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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적지 없는 여행도 재미있다. 제주도는 길 따라 드라이브만 해도 좋다. 코로나 시대 굳이 사람 많은 곳에 갈 필요도 없다. 돌담 주변으로 억새가 바람에 나부낀다. 섬 전체가 억새의 천국인 제주의 전형적인 가을 모습이다.

비가 내린다. 여행 시 비가 오면 움직임이 자유롭지 못하다. 제일 곤란한 게 신발이다. 걷기라도 할라치면 신발에 물이 들어온다. 구경은 고사하고 우선 찜찜하다. 다음 목적지로 가는 데 지장이 있다. 다행히 이슬비 수준이다.
  
제주특별자치도 서귀포시 표선면에 위치한 보롬왓 메밀밭 전경
 제주특별자치도 서귀포시 표선면에 위치한 보롬왓 메밀밭 전경
ⓒ 한정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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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귀포시 표선면 방향으로 차를 돌렸다. 표선면에는 남녀노소 누구에게나 사랑받는 관광지가 있다. 바로 보롬왓이다. 넓은 초원에 메밀을 심었다. 일 년에 두 번이나 수확을 한다. 농사지어 수확의 기쁨도 나누고, 관광객들을 불러들여 관광수입도 올린다. 일석이조의 두 마리 토끼를 잡는 곳이다.

다양한 화초들이 전시된 식물원

주차장은 도로를 사이에 두고 두 군데로 나누어져 있다. 비포장이다. 비가 오면 질퍽거리고 조금 불편하다. 보롬왓 여행 중 주변의 아름다운 경관에 비해 주차장은 기대 수준 이하이다. 주차장 정비가 시급하다.

보롬왓은 농장관리비를 지불하고 들어가면 된다. 다른 곳에서 지불하는 입장료와는다르다. 농장관리비를 지불하니 조그마한 둥근 스티커를 준다. 알아보기 쉬운 곳에 부착하라고 한다. 무슨 연유인지 의문이 생긴다. 주위를 관광하다 보니 알 것 같다. 농장관리비를 지불하지 않고 울타리를 넘어오는 사람을 적발하기 위해서인 것 같다.
  
보롬왓 식물원에 있는 ‘수염 틸란드시아’ 모습
 보롬왓 식물원에 있는 ‘수염 틸란드시아’ 모습
ⓒ 한정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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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구에 식물성장단계를 5단계로 표시해 둔 표지판이 있다. 방문하는 날부터 5일 후까지의 성장상태를 알려준다. 맨드라미, 사루비아, 메밀꽃의 현재 상태를 기상예보 형식으로 표시해 놓았다. 작지만 관광객들을 위해 톡톡 튀는 아이디어로 재미를 더해 준다.

먼저 실내에 식물원이 있는 곳으로 입장을 했다. 입구부터 수세미처럼 축 늘어진 곳에 인생 사진 포토존이 자리하고 있다. 식물 이름이 '수염 틸란드시아'라고 한다. 공중식물로 공기 중의 수분과 먼지를 먹고 자라며, 미세먼지를 잘 흡수하기로 유명하다고 한다.

터널식으로 만들었는데 입구와 끝부분에 많은 사람들이 인생 사진을 찍는다. 평일이라 기다리는 시간 없이 바로 사진을 찍을 수 있었다. 주말에는 줄을 서 기다린다고 한다.
  
보롬왓 식물원 내부에 있는 각종 화초들과 식물 모습
 보롬왓 식물원 내부에 있는 각종 화초들과 식물 모습
ⓒ 한정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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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원은 온도 조절이 가능한 실내 온상처럼 만들었다. 다양한 꽃들을 키우고 있다. 판매도 한다. 포토존도 여러 곳에 마련되어 있다. 관광객들이 많아 조금 복잡한 느낌이다. 실내에 앉아서 식물들을 감상할 수 있게 쉼터 같은 공간도 마련되어 있다. 바로 옆에 카페도 있다. 음료를 주문하고 식물들을 감상하며 차를 마실 수 있다.

실내에는 무농약으로 재배한 메밀껍질과 비누, 각종 놀이용품들을 판매한다. 어린이들이 넓은 초지에서 연을 날리며 자연에서 마음껏 뛰놀 수 있도록 배려를 했다. 식물원 한편에 멋진 공간도 만들어 놓았다. 창 너머로 보롬왓의 푸르른 초원을 조망할 수 있다. 아름다운 모습이다.

바람의 밭에서 펼쳐지는 꽃들의 향연

외부로 나오게 되면 탁 트인 초원이 펼쳐진다. 면적이 자그마치 330,000㎡(10만 평)에 이른다. 바로 앞에는 깡통열차도 보인다. 주로 아이들이 타고 다니며 보롬왓을 한 바퀴 돈다. 아이들이 즐거워하는 모습을 바라본다. 메밀밭 뒤로 보이는 이름 모를 수많은 오름들과 새하얀 메밀들이 환상적인 조합을 연출한다.
  
보롬왓에 식재된 맨드라미 모습
 보롬왓에 식재된 맨드라미 모습
ⓒ 한정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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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비가 내려 우산을 쓰고 다녀야 했다. 조금 불편하다. 미처 준비하지 못한 사람들을 위해 보롬왓에서 무료로 대여도 해준다. 넓은 들판에 맨드라미와 메밀꽃이 피어있다. 입구에 핑크뮬리도 조금 심어 놓았다. 사진 찍는다고 조금 망가져 있어 보기가 좋지 않다.

