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PD수첩 >의 한 장면

< PD수첩 >의 한 장면 ⓒ MBC

 
지난 27일 방송된 MBC <PD수첩>에서는 '아이 잃은 엄마, 의사만 믿었습니다' 편은 많은 국민들을 충격에 빠트렸다. 이날 방송에서는 부산의 한 산부인과에서 일어난 의료사고를 조명했다. 자연분만이 가능하다는 의사의 권유대로 산모는 수술이 아닌 분만을 택했고, 태어난지 4시간 만에 아이는 세상을 떠났다.

방송에서 다하지 못한 취재 뒷이야기를 듣기 위해 28일 '아이 잃은 엄마, 의사만 믿었습니다' 편의 김경희 PD를 전화로 만났다. 다음은 김 PD와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했다.

- 27일 방송된 MBC < PD수첩 > '아이 잃은 엄마, 의사만 믿었습니다' 편을 취재 연출하셨습니다. 다른 사건보다 취재하는 게 힘들지 않았을까 싶은데 어떤가요?
"이번에 취재하기 어려웠어요. 분만 중 난산으로 이어지는, 예기치 않은 일이 벌어졌고 4시간 만에 아이가 사망했어요. 이 사건이 의료과실이라는 걸 입증하는 데 공방도 있고 쟁점도 있었죠. 그래서 취재가 좀 어려웠고요. 그리고 그 병원에서 또 피해자분들이 여럿이라는 댓글이나 쪽지가 많았습니다. 그런데 젊은 부부들이 피해자이니 본인을 드러내서 인터뷰하는 걸 꺼리시는 분이 많았거든요. 그래서 취재하기 쉽진 않았습니다."

- 부산의 산부인과에서만 이러한 이야기가 나온 건 아닐 것 같아요. 왜 거길 취재하셨어요?
"이 병원의 얘기들을 모았던 이유는 6월 22일에 그 사건이 터지고 9월 15일 사망한 아이 어머니가 국민청원 글을 올렸거든요. 동의 수가 20만이 넘어서 청와대 답변을 기다릴 만큼 많은 사람들에게 공감을 받았어요. 그리고 맘카페 같은 곳에서 어머니들이 '나도 이 병원에서 그런 게 있었다', '이 병원에 선생님들 많고 규모도 되게 큰데 여기 병원 문제가 많다'는 글들이 많이 올라오는 거예요. 보니까 다른 병원에서도 있을 수 있는 문제더라고요. 견갑난산은 다른 병원에서 벌어질 수 있는 거긴 해요.

그러나 이 병원으로 한정해서 취재를 깊이 있게 들어가는 데는 피해 산모 두 사람의 역할이 컸던 거 같아요. 두 사건을 보니까 이 병원 태도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했어요. 산모에게 응급 상황이 발생했을 때 병원의 태도가 같았어요. '우리는 잘못 없고 법적으로 문제가 없을 것이다.' '검찰에서 불기소 결정서가 나왔으니까 무혐의 처분된 거다.' 이런 식인 거예요. 첫 번째 피해자는 형사 사건도 아직 종결되지 않은 상황이었는데, '우린 잘못 없고 허위사실 유포하는 거다'라는 식으로 얘기를 하더라고요."

- 청와대 청원을 보고는 어떤 느낌이었어요?
"일단 저도 두 아이의 엄마고 출산 경험이 있어요. 엄마들은 출산을 앞두고 의사 선생님을 전적으로 믿어요. 그 선생님이 하자는 대로 보통 다 해요. 왜냐면 자기는 의사가 아니기 때문에요. 더군다나 이 엄마같은 경우는 첫 임신이었기 때문에 더 지식이 없잖아요. 선생님을 당연히 따라야 된다 생각했죠. 선생님이 하자는 대로 2주 당겨서 무리하게 유도분만을 했고 결국엔 아이가 태어난 지 4시간 만에 사망한 거잖아요. 얼마나 황망하겠어요. 같은 엄마 입장에서도 진짜 마음이 찢어지는 슬픔을 느꼈어요."

- 혹시 주위에서 이러한 의료사고같은 얘기 들어보신 적 있나요?
"유도분만 하다가 너무 어려우면 제왕절개를 하거든요. 또 엄마가 진통하는데도 아이가 안 내려오면 제왕절개 수술로 아이를 출산하더라고요. 그러나 주변에서 4.5kg 아이를 자연분만 했다는 얘기는 접하기 쉽지 않아요. 상위 0.2%의 몸무게니까 흔치 않고요 그만큼 거대아입니다.

그리고 더 처음 들은 얘기는 분만하기 이틀 전에 초음파 몸무게 재니 3.3kg였고 분만했을 때 4.5kg면 1.2kg 차이 나거든요. 그렇게 차이 나는 엄마를 주변에서 한 번도 본 적이 없어요. 이건 흔한 일이 아니에요. 그렇기 때문에 다른 산부인과 전문의들한테 제일 먼저 찾아갔어요. 이게 말이 되는 거냐고 물었죠."

