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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연대는 '지난 총선, 정책개발비 한푼도 안 쓴 정당을 공개합니다'로 선거비용을 분석한 바 있습니다. 참여연대는 여기서 멈추지 않고, 한 발 더 나아가 '주요 정당이 지출한 진짜 선거비용'을 알아보기 위해 2000장이 넘는 8개 주요 정당의 정치자금 회계보고서를 다시 한 번 분석했습니다. 오늘은 궁금한이야기X의 마지막 회차입니다. 주요 정당의 선거비용 분석 보고서를 발간하기 위해, 2000장이 넘는 회계보고서를 손으로 일일이 옮겨 입력해야만 했던 사건을 얘기해봅니다. [편집자말]
 
 참여연대가 회계보고서 2000장을 엑셀에 입력할 시민을 모집하기 위해 만든 유일한 홍보 이미지
 참여연대가 회계보고서 2000장을 엑셀에 입력할 시민을 모집하기 위해 만든 유일한 홍보 이미지
ⓒ 참여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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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연대는 주요 정당이 제21대 국회의원선거에서 선거비용을 정당하게 집행했는지 따져보기로 했습니다. 그러나 단 3개월간 열람만 할 수 있는 선거비용 과목 일부만으로는 정치자금이 투명하게 운용되는지 알기 어려웠거든요. 야심차게 중앙선관위에 주요 8개 정당의 선거비용 회계보고서를 정보공개청구 했더니, 설마, 21세기 인터넷 강국이라는 대한민국에서, 엑셀로 변환조차 불가능한 2000장의 PDF 파일이 도착할 줄은 누가 알았겠어요?

2000장이 넘는 회계보고서 스캔 파일을 처음 마주했을 때, 참여연대 5층에서는 긴급 회의가 열렸습니다. '이 정당은 선거비용을 어디에 썼나' 정확하게 살펴보기 위해서는 활용 가능한 엑셀 데이터로 변환하는 것이 필수였습니다. 하지만 2000장이 넘는 회계보고서를 참여연대 의정감시센터 두 사람이서 입력하기엔 역부족이었습니다. 이럴 때 참여연대가 가장 믿고 도움을 요청하는 사람들이 있지요. 바로, 시민 여러분이요. 

시민 10명의 손, 200개의 손가락이 함께 했습니다

시민 누구나 언제든 확인할 수 있고, 활용 가능한 데이터로 공유되었으면 한다는 마음을 담아 <열려라데이터 1기>라는 이름으로 함께 2000장이 넘는 회계보고서를 손으로 일일이 옮겨 적을 시민을 모집했습니다. 우대 조건도 있었어요, 손가락에도 눈이 달렸다는 얘기 좀 들어보신 분, 오타를 용납하지 못하시는 분, 매의 눈이 부럽지 않다 하시는 분과 함께 하고 싶었습니다. 주변에 널리 알리지도 않았는데, 5일만에 10명의 시민께서 <열려라 데이터 1기>에 참가 신청을 하셨습니다. 정치자금이 궁금해서, 데이터와 관련된 일을 해보고 싶어서, 그냥 참여연대라서(^^) 등 이유도 다양했습니다. 

자세히 보아야 알 것 같다, 정치자금 네가 그렇다
"정책개발비는 한 두줄에 끝나고 조직활동비나 식비가 엄청나게 많아서, 정당의 역할에 의문이 많이 들었어요."
"정말로 장난질을 친다고 가정한다면 찾는게 쉽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수입 지출이 정말로 그리 쓰였을지도 궁금하기도 하네요."
"자료의 양이 많아 조금 힘들긴 했지만 보람찬 작업이었습니다."
"정치자금이 이렇게 활용되고있다는 것을 알게되었고, 좀 더 투명하게 공개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ㅡ <열려라데이터 1기> 참가자 후기

평일과 주말, 낮과 밤을 가리지 않고 입력 작업을 하던 <열려라데이터 1기> 참가자들은 이런 생각을 하셨다고 합니다. '이 정당은 정책 개발은 하지 않고, 밥만 먹던데?', '정책 간담회라더니 패스트푸드점에서 한다는데?' 등 정치자금내역을 자세히 보고 나면, 그 정당이 어디에서 무얼 했는지 눈앞에 그려지기도 합니다. 그 정당은 무엇에 중점을 두고 활동했는지, 그 정당의 정체성은 무엇인지를 알 수 있습니다.

미국이 시민에게 정치자금을 공개하는 법

중앙선관위에 '활용 가능한 데이터로 모든 정치자금을 공개하라'고 요구하면, 중앙선관위는 '선거비용 과목만을 3개월 동안 열람만 가능케하는 정치자금법 제42조 때문'이라고 답합니다. 그렇다면 국회는 정치자금법 제42조를 바꿀 의지가 있을까요? 시민들이 제 정당과 국회의원 본인의 회계보고서를 볼 필요가 없다고 생각해서, 혹은 보지 않았으면 해서 개정하지 않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 선거가 끝난 후, 선거비용 열람기간 3개월이 지난 지금에도 21대 국회에는 정치자금내역 전체를 상시 공개하는 정치자금법 개정안은 한 건도 발의되지 않았습니다. 

선거비용 과목만을, 단 3개월만 공개하는 한국과 달리 미국은 모든 정치자금을 상시 공개하고 있습니다. 정치자금의 수입 및 지출을 각 분기 종료 후 15일 혹은 31일 이내에 정치자금 회계보고를 하도록 되어 있거든요. 특히 선거자금의 경우에는 신속보고를 별도로 규정하고 있기도 합니다. 

한국의 선거관리위원회 격인 연방선거위원회(FEC: Federal Election Commission)는 온라인 시스템을 구축하여 보고받은 정치자금 신고내역을 수령 후 48시간 이내(전자파일의 경우 24시간 이내) 신속하게 공개하고 있습니다. 연방선거위원회 홈페이지는 모든 정치자금을 공개하고 다운로드 및 인쇄를 가능하도록 해 정치자금 정보에 대한 시민들의 접근을 매우 용이하게 합니다.

'공개'가 곧 감시의 시작입니다

바닥에 떨어진 1천원 짜리 지폐를 줍고 싶을 때 주변에 사람이 없는지 슬쩍 주변을 둘러봤던 경험이 있으신가요? 누군가가 나를 감시하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은 스스로를 긴장하게 만듭니다. '내가 잘못하고 있지는 않나?'하고 말이지요.

선거비용 과목만을, 단 3개월만 공개하는 것으로는 시민이 감시하고 있다고 말하기 어렵습니다. 감시하기 어려우면 어려울수록 정치를 불신하게 만드는 '돈 문제'의 굴레를 끊기 더 어려워집니다. 정치 개혁을 위해, 모든 정치자금을 시민 누구나 일상적으로 감시할 수 있도록 21대 국회가 정치자금법 제42조를 개정해야만 하는 이유입니다.

덧붙이는 글 | 본 글은 참여연대 홈페이지와 네이버 포스트에서도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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