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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라이프플러스 에디터만 아는 시민기자의, 시민기자에 의한, 시민기자를 위한 뉴스를 알려드립니다.[편집자말]
기사 한 편을 읽었다. '90년대생 작가들의 '글쓰기 혁명'이 시작된 곳은 '어딘'가···이슬아·이길보라·이다울 북토크'라는 제목의 기사였다. '어딘'이라고 불리는 김현아씨(청소년 여행학교 로드스꼴라의 대표 교사)가 운영하는 '어딘글방'에서 이들 90년대생 작가들이 그에게 글을 배우고 썼다는 이야기였다. 최근 신간 <부지런한 사랑>을 낸 이슬아 작가와 후배가 서평을 쓴 책 <해보지 않으면 알 수 없어서>, <천장의 무늬>의 작가들이라 내게도 익숙한 이름이었다.

[관련 기사]  
<천장의 무늬> 이다울 작가 : 침대에 누워서 낭독회를 할 순 없을까요
<해보지 않으면 알 수 없어서> 이길보라 작가 : 부모의 배경이 내가 되지 않는 곳에서 '나로 살기'

그런데 나는 이 글을 보며 시민기자 출신의 글쓰기 선생님 두 명이 떠올랐다. 은유 작가와 배지영 작가다.

[은유 작가] 글쓰기 수업이 끝나면 오마이뉴스를 추천하는 이유 
 
 '알지 못하는 아이의 죽음'을 쓴 은유 작가.
 "알지 못하는 아이의 죽음"을 쓴 은유 작가.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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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유 작가는 지난 2003년 즈음 내가 막 <오마이뉴스>에 입사하던 초기에 활동하던 시민기자였다. 오래 전 일이라 다소 희미한 기억이긴 하지만 열심히(!) 활동하시다가 어느 날 갑자기(?) 사라졌다. 훗날 작가를 만나 그때의 이야기를 물었을 때 그가 웃으며 말했다.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활동을 통해 내가 어느 정도 쓰는 사람이라는 걸 확인했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떠났어요." 

그후 (역시 나중에 알았지만) 글쓰기 작업과 강의로 생계를 잇는 글쓰기 노동자로 살았다. 2012년 <올드걸의 시집>이라는 에세이를 내고 출간을 계속 이어갔다. <싸울 때마다 투명해진다> <글쓰기의 최전선> <쓰기의 말들> <알지 못하는 아이의 죽음> 등으로 지금은 누구나 알만한 작가가 되었다.

나는 진즉 <올드걸의 시집>을 읽었는데(그것도 무려 1쇄본을 갖고 있는데) 그가 그때 그 시민기자라는 걸 몰랐다. 당연하다. 글 쓰는 이름이 달랐으니까. 이 책은 3년 만에 절판되었으나 올해 6월 같은 제목으로 다시 복간되었다. 작가의 이름이 알려지면서 '이 책이 정가의 두세 배 가격으로 중고 거래될 만큼 독자들의 사랑을 받았고 복간 요청이 꾸준했다'는 게 출판사 측 설명이다.  

그런데 내가 은유 작가와 다시 인연이 닿은 것은 책이 아니라, 시민기자들 때문이었다. 어느 날 갑자기 나타난 새로운 이름. 문장도 내용도 손 볼 데가 거의 없는 시민기자가 등장했을 때, 어디서 무슨 일을 하다가 우리에게 글을 보내게 됐는지 궁금해서 물으면 "사실 은유 작가님이 <오마이뉴스>에 한번 올려보라고 하셔서..."라고 답했다.
 
 은유 작가의 책과 그의 학인들 책.
 은유 작가의 책과 그의 학인들 책.
ⓒ 최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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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겨우 자식이 되어간다>를 낸 임희정 시민기자도, <명랑한 중년, 웃긴데 왜 찡하지?>를 낸 문하연 시민기자도, <내가 힘들었다는 너에게>를 낸 신소영 시민기자도, <인생은 단짠단짠>을 낸 심혜진 시민기자도 가장 최근엔 전윤정 시민기자까지 모두 그의 제자라고 수줍게 밝혔다. 내가 기억하는 이름들만 이정도지 기억하지 못하는 시민기자까지 합하면 열손가락도 모자랄 정도다. 

