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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미 삼일문고 특별실에서 <어느 해방둥의의 삶과 꿈> 북 콘서트가 열리다
 구미 삼일문고 특별실에서 <어느 해방둥의의 삶과 꿈> 북 콘서트가 열리다
ⓒ 삼일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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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엔들 잊힐 리야
 
넓은 벌 동쪽 끝으로
옛 이야기 지줄대는 실개천이 휘돌아 나가고
얼룩백이 황소가
해설피 금빛 게으른 울음을 우는 곳

- 그곳이 참하 꿈엔들 잊힐 리야.
  
지난 24일 오후 3시 경북 구미시 삼일문고에서 정지용이 작사하고, 이동원·박인수가 함께 노래한 '향수'가 울려 퍼지는 가운데 <어느 해방둥이의 삶과 꿈> 북 콘서트가 열렸다. <어느 해방둥이의 삶과 꿈>은 내가 직접 쓴 책이다.

코로나 사태로 주최 측이 인원을 제한한 가운데 30명 가까운 고향 애독자들이 한 초라한 귀향자를 맞아줬다. 전병택 허형식 장군 기념사업회 준비위원 사회로 진행된 북 콘서트에서 구미초등학교 동창 김호연 교수의 환영사와 구미중학교 동창 김병하 교수의 작가 소개, 이어 김기중 삼일문고 대표의 작품 소개가 있었다. 모두 초라한 늙은 문사의 귀향에 대한 따뜻한 격려의 인사말이었다.
 
And now, the end is near
이제 내 생의 마지막이 가까워오네
And so I face the final curtain
그래서 나는 이생의 마지막 장을 눈앞에 두고 있네.
……
The record shows I took the blows
지난 내 삶의 기록들이 보여주듯이 나는 온갖 시련을 겪었고
And did it my way
그런 속에서도 나는 내 방식대로 살아왔네.
  
곧이어 프랭크 시나트라의 <마이 웨이(My Way)>가 흘러나왔다. 나는 순간 울컥했다. 주최 측에서는 저자의 이번 책 <어느 해방둥이의 삶과 꿈> 발간 취지를 고려한 선곡이었다. 1961년 구미중학교를 졸업하고 고향을 떠난 지 꼭 59년만의 귀향이다.
  
 5.16 쿠데타 당시의 박정희 소장
 5.16 쿠데타 당시의 박정희 소장
ⓒ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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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것만 좋은 게 아니다

나는 그동안 삶의 역정과 43권의 책을 펴낸 뒷얘기를 간략하게 들려드린 다음, 독자들의 질의에 대한 응답 시간을 가졌다.

질문 : "책을 읽어보니까 "인생이란 지나고 보니까, 좋은 것만 좋은 게 아니다"라는 말이 마음에 와 닿았습니다. 그 실례를 들어 말씀해 주십시오."

"정독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제가 교단에 꼭 33년간을 섰습니다. 대부분 사람들은 교장 아니면 교감으로 퇴직한 줄 아는데, 저는 죽 평교사로 지냈습니다. 그 까닭은 제가 교사생활 하면서 이른 바 좋은 학교만 찾아다녔기 때문일 것입니다. 하지만 제가 그런 지위에 연연했던 삶이었다면 43권의 책을 펴내지 못했을 겁니다. 또 하나, 이 나이까지 글을 쓰고 사는 그 원동력은 힘든 젊은 날이 있었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런 면에서 세상은 공평한 것 같습니다.

저는 고교시절 신문배달을 했고, 군 복무 때 전방보병소총소대장으로 산야를 누볐습니다. 그때는 하루 종일 걷고 뛰어도 다리 아픈 줄 몰랐습니다. 그 체력이 밑바탕인 된 탓인지 늘그막에 청산리, 봉오동 전적지도, 호남의병 전적지도 안내인의 만류에도 산꼭대기까지 답사하면서 취재할 수 있었습니다. 또 다른 실례로 우리의 삶이 다소 풍족해 지고, 생활이 편리해 지자 가족이 해체 된다든지, 자연파괴, 환경오염 등, 최근에는 이전에 듣지도 보지도 못한 코로나 사태까지 겪고 있습니다."


