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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gcaption>현장 조정회의에 참석한 관계 기관 대표들과 주민들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figcaption>
 
현장 조정회의에 참석한 관계 기관 대표들과 주민들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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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강제 이주 정책으로 정든 삶의 터전을 떠나 무허가 건물과 열악한 환경 속에서 40여 년 동안 고통 받아온 경주시 천북면 신당리 한센인 집단촌 주민들의 주거, 환경 문제가 국민권익위원회의 조정으로 경북도, 경주시, 포항시, 대구지방환경청 등 관계기관이 힘 모아 해결을 추진하게 됐다.

국민권익위원회는 지난 28일 오후 2시 경주시청에서 이철우 경북도지사, 주낙영 경주시장, 이강덕 포항시장, 주대영 대구지방환경청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경주 한센인촌 주거복지 및 환경개선 현장 조정회의'를 열어 조정안을 도출했다.

이번 조정의 핵심은 희망농원 내 현재 한센인 포함 112세대 160여명이 거주하고 있으나 열악한 환경문제를 초래하는 집단계사 및 폐슬레이트(1급 발암물질) 철거, 노후 침전조·하수관거 재정비를 위해 관계기관의 역할을 분담하는 것이다. 이 사업에 필요한 국비 210억원을 중앙부처 및 경북도 등이 지원할 수 있는 법적 계기를 마련하기로 했다.

이날 회의를 통해 경주시는 ▲노후 집단계사(450동) 및 폐슬레이트를 철거하고, ▲노후 침전조 및 하수관거 정비 등 우선해결을 위해 내년 상반기까지 기본정비계획을 수립하고 천북면·희망농원·시의회·전문가 등 공론화를 통해, ▲노후 주택정비 등 거주여건 개선, ▲친환경 농작물 재배 등 일자리 및 농가소득 창출 기반 마련, ▲한센 요양원 등 복지시설·생태공원 등 주민 편익 공간조성 을 포함한 종합정비계획을 단계적으로 수립 추진하기로 했다.

경북도는 희망농원 내 노후 집단계사(폐슬레이트 포함) 철거, 침전조 및 하수관거 정비 등 시설개선 사업이 원만히 추진될 수 있도록 예산지원 등을 협력하기로 했다.

포항시는 노후 침전조와 하수관거 재정비 등을 통해 형산강 수질오염 개선을, 대구지방환경청은 하수관거 정비사업 관련 국비 예산이 우선 지원될 수 있도록 적극 협조하기로 했다.

천북면 신당리 한센인 집단 정착촌인 '희망농원'은 1959년 경주시 성건동 소재 성락원 60여 명과 1961년 경북 칠곡군 소재 애생원 200여 명 등 260여명의 한센인을 정부가 한센인 자활사업을 추진한다며 보문단지 내 경주CC 자리로 통합 이주시킨 데 이어 1978년 보문관광단지 개발을 이유로 현재의 장소로 강제이주시키면서 조성됐다.

정부는 이주민 486명에게 무허가로 가구당 주택 1동, 계사 1동을 신축·배정해 자활토록 했다. 그러나 시 정부가 희망농원 6만여평에 지어 준 집단 계사 450동과 슬레이트 지붕은 무허가 건물 상태로 40년간 이어져 오고 있으며, 재래식 개방형 정화조 및 하수관로도 노후화로 인해 악취 발생 등 주거환경이 매우 열악한 실정이다.

현재 한센인 포함 112세대 160여명이 거주하고 있지만, 무허가 건물에서 1급 발암물질 및 악취, 해충, 오염수 등 여러가지 취약한 환경에 처해 고통 받고 있어 집단계사, 폐 슬레이트(1급 발암물질) 철거, 노후 침전조·하수관거 재정비가 시급한 실정이다.

또 계사 축분 및 생활하수가 우수기나 장마철이면 포항시민들의 식수원인 형산강 국가하천으로 범람돼 현재까지 100여 건의 각종 민원이 지속적으로 발생해 왔다.

