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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과 컴퓨터에서 국가보안기술연구소와 함께 새로운 운영체제인 '구름(gooroom)'을 개발하였다. 이제까지 몰랐는데 네이버도 자체 브라우저 '웨일(whale)'을 개발했다. 

'구름'은 'cloud'를 'whale'는 '고래'를 염두에 두고 지은 이름일 것이다. 여러분은 어떤 이름이 귀에 쏙 박히는가? 나는 '구름'이다. 구름에서는 자연스럽게 요즘 대세인 클라우드 서비스가 떠오르는데, 웨일에서는 큰 바다를 여행하는 고래가 바로 떠오르지 않는다.
 
운영체제 구름
 운영체제 구름
ⓒ 한글과 컴퓨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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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우저 웨일
 브라우저 웨일
ⓒ 박영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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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래도 웨일이 영어인 탓이리라. 'whale'이 고래라는 정도는 알고 있는데도 바로 떠오르지 않는 것은 우리말보다 낯선 말이기 때문이다. 배움이 짧거나 나이가 아주 어려서 나보다 영어가 더 낯선 사람은 아예 모를 수도 있지 않을까?

요즘 유행인 영어 섞어 쓰기로 어지럽고 지저분해진 우리말이 안쓰럽다. 나와 같은 옛날 사람은 중학교에서 처음 영어를 배웠다. 중학생 때 문장도 아닌 낱말을 섞어쓰면서 젠 체 하던 일이 있을 것이다. 영화 속 조폭으로 나오는 배우처럼 '어이 브라더'나  '모히또 가서 몰디브 한 잔 마시자'처럼 말이다.

사실 나도 한때는 전문 용어는 영어를 그대로 가져다 써야 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배움이 짧은 우리 어머님이나 어린이를 배제한다는 사실을 깨달은 다음부터 우리말 지킴이로 나서기로 했다.

수업을 할 때나 글을 쓸 때 가능한 쉬운 우리말을 쓰려고 힘쓴다. 르네상스가 라틴말로 쓴 어려운 고전을 쉬운 이탈리아 말로 바꾸는 운동에서 시작되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가? 라틴말을 모르면 읽을 수 없는 성경을 더 많은 사람이 읽을 수 있도록 자기 나라 말로 바꾸면서 중세의 어둠을 몰아낸 근대의 빛을 밝힌 종교개혁이 시작되었다.

이처럼 남이 아닌 제 나라 말을 써야 하는 이유는 명백하다. 영어가 우리말만큼 쉬운 사람도 될 수 있으면 쉬운 우리말을 썼으면 좋겠다. 내 눈엔 교포도 아닌 사람이 중간중간 영어를 섞어 쓰는 걸 보면 짧은 영어를 섞어 쓰던 중학생처럼 유치해 보이기 때문이다. 물론 뜻을 새길 수 있는 알맞은 우리말이 없을 때는 어쩔 수 없다.

'비말'을 '침방울'로 옮기는 노력을 하지 않는다면 머지않아 우리 땅에서 우리말이 사라지거나 못 배운 사람만 쓰는 말이 되고 말 것이다. 그러면 누군가 대신 읽고 풀어주지 않으면 글도 모르는 사람이 넘쳐나는 중세의 어둠이 다시 찾아오고 말 것이다.

노예가 노예임을 깨닫지 못하면 해방은 없다. 식민지 조국에 대한 깨우침이 없었다면 우린 아직도 일본의 식민지 조선에 살고 있을 것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많은 이들이 애써서 일본말을 몰아내고 나니 영어가 판치는 세상이 되고 있다. 말을 빼앗기면 얼까지 빼앗긴다는 당연한 진리를 되새기면서 글을 마친다.

태그:#한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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