질문 : "선생님이 여러 매체에 쓴 박정희 대통령 이야기는 다른 어느 분이 쓴 글보다 적확하고 감동이 갑니다. 일반 사람들이 모르는 얘기도 많고요. 고향 사람으로 그분의 생애를 요약해 주시고, 가능한 동향인 김재규 중앙정보부장의 평전도 써주십시오."
  
 박정희 대통령
 박정희 대통령
ⓒ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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팽(烹) 당한 박정희

"지금 얘기는 한 기자의 말로 듣지 마시고 한 작가, 곧 소설가 박도의 얘기로 들어주십시오. 그분은 한 마디로 요약하면 강대국, 곧 미국에게 '토사구팽(兎死狗烹)'을 당했습니다. 장면 정권이 민주화라는 이름으로 한껏 풀어주자 '가자 북으로! 오라 남으로! 판문점으로'라는 플래카드를 들고 시위할 정도였습니다.
 
 
 제2공화국 당시 남북회담 촉구 시위
 제2공화국 당시 남북회담 촉구 시위
ⓒ 눈빛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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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자 미국으로서는 전리품 한반도가 불안했습니다. 이런 시위를 막을 강력한 인물이 필요했던 것입니다. 그래서 좌익 경력이 있는, 누구보다 강직한 비주류 박정희가 필요했습니다. 그래서 그들은 회심의 카드로 박정희를 발탁했습니다. 그들의 정보력은 대단합니다. 솔직히 미군 주둔하 미국의 승인없이 어떻게 쿠데타에 성공할 수 있습니까?

미국은 이후 월남전에서도 박정희를 아주 잘 이용했습니다. 하지만 유신 이후 박 정권이 장거리유도탄을 개발하거나 핵무기 개발의 기미가 보이면서 '자주국방'을 슬그머니 내세우자 그때부터 미국은 박정희 문제로 아주 골치를 앓았습니다.

'이제 때가 됐군.'

미국은 그 참에 아예 용도폐기처분 하고 싶었을 겁니다.

마치 박정희가 3선 개헌 후 무자비하게 용도폐기 처분한 김형욱처럼. 그게 권력의 비정한 세계입니다. 더 자세한 얘기는 소설로 쓸 예정입니다. 제가 여기까지 아는 데 상당한 세월과 월사금이 들었습니다. 영어도 서툰 사람이 미국도 네 차례나 다녀오고, 일본도, 중국도 서나 차례, 러시아도 답사했습니다. 

지금은 선산이 구미시에 배속돼 있지만, 제가 자라던 시절 구미는 선산군에 딸린 면소재지 지역으로 솔직히 저는 김재규 부장에 대해서는 잘 모릅니다. 제 선대 고향이 선산군 도개면이기에 벌초하러 오가는 길에 선산읍 이문동의 김재규 부장 본가는 들러본 적이 있습니다. 내가 그 댁 앞을 기웃거리자 관리인이 묻더군요.
 
 
 선산읍 이문동 김재규 부장 본가
 선산읍 이문동 김재규 부장 본가
ⓒ 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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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서 왔능교?'
'구미서 왔습니다.'
'우리 집에 불 지르려고 왔능교?'

그게 아니고 답사 왔다고 하니까 그제야 경계심을 풀었습니다. 박정희가 해방 후 만주에서 돌아와 백수로 지내다가 군사경비사관에 입교하고자 서울로 갈 때입니다. 그날 선산의 김재규와 함께 구미역에서 같은 열차 타고 상경한 걸로 알고 있습니다. 그가 저승 사자일 줄은 아마 박정희도 김재규도 그땐 몰랐을 겁니다.

언젠가 '인간 박정희' 탈고한 뒤 그때까지도 글 쓸 체력이 저에게 남아 있다면 김재규 부장도 공부해 보겠습니다. 저는 구미 장터마을 태생입니다.
 어려서 이불 속에서 할머니한테 박정희 얘기는 많이 듣고 자라도 김재규 얘기는 전혀 듣지 못했습니다.