특히 강제이주 당시 정부에서 지어준 계사와 주택이 아직까지 무허가 건물로 남아있어 태풍 등 각종 자연재해에 피해를 입어도 전혀 지원을 받지 못해 고령의 기초생활수급자 본인이 부담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같은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해 주민들은 그동안 대통령실을 비롯해 국회, 정부기관 등에 수차례 탄원과 호소를 했으나 관심 부족으로 개선되지 않았다.
 
<figcaption>전현희 국민권익위원장등은 오후2시 현장조정회의에 앞서 천북면 신당리를 방문했다.</figcaption>
 
전현희 국민권익위원장등은 오후2시 현장조정회의에 앞서 천북면 신당리를 방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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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결의 실마리가 풀린 것은 현 정부 들어서다.

지난 3월 희망농원 주민대표와 경주시는 국민권익위원회에 취약한 정주환경 개선 및 인권보호 등을 위한 민원을 전달했다. 이후 국민권익위를 비롯해 경북도, 포항시, 대구지방환경청 등과 함께 수차례에 걸쳐 현장 확인과 주민면담을 시도하는 등 다각도로 노력해 왔다.

희망농원 주민들의 주거복지 및 환경개선을 보편적 인권문제의 해결로 접근한 것이다. 이같은 노력의 결실이 이날 기관조정합의로 결실을 맺은 것이다.

전현희 국민권익위원장은 "지난 3월 국민권익위원회에 고충민원을 접수한 뒤 경북도, 경주시, 포항시, 대구지방환경청 등 관계가관이 계사악취, 주거문제 해결을 위해 힘을 모았고, 그 결과를 담은 것이 오늘 현장회의 조정결과"라고 밝혔다.

전 위원장은 "오늘은 그동안 주민들이 겪었던 문제를 해결하는 출발점이 되는 자리이며, 앞으로 관계기관과 협의해서 예산확보, 실질적 주거개선, 생활환경 개선을 위한 다양한 정책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전 위원장은 "40년전 정부의 이주정책으로 집단이주하게 된 한센인 주민들이 그동안 정부의 무관심, 여러 편견으로 오랜 고난을 겪었지만, 그 문제에 대해 어느 누구도 보살펴 주지 않았고, 사과도 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비록 과거 정부의 일이지만, 이 문제에 대해 정부기관장으로서 그동안 주민들이 겪었던 불편과 고난에 대해 진심으로 송구하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주낙영 경주시장은 "희망농원 환경개선 등에 많은 예산이 소요되는 만큼 경주시는 물론 범정부적 접근이 필요하다"며 "40여 년 간 방치된 오랜 숙원이 추진될 수 있도록 기관조정 회의를 개최해 준 국민권익위에 감사를 전하며, 앞으로도 중앙부처와의 지속적인 가교 역할에 협조"를 부탁했다.

또 "경북도, 포항시, 대구지방환경청 과의 긴밀한 협의를 통해 조정안이 차질 없이 추진될 수 있도록 경주시에서도 전 행정력을 동원해 주민들에게 희망을 주고 낙후된 지역 발전의 전초가 되길 바란다"며 관계기관의 많은 관심과 협조를 당부했다.

희망농원 김용원 대표는 "1979년 정부의 관광사업에 의해 이주한뒤 정부가 약속을 지키지 않아 주민들은 40여 년 동안 무허가로 살면서 재산권 행사를 하지 못하는 것은 물론 자연재해를 당해도 아무런 도움을 받지 못했다"며서 "앞으로 경주시와 협의해 주민소득을 창출하는 등 한센인 정착촌의 모델이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40년 동안 방치된 희망농원의 고통을 해결하기 위해 자리를 만들어준 것에 대해 고맙다"면서 주낙영 시장과 전현희 국민권익위원장에게 특별히 감사의 뜻을 밝히기도 했다.

또 "그동안 희망농원 주민들의 가슴 속에 맺친 인권과 지역개발이 동시에 해결되도록 노력해 달라"는 말을 할 때는 설움이 복받친 듯 목소리가 갈라지기도 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경주포커스에도 실렸습니다.


태그:#전현희, #희망농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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