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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3일 오전 서울 동대문구 한국건강관리협회 건강증진의원 서울동부지부에서 한 시민이 독감 예방 백신을 맞기 위해 접종실로 들어서고 있다.
 23일 오전 서울 동대문구 한국건강관리협회 건강증진의원 서울동부지부에서 한 시민이 독감 예방 백신을 맞기 위해 접종실로 들어서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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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감(인플루엔자)백신 접종을 한 뒤에 사망한 사례가 연이어 보고되고 있다. 하지만 질병관리청과 다수의 감염병 전문가들은 백신 접종과 사망 사이의 연관관계가 낮다며, 백신 접종을 중단할 상황이 아니라고 강조한다.

전문가들은 오히려 독감 백신을 기피하는 현상이 일어날 경우, 독감으로 인한 사망률이 증가하는 한편 코로나와 인플루엔자가 동시에 유행하는 '트윈데믹'이 일어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정재훈 가천대학교 의과대학 예방의학교실 교수 역시 '백신 공포'가 퍼지는 상황에 우려를 표했다. 그는 22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쓴 글에서 "인플루엔자 백신접종 후 사망한 사례에 대한 보도가 경쟁적으로 올라오고 있지만, 이는 큰 논리적 결함을 갖고 있다"라며 백신 안전성에 대한 의혹을 과학적 근거를 제시하며 조목조목 반박했다. 이 글은 SNS와 커뮤니티 등에서 퍼지며 큰 화제가 됐다.

정 교수는 "국가 예방접종률과 시기를 따졌을 때 매일 전체 인구의 약 1% 정도가 예방접종을 받는다면, 평균 사망건수 1000건의 1%에 해당하는 값인 약 10명이 예방접종 후 1일 이내 사망자로 나타날 수 있다"라고 밝혔다. 이어 "기저질환이 명확하지 않는 사인 불명에 해당하는 사망이 평균 10%이므로, 10명 중 1명은 사인 불명이다"라고 추정했다. 현재 보도되는 수준의 사망이 백신과 관계없이 일반적으로 발생한다는 것이다.

그는 21일 질병관리청에서 발표한 사망자 관련 잠정 역학조사 결과를 살펴보고 ▲ 제조공정상의 문제 ▲백신 대량 운송과정에서의 문제 ▲백신 소규모운송, 보관에서의 문제 ▲백신 자체의 부작용 등이 있는지 분석하고 아래와 같이 말했다.

"예방접종 이상반응 역학조사를 하는 사람의 관점에서 현재 자료로 판단하기에 백신에 의한 사망일 가능성은 낮아 보입니다."

또한 그는 미국 백신안전자료원의 연구결과를 인용하며 "인구집단 전체에서 백신 접종 이후 일주일 이내 사망률은 백신접종 10만회 당 약 6명에 이른다. 특히 65~74세 인구집단은 백신접종 10만회 당 약 11.3명이며, 75~84세는 10만회 당 약 23.2명이다"라며 언론보도를 통해 나오는 사망 건수가 '이례적인 수치'로 보기는 어렵다고 강조했다.

그가 올린 글은 대한의학회지(JKMS)에도 <COVID-19 유행시기 중 보고된 인플루엔자 예방접종 후 사망 사례에 대한 역학적 평가 및 위험 위험소통>이라는 이름으로 실렸다. 유진홍 가톨릭대학교 부천성모병원 감염내과 교수, 엄중식 가천대학교 길병원 감염내과 교수 역시 이 글에 동의의 뜻을 표했다. 

정 교수는 <오마이뉴스>와의 전화 인터뷰에서도 인플루엔자 백신의 안전성을 강조하며 "질병청이 국민들이 만족할만한 근거를 제시하고, 계속 설명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다음은 그와의 일문일답을 정리한 내용이다.

"이례적으로 사망자가 많다? 전형적인 언론의 과장 보도"
 
 정재훈 가천대학교 의과대학 예방의학교실 교수
 정재훈 가천대학교 의과대학 예방의학교실 교수

- 지난 22일 대한의사협회(의협)는 회원들에게 접종을 유보하라고 권했다. 국민들 불안이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발표한 내용 자체는 문제가 없다. 현장의 혼란을 감안했을 때 기다렸다가 접종을 하는 게 좋겠다는 이야기다. 실제로 현장에서 진료하는 분들은 난리라고 한다. 접종한 분들이 전화나 방문해서 (안전성에 대해) 물어보는 경우가 많아서 다른 진료가 마비될 정도라고 하더라. 시기를 두고 천천히 접종하는 것을 권유할 수는 있다고 본다.

다만 공중보건학적 문제에서 제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국민의 '신뢰'다. 믿고 따를 수 있는 정보가 전문가들 합의를 거쳐서 단일창구로 일관되게 나아가야 한다. 정은경 질병청 청장이 '접종 유보가 필요 없다'고 한 날에 의협에서 반대되는 의견을 냈다. 의협은 의사들 사이에서 권위 있는 단체가 아닌가. 이렇게 되면 상황이 논쟁처럼 비치면서 '접종을 하지 말아야 한다'는 생각을 국민들이 가질 수 있다. "

- 독감(인플루엔자) 백신은 정말 안전한가? 여전히 의구심을 품는 이들이 많다.

"인플루엔자 백신은 전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백신이고, 가장 많이 사용되는 백신이다. 부작용에 대해서도 충분히 연구가 돼 있다. 흔히 이야기되는 아나필락시스는 면역체계가 외부물질에 반응함으로써 발생하는 것인데, 독감 백신 접종 후 아나필락시스 인정이 된 게 거의 없다. 길랑-바레증후군에 대한 위험도도 굉장히 낮은데, 접종 후 길랑바레 현상이 나타난다고 하더라도 백신 때문인지 다른 병 때문에 겪는 것인지 불명확할 때도 있다."

