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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유럽 내 테러조짐이 심상치 않다. 오스트리아에서 칼라시니코프, 권총, 장검으로 무장한 스무살 쿠이팀(Kujtim)이 비인 시내의 모르친플라츠(Morzinplatz), 암 플라이쉬마크트(am Fleischmarkt), 암 프란츠-요제프스-카이(am Franz-Josephs-Kai) 그리고 사이텐슈테텐가세(Seitenstettengasse) 등 유대인 회당 근처를 다니면서 시민들에게 무차별적인 총격을 가해 4명을 죽이고 20명에게 상처를 입혔다.

시내 여러 곳에서 총격이 가해져, 초기 경찰은 다수 테러 집단의 범행으로 추정할 정도였다. 그러나 이 사건은 결국 단독범 소행으로 드러났다. 쿠이팀은 이미 테러 행위로 구금된 바가 있었다. 그래서 주의해야 할 인물이었으나, 아무도 이를 예견하거나 그를 막지 못한 것이다.

얼마 전엔 독일 드레스덴(Dresden), 프랑스 콩플랑생토노린(Conflans-Sainte-Honorine)과 니스(Nice)에서도 역시 서로 다른 단독범들이 각각 무고한 시민을 칼로 찔러 죽이고 교사와 신자들을 교살하고 정교회 신부에게 총격을 가했다. 테러에 대비한 특수부대를 두고 대테러 훈련을 지속해서 해온 독일과 프랑스 당국도 이러한 개인 차원의 이슬람 테러를 전혀 막지 못했다.
 
 현지시각 10월 29일 프랑스 니스성당 참수 테러로 3명이 사망했다.
 현지시각 10월 29일 프랑스 니스성당 참수 테러로 3명이 사망했다.
ⓒ 연합뉴스/EP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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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람 국가(IS)가 미국 공격으로 와해된 이후, 테러 집단의 서방에 대한 대규모 공격은 거의 불가능해진 것으로 여겨진다. 그러나 이슬람 근본주의라는 이데올로기는 유럽 전역에 코로나처럼 확산하고 있다. 누가 그 이데올로기에 감염돼 있는지는 아무도 알 수 없게 되었다. 이슬람 테러는 이제 주의할 단계조차 넘어선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 전염병을 막기 위한 정부의 락다운(Lock-down) 조치에 반발하는 시민들의 시위가 벌어지는 가운데, 이런 테러 사태가 벌어지는 유럽은 문자 그대로 급격한 카오스 상태로 접어들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이 테러리스트들이 니스 테러의 경우처럼 중동이나 북부 아프리카에서 온 게 아니라 대부분 유럽에서 태어나 성장한 사람들이라는 데에 있다. 곧 유럽 자생 테러리스트들이 유럽 여러 지역에서 동시다발적인 테러를 벌이고 있다.

그런데 도대체 이들은 왜 테러를 벌이는 것일까?

2016년 퓨 조사연구소 조사에 따르면 현재 유럽 인구의 4.9%가 무슬림이다. 유럽 전체로 보면 약 4400만 명이고 유럽연합 회원국의 경우는 1900만 명에 이른다. 사실 이슬람이 유럽 대륙에 발을 디딘 역사는 오래됐다. 8세기부터 북아프리카에 있던 이슬람 세력이 현재의 스페인 포르투갈, 시칠리아, 몰타 지역에 정착하면서 유럽에 그 존재감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테러 확산의 저변에 깔린 역사

그러나 15세기 말 기독교 세력에 밀려난 이슬람 세력은 그 이후 다시는 서유럽에 정치 세력을 확보하지 못했다. 유럽 동남부 지역에서 7세기부터 세력을 확장하던 이슬람도 20세기에 들어 거점을 상실했다. 이 지역을 오래 지배한 영향으로 특히 발칸 반도를 중심으로 상당수의 이슬람 주민들이 정착하게 되었다. 그러나 알바니아, 코소보,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는 실질적인 무슬림 국가가 되었고 터키, 아제르바이잔, 카자흐스탄도 국민 대다수가 무슬림인 국가가 되었다.

이들이야말로 유럽 지역에서 천 년 이상 뿌리를 내려온 무슬림이다. 여기에 더하여 20세기 이후 많은 무슬림들이 새로이 유럽에 이민을 왔다. 또한 난민들 가운데도 무슬림들이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유럽의 극우 민족주의자들은 무슬림의 '침략'을 서슴지 않고 입에 담게 되었다. 7~8세기 이후 중세까지 무슬림이 유럽을 침공하여 괴롭힌 역사를 떠올리게 한 것이다. 이들의 선전·선동에 넘어가 그 지지 세력도 21세기 들어 급격히 늘었다. 그러나 이런 와중에도 무슬림 숫자는 꾸준히 늘어 2030년에는 유럽 인구의 8% 이상을 점유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런데도 이들은 소수자이기에 기독교가 다수인 유럽에서 암묵적인 차별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 이들이 인권, 특히 종교 자유를 내세우며 공공장소에 십자가를 두지 말 것을 요구하는 반면에 기독교 세력은 교사로 일하는 무슬림 여성들의 부르카 착용을 금지하는 법적 조치를 추진하면서 최근 대립은 더욱 첨예화되었다. 이야말로 종교를 넘어서 문화의 충돌 양상을 보이는 대표적인 경우이다
 
