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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가을을 지나 겨울을 앞두고 있습니다. 이제 입동도 멀지 않았습니다. 오늘 우리에겐 가을이라는 전통적인 안식과 포근함이 아니라 마치 빙하기를 앞둔 것 같은 상실과 아픔의 시간과 마주한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웃음을 전달하기 위해서 애썼던 한 개그우먼과 그녀의 어머니의 안타까운 사연과 부고가 우리의 가슴을 아프게 한 것도 그 깊은 상실과 공명하고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작년 겨울에서 시작된 코로나의 추위는 해를 넘어서 그다음 해까지 이어지고 있고요. 계절의 빙하기가 아닌 감정의 마음의 빙하기는 작년 겨울부터 우리에게 찾아왔는지도 모릅니다. 우리가 몰았을 뿐이죠.

한 번도 생각하지 못했거나, 또는 예상치 못한 시간과 앞으로 자주 우리는 마주할지도 모른다는 생각하게 됩니다. 전신전화의 출현이나 자동차, 비행기의 출현은 20세기의 세계를 억지로 하나로 뭉쳐 놓았고 최근 스마트폰의 대중화는 포노사피엔스(phono sapiens)라는 단어가 우리들의 일상에도 오르내릴 정도로 최근 10여 년간의 급격한 변화를 만들어냈습니다.

Post-IT 시대 이제 책은, 시는 죽었다는 선언들이 우리의 귓가를 맴돌고 있습니다. 어쩌면 종이라는 질량을 가진 책의 물성이 오늘의 우리와 어울리지 않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면서도 반대로 저 상실의 감정을 이겨낼 수 있는 것 또한 책과 시밖에 없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소확행'으로부터 시작한 가능성

저는 '소확행(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에서 그 가능성을 봤습니다.

우리의 감정이 메말라 가는 것도 사실이지만, 반대급부적으로 우리는 우리를 감싸는 어떤 감정에 갈급합니다. 최근 류시화 시인의 시집이 큰 열풍을 일으키는 까닭도 그것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에는 우리의 감정을 다독여줄 수 있는 작은 '소확행'의 가치들이 필요합니다.

나태주 시인을 한국 시를 대표하는 대중 시인으로 만든 것도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바라봐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풀꽃> 전문)는 짧은 위로의 문장이었습니다. 시의 소확행입니다.

시로서의 가치를 생각할 때 다른 말씀을 하시는 분도 많지만, 시인의 시는 2000년 이후 어떤 시인보다도 우리들의 마음을 위로하고 있음도 부정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저는 이러한 움직임이 앞으로도 꾸준히 필요하고 독자들도 원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다시 시 읽기를 제안해 봅니다. 무심코 읽었던 무명시인의 시구가 우리 가슴을 울렸던 것처럼, 시의 문장은 상실이라는 마음의 대지에 푸르른 씨앗을 심어낼 수 있을 것입니다.

'채 털어내지 못한 감정들이 / 눈물처럼 바닥에 떨어져 어두운 얼룩을 남기지만 / 괜찮습니다 / 금세 마를 테니까요'(<빨래하기 좋은 날>중에서)처럼 우리 가슴의 얼룩을 털어내 줄 수 있을지 모릅니다.
 
빨래하기 좋은 날
 빨래하기 좋은 날
ⓒ 주영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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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같은 기사를 시를 읽는 아침 블로그(https://blog.naver.com/yhjoo1) 에도 올립니다.


태그:#소확행, #시읽기
댓글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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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쓰기'보다 '시 읽기'와, '시 소개'를 더 좋아하는 시인. 2000년 9월 8일 오마이뉴스에 첫 기사를 송고했습니다. 그 힘으로 2009년 시인시각(시)과 2019년 불교문예(문학평론)으로 등단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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