일본어로 메모를 작성해 갔더니 죄송하다며 과일 한 박스를 사왔다는 얘기까지 들었는데 이후에도 소음이 줄지 않았나 보다.

"태훈 엄마, 요즘도 윗집 시끄러워요?"
"네. 포도 가져왔을 때 잠시 잠잠한 것 같더니 그 집 남매들이 엄청 나네요. 몇 시에 일어나서 어디서 뭘 하는지 다 알 수 있는 게 같이 사는 거 같아요. 그래서 지난 번에 한 번 더 메모를 남겼어요. 그랬더니 이번에도 내려 오셨는데... 큰일 났어요."
"왜요?"
"그 분이 담달에 암 수술을 하신다네요. 그래서 이제 아이들이 집에서 조용히 지내야 할 것 같은데 죄송하다고 하고 가셨어요."


태훈 엄마는 윗층 분이 암 수술을 한다는 이야기를 들은 뒤 그 집이 조용해도 마음이 안 좋을 것 같고 시끄러워도 힘들 것 같다고 한다. 

김춘수의 '꽃'에서 이름을 불러줘야 비로소 서로에게 의미있는 존재인 꽃이 되는 것처럼 층간소음도 비슷하다. 서로 사정을 모를 때는 901호 아저씨가 너무 예민한 거 같고 나의 불편함만 보이지만, 상대의 상황을 알게 되면 서로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 생긴다. 

태훈이네 층간 소음 문제가 이웃간 타협으로 해결된 건 아니지만 다음 달부터는 이전보단 조용해질 것 같다. 아니, 가끔 윗층 아이들이 뛰어놀아도 전처럼 시끄럽다기보다 엄마가 큰 수술을 했어도 아이들이 밝게 자라서 다행이라는 마음으로 소음을 대할 수 있지 않을까. 층간소음을 해결하는 첫 시도는 이웃간에 인사 나누기, 서로의 사정을 알아가기가 아닐까 싶다. 

덧붙이는 글 | 개인블로그에도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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