- 산부인과 의사들은 뭐라고 하던가요?
"방송에 나온 것처럼 작게 측정했다는 거죠. 그리고 솔직히 어떤 선생님이 기록지를 안 보더라도 이거는 견갑난산 정도로 아이의 배 둘레 등이 굉장히 크다는 거예요. 그럼 아이가 굉장히 통통하고 진짜 살집이 많은 신생아라서 난산으로 이어질 수 있겠다는 걸 초음파로도 예측할 수 있다는 얘기는 다들 많이 하셨거든요."

- 혹시 다른 의견 얘기한 분은 없나요?
"그 부분은 공통적으로 얘기하신 거예요. 이것은 난산으로 이어질 수 있겠다는 의견을 세 분 다 공통적으로 주셨어요. 그래서 저희도 놀랐던 거예요. 선생님들이 공통적으로 얘기한 부분이 '아이가 굉장히 큰데 왜 굳이 유도분만을 하려고 했는지 모르겠다'라는 얘기하셨어요."

- 이엘이 아빠의 말에 의하면 몸이 부어 있었고 멍도 있었다고 하잖아요. 그 부분은 왜 그런지 알아보셨어요?
"푸르딩딩한 거는 당연히 아빠가 그렇게 보였으면 얘가 호흡을 못 하고 난산으로 이어져서, 나왔을 때부터 나왔을 때 아기 건강상태 점수가 0이었습니다. 축 처지고 아무 반응이 없는 말그대로 죽은 상태와 다름없다는 얘기입니다. 그래서 온몸이 다 파랗게 멍이 든 상태였던 거예요. 혈액 순환 하나도 안 되고요."

- 산도에 탯줄이 낀 채로 6분이 흐른 것 때문에 그런 건가요?
"이건 아직 국과수 결과에서 명확하게 얘기를 안 해줘요. 수사 중인 상황이라서요. 의인성 기도 손상에 대한 내용은 나왔고 하나는 주산기 가사라고 해서 분만 중에 질식사라고 하거든요. 그러니까 이 아이는 분만 중 질식을 했던 거예요. 그게 사인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했고요. 아직 국과수 결과를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고요."

- 담당 의사가 처음엔 인터뷰 안 한다고 하다가 결국 응했잖아요. 그 사이 무슨 일이 있었나요?
"저희가 취재를 갔더니 맨 처음엔 할 말이 없다고 얘기를 하셨거든요. 그러다가 갑자기 너무 피해자라고 주장하는 사람의 얘기만 듣지 말고 차트 등을 가져가서 다른 산부인과 전문의에게도 물어보라는 거예요. 그래서 그렇게 했다고 얘기를 했어요. 그랬더니 그러면 어떻게 얘기하는지 알려 달라고 하시더라고요. 그래서 다른 선생님들이 초음파를 작게 측정했다고 얘기하셨고 3.3kg으로 측정한 건 잘못 측정된 거 같다고 얘기를 하셨다고 했어요. 그랬더니 선생님이 '그러면 나도 대변을 해야겠다'라고 하면서 들어오라고 하시더라고요."

- 들어갔더니 뭐라고 해요?
"'좀 작게 측정했다. 근데 예를 들어서 3.3kg 말고 더 이상으로 측정을 했다 하더라도 분만 방법이 달라지거나 그러지는 않았을 거다. 그리고 나한테 잘못 없다. 견갑난산 예측하기 힘들다. 난 최선을 다했다. 다시 돌아가도 그렇게 할 거다'라고 얘기를 했고 지금 산모가 청원 글 올릴 것은 다 허위라고 얘기했어요."

- 몸무게 잘못 측정한 건 인정 했잖아요?
"그런데 그거를 잘못했다고 얘기 안 해요. '작게 측정한 건 저도 인정해요. 그렇지만 더 크게 쟀더라도 분만 방법이 달라지지는 않을 겁니다'라고 얘기하잖아요. 4kg 이상이더라도 제왕절개 아니고 자연분만 해야 하는 거 아니냐고요. 굳이 4kg 넘더라도 제왕절개 할 필요 없다고 하거든요. 본인의 분만 방법에 대해서는 잘못됐다고 얘기한 적 없어요."

- 다른 의사들은 4.5kg 자연 분만하는 건 어렵다고 하는데 그것에 대해서는 뭐라고 해요?
"그거에 대해서는 자기도 4.5kg이었으면 자연분만을 할 거라고 생각을 못 하는 데 예상 체중에서 4.5kg이 안 나갔기 때문에 당연히 처음부터 제왕절개를 선택 안 했다고 얘기를 하죠."