정 교수는 최근 한국에서 보고되는 사례에 대해서도 "아나필락시스라고 보기에는 너무 시간이 길고, 길랑-바레증후군은 증상의 진행을 관찰할 수 있는데, 현재 사례들은 급성 사망이며 해당 증상에 대한 보고가 없다"라고 밝혔다.

- 이례적으로 단기간에 사망자가 많다는 지적도 있다.

"전형적인 언론의 '오버 리포팅'(과장 보도)다. 지금은 접종 후 3~4일이 지난 것까지 사례로 넣고 있다. 아나필락시스나 길랑바레도 아니다. 만약 변질이 되어서 세균이 있는 경우라면 맞자마자 숨진다. 3~4일이 지난 경우는 인과관계가 없을 가능성이 높다. 접종한 사례를 모두 찾아서 보고하면 '올해 돌아가시는 노인들의 80%가 인플루엔자 백신을 맞았다'는 보도가 나올 수밖에 없다.

미국의 경우 데이터베이스가 있어서, 지난해 백신을 맞은 이후에 몇 명이 사망했는지 알려준다. 미국과 유럽은 20~30년 전부터 '백신은 위험하다'라는 주장을 하는 사람들이 있었고, 이를 설득하기 위해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게 됐다. 하지만 한국은 이때까지 그런 자료를 구축하지 못해서 국민들 설득이 어려울 수밖에 없다."

"질병청, 과학적 근거 갖고 계속 국민 설득해야"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이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보건복지위원회의 보건복지부, 질병관리청 등에 대한 종합국정감사에 출석해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이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보건복지위원회의 보건복지부, 질병관리청 등에 대한 종합국정감사에 출석해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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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무래도 기존에 '상온노출' 등 백신에 관한 논란이 있었던 것 때문에 더욱 불안감이 높아지는 것 같다.

"상온 노출된 백신은 효과가 없어지지, 독약이 되는 건 아니다. 지금 국민들이 우려를 표하는 이유는 코로나19를 겪으면서 느끼는 불안감이 기저에 깔린 상황에서, 백신의 콜드체인 유통이 깨졌기 때문이라고 본다.

또 하나는 방역과 의학·과학을 정치의 입장에서 바라보는 시각이 있어서다. 방역과 의학·과학을 정치의 입장에서 바라보면 안 된다. 보건복지는 현재 정부나 정권의 업적과 철저하게 분리가 되어야 한다. 지금은 '과학과 정치를 분리할 수 있냐'는 시험대에 오른 상황이나 다름없다.

그런데 지금은 과학의 입장에서 하는 정책들이 너무 큰 규모가 되다 보니까, 경제와 정치와도 연결되어있다. 원래 떨어져 있던 것들이 합쳐진 것이다. 그래서 한 쪽에서는 정은경 청장을 흔들고, 한쪽에서는 자신들의 업적을 내세우는 수단으로 이용하는 상황이 발생한다. 이러면 안 된다." 

- 일부 사망자들이 로트 번호(제조 번호)가 동일한 독감 백신을 맞았다는 사실이 밝혀져 논란이 되고 있다. 지난 22일 정 청장은 동일한 로트번호에서 추가 사망자가 나오면 "독감 해당 로트는 봉인 조치하고, 접종을 중단하면서 식약처에 재검정을 요청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는데?

"사망자가 맞은 백신의 로트 번호가 두 개씩 혹은 세 개씩 겹치는 것은 확률적으로 봤을 때 정상이다. 정 청장은 상당수의 환자가 한 루트에서 나온 사례를 생각한 것이 아닐까. 한국에서 백신 로트 번호는 약 200개가 있고, 사례 20개만 있으면 겹치는 사례가 무조건 나오게 된다. 정 청장이 말씀을 더 잘해주셨으면 좋겠지만, 그 말 자체만 꼬투리 잡는 것은 가혹한 일이다."

- 백신 공포가 가중되면 독감 백신 접종률도 낮아지고, 장기적으로 코로나19 백신 접종률도 낮아질까봐 우려하는 사람이 많다.

"우리는 과거의 삶으로 돌아가고 싶다. 너무 힘들고 경제도 어렵다. 그런데 과거로 돌아갈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 백신이다. 현대 백신의 제조 공정은 굉장히 엄밀한 과정을 거치고 안전성 평가도 잘 이뤄진다. 반 지성주의, 반 백신주의는 안 된다."

- 질병청은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과학적 근거'와 '정성'이 답이라고 생각한다. 한 번 설명한다고 끝이 아니다. 국민들이 이해할 때까지 계속 설명을 해야 하고, 만족할만한 근거를 제시해야 한다. 현재는 국민의 만족할 만큼의 근거가 없는 거다. 사망자의 부검 결과, 그리고 과거에는 백신 접종 이후에 몇 명이 죽었는지에 대한 외국의 데이터 등을 공개해야 한다. 계속 설명드려야 한다. 그거 말고는 답이 없다."

- 언론의 보도에 대한 비판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백신 논란'을 보도할 때 언론이 주의해야 할 점은 무엇일까? 

"중요한 것은 간결하고 명확한 메시지다. 그리고 적어도 '백신이 안전하고, 백신이 이 위기를 돌파하는 유일한 수단'이라는 합의된 틀 안에서 보도를 하는 게 옳지, 단순히 조회수를 늘리기 위해서 경마 레이스 하는 것처럼 보도하는 건 위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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