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명의 시민기자가 개의 기사를 작성하였습니다. 시민기자 전환하기
사진을 처음 배울 때 일이다. 억새 사진을 처음 찍어 문화원 담당 교수에게 제출했다. 억새 사진 가운데 좀 괜찮은 것을 골랐다. 사진 평은 기대 이하였다. 억새는 해가 서산으로 기울 때 사진을 찍으면 제일 좋다고 한다. 역광을 받은 영롱한 모습의 억새 사진을 보여준다. '와' 하며 감탄사가 저절로 나온다.

제주 여행 첫 코스로 산굼부리를 택했다. 억새 촬영은 오후 시간이 제일 좋다. 공항에서 산굼부리까지는 40~50분이 소요된다. 시간에 맞게 도착하기 위해 서둘렀다. 산굼부리는 누구나 다 아는 억새의 명소이다. 특히 바로 앞에 전개되는 한라산의 모습까지 더하면 한마디로 그 모습이 장관이다.
  
 산굼부리 정상부에서 바라다 본 억새 평원의 모습
 산굼부리 정상부에서 바라다 본 억새 평원의 모습
ⓒ 한정환

관련사진보기

 
제주 여행은 복불복이다. 억새 촬영은 비가 오면 안 된다. 날씨가 좋아야 한다. 출발할 때는 맑고 푸른 전형적인 가을 날씨였다. 비행기에서 내리니 잿빛 구름이 몰려온다. 그래도 간간이 햇빛이 보여 한 가닥 희망을 안고 찾아갔다. 산굼부리는 억새 사진도 좋지만, 분화구와 일몰 사진 명소로도 소문나 있는 곳이다.

깊고 넓은 신비의 화구 산굼부리

제주 사투리는 언제 들어도 재미있고 유머스럽다. '굼부리'는 분화구를 일컫는 제주어이다. 산붐구리가 유명세를 치른 것은 억새가 아니다. 한국에 하나밖에 없는 세계적으로 희귀한 평지 분화구 때문이다. 산굼부리 분화구는 천연기념물 제263호로 지정되었다.

제주도 한라산 신록에는 360여 개의 기생화산이 분포한다. 대부분 대접을 엎어 놓은 듯한 모습을 하고 있다. 산굼부리는 용암이나 화산재의 분출 없이 폭발이 일어나 깊은 구멍만이 남게 된 제주도에서 유일한 화산이다. 이러한 화산을 '마르'라고 부른다.
  
 산굼부리 정상부에 있는 분화구 모습
 산굼부리 정상부에 있는 분화구 모습
ⓒ 한정환

관련사진보기

 
해발 438m에 위치한 산굼부리 분화구는 둘레 2,070m, 깊이 140m이며 넓이가 297,000㎡(9만 평)에 이른다. 한라산 백록담보다 크고 깊다. 빗물은 밑바닥에 틈이 많아 현무암 자갈층을 통해 바다로 흘러간다.

분화구에는 각종 온대, 난대성 식물들이 자라고 있다. 노루와 오소리 등의 포유류와 조류, 파충류 등 야생동물의 서식처로도 유명하다. 봄에는 분화구 밑바닥에서 구름이 올라가는 신비스러운 모습을 볼 수 있다.

화산 폭발로 생긴 기암괴석들을 전시한 산책길

주말이면 넓은 주차장이 빈틈이 없을 정도로 꽉 찬다. 입구에는 매표소, 안내소까지 전부 현무암 화산돌로 지어져 있다. 제주의 특별함이 바로 여기에 있다. 입구에는 공원같이 아름답게 꾸민 정원이 있다. 억새를 보고 난 후 앉아 있는 여행객들의 표정이 밝다. 사색의 공간처럼 보인다. 여기에 높이 쌓아 올린 돌담은 삼국시대 성을 연상케 한다.

