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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경기도지사.
 이재명 경기도지사.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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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대출이 도덕적 해이를 불러온다는 건 국민을 무시하는 발상이다."

2일 경기도청에서 만난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목소리는 단호했다. 이 지사는 이날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전 국민에게 1000만 원을 저금리로 빌려주는 기본대출 구상에 대해 한국은행이 도덕적 해이를 운운한 것을 두고 "국민들을 무시하는 발상"이라고 반박했다. 그는 "1000만 원을 갚을 수 있는데 안 갚고 월급이 차압되는 신용불량이라는 삶을 선택할 사람이 세상에 어디 있는가"라고 되물었다.

그러면서 한 발 더 나아갔다. 설령 기본대출 1000만 원을 갚지 못하는 사람이 있어도 정부가 손해보지 않는다고 했다. 이 지사는 "(생활고를) 버티지 못해 기초생활수급대상자가 된다면 이 사람에게 줘야 할 돈이 1년에 1000만 원이 넘는다"며 "만약 대출을 해줘서 수급자 전락을 막거나 지연시켜도 정부로선 이익"이라고 설명했다.

이 지사는 앞으로 조성될 3기 신도시에 대해 우려했다. 정부가 현재 계획대로 3기 신도시 아파트를 분양 위주로 공급할 경우, 청약 광풍으로 이어지면서 집값 불안정을 가져올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공공이 (주택 분양을 원하는) 개인의 욕망에 맞출 필요는 없다"며 "정부는 아파트 분양으로 시장을 자극하는 대신, 장기임대주택 공급을 획기적으로 늘려야 한다"고 밝혔다.

이 지사는 특히 진보정부가 필요한 정책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관료들을 이길 실력과 의지를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하나의 독자적 세력인 관료들을 진짜 실력을 가지고 엄격하게 개혁하지 않으면 마음대로 한다"며 "(관료들과) 논쟁에서 이길 실력이 돼야 하고, 그걸 통제하려는 강력한 의지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다음은 이 지사와 나눈 대화를 일문일답으로 정리한 것이다.

"이 나라는 권력이 3개 있다, 여당, 야당, 관당... 관료들은 하나의 독자 세력"

- 최근 국정감사에서 정부의 부동산 정책 방향성은 맞는데 빈 곳이 많다고 얘기했다. 문재인 정부에서 가장 강력하게 추진할 대책은 뭐라고 생각하나.

"우리나라는 주택 수요가 좀 지나치다. 수요는 두 가지 종류가 있는데, 내가 들어가서 살아야겠다는 실수요, 이걸로 돈 벌어봐야지 하는 투기수요다. 최근에는 공포수요, 패닉바잉이 생겼다. 이 중 공포수요와 투기수요는 줄일 수 있다. 우선 정책에 대한 신뢰가 필요하다. 고위관료들이 집을 여러 채 가지고 있다. 그러니 집값을 잡겠다고 백날 얘기해도 국민이 그걸 딱 보는 순간에 '집값 오르는구나' 이렇게 되는 거다. 대안은 (공직자) 부동산 백지신탁제다."

- 신뢰를 확보한 다음 단계는 무엇인가?

"장기 공공임대주택을 지어서 공급해야 한다. 투기자산을 추가로 만들어 내는 것은 대책이 될 수 없다. 분양 받으면 두 배로 오르는데 안 받을 사람 있나? 내 가족, 그리고 애들 분가시켜서라도 분양받는다. 그런 상황을 만들어놓고 (분양아파트를) 추가 공급하면 문제는 더 악화된다. 분양 해봐야 투기자산이 더 늘어날 뿐이다. 그래서 기본주택(장기 공공임대)을 3기 신도시에 대량 공급해야 한다. 또 각종 정책들을 통해 투기수요를 줄여야 한다. 세금과 금융정책, 취득금지제도를 동원할 수 있다. 무엇보다 강력한 의지가 있어야 한다."

- 3기 신도시에 임대주택을 대규모로 공급하면 국민 반발도 심할 수 있다.

"공공이 (주택을) 공급할 때 개인 욕망에 다 맞출 필요는 없다. 공공은 그렇게 하면 안된다. 택지개발의 예를 들면, 토지주들이 아주 싼 가격에 강제 수용 당한다. 공공택지는 공공 자산인데 왜 분양 받는 소수의 이익으로 줘야 하나. 우리 사회 전체 이익에 맞게 활용해야 한다."

- 진보정권만큼 부동산 값을 잡고 싶은 욕망이 강한 정권도 없었는데, 항상 진보정권이 잡으면 집값이 오르는 것은 어떻게 생각하나.

"진보 정권과 진보 관료는 다르다. 이 나라는 권력이 3개가 있는데 크게 여당, 야당, 관당이다. 관료들의 당 말이다. 관료는 하나의 독자적인 세력이다. 진짜 실력을 가지고 엄격하게 개혁하지 않으면 마음대로 한다. 그래서 논쟁에서 이길 실력이 돼야 하고, 그걸 통제하려는 강력한 의지가 있어야 한다."

"돈 공짜로 주면 일 안한다? 이걸 꼭 깨야"
 
이재명 경기도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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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기본소득에 이어 기본대출 도입을 주장했다. 전 국민에게 저금리로 1000만 원씩 빌려주자는 제안인데, 현실성 측면에서 비판을 받고 있다. 관료들을 비롯해 보수 학계에서는 도덕적 해이를 우려한다. 돈을 빌리고 갚지 않을 거라는 얘기다. 어떻게 생각하나?

