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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2일 '인천 라면 화재 사고'로 중화상을 입은 형제 중, 동생이 끝내 숨졌다. 엄마가 외출하고 없는 사이에 라면으로 끼니를 때우려다 일어난 사건이었다. 형제는 코로나19로 여파로 학교에도 가지 못하고 있었다. '인천 라면 화재'는 돌봄지원 없이 방치되는 아이들이 존재하고 있음을 여실히 드러낸 불행한 사고이다.

이 와중에 학비연대(전국학교비정규직노조, 교육공무직본부, 전국여성노동조합)는 11월 파업을 예고하고 있다. 학비연대 파업 예고는 '돌봄교실 지자체 이관 관련 국회 입법안'으로 인해 비롯된 것이다. 학비연대는 돌봄교실을 지자체로 이관하면, 돌봄전담사가 교육청 소속이 아닌 지자체 소속이 되어, 지자체 재정에 따라 고용이 불안정하게 되고, 돌봄의 질이 떨어지고, 민간위탁과 수익 활동이 허용될 것이라 주장하며 법안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

반면, 교원단체들은 학교에서 돌봄교실 운영할 법적 근거가 없고, 돌봄은 교육기관으로서 학교의 고유 업무가 아니라 주장하며 지자체로 돌봄교실 이관을 요구하고 있다. 교원단체와 학비연대의 입장이 정면 충돌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럴 때일수록 각자 주장하는 바를 차분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전국적으로 돌봄교실을 이관한 초등학교는 많지 않을 뿐더러 지역마다 사정이 다르리라 본다. 그래서 돌봄교실 지자체 이관을 적극적으로 주도한 서울시 중구청 사례를 기준으로 살펴보고자 한다.

서울시 중구청은 2019년부터 2020년까지 관내에 있는 공립 초등학교 9개 중 5개의 초등 돌봄교실을 이관받았다. 2021년까지 3개교를 추가 이관받을 예정이다. 중구청은 이를 '중구형 (학교 내) 돌봄교실'이라 지칭하고 있다. 이외에도 중구청은 '학교 밖 돌봄교실'도 운영하고 있다.

중구형 (학교 내) 돌봄교실은 학교는 공간을 제공하고, 중구청은 돌봄교실 운영을 전담한다는 점이 가장 큰 특징이다. 좀 더 자세히 살펴보면, 학교는 공간제공 이외에도 학생 안전, 응급처치, 긴급연락, 시설관리, 학생모집 등에 협력하고 있고, 중구청은 프로그램 운영, 급(간)식 무료 제공, 1 교실 2 교사(전담사)제, 출입 통보 시스템 등을 운영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중구청으로 소속을 전환한 돌봄전담사의 고용승계, 정년보장, 처우개선, 중구청 직영으로 돌봄교실을 운영하고 있다. 또한, 서울시교육청은 중구청 소속을 원치 않는 돌봄전담사는 교육청 소속으로 다른 학교에서 근무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학교 초등 돌봄교실과 중구형 돌봄교실 비교 표
 학교 초등 돌봄교실과 중구형 돌봄교실 비교 표
ⓒ 이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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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으로 돌봄교실 운영의 법적 근거를 살펴보고자 한다. 돌봄교실은 보급의 용이성을 따져 시범사업의 성격으로 학교에 들어와 지금껏 학교에서 운영하고 있다. 단지 교육부 고시 문서인 초중등교육과정 총론에 언급되어 있다. 고시 문서는 행정기관에서 국민을 상대로 관련 내용을 알리는 문서로 법률, 법령, 훈령보다 훨씬 낮은 단계의 문서이다. 그마저도 방과후 학교 관련 내용으로 언급되어 있다. 직접적인 돌봄교실을 운영하라는 규정은 없다.

오히려, 돌봄사업의 법적 근거는 보건복지부(다함께 돌봄, 지역아동센터), 여성가족부(청소년방과후아카데미) 등의 사업명으로 아동복지법, 저출산고령사회기본법, 청소년기본법에 법적으로 명시되어 있고, 정부조직법에도 보건복지부, 여성가족부, 지자체의 업무로 규정되어 있다.

결국, 학교는 교육부 고시 문서인 교육과정에 '학교는 학생과 학부모의 요구를 바탕으로 방과 후 학교 또는 방학 중 프로그램을 개설할 수 있으며, 학생들의 자발적인 참여를 원칙으로 한다'라는 규정을 근거로, 돌봄교실을 운영해왔다는 것이다. 사실 교육과정총론 어디에도 '돌봄'이라는 용어는 없다. 지금껏 학교는 법적 근거도 없이 돌봄을 운영해온 것이다.

끝으로 강민정 의원 입법안의 '돌봄시설의 설치와 운영을 위해 국·공유재산을 무상으로 대부하거나 사용, 수익할 수 있다'라는 조항이 돌봄교실을 민간에 위탁하는 빌미가 되어, 공공성을 훼손할 수 있다는 주장이 있다. 강 의원 입법안의 취지를 볼 때, 민간위탁을 전제로 한 것이 아니라, 법적 근거에 맞게 지방정부인 지자체가 학교 공간을 더 쉽게 돌봄교실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하여 책무성과 공공성을 높이자는 의도로 보인다.

다만, 민영화 초래 우려를 불식하기 위하여 지자체로 돌봄교실을 이관할 경우, 반드시 해당 기관이 직영체제로 운영하도록 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향후 국회 논의를 통해 오해할 여지가 없도록 관련 조항을 삭제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정부는 돌봄교실 수용인원을 현재 33만 명에서 2022년까지 53만 명까지 늘리겠다고 한다. 라면 화재 사건에서 보듯 우리 사회에는 돌봄 공백이 여전히 존재한다. 다시는 돌봄 공백으로 인한 불행한 상황이 발생하지 않도록 돌봄교실은 적극적으로 늘릴 필요가 있다.

학교가 교육기관으로서 역할 다할 수 있는 방향에서 내실 있는 돌봄교실이 확충되었으면 한다. 이 같은 관점에서 양질의 돌봄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공공성, 안정성을 담보할 수 있는 학교와 지자체가 함께 협력하는 돌봄교실도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이 과정에서 기존 돌봄전담사에 대한 고용 불안이나 민간위탁 운영과 같은 우려를 불식할 필요가 있다.

또한, 좀 더 촘촘하고, 안전하고, 내실 있는 돌봄체제를 운영하기 위해서 학교(교육청), 지자체, 보건복지, 여성가족부 등이 분산적으로 운영하는 돌봄사업을 '연계와 협력'을 바탕한 '통합체계'로 구축할 필요가 있다. 아울러 학비연대의 파업 예고를 계기로 범정부 차원 돌봄교실에 대한 종합적인 대책이 조속히 나왔으면 한다.

태그:#초등 돌봄교실, #중구형 돌봄교실, #돌봄교실, #이관, #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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