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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건설회사 홈페이지 게시판 글 캡쳐
 A 건설회사 홈페이지 게시판 글 캡쳐
ⓒ 최정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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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내부공사(일명 미장)를 건설사로부터 도급받아 진행하는 A회사 홈페이지 게시판에 '임금 체불'을 항의하는 글들이 올라와 있다. 건설노동자들 사이에서 악명 높은 A회사는 어떻게 계속 이런 행태를 이어나갈 수 있었을까? 

임금체불 노동청 조사에 회사 소속 노동자가 '아니'라는 A회사

A회사는 현장담당 양아무개 소장을 내세워 건설노동자들을 모집하여 일을 시킨 후 공사 막바지에 이르러서는 임금을 지급하지 않았다. 하자와 불량이 많아 임금을 줄 수 없다는 게 이유였다. 하자와 불량이 많아 임금을 줄 수 없다는 주장도 근로기준법상 임금의 직접불 원칙(상계금지원칙)에 반하지만, 하자와 불량이 있다는 것조차 그대로 믿기 어려웠다.

피해노동자들에 따르면 공사 중에 발생한 하자와 불량에 대해 현장소장은 해당 부분을 수선 요청할 수 있는데, 공사 막판에 다다르자 하자에 대해 어떠한 요청도 하지 않았다. 이후 회사 측은 공사가 제대로 되지 않아 임금을 줄 수 없다고 주장했다.

피해 노동자들은 결국 A회사의 임금체불에 대해 노동청에 진정을 했다. 그러자 회사는 피해 노동자들이 회사 소속 노동자가 '아니'라고 주장했다. 노동자들과 고용계약을 맺은 게 아니며 양소장과도 '하도급'계약을 맺은 것이기에, 임금지급책임을 양소장이 져야 한다는 것이었다. 

이런 경우 근로감독관은 회사와의 관계에서 근로자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며 사건을 종결시킨다. 이 사건도 그랬다.

결국 피해 노동자들은 체불임금지급을 받아야 하는 절차를 진행하기 위해 양소장에게 연락을 취했으나 잠적을 한 상태였다. 소재파악도 쉽지 않은 시점에 A회사로부터 연락이 왔다. 

'임금체불 중 일부(50% 이하)를 지급해 줄 테니 합의하자'는 연락이었다. 피해 노동자들 대부분은 울며 겨자 먹기로 임금의 일부만 지급받고 합의를 하게 되었다. '임금체불 등 민, 형사상 모든 이의를 제기하지 않겠다'는 각서에 서명하면서 사건은 그대로 묻힐 수 있었다. 

그런데 A회사와 끝까지 싸워보겠다는 노동자가 합의를 거절하고 A회사를 다시 검찰청에 고발했다. 이번에는 근로기준법위반이 아니라 '건설산업기본법위반'이다.   
 
하도급금지위반 조사 나서자 회사 소속 근로자가 '맞다'는 A회사


건설산업기본법 제25조 제2항에 따르면 건설사업의 수급인이 하도급을 할 경우 그 공사내용에 상응하는 업종을 등록한 건설사업자에게 하도급 하여야 한다. 공사내용에 상응하는 업종을 등록하지 않은 사업자에게 하도급한 경우 건설산업기본법 제96조 제4호에 따라서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양소장은 등록한 건설사업자가 아니었기에 노동청에 한 A회사의 주장대로라면 A회사와 양소장은 건설산업기본법으로 처벌받아야 한다. 그러나 A회사를 수사한 서울중앙지방검찰청은 지난 8월7일 불기소처분했다. 그 이유는 건설산업기본법위반 사건에서는 노동청 조사와 달리 양소장이 A회사가 고용한 노동자이고, 하도급계약서는 작성경위를 전혀 알지 못하는 문서이며, 노동청에 보낸 공문 등은 잘못 답변한 것이라고 주장했기 때문이다.  
 
건설산업기본법위반사건 A회사 주장(불기소이유서 중 일부)
 건설산업기본법위반사건 A회사 주장(불기소이유서 중 일부)
ⓒ 최정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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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맞고, 그때는 틀리다?

A회사는 임금체불 노동청 조사 때는 양소장이 회사 소속 현장소장이 아니라고 주장하여 근로기준법위반의 처벌을 피했고, 하도급 관련 건설산업기본법위반 조사 때는 양소장이 회사 소속 현장소장이라고 주장하여 건설산업기본법위반의 처벌을 피했다. 

임금체불 노동청 조사 때 A회사는 양소장이 회사 소속 현장소장이 아니라고 주장하며 그 근거로 하도급계약서를 제출했다. 피해 노동자들은 양소장이 회사 소속 현장소장이라고 주장했지만, 추가적인 조사 없이 A회사 주장을 그대로 받아들였다. 양소장이 A회사 소속 직원인지 여부를 '원천징수영수증, 근로내역확인신고' 등을 통해 객관적으로 확인했다면 A회사의 이런 꼼수를 저지할 수 있었을텐데 말이다. 

누가봐도 건설산업기본법위반을 회피하기 위한 꼼수인데, 서초경찰서와 서울중앙지방검찰청은 더 철저히 조사하지 않은 채 불기소 처분했다. 특히 고소인에 대한 추가 조사 없이 이뤄진 데 대해 아쉬움이 크다. 

구경만 하는 정부... 피해자는?

결국 피해 노동자들은 A회사를 상대로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결국 피해 노동자들이 스스로 민사소송을 제기해 임금체불문제를 해결해야만 한다면, 관련 정부 부처는 왜 존재하는지, 그 존재 이유를 묻게 된다.

"지금은 맞고 그때는 틀리다"와 같은 A회사의 말 바꾸기에 정부 당국이 좀 더 강력한 대응을 했으면 좋겠다.

지금도 틀리고 그때도 틀리다!

태그:#임금체불, #불법하도급, #최정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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