길 건너편에도 입장을 못한 사람들을 위해 제법 큰 규모의 메밀밭을 조성해 놓았다. 멀리 사루비아와 키 작은 수수도 볼 수 있다. 누가 뭐래도 보롬왓의 대표적인 꽃은 메밀꽃이다. 지금 반 이상이 개화하여 조금 있으면 절정의 모습을 보일 것 같았다.

카페 야외에 앉아 꽃밭을 보면서 차도 마시고, 힐링을 할 수 있게 빈백의자들도 놓여있다. 탁 트인 메밀밭의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가슴이 시원해지는 느낌이다. 세상 모든 허물 다 덮어 버릴 흰 눈이 소복이 내린 듯 보인다. 메밀은 화려하지도 않고 수수한 순백 그 자체의 모습이라 더 아름답다.

카페 바로 앞 잔디광장에 오리들이 무리 지어 다닌다. 손에 뭔가 들고 가면 먹이를 주는 줄 착각하여 졸졸 따라다니는 모습이 귀엽기까지 하다. 
  
보롬왓에 식재된 보라색 사루비아 모습
 보롬왓에 식재된 보라색 사루비아 모습
ⓒ 한정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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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일이라 넓은 초원에 사람들이 별로 없다. 비대면 여행지로 안성맞춤이다. 꽃길 따라 가족, 연인들과 함께 걷기만 하면 된다. 서로 부딪힐 일이 없다. 메밀꽃만 심어 놓으면 단조로워 보여 맨드라미, 사루비아, 수수 등도 심었다. 꽃들 사이로 의자가 군데군데 놓여 있어 사진 찍기 편리하다.

비가 와서 불편했지만 그래도 아름다운 꽃들과 함께하니 기분은 좋다. 농장을 한 바퀴 도는 깡통열차에서 어린아이들의 함성이 울려 퍼진다. 메밀밭 사이로 달리니 기분들이 좋은 모양이다. 산책길을 따라 걸으니 보라색 사루비아가 환상적인 모습으로 다가온다.
  
보롬왓에 식재된 핑크색 메밀꽃 모습
 보롬왓에 식재된 핑크색 메밀꽃 모습
ⓒ 한정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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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옆에는 또 대단위 메밀밭이 펼쳐진다. 쉽게 볼 수 없는 핑크색 메밀꽃의 모습도 관광객들의 눈길을 끈다. 매혹적인 색깔에 눈이 호사를 누린다. 메밀밭에서 연인들끼리 다정하게 포즈를 취하며 사진을 찍는 모습이 행복해 보인다. 주변을 돌아보며 시간 가는 줄 몰랐던 조금은 색달랐던 산책길이었다.

보롬왓은 계절별로 색다른 꽃을 심는다. 사진 찍기 좋은 곳으로 알려져 많은 사람들이 찾는 곳이다. 계절마다 꽃이 바뀌니 한 번만 와서는 안 될 것 같다. 보롬왓은 계속 관광객들의 발걸음을 유인하고 있다.

보롬왓은 tvN에서 인기리에 방영된 드라마 '도깨비' 촬영 장소로 알려져 있다. 메밀밭과 제주의 상징인 돌담길도 친구처럼 서로 함께하고 있다. 정겨운 느낌의 돌담길과 함께 각종 CF 촬영도 많이 한다고 한다. 소녀시대 윤아가 하얀 메밀밭에서 촬영한 장소도 인기이다. 결혼을 앞둔 예비부부들의 웨딩촬영지로도 이름이 나 있다.

보롬왓은 제주도 방언이다. 보롬은 바람을 뜻하고, 왓은 밭을 말한다. 즉 바람 밭이다. 하얀 메밀꽃처럼 이름도 순백하고 이쁘게 느껴진다. 다양한 꽃들과 시원하게 펼쳐지는 초원이 아름다움을 더한다. 메밀꽃이 만개 직전의 모습이라 유독 더 기억에 남는다.

보롬왓에서 또 하나의 시선을 끄는 나무가 있다. 삼색 버드나무이다. 키가 크지도 않다. 잎의 색깔이 흰색, 분홍, 초록의 색상이다. 삼색 잎의 조화로 봄, 여름, 가을 동안에 특유의 느낌을 준다. 흰색과 분홍색의 모습은 아직 한 번도 보지 못했다. 그러나 무리 지어 있는 삼색 버드나무가 그 모습을 드러내면 관광객들의 시선을 사로잡고도 남을 만큼 아름다울 것 같다.

보롬왓은 농업혁신을 꿈꾸는 청년 농부들의 땀이 스려 있는 곳이다. 불모지나 다름없던 땅에 10년 전부터 메밀밭을 일구었다. 이들의 피땀어린 노력으로 연간 30만 명 이상의 방문객이 찾아온다.

공동체의 개념인 '같이'의 가치에 농업을 더해 6차산업인 농촌융복합산업 우수사례로 선정된 곳이다. 보롬왓은 농업의 가치 재발견과 함께 농업의 무한한 발전 가능성에 신선한 새바람을 일으킨 곳이다. 제주 여행 중 들린 보롬왓은 관광객의 시선을 끌고도 남을 매력적인 공간임에 틀림없다.
  
▲ 제주 보롬왓 전경 제주 보롬왓에 식재된 하얀색, 분홍색 메밀꽃모습
ⓒ 한정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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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 보롬왓 전경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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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찾아가는 길

- 주소 : 제주특별자치도 서귀포시 표선면 번영로 2350-104
- 농장관리비 : 성인, 중고등학생 4,000원, 경로 및 3세 이상 어린이 2,000원
깡통열차요금 5,000원
- 주차료 : 무료
 

태그:#제주 보롬왓, #서귀포시 표선면 보롬왓, #분홍색메밀꽃, #보롬왓 동영상, #6차산업 농촌융복합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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