제주의 상징이자 간판 얼굴인 돌하르방이 관광객들에게 웃으며 인사를 건넨다. 돌하르방도 예전에는 그냥 보기만 하고 지나쳤다. '돌로 만든 할아버지'라는 돌하르방의 뜻을 알고부터는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수문장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진다. 두 손으로 가지런히 배를 감싸고 있는 공통적인 모습이다. 두 손의 위아래 위치가 다른 경우도 있다.
  
 산굼부리 입구에 기암괴석이 전시된 산책로 모습
 산굼부리 입구에 기암괴석이 전시된 산책로 모습
ⓒ 한정환

관련사진보기

 
정원을 지나면 가을 여행의 백미 억새 평원이 펼쳐진다. 바로 오른쪽에는 현무암 기암괴석들을 전시한 산책길이 보인다. 화산 폭발 이후 우리 조상들은 먹고살기 위해 밭을 일구며, 넓은 평원에 흩어진 화산석을 치우느라 손발이 부르트도록 일을 했다.

그때 당시에는 천덕꾸러기 신세였던 현무암 돌들이 지금은 제주만의 멋스러움을 선사하는 귀한 존재로 대접을 받고 있다. 돌담으로 유용하게 사용된다. 이상하게 생긴 특이한 기암괴석은 관광객을 위한 전시 대상의 영광을 누린다.

돌담길과 억새의 환상적인 조화를 이룬 산굼부리

억새는 보는 위치에 따라 모습이 달라진다. 태양을 등지고 돌담길 억새밭을 올라가니 누런 황금색 물결이다. 구멍 숭숭 뚫린 화산석을 밟고 올라가니 제주만의 멋스러움이 추가된다. 억새밭 곳곳에 쉼터와 재미를 더해주는 나무 그네도 설치되어 있다.

억새밭만 걸어도 황홀한데 젊은이들의 관심을 끄는 장소가 있다, 바로 SBS <결혼의 여신> 촬영 장소라는 방향 표지판이다. 2013년 방영된 주말 드라마로 은백색 억새가 출렁이는 곳에서 남상미, 이상우가 마지막 엔딩 장면을 촬영하여 주목을 받았던 곳이다. 1998년 장동건, 고소영이 주연으로 출연한 멜로 로맨스 영화 <연풍연가>에서도 인상 깊은 장소로 자리매김한 산굼부리이다.
  
 해 질 녁 황금빛의 산굼부리 억새 평원의 모습
 해 질 녁 황금빛의 산굼부리 억새 평원의 모습
ⓒ 한정환

관련사진보기

 
'연풍연가'와 '결혼의 여신' 방영 이후 결혼을 앞둔 예비부부들의 웨딩촬영 장소로도 급부상한 곳이다. 기자가 찾은 날도 두 쌍의 아름다운 예비부부들이 산굼부리와 꽃붐구리에서 촬영에 열중이었다. 전문 사진가의 도움 없이 둘이서 즐겁게 사진촬영을 하는 모습이 여행객들의 눈길을 끈다.

집 가까이 둔치에 심어진 억새를 몇 년 동안 관찰해 보았다. 억새는 갈색에서 은빛으로 바뀐 뒤 새하얀 모습으로 꽃을 피운다. 은빛에서 하얗게 털이 보송보송 피는 시기가 가장 아름답다.

곧 하얗게 터질 것 같은 느낌이다. 그래서인지 많은 사람들이 산굼부리를 찾아온다. 제주 현지인들도 1년에 한 번은 들러 산굼부리 억새를 구경한다고 한다. 일몰 시 한라산을 배경으로 햇빛에 반사된 억새밭의 광경을 보면 황홀하기 그지없다. 누구나 카메라를 들이대는 순간부터 한 폭이 그림이 된다.

정상에 오르니 산굼부리 분화구와 억새밭 사이로 산책길이 이어진다. 정상부에서의 풍경은 한 마디로 한 폭의 풍경화를 연상케 한다. 이런 아름다운 모습을 눈에 담으려고 많은 관광객들이 이곳을 찾아오는구나 싶다. 일몰 시간에 맞추어 억새밭의 장관을 찍으려는 전문 사진가의 모습도 보인다.
  