"우리나라는 개인 신용등급을 1~10등급으로 나누는 금융카스트 제도가 있다. 부자들은 부자들끼리 묶어주니까 연체율도 낮고 이자도 낮다. 그런데 가난한 사람끼리 묶으니까 연체율도 높고 이자도 높다. (대부업체 등은) 가난한 사람이 내는 손실을 가난한 사람에게 (고이자를 받으며) 떠넘기고 있다. 이걸 없애는 게 불가능하니 보완이라도 하자는 것이다.

국가권력이 가지고 있는 신용은 국민들의 것이다. 그걸 활용해 필요할 때 쓰고 갚을 수 있게 전 국민에게 1000만 원 대출권을 주자는 것이다. 그런데 일부에서는 도덕적 해이가 생겨 안갚을 것이라고 한다. 무식하고 잔인한 소리다. 갚을 능력이 되는데 1000만 원 떼어먹고 신용불량자 돼서 취직도 못하고 월급 압류당하고 살 사람이 있나. 명백한 거짓말이다."

- 실제로 못 갚는 사람도 나올 수 있다는 말이다

"2%대 이자도 못 갚아서 떼어 먹을 사람이라면 곧 기초생활대상자 될 사람들이다. 수급대상자가 되면 이 사람들에게 줘야 할 지원금이 1년에 1000만 원이 넘는다. 만약 이 사람에게 대출을 해줘서 수급자 전락을 막았다면 훨씬 비용이 싸다. 수급자 전락을 지연시켰다고 해도 이익이다. '돈 공짜로 주면 일 안 해', '빌려주면 돈 떼 먹을 거야' 이러면서 국민들을 무시하고 폄하하는데 이걸 꼭 깨야 한다."

- 결국 기본대출도 기본소득처럼 경기순환 효과로 이야기할 수 있을 것 같다.

"정치가 지향해야 할 건 국민이 더 잘 먹고 더 잘사는 길이다. 국가가 빚을 질 거냐, 개인이 빚을 질 거냐의 문제가 있다. 우리나라는 이전소득(세금이 국민에게 이전돼 발생하는 소득)이 전 세계에서 가장 낮다. 정부가 개인한테 돈을 안준다. 국가 부채비율이 낮다고 자랑을 하는데, 국민들은 악성 부채에 세계 최고의 가계 부채율에 신음하고 있다. 소비가 되겠나. 소비 불가능하다. 재난기본소득 지역화폐 13조를 주니까 두 달동안 온 나라가 대목 아니었나."

- 기본소득이나 기본대출 모두 재원 마련이 문제다.

"증세를 해야 하는데, 증세는 국민에게 득이 돼야 가능하다. 나는 설득할 자신이 있다. 똑같이 우리 모두 혜택을 보자고 하면 저항 강도가 떨어진다. 기본소득의 경우 50만 원을 주는데 이걸 소득구조에 따라 보면, 최소한 국민들의 90%는 세금 낸 것보다 받는 게 더 많아진다. 압도적 다수가 세금을 내는 것보다 더 혜택을 받는다."

- 고액 납세자들은 세금 너무 많이 낸다고 볼멘소리를 낼 수 있지 않나.

"고액 납세자들은 돈을 잘 버는 사람들이다. 자산이 많거나 수익이 많다. 이 사람들은 시장의 성장에 따라서 혜택을 보는 사람들이다. 경제 활성화 됐을 때 진짜 혜택을 집중적으로 받는 사람들이다. 결국 고소득자들도 혜택을 볼 수 있다고 설득할 수 있다. '기본소득이 그냥 나눠주고 끝나는 게 아니고 100% 다 소비하게 해서 생산으로 연결된다. 그만큼 경제활성화에 도움이 된다. 당신들 사업에, 수익 활동에 도움이 된다'라고 하면 거부할 이유가 없다."

"기본소득 위한 증세, 국민 설득 자신 있다"
 
이재명 경기도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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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본대출 등 이른바 기본 시리즈를 통해 그리는 큰 그림이 있다면?

"기술혁명으로 디지털 온라인 경제가 대세가 되면서 노동의 비중이 줄어들고 있다. 디지털기업들은 영업이익률이 40~60% 이상인데 서버 비용 밖에 들지 않는다. 엄청난 초과 이윤이 발생해도 노동자들을 통해 시장으로 가지 않는다. 노동의 기여 몫이 줄어들고 1차 분배가 줄어들면서 수요와 소비가 축소되는 악순환이 이루어진다. 수요가 부족하면 수요를 확충하는 방식으로 재정지출을 해야 된다. 너무 당연한 얘기다. 그래서 제가 경제적 기본권이라고 이름을 붙이는 거다. 인간의 생산력이 이만큼 발전했으면 그 성과도 모든 국민이 누려야 되지 않나."

- 경제적 성과를 누리게 된다면 국민들의 생활은 어떻게 바뀌나.

"공익적 삶을 사는 사람들도 생길 것이다. 생산성은 낮지만 삶의 만족도가 높은 일, 이런 공익적인 일자리, 문화예술 일자리, 창의적인 일자리, 이런 것들이 진짜 직업이 되는 거다. 예를 들어 (기본소득의 경우) 한 명당 50만 원을 지급하면 부부는 100만 원, 아이가 둘이면 200만 원이 들어온다. 그러면 100만 원만 벌어도 된다. 노동은 언제나 생존하기 위해 치러야 될 고통이라는 생각을 바꿔야 한다. 문명이 발전하면 인간도 좀더 행복해져야 하는데  왜 그 결과를 특정 소수만 다 가지나. 생각을, 관념을 바꿔야 한다." 

☞ 바로가기 [인터뷰 ①] 이재명 "윤석열 급상승, 웃기고 슬픈 현상... 검찰개혁 필요성 상기" http://omn.kr/1q8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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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이재명, #경기도지사, #기본대출, #대선주자지지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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