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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 불발되면 농협 부담 가중…시민 피해로 귀결

2022년 말까지 통합 RPC(미곡처리장·벼 저장 및 도정시설)를 설치하지 않으면, 정부가 추진하는 각종 쌀 지원 사업에서 원주가 배제될 것으로 전망된다. RPC 통합은 보통 2년 정도 시간이 소요돼 지금부터 논의를 서둘러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DSC(벼 건조·저장시설)는 농업인으로부터 수매한 벼를 최상의 품질로 보관하는 시설이다. 소비자 수요가 발생하면 도정을 위탁해 즉각 시장에 내보내는 역할을 한다. 원주에는 남원주·판부·신림농협이 공동으로 DSC를 운영하고 있다. 원주농협과 소초농협은 별도 DSC를 갖고 있다.

그동안 정부는 RPC나 DSC에 상관없이 시설자금을 지원했다. 고품질 쌀 유통 활성화를 위해 시설 개·보수나 신·증축 비용을 일부 지원하고 있는 것. 그런데 2000년대 들어 RPC는 물론 DSC가 난립하고, 1인당 쌀 소비는 매년 줄어 정부는 DSC에 대한 지원 중단을 결정했다. 

이에 따라 2023년부터는 지자체 통합 RPC에만 정부 지원이 가능해진다. 농림축산식품부 식량산업과 관계자는 "정부 정책으로 RPC 통합을 미뤘다가 최근 추진하는 지자체들이 생겨나고 있다"며 "2018년부터 예고한 사항으로 앞으로는 통합 RPC에만 지원이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DSC뿐만 아니라 일반 RPC도 지원이 끊기기는 마찬가지다. 현재도 정부는 최근 3년 평균 ▷원료벼 매입량 1만 톤 이상 ▷쌀 판매량 7천500톤 이상 ▷정부지원 RPC 운영사업자 ▷사업비 30억 원 이상의 RPC에만 가공시설 현대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고품질쌀 유통활성화를 위해 이 같은 기준을 갖춘 경우에만 시설 지원을 해주고 있는 것. 특히 농협은 통합 RPC인 경우에만 자격을 부여하고 있다. 

간간이 일반 RPC에서 어려움을 호소하면 농업 경쟁력 확보 차원에서 자금 지원을 해주기도 하지만, 앞으로는 엄격한 기준을 내세워 예외 사항을 줄여 나갈 것으로 보인다. 농협중앙회 관계자는 "통합 RPC 사업을 추진하려면 준비기간만 최소 1년, 보통 2년이 필요해 지금부터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통합RPC 안 되면 원주 6개 지역농협 모두 타격

강원 원주에 소재한 지역농협은 총 8곳이다. 원주원예농협과 원주축협을 제외하면 6곳이 벼수매·유통사업을 벌이고 있다. 이들은 개별 또는 연합으로 RPC와 DSC를 운영하고 있다. 이중 가장 많은 사업비를 투자한 곳은 RPC를 운영하는 문막농협이다.

문막농협은 연간 1만4천600톤의 벼를 가공하기 위해 총 86억700만 원의 사업비를 투입했다. 원주농협은 DSC로 출발했으나 소형 도정시설을 갖춰 80억7천여만 원을 지출했다. 남원주농협은 35억7천600만 원, 소초농협도 10억 원의 시설 투자를 단행했다.

그런데 RPC나 DSC를 운영하려면 초기 투자비용 못지않은 유지비용이 지속적으로 발생한다. 게다가 요즘은 고품질 쌀에 대한 수요가 높아져 끊임없는 시설 투자가 필수적이다. 문막농협과 소초농협이 최근 집진 시설 구축에 국비 지원을 받은 것도, 원주농협이 색채선별기 설치 지원을 받은 것도 이 같은 맥락이다. 

만일 RPC 통합이 불발되면 농협 자부담으로 이 모든 비용을 감내해야 한다. 이는 경영 부담으로 이어져 수매가 하락, 토토미 가격 상승 등을 촉발할 수 있다. 정부나 지자체의 자금 지원을 받지 못하면 농협은 물론 농업인, 소비자인 시민까지도 피해를 보는 셈이다. 

농협중앙회 관계자는 "쌀 산업의 흥망은 어느 한 개인이나 조직에만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며 "RPC를 통합하지 못해 받게 되는 불이익은 원주 전체 시민에게 돌아간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처럼 심각하지만 원주에서 RPC 통합 논의는 10년째 제자리걸음이다. 각 농협 모두 RPC 통합에는 찬성하지만, 세부 방법이나 부작용에 대한 우려가 커 선뜻 나서지 못하기 때문.

다행히 지난 29일, 6개 지역농협이 RPC 통합을 위한 컨설팅에 동의해 첫 단추를 이제 막 꿴 상태이다. 모 지역농협 관계자는 "그동안 얽히고설킨 실타래를 지금부터라도 차근차근 풀어나갈 필요가 있다"며 "6개 지역농협은 물론 원주시도 통합 RPC 사업에 적극적으로 임해야 한다"고 말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원주투데이에도 실렸습니다.


태그:#원주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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