모스크로 가는 길. 무슬림 가족이 아침 기도를 위해 모스크로 가고 있다. 예루살렘 무슬림 쿼터. (Muslim Quarter)
▲ 모스크로 가는 길. 대부분 무슬림이 종교로 차별을 받는다는 조사결과가 있다. 사진은 무슬림 가족이 기도를 위해 모스크로 가는 모습. 예루살렘 무슬림 쿼터. (Muslim Quarter)
ⓒ 정승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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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와중, 사회의 하층민에 속하는 대다수 무슬림 청년들의 불만이 증폭돼 결국 테러의 유혹에 빠지는 경우가 종종 발생하는 것이다. 유럽 땅에서 자라며 유럽의 언어와 문화에 익숙함에도, 취업과 사회생활에서 암묵적으로 차별받아온 이들의 불만을 해소하는 제도적 장치가 미비한 상황이다. 어쩌면 테러는 이들에게 의사를 표현하는 극적인 수단으로써 커다란 매력을 불러일으키는 것도 같다. 

적어도 테러를 일으키면, 그동안 무관심하고 차별을 일삼던 사회가 자신에게 주의를 집중하기 때문이다. 어처구니없는 일처럼 생각되지만, 여러 테러의 동기 가운데엔 이런 '관심 끌기'도 엄연히 있는 것이 사실이다.

쿠이팀도 이런 부류의 청년이다. 그는 고등학교에 다닐 때 학교 친구와 더불어 이슬람 근본주의자가 운영하는 이슬람 사원을 찾아 살라피 운동(salafi movement)에 심취하게 된다. 이슬람 수니파(Sunni Islam) 계열의 이 근본주의는 18세기에 시작된 이슬람 부흥 운동에 뿌리를 둔 것으로 이슬람 테러주의와 동의어로 사용되고 있다.

이들은 이른바 '순수한' 원래의 이슬람 정신으로 돌아가는 것을 목표로 한다. 살라프(salaf)는 아랍어로 '조상'이라는 뜻을 가진 단어이다. 이들은 이슬람의 창시자 무함마드와 그의 동료, 그리고 그의 2대와 3대 후계자의 정신으로 돌아가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들은 기독교 근본주의자와 마찬가지로 경전과 창시자인 무함마드의 행적을 모든 판단의 기준으로 삼는다. 그러면서 모든 변화와 상황에 맞는 해석을 거부하는 것이다.

이들 본거지는 카타르, 아랍에미리트, 사우디아라비아이지만 유럽 대륙에 걸쳐있는 터키에도 지지 세력이 상당히 존재하고 있다. 그런데 본격적인 살라피주의는 19세기 말 유럽 문명이 이슬람 권역에 침투하는 것에 반발해 발흥하게 된다. 그런데 이들이 중동에 머물지 않고 기독교가 중심인 유럽의 거의 모든 나라로 이주하면서 문제가 심각해진 것이다. 문명의 충돌이 필연적으로 일어나게 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헌팅턴이 30년 전 예견한 문명의 충돌 

이제 고인이 된 정치학자 새뮤얼 헌팅턴(Samuel Huntington, 1927~2008)은 이미 30여 년 전에 이를 예견한 적이 있다. 원래 이는 1993년 외교 전문지인 Foreign Affairs에 기고한 'The Clash of Civilizations(<문명의 충돌>)'이란 제목의 논문이었다. 반응이 뜨겁자 나중에 단행본으로 출판한 The Clash of Civilizations and the Remaking of World Order에서 그는 자본주의와 공산주의의 대결이 끝난 다음에 이어질 기독교와 이슬람의 충돌 그리고 기독교와 유교의 충돌 미래를 논했다.

그의 말대로 사실 공산주의 붕괴에 이르는 유럽 역사는 전적으로 유럽 문명 내부에서의 충돌의 역사였다. 그러나 공산주의의 붕괴를 끝으로 유럽 문명 내적인 충돌은 종말을 고하고 유럽 문명, 곧 기독교 문명과 이슬람 문명의 충돌 그리고 더 나아가 유교 문명의 충돌이 예상된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서방과 그 나머지 국가들의 충돌이다.

물론 헌팅턴의 주장에 대한 비판도 많았다. 그러나 1990년대 이후 세계사의 흐름은 마치 그의 예언을 충족하려는 것과 같은 방향으로 흐르는 중이다.

미국은 이라크의 쿠웨이트 병합에 대한 응징을 명분으로 1991년 이라크를 침공한다. 이른바 걸프전이다. 이것이 현재도 이어지는 서방, 특히 사실상 기독교 국가인 미국과 중동의 이슬람 국가 간 충돌의 서막이 되었다. 2001년 뉴욕 무역센터가 빈 라덴 무리에 의해 무너지는 사태가 벌어지자, 미국은 곧바로 아프가니스탄을 침공해 이슬람 세력 제압에 나섰다.
 