작가는 아는 것만큼 쓰는 데 김재규 부장에 대한 제 공부가 많이 부족합니다. 현재로서는 김재규를 쓸 수 있는 적임자가 아니지만, 고향 후배님 말씀 귀담아 두겠습니다."
 

학문과 문화의 도시 구미로 거듭나기를

질문 : "앞으로의 계획을 말씀해 주십시오."

"저는 고교시절부터 고향 선배 박정희를 쓰겠다고 벼르면서 현지인들도 잘 모르는 창춘의 만주군관학교까지 답사한 바 있습니다. 저는 기회가 닿고 제 건강이 허용되면 그분의 인간적인 면모를 그려볼 참입니다. 본인도, 부인도 총살당한 참 불행한 인물입니다. 하지만 결코 변명하는 사람은 아니었습니다. 

저의 고향을 배경으로 한 얘기들은 현재도 <오마이뉴스>에 연재 중에 있고, 앞으로 단편소설, 수필 등으로 가능한 많이 쓰도록 노력하겠습니다. 판사는 판결문으로, 작가는 작품으로 말해야겠지요. 자칫 말이 앞설지도 몰라 더 이상의 말은 줄이겠습니다. 제가 쓴 작품 중에 <약속>과 <허형식 장군>에는 낙동강과 구미 얘기가 많이 나옵니다. . 

여담으로 오늘 삼일문고 이 자리는 지난날 광평동으로 제가 피란 중 미 공군 세이버 제트기 공습으로 잠시 숨었던 과수원 자리입니다. 또한 까맣고 조그마한 박정희 소년이 아침저녁으로 책보를 어깨에 메고 지났던 등하교 길이고요. 그러면서 이 들판에 훈련 중이던 일본군을 보고 장차 군인이 될 꿈을 키웠던 장소이기도 합니다."

  
 저자 사인회
 저자 사인회
ⓒ 삼일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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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 : "고향에 대해 한 말씀을 남겨주십시오."

"제가 자랄 때 선산 구미를 '충절과 학문, 인재의 고장'으로 알고 자랐습니다. 최근 구미는 내륙 최대의 산업단지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는 곧 환경 오염 문제가 뒤따르지요. 구미가 문화의 도시, 학문 및 도의의 도시로 거듭 났으면 좋겠습니다. 지난 정권 때는 인재의 고장인 선산 구미 사람을 제치고 엉뚱한 고장의 사람이 국회의원을 하는 것 보고 먹먹했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심아무개 국회의원도, 박근혜 대통령도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하더군요. 
 
이탈리아 피렌체는 단테의 신곡의 한 구절이 그 도시를 뒤덮고, 셰익스피어의 고향 영국의 스트래트퍼드는 자그마한 고장인데도 연 일백만 명의 관광객이 몰려드는 세계 유명 문화순례지입니다. 제가 사는 원주도 박경리의 작품 구절들이 도심 군데군데 버스정류장 유리판에 새겨져 있습니다. 인문이 죽어버린 도시는 야만이 되기 마련입니다."


그날 주최 측이 준비해둔 저자 사인 판매용 책은 그 자리에서 모두 판매됐다. 그뿐 아니라, 고향사람들은 내 건강을 염려하여 마스크를 한 상자 챙겨주는 등, 푸짐한 인정의 선물보따리를 한 아름 안고 어둠 속을 달려 원주내 집으로 돌아왔다.
 
하늘에는 성근 별 
알수도 없는 모래성으로 발을 옮기고, 
서리 까마귀 우지짖고 지나가는 초라한 지붕, 
 흐릿한 불빛에 돌아 앉아 도란 도란거리는 곳,

-그 곳이 참하 꿈엔들 잊힐 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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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여년 교사생활 후 원주에서 지내고 있다. 장편소설 <허형식 장군> <약속> <용서>, 역사다큐 <항일유적답사기><영웅 안중근>, 사진집<지울수 없는 이미지> <한국전쟁 Ⅱ> <일제강점기> <개화기와 대한제국> <미군정 3년사>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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