- 윤희씨 사례도 나와요. 구급차로 평소 다니던 산부인과에 갔지만 대학병원으로 보내던데 왜 그런 거죠?
"원래 자기 다니던 산부인과 가요. 윤희 씨는 이 병원 가기 일주일 전에 윤희 씨가 복통이 있었어요. 거기 내과도 같이 있어서 내과 진료받으며 '음식 잘못 드셨나 봐요. 조심하세요'라는 상황이었어요. 그러나 새벽 2시에 구급차 타고 왔는데 담당 의사가 일주일 전에 그렇게 병원 온 이력이 있으니까  똑같이 그런 식으로 배가 아픈 건가 싶었나 봐요. 왜냐면 그렇게 생각하지 않고서야 복부초음파 하지 않은 건 이해가 안 가거든요.
당시 남편도 출장이 왔었고 친정엄마도 1시간 거리에 사셨어요. 사실 방송에 나오지 않았는데 네 살짜리 첫애와 엄마를 구급대원이 같이 데려온 거예요. 그래서 네 살짜리 얘는  돌봐주지 않고 엄마는 그렇게 계속 기절했다가 다시 깨어난 걸 반복했죠. 그러다가 보호자가 와야 전원을 할 수 있고 우리 병원에서 조치를 못 해 준다고 얘기해서 그렇게 1시간 동안 있고 진짜 엄마 오자마자 전원했는데 거기서 바로 2분 만에 심정지가 온 거예요."

- 거기 응급실도 있다면서요?
"그게 응급실인데 응급실에서 자기들은 수술을 하거나 뭐 하거나 이걸 해 줄 수 없고 더 큰 병원으로 가야 된다고 해서 그냥 둔 거예요. 거기서는 심박 체크하고 활성화 지수(맥박 혈압 체온 등) 체크하고 태아심음 정도는 체크를 했다고 하는데 산모라 복부초음파 당연히 해야 되는데 복부초음파는 안 하셨더라고요."

- 아이가 죽었잖아요. 그럼 아이 죽은 건 어디 책임이죠?
"배가 아파 가지고 다니던 병원에 갔잖아요. 거기서 태아심음 체크했다니까 그때까지 살아 있었지만, 출발할 때 죽었는지 아니면 전원 되고 도착하자마자 죽었는지 어느 시점에서 아이가 죽었는지 모르겠고요.

- 기록지도 조작한 거 같다는 의심도 (방송에) 있었어요.
"본인들은 이게 바빠서 정신이 없어서 그렇게 썼다고 얘기를 하시더라고요. 그런데 피해자 입장에서는 30분 동안 조치를 한 것처럼 차트에 작성돼 있는데 실상은 그렇지 않았잖아요. 구급 활동일지를 확보 못했다면, 거기 병원에 있는 기록지가 전부 맞는 걸로 되어 있었겠죠."

- 의료 감정 공개는 왜 안 되는 거죠?
"의사들이 대한의사협회와 그리고 의료분쟁조정 중재원에서 감정을 하게 되면 의사들이 하게 되잖아요. 근데 이게 어느 병원에서 일어난 일이든 본인들 집단이 좁아서 알아보려면 바로 다 알 수 있는 사안이고요. 그렇기 때문에 수사기관에서 보통 두 군데 다 의뢰하고 재판부도 그렇게 하기 때문에 이게 만약 형사로 갔을 때 이 피해자나 유족분들한테 유리한 조건으로 이제 결과 나오기가 쉽지 않은 거죠."

- 두 아이 부모 인터뷰하셨잖아요. 인터뷰할 때 어떠셨어요?
"사실 저도 많이 울었어요. 나한테도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는 공감이 제일 많이 들었고요. 임신해서 출산까지 자식이 태어나는 걸 기다리면서 행복한 생각만 했을 텐데 이렇게 말도 안 되는 비극을 내가 겪을 거라고는 생각 못 하잖아요. 근데 이런 상황에 놓였음에도 불구하고 법적으로 뭔가 보상을 받으려고 이러는 게 아니라 억울해서 얘기하시는 건데 그 억울한 조차도 법이 의료진 편에서 얘기하는 경우도 많기 때문에 너무 많이 속상하시겠다는 공감이 많이 되더라고요."

- 취재하며 느낀 점 있나요?
"산부인과 선생님들은 사명감을 갖고 일을 하시는 분들도 많을 거라 생각해요, 하지만 본인이 이런 사고에 휘말렸을 때 무조건 '법적으로 과실이 아니다'라고만 얘기하는 건 잘못됐다고 봐요. 처한 사람들은 인생이 다 무너진 거거든요. 그런 걸 대해서 알고 태도를 취하셔서 좋겠고요. 이게 남의 얘기가 아니라 나도 당할 수 있는 의료사고죠. 굳이 법과 제도를 개선해야 되는지 생각하기보다 더 이상 반복된 의료사고가 발생되지 않게 현실적 방안이 꼭 마련됐으면 합니다."
김경희 PD수첩 의료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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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들의 궁금증을 속시원하게 풀어주는 이영광의 거침없이 묻는 인터뷰와 이영광의 '온에어'를 연재히고 있는 이영광 시민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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