조시 W. 부시 대통령 911 테러현장을 방문한 조시 W. 부시 대통령이 소방대원들을 격려하고 있다. 사진출처: 미 백악관
▲ 조시 W. 부시 대통령 2001년 911 테러 현장을 방문한 조시 W. 부시 대통령이 소방대원들을 격려하고 있다. (사진출처: 미 백악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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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에는 대량살상 무기 제거를 명분으로 이라크를 재침공했다. 이 과정에서 이슬람은 철저히 서방의 첨단 무기와 군대에 의해 피해를 입었지만, 무너지지는 않았다. 제2의 월남전을 두려워한 미국이 서둘러 발을 뺐다. 그리고 미국을 중심으로 한 서방 기독교 국가의 '침략'으로 자존심을 상한 중동은 서방에 대한 적대감을 오히려 더 키웠다.

이러한 적대감은 이슬람권에 늘 상존하고 있다. 이번 프랑스에서의 테러 사건에 대한 대응으로 마크롱 대통령이 이슬람에 대한 조치를 강화겠다고 발표하자 즉각 이슬람권에서는 프랑스를 비난하는 시위가 벌어지고 프랑스 상품 불매운동이 전개되기도 하였다.

기독교와 이슬람의 대립은 그 역사가 이미 천년을 넘은 만큼 사라질 수가 없다. 문제는 과거 이 두 문명은 각자 다른 지역에 본거지를 두고 접경 지역에서만 대립 양상을 보였지만 21세기에 들어와서는 세계 모든 지역의 사회 안에서 나란히 공존하고 있다는 사실에 있다.

물론 대부분 기독교 신자들과 이슬람 신자들은 근본주의와는 거리가 멀다. 그러나 사실 다른 종교에 대한 노골적인 적대감을 드러내거나 더 나아가 폭력성을 보이지 않는 이들에게조차 다른 종교에 대한 편견은 인종에 대한 편견과 마찬가지로 극복이 거의 불가능한 일이다. 

유럽연합 기본권기구(European Union Agency for Fundamental Rights)가 2016년 발표한 '유럽연합 제2차 소수자와 차별 조사: 무슬림–일부 결과'(Second European Union Minorities and Discrimination Survey (EU-MIDIS II): Muslims - Selected findings)에 따르면, 유럽 내 무슬림 가운데 40%가 취업, 주거, 공공 기관, 교육, 보건에서 차별을 느끼고 있었다.

무슬림이라고 욕설, 물리적 공격도...

이 조사는 유럽 15개 국가 1만 500명 무슬림을 대상으로 한 것이다. 이들 중 17%는 종교 때문에 차별을 받은 경험이 있고, 2%는 물리적인 공격을 당한 적도 있었다. 30%는 욕설과 같은 언어적 폭력을 당했다. 히잡이나 니캅을 착용한 무슬림 여성 가운데 40%가 공공장소에서 차별을 당했다. 그리고 경찰의 불심검문을 받은 무슬림 남성 가운데 47%는 복장 때문으로 여길 수밖에 없는 경험을 했다. 

이것이 현재 유럽에서 무슬림들이 놓인 현실이다. 그리고 최근엔 제1차 조사보다 모든 지수가 더 나빠지고 있다.

이런 차별 속에서 자란 무슬림 청년들이 근본주의에 빠지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처럼 보인다. 여러 종교 최고 지도자들은 대화·평화를 말하지만 막상 풀뿌리 차원에서 이뤄지는 건 거의 없다. 특히 유럽에서 극우주의 정당이 득세하면서 이슬람 혐오는 증가 추세에 있다. 2017년 퓨 조사연구소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유럽인 가운데 34%는 무슬림을 가족 구성원으로 받아들이는 데 반대했다. 특히 이탈리아, 영국, 독일은 각각 57%, 47%, 45%가 반대 의사를 표명하였다. 이는 미국의 21%에 비하면 거의 두 배에 가까운 반감이다.

물론 유럽연합 국가 내 1900만 명 무슬림이 모두 잠재적인 기독교 적대 세력일 수는 없다. 그러나 종교와 문화 전통을 이유로 사회 통합이 이루어지지 못하고 차별과 편견의 현상이 만연하는 이상, 무슬림들과 기독교는 계속 충돌하게 될 것이다. 이슬람권은 현재 군사력이나 경제력으로 기독교권에 비해 약세다. 그렇기에 이슬람 근본주의자들은 게릴라식의 테러리스트 양성에 더 힘을 모을 것으로 보인다.

사회의 보이지 않는 곳에 숨어 있는 이 잠재 테러리스트의 존재는 두 문명의 충돌을 더욱 촉발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이미 코로나로 인해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는 유럽에 있어 매우 우울한 소식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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