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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수정 : 6일 오후 3시 35분]

"저는 원하진 않았지만 여러 보호 시설들을 경험해봤는데요. 처음엔 10여 년 서울에 있는 대규모 보육원에서 지내다가 다른 지역 쉼터로 보내졌습니다. 그러다 그 지역에서 만난 언니·오빠들과 몇 달 동안 자취했었고, 다시 쉼터에서 살았습니다. 그러다 보호처분시설에서 약 2년 정도 지내고, 또 다시 두 곳의 쉼터에서 더 지냈습니다. 이후에는 지인 집에서도 살다가 고시원 같은 작은 원룸에서 자취를 했었고, 현재는 LH 임대주택에 당첨돼서 혼자 자취를 잘하고 있습니다."

코기 416기억과행동청소년실천단 청소년활동가는 시설을 '가두는 곳'이라고 규정했다. 규칙이 있고, 이를 지키지 않았을 경우 벌칙이 있는 삶을 살아야 했다는 뜻이다.

5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코기 활동가가 써 내려간 아동시설에 '갇혀있던' 시기의 이야기를 이윤경 움직이는청소년센터 EXIT 상임활동가가 대독했다. '부모가 없으니까 그렇지', '못 배워서 그렇지', '그러니까 쫓겨나지'와 같은 말을 들었다는 코기 활동가의 이야기를 전하며 이윤경 활동가가 울먹였다. 이날 열린 '탈시설의 법적근거, 시설을 넘어 존엄한 삶으로'라는 토론회는 장애·노인·아동의 탈시설을 강조하고 대안을 고민하는 자리였다.

"시설 그 자체가 폭력"
 
이윤경 활동가 이윤경 움직이는청소년센터 EXIT 상임활동가가 5일 토론회에서 시설에 있던 청소년의 사례를 전했다.
▲ 이윤경 활동가 이윤경 움직이는청소년센터 EXIT 상임활동가가 5일 토론회에서 시설에 있던 청소년의 사례를 전했다.
ⓒ 신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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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석자들은 '시설 그 자체가 폭력'이라고 입을 모았다. 아동·청소년을 '보호'한다는 명분을 내세웠지만 이들에게 '폭력'을 행세하고 있다는 지적이었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아동·청소년의 보호치료시설은 외출과 외박이 가능하지 않고, 외부와의 접촉도 면회로만 가능하다. 면회마저도 해당 시설이 허락해주지 않으면 할 수 없다.

시설에 머무는 방식, 시설을 옮겨다닌 과정 역시 폭력의 연장 선상이었다. 코기 활동가는 토론문에 "보육원에 있었을 때 어느 날 실무자가 방송으로 제 이름을 불러서 갔더니 '다른 시설로 가서 살라'고 했다"라고 털어놨다. 이어 "(다른 곳으로) 안 갈 거라고 했지만 내 의견은 아무도 듣지 않았다, 이미 짐은 싸여 있었고 어느 순간 스타렉스에 실려 고속도로를 달리고 있었다"라면서 시설을 이동하는 과정에서 느낀 공포와 위협을 전했다. 아무런 설명 없이 왜, 어디로 이동하는지 모르는 상황 속에서 버림받고 쫓겨났다는 마음에 힘들었다는 고백이었다.

이윤경 활동가는 코기 활동가가 밝힌 이야기가 '보편적인 내용'이라고 말했다. 움직이는 청소년센터 EXIT에서 만난 아동·청소년 보호 거주시설 이용경험이 있는 이들 대부분이 '폭력'을 언급했다는 것이다. 그가 만난 청소년들은 자유가 삭제되고 감금을 당연하게 여기는 '시설'에 갇혀있었다. 보호가 필요한 아동·청소년이 갈 수 있는 곳은 사실상 시설뿐이었기 때문이다. 2019년 보호대상아동 조치현황을 살펴보면, 전체 보호조치아동(4047명) 중 시설입소 조치된 아동의 수는 전체 3분의 2에 해당하는 2739명이다.
 
보호대상아동 조치현황 2019년의 보호대상아동 조치현황을 살펴보면, 전체 보호조치아동 중(4047명) 시설입소 조치된 아동의 수는  전체의 3분의 2에  해당하는 2739명이다.
▲ 보호대상아동 조치현황 2019년의 보호대상아동 조치현황을 살펴보면, 전체 보호조치아동(4047명) 중 시설입소 조치된 아동의 수는 전체 3분의 2에 해당하는 2739명이다.
ⓒ 김진석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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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힘들었고 답답했어요. 매도 많이 맞았고, 지금은 상상하기 싫은 일들이 많아요. 기본적인 것들, 외출이나 외박을 아예 못 하고 다 같이 나갈 때만 나갈 수 있었어요. 공부도 강제로 시키고, 벌도 많이 받았어요. 당직을 서는 '이모들'이 손바닥과 발바닥을 때렸고, 많이 맞았거든요. 혼난 이유는 정확하게 기억이 잘 안 나요. 사소한 거로 많이 혼났어요."

이윤경 활동가가 시설에 있던 청소년의 사례를 전했다. 발제를 맡은 김진석 서울여대(사회복지학) 교수는 "보호대상아동 발생의 30% 이상이 부모의 이혼, 질병, 빈곤, 실직, 미혼부모, 혼외자 등 불가피한 사유로 보기 어려운 이유로 인한 사례"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특히 부모의 이혼에 따른 보호대상아동 발생의 비율은 전체 보호대상아동 4000여 명(2019년 보건복지부기준)의 20%에 가까웠다"라고 발표했다. 시설에 머무는 아동의 수가 사회적·경제적 문제와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는 분석이다.

코로나19로 각종 복지시설이 더 굳게 닫혔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 활동가는 시설에 있는 아동·청소년의 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정부의 코로나 대책을 질책했다. 그는 "보건복지부가 2월 코로나19 대책이라며 전국의 아동복지(생활)시설에 '시설 입소자의 면회·외출·외박 원칙적 금지' 지침을 내렸다"라면서 "공식적으로 아동양육시설, 공동생활가정, 청소년쉼터 등에 사는 아동·청소년들은 자발적으로 퇴소하지 않았다면 7개월째 시설 안에 갇혀있는 셈"이라고 말했다.

부모가 없더라도, 집을 나왔더라도 아동·청소년이 보다 안전하게 지낼 수 있는 방법은 없는 걸까. 전문가들은 정부 주도의 탈시설 정책을 강조했다. 복지를 싼 가격에 민간에 맡겨 사회복지법인, 관련 협회의 몸을 키우는 것이 아니라 '돈' 즉 예산을 들여 정부가 탈시설 정책을 펴야 한다는 뜻이다. 이윤경 활동가는 "아동·청소년의 탈시설 권리를 국가가 선언해야 한다"라면서 "보건복지부, 여성가족부, 법무부 등 파편적이고 분절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아동·청소년 복지 시스템을 당사자의 욕구와 권리에 기반해 다시 정비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한국의 자유박탈아동 실태조사'에 참여한 마한얼 사단법인 두루 변호사는 '탈시설 정책'을 강조하며 아동·청소년의 주거가 보장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과정에서 '당사자(아동·청소년)의 의사'가 가장 중요하다고 재차 강조했다. 마 변호사는 "실태조사를 통해 시설에 입소하는 것, 전원되는 것, 퇴소하는 것이 모두 아동의 의사에 기하지 않았다는 것을 알았다"라면서 "탈시설·보호, 거주에 대해 결정할 때 당사자인 아동의 의견을 청취하고 이를 구체적인 상황별로 반영하려는 세심한 노력이 필요하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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