이중 문하연 시민기자는 2019년 '올해의 뉴스게릴라상'을, 신소영 시민기자는 '2월 22일상'을 받았다(둘 다 은유 작가는 못 받은 상이다. 으핫핫). 그의 많은 학인(은유 작가가 글쓰기 수강생들을 부르는 말)들이 시민기자가 되고, 책을 내며 그와 같은 작가가 되었다. 

기사 목록에서 좋은 기사를 발견할 때마다 시민기자들의 출신(?)을 확인한 편집기자들은 농담처럼 말했다. "이정도면 은유 작가님에게 밥 한번 사드려야 하는 거 아니냐"라고. 그래서 실제 편집기자들과 같이 한두 번 점심을 하기도 했다. <오마이뉴스>를 잊지 않고, 학인들에게 '공적인 글쓰기'로 한 발 나아가는 데 도움이 될 만한 곳이라고 말해준 것이 고마워서 그랬다. 함께 밥 먹던 자리에서 작가에게 물었다. 왜 학인들에게 오마이뉴스를 추천해 주었느냐고. 

"글쓰기 수업이 끝나고 나면 글쓰기 연습을 하기 어려워요. 느슨해지니까. 그래서 수강생들에게 <오마이뉴스> 추천했어요. 내가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로 활동했을 때 원고료가 쏠쏠하기도 했고(웃음), 무엇보다도 공적인 장에서 글쓰기를 하게 된다는 의미가 큰 것 같아요. 객관적인 평가를 받게 되니까. <오마이뉴스>는 다른 매체에 비해 진입장벽도 낮고요."

은유 작가는 글쓰기 수업을 듣는 학인들에게만 <오마이뉴스>에 글을 올려보라고 권한 것도 아니었다. 그는 자신의 책에서 자주 <오마이뉴스>를 언급했다. 소리없이 우리를 응원해주는 작가의 사려깊은 배려가 고마웠다. 어쩌면 편집기자가 해야할 일을 대신해주고 있는 것 같아 더 그랬다. 지금도 여전히 그런 마음을 가지고 있다.

[배지영 작가] 글쓰기 노하우 다 가르쳐 주는 이유
 
 배지영 작가는 2018년 11월 상주작가를 시작하면서 에세이 쓰기반을 만들었다.
 배지영 작가는 2018년 11월 상주작가를 시작하면서 에세이 쓰기반을 만들었다.
ⓒ 배지영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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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또 고마운 사람이 생겼다. 바로 배지영 작가다. 그는 2001년 <오마이뉴스>에 시민기자 회원으로 가입했다. 그리고 19년째 아직도 <오마이뉴스>에 기사를 쓴다. 2003년 입사한 나는 배지영 작가와 연락할 일이 많았다. 기사를 편집하다가, 청탁할 일이 생기면 쪽지를 보내고 전화를 걸었다. 청탁을 할 때마다 승낙보다 바쁘다며 까이는(?) 일이 훨씬 더 많았지만, 그래도 계속 연락했다. 그가 계속 썼으니까 가능한 일이었다.

그렇게 꾸준히 계속 쓰던 배지영 작가는 2015년 올해의 뉴스게릴라 상을 받았고 <오마이뉴스>에 연재한 기사로 <우리, 독립청춘>(2016), <소년의 레시피>(2017)를 출간했다. 마흔 넘어 '열심히' 시작한 글쓰기는 마르지 않는 샘 같았다. 인터뷰집 <서울을 떠나는 삶을 권하다>를 냈고 올해만 세 권의 책이 나왔다. 동화집 <내 꿈은 조퇴>, 인터넷에 검색해도 안 나오는 군산 이야기를 담은 인문지리 시리즈 <군산> 그리고 <환상의 동네서점>까지. 

이중에서 <환상의 동네서점> 이야기를 지금 꼭 해야 할 것 같아 이 글을 쓴다. 이 책에는 배지영 작가가 군산에 있는 한길문고 상주작가로 일하면서 만나고, 보고, 듣고, 느낀 이야기들이 오롯이 담겼다. 거기에 시민기자들 이야기도 많이 나온다. 그리고 그 시민기자 가운데 몇몇이 첫 책을 만들고 10월의 마지막날인 31일 첫 출간기념회를 연다.

