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옥탑방의 문제아들'이 지난 20일 방영 100회를 맞았다.

KBS '옥탑방의 문제아들'이 지난 20일 방영 100회를 맞았다. ⓒ KBS

 
KBS의 대표적인 평일 밤 예능 <옥탑방의 문제아들>(아래 옥문아)이 지난 20일 방영 100회를 맞았다. 지난 2018년 9월 추석 파일럿으로 등장한 이래 같은해 11월 정규 편성되면서 본격적인 방송에 돌입한 <옥문아>는 세상의 시시콜콜한 TMI(Too Much Information)들을 맞혀보는 형식으로 지난 2년여 동안 시청자들로 부터 꾸준한 사랑을 받아왔다.  

방송 초반 1%대 저조한 시청률로 위기를 맞는가 하면 편성 시간과 방영일이 몇 차례  변경되는 우여곡절을 겪기도 했지만 현재 화요일 밤 KBS 예능의 자존심을 세우며 100회라는 알찬 결실을 맺게 되었다.

"이런 것도 문제가 되나?" 퀴즈 고정 관념 탈피
 
​지난 2018년 하반기와 2019년 상반기에 걸쳐 지상파, 케이블 채널 등에서 다양한 퀴즈 쇼 형식의 예능 프로들을 연달아 내놓았다. 하지만 2년 가까이 지난 현재까지 살아남은 프로그램은 <옥문아>와 MBC에브리원 <대한외국인> 단 두 개에 불과하다. KBS <우리말 겨루기>, < 1대100 >(종영) 같은 기존 장수 퀴즈 프로그램이 '정통파'로 분류된다면 이들 후발주자 퀴즈쇼들은 '변칙'이라는 말이 어울릴 만큼 예능 본연의 취지인 재미를 강조한 내용으로 확실한 고정 시청자를 확보하며 지금에 이르고 있다.  

​특히 <옥문아>는 생활 속 알찬 정보 뿐만 아니라 "이런 것도 문제가 되나?" 할만큼 시시콜콜한 TMI성 소재도 과감히 문제로 출제하며 재미를 극대화 시켰다. "헤밍웨이, 버지니아 울프, 찰스 디킨스의 공통적인 글쓰기 습관은?"(정답 : 서서 글쓰기) 같은 내용부터 "하버드대 합격생이 뒤늦게 입학을 취소당한 이유는?"(답: 인종 차별 언행이 뒤늦게 밝혀져서) 같은 시사성 있는 소재까지 포괄적으로 다루는 등 특정한 틀에 얽메이지 않는다.  

때론 모든 이들을 분노케하는가 하면 감동과 눈물을 자아내는 내용 등 지난 100회 동안 <옥문아>를 통해 소개된 문제들은 웬만한 잡학 사전, 퀴즈 잡지 이상의 흥미를 이끄는데 성공했다. 하지만 이 프로그램이 처음부터 순탄한 길을 걸었던 것은 아니다.  추석 파일럿의 호평에 힘입어 정규 편성에 성공하긴 했지만 방송 초반 몇 주 동안은 시청률이 고작 1%대에 그칠 때가 많았다. 

신의 한수가 된 게스트 활용​
 
 KBS '옥탑방의 문제아들'의 한 장면

KBS '옥탑방의 문제아들'의 한 장면 ⓒ KBS

 
제작진 입장에서도 이대로 흘러간다면 일찌감치 간판을 내리는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라 여겨졌을 것이다. 이를 타개하기 위해 <옥문아>가 선택한 건 고정 5인방 외에 매주 초대손님을 등장시키는 아주 보편적인 방식이었다. 당장 눈에 띄는 효과가 발생하지 않았지만 2019년 2월 전무후무하게 2회분 편성으로 방영된 서장훈 편을 계기로 <옥문아>는 슬슬 반등했다. 게스트들과의 관계를 때론 동료로, 때론 라이벌로 그리며 나름의 재미 유발 도구로 활용한 것이 신의 한 수가 되었다. 

빈번한 시간대 이동(수요일 밤 11시→월요일 밤 8시 55분→화요일 밤 10시 40분) 과정에서 시청률이 급락하는 등 고충도 없진 않았다. 하지만 문제아 5명과 초대손님들이 협심해서 문제를 푸는 일명 '집단 지성'의 힘은 <옥문아>만의 특징으로 자리 잡으면서 충성도 높은 마니아 시청자들을 확보하는데 큰 보탬이 됐다. 

​김용만-송은이-김숙-정형돈 등 KBS 공채 개그맨 선후배들과 '개그맨 같은 가수' 민경훈의 좋은 호흡 역시 프로그램의 선전에 한 몫했다. 요즘 예능 프로그램 안착에 가장 기본이자 필수요소로 자리 잡은 출연자들의 캐릭터를 확실하게 마련했고 문제 성격에 따른 적절한 역할 분담이 병행되면서 퀴즈쇼+토크 예능+캐릭터쇼가 결합된 듯한 독자성도 확보했다. 일명 '탁성PD'로 불리는 문제 출제자 김진 PD의 존재감 역시 <옥문아>만의 차별화를 담보한다. 

못 맞혀도 즐거운 퀴즈쇼​
 
 KBS '옥탑방의 문제아들'의 한 장면

KBS '옥탑방의 문제아들'의 한 장면 ⓒ KBS

 
<옥문아>만의 빼놓을 수 없는 매력 중 하나는 '못 맞혀도 괜찮은 퀴즈' 프로그램이라는 점이다. 하나의 문제를 맞히기 위해 수십 가지의 오답이 난무해도 동료들로부터 조금 구박은 받을지언정 크게 혼나거나 벌칙 같은 불이익을 받진 않는다. 때론 어처구니없는 대답이 곳곳에서 속출하지만 그런 행동조차도 건강한 웃음을 줄 정도로 <옥문아>에는 언제나 즐거운 기운이 가득차 있다. 

이렇다보니 신작 홍보를 위해 다양한 프로그램을 방문하는 연예인부터 예능과는 거리감 있는 유명인사 등 다양한 인물들이 부담없이 <옥탑방>의 문을 두드렸다. 남녀 노소, 연령 불문하고 온가족 편하게 시청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예능 프로그램이라는 점 역시 <옥문아>만의 자랑거리다. 퀴즈 프로그램에는 박학다식한 인물들만 출연해야 한다는 고정관념에서 탈피한 <옥문아>는 제목 그대로 편안함과 정겨움을 동시에 안겨주는 쉼터가 됐다. 

​야심차게 등장했지만 소리 소문 없이 사라진 예능들에겐 100회라는 관문은 만만하게 넘기 어려운 장벽이다. <옥문아>가 달성한 '100회'는 치열한 예능 전쟁터에서 살아남은 프로그램들에게 주어지는 훈장이자 더 열심히 하라는 채찍질과도 같다. 초심을 잃지 않고 앞으로도 쭉 좋은 모습을 보여준다면 <옥문아>가 200회, 300회 이상 더 좋은 결실을 맺는 건 지극히 당연한 일이 될 것이다.
덧붙이는 글 필자의 블로그 https://blog.naver.com/jazzkid 에도 수록되는 글 입니다.
옥탑방의문제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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