 산굼부리 정상부 바로 옆에 있는 꽃붐구리 모습
 산굼부리 정상부 바로 옆에 있는 꽃붐구리 모습
ⓒ 한정환

관련사진보기

 
억새밭 바로 오른쪽에는 꽃붐구리라고 이름을 붙인 잔디광장의 모습도 보인다. 푸른 초원에 펼쳐진 꽃붐구리에는 누구의 묘인지 모르는 분묘가 몇 기 있다. 돌담에 싸여 보호를 받고 있는 듯한 모습이다. 분묘이지만 모든 사람들의 부러움의 대상이다. 묘에 담을 쌓은 이유는 방목으로 키우는 소나 말이 묘를 파헤치지 못하도록 하기 위함이다.

분화구 바로 옆에는 산굼부리 최고의 명품 사진 포인트가 있다. 나무로 만든 한글명 '산붐구리'가 여행객들의 이목을 집중시킨다. 뒤쪽으로는 억새가 푸른 숲에 둘러싸여 있어 따뜻한 느낌과 함께 자연의 소중함을 일깨워 준다. 사진을 찍기 위해 주말에는 순서를 기다려야 할 정도로 인기가 많은 곳이다.
  
 산굼부리 최고의 사진 포인트 모습
 산굼부리 최고의 사진 포인트 모습
ⓒ 한정환

관련사진보기

 
정상부에 세워진 사슴상은 산굼부리의 풍경과 어우러져 멋진 모습을 연출한다. 옥황황제의 말잣딸(셋째공주)과 한감(한별)의 사랑 이야기가 담겨있는 설화를 바탕으로 전해지는 사슴상이다.

산굼부리에는 크리스마스트리로 사용되는 구상나무가 집단 서식하고 있다. 구상나무는 해발 500~2000m의 습기가 많은 숲속에서 잘 자라는 나무이다. 힐링을 목적으로 하는 산책코스에 알맞은 수종이다.

구상나무는 피톤치드의 주성분인 테르판이 가장 많이 나오는 나무로서 스트레스 해소, 면역력 강화 및 심폐기능을 강화, 천식과 아토피 치료, 항균과 항염증 작용 등 몸과 마음을 회복시켜 자연치유력을 높인다고 한다.
  
 산굼부리 억새 평원의 모습
 산굼부리 억새 평원의 모습
ⓒ 한정환

관련사진보기

 
올해는 코로나19 영향으로 산굼부리 같은 드넓은 야외 관광지를 더 선호한다. 다가오는 주말부터는 제주의 가을을 느끼려는 관광객들로 산굼부리가 북적일 것 같다.

흐린 날씨로 인해 햇빛에 반사된 영롱한 모습의 억새의 모습은 보지 못했다. 한라산을 가리고 있는 검은 구름 때문에 일몰의 화려한 장관도 다음 기회로 미루어야 했다. 하지만 정상부에서 바라다 본 아름다운 억새밭의 모습은 제주를 떠나도 두고두고 가슴에 남아 있을 것 같다.

* 찾아가는 길

- 주소 : 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 조천읍 비자림로 768(산굼부리)
- 입장료 : 성인 6,000원, 경로/국가유공자/장애인 및 청소년 4,000원,
  어린이(만 4세 이상) 3,000원
- 주차료: 없음
- 관람시간 : 3월~10월 09:00-18:40(18시 입장마감), 11월~2월 09:00~17:40(17시 입장마감)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진실과 정의를 추구하는 오마이뉴스를 후원해주세요!

후원문의 : 010-3270-3828 / 02-733-5505 (내선 0)

오마이뉴스 취재후원

차 한 잔의 여유를 즐기며 발길 닿은 곳의 풍경과 소소한 일상을 가슴에 담아 옵니다.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