나는 이 계획을 지난 5월에 이미 들었다. 원고도 없고 책도 없는데 출간기념회 날짜부터 박았다. 듣고도 믿기지 않았다. 5개월밖에 안 남았는데 그때까지 1인 1책이 나온다고? 정말? 이게 가능한 일인가? 

배지영 작가는 2018년 11월 상주작가를 시작하면서 에세이 쓰기반을 만들었다. 거기 오는 사람들에게 <오마이뉴스>에도 쓰라고 말해줬다. 그러면서 글쓰기 노하우를 다 가르쳐줬다. 사람들은 그러한 선의가 좋으면서도 의심하고 궁금했다. 그래서 묻기도 했다. "글쓰기 노하우를 그렇게 자세히 알려주면 작가님 손해 아니냐?"라고.

그때 배지영 작가는 전혀 다른 이야기를 해주었단다. "나는 정말 맨땅에 헤딩하고 시행착오 많이 하면서 글쓰기를 배웠다. 내 수업 받는 사람들은 그 시행착오 하는 시간을 많이 줄여주고 싶다. 헤맬 시간에 더 많이 쓰고, 빨리 책 내시라"라고. 
 
 군산에 사는 시민기자들이 각자의 이름으로 낸 책들.
 군산에 사는 시민기자들이 각자의 이름으로 낸 책들.
ⓒ 배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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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기자로 글 쓸 때도 배지영 작가는 늘 바빴는데, 이젠 더 바빠졌다. 출판사에서 책 써달라는 연락도 계속 온다. 그 와중에 에세이 쓰기반 작가들을 다독이며 글을 쓰게 하고 책 한 권으로 만들게 했다니... 서울 어디에서는 책 컨설팅만 해주는데(책으로 만들어주지도 않는데!) 무려 1000만 원을 받는다고 해서 기함을 했는데... 배지영 기자는 그냥 다 퍼준다(책 출간 할 때 제작비만 본인들이 충당했다). 대체 왜 이렇게까지 하는 건지 이젠 나도 궁금할 지경이다. 왜 그러는지 이번에는 내가 직접 물었다. 

"힘들죠. 정말 힘든 일도 많았어요. 하지만 또 책이 나오는 거 보면 좋잖아요. 그런 마음에 하는 거 같아요. 시민기자들이 책 내면 편집기자도 좋지 않아요? (좋죠 좋죠, 완전 좋죠) 나도 그런 마음인 것 같아요."   

이숙자 시민기자는 배지영 작가를 만나 70대 자신의 삶이 완전히 달라졌다고 말한다. 그는 '배지영 작가를 만나 에세이 수업을 하고 글을 쓰면서 내 삶의 방향이 변하고 반짝이는 나 자신도 만났다'라고 기사에도 썼다.

30대 주부에서부터 70대 할머니까지 가장 특별한 이야기를 가진 저자들을 만날 수 있는 출간기념회가 31일 오후 7시 한길문고에서 열린다. 비록 참여는 못 하지만 격하게 축하 인사를 남긴다. 그리고 덧붙여 한 마디. 

"자꾸 기사가 길어지는 탓에 출간하신 분들의 모든 이름을 언급하지 못해 죄송하지만(수상소감 아닙니다) 이숙자 시민기자, 신은경 시민기자, 이현웅 시민기자, 박효영 시민기자, 박향숙 시민기자 그리고 군산에 있는 모든 시민기자들의 꾸준한 글쓰기를 응원하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어딘가에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출신 글쓰기 선생님들이 있다면 그분들에게도 응원의 말을 전하고 싶다. 

환상의 동네서점

배지영 (지은이), 새움(2020)


올드걸의 시집 - 상처받고 응시하고 꿈꾸는 존재에게

은유 (지은이), 서해문집(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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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에디터. '에디터만 아는 TMI'를 연재합니다. 그림책을 좋아합니다. 2017년 그림책에세이 '하루 11분 그림책 짬짬이 육아'/ 2019년 성교육 전문가와 함께 하는 대화집 '이런 질문, 해도 되나요?'를 출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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