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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림리 주민들이 마을에 들어설 돈사를 반대하고 있다.
 죽림리 주민들이 마을에 들어설 돈사를 반대하고 있다.
ⓒ 이재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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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년 동안 비어 있던 돼지 축사의 재건축 문제를 놓고 지자체와 주민 사이에 갈등이 벌어지고 있다.

충남 홍성군 금마면 죽림리 주민들에 따르면, 마을 한가운데 있는 A돈사는 지난 2005년 이후로 돼지를 키우지 않아 사실상 폐사된 상태였다. 하지만 운영이 중단된 줄로만 알았던 축사가 주인이 바뀌면서 되살아났고, 건물을 현대화하기 위한 재건축 공사가 진행되자 주민들이 집단 반발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관할 지자체인 홍성군이 해당 돈사가 비어 있을 당시 수시점검과 두수 확인 등 실사를 제대로 하지 않은 정황까지 드러나면서 주민들의 불만이 더욱 커지고 있다. 이에 대해 홍성군 측은 '행정 소홀'은 인정하면서도 이제와서 돈사 재건축을 불허할 수는 없다 입장을 보이고 있다.

지난 10월 28일 돈사 재건축 현장인 죽림리를 찾았다. 현장에서는 건설장비가 굉음을 일으키며 터파기 작업을 진행하고 있었다.

재건축 공사 중인 돈사 바로 옆에 살고 있는 이재근 주민비상대책위원장은 "우리 마을 주변에는 돈사가 없다. 20년 동안 청정지역으로 잘 살았다. 축사가 없어서 귀농·귀촌이 많은 편"이라며 "대구에서 딸기 농사를 지으려고 마을로 이사왔던 귀농인도 돈사가 들어온다는 소식에 다른 곳으로 떠났다"고 전했다.

빈 돈사 점검 안 해... 결국 행정심판 패소한 홍성군
 
신축 공사중인 돈사의 모습
 신축 공사중인 돈사의 모습
ⓒ 이재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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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홍성군은 돈사를 사들인 B씨가 재건축(건물현대화 작업) 허가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주민 민원 등이 불허 이유였다. 하지만 돈사 주인 B씨는 이에 불복하고 재건축 불허처분에 대해 충남도 행정심판위원회(아래 행심위)에 행정심판을 제기했다.

행심위는 B씨의 손을 들어줬다. 이전 사업자가 받은 돈사의 가축분뇨배출시설 허가가 아직 유효하다는 이유에서다. 행심위는 분뇨배출시설 허가를 근거로 해당 돈사의 영업권을 인정했다. 행심위의 이 같은 판단에 따라, 해당 돈사는 배출시설에 대한 별도의 허가를 받지 않고도 재건축을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주민들이 홍성군의 '행정업무 소홀'을 문제 삼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홍성군이 빈 돈사의 배출시설 허가가 살아있는 것을 확인하고, 이를 취소했더라면 해당 돈사가 영업권을 인정받지 못했을 것이란 주장이다.

실제로 가축분뇨의 관리 및 이용에 관한 법률(18조)에 따르면, 정당한 사유 없이 3년 이상 가축 사육을 하지 않은 경우 배출시설의 설치허가를 취소할 수 있다.

임상현 주민대책위 실무대변인은 "해당 돈사에서는 15년 동안이나 가축을 사육하지 않았다. 군에서 돼지 사육 여부 실사를 제대로 한 것인지 의문스럽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돈사 실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의심되는 정황도 있다. 폐허나 다름없던 빈 돈사임에도 불구하고, 2018년도 홍성군 축산현황 자료에는 해당 축사에서 돼지 3000두가 사육되고 있는 것으로 적혀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죽림리 주민들은 '행정 절차상에 중대한 하자가 있다'며 '해당 돈사의 건축허가를 취소해야 한다'는 취지로 행정 심판과 소송을 제기할 예정이다.

홍성군 "공무원 업무에 문제 있었지만... 재건축 중지할 수 없어"

이에 대해 홍성군은 "공무원들이 업무를 소홀히 했다"는 점은 인정하면서도 "돈사의 재건축 허가는 취소할 수는 없다"는 입장인 것으로 확인됐다.  

홍성군 측은 지난 3일 자체 감사 결과를 통해 "가축분뇨배출시설을 허가받고 정당한 사유 없이 3년 이상 가축을 사육하지 않은 경우 허가를 취소할 수 있다"며 "공무원이 자의적 판단으로 허가를 취소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어 "홍성군 축산과는 사후 관리를 소홀히 했고, 환경과는 (배출시설 허가 취소) 업무를 적극적으로 처리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주민들의 주장을 대부분 인정한 것이다. 

하지만 홍성군은 "직원들의 직무 유기에 대한 민형사상의 고발이 있더라도 건축허가 취소는 별개의 절차"라며 "현 소유자가 건축법 위반(건축과정에서의 위법행위)을 하지 않는 이상 재건축 공사를 중지할 수 없다"고 밝혔다.

사업자 B씨는 "현재 바닥 콘크리트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공사가 많이 진척이 된 상태"라며 "돈사에 축산업 허가와 분뇨배출시설에 대한 허가가 살아 있었다. 행정상 전혀 문제가 없었기 때문에 돈사를 산 것이다. 허가증(축산면허, 분뇨시설허가)이 없었다면 돈사를 살 필요가 없었다. 공사를 중단할 이유가 없다"고 밝혔다.
 
비어 있던 돈사의 모습이다.
 비어 있던 돈사의 모습이다.
ⓒ 이재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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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홍성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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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주의자. 개인주의자. 이성애자. 윤회론자. 사색가. 타고난 반골. 충남 예산, 홍성, 당진, 아산, 보령 등을 주로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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