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여행은 언감생심, 국내 여행조차도 꺼려지는 요즘입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이 아까운 계절을 '집콕'으로만 보낼 순 없죠. 가벼운 가방 하나 둘러메고, 그동안 몰랐던 우리 동네의 숨겨진 명소와 '핫플레이스'를 찾아보는 건 어떨까요? 전국 방방곡곡 살고 있는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들이 큰마음 먹지 않고도 당장 가볼 수 있는, 우리 동네의 보석 같은 장소들을 소개합니다.[편집자말] |
▲ 1987 카페 눈의꽃 목포 시화마을 골목길에서 보리마당 골목길로 올라가는 길목에 있는 예쁘고 아기자기한 카페. ⓒ 권성권
사진만 보면 흡사 그리스의 산토리니입니다. 하얀 카페에 멋진 골목길 말입니다. 그 앞에 바다도 보이니, 이런 풍경은 실로 이국적인 느낌을 물씬 풍기게 합니다. 하지만 이곳은 목포 앞바다를 끼고 있는 '1987 카페 눈의꽃'입니다. 서산동 시화마을 골목길에서 보리마당 골목길로 올라가는 길목에 자리 잡은 곳입니다.
▲ 아내와 함께 찾은 '1987카페 눈의꽃' 코로나19로 인해 지친 심신을 달래고자 아내와 함께 이곳 시화마을 눈의꽃 카페를 찾았습니다. 이 안에는 별별 것들이 다 들어 있고, 옛 추억을 소환할 수 있는 과자들도 즐비합니다. ⓒ 권성권
지금 이곳은 너무나도 뜨거운 '핫플레이스'입니다. 영화 <1987> 촬영지로 널리 알려진 '연희네 슈퍼' 골목길이 이곳에 있고, 위쪽 골목길로 올라가면 드라마 <도도솔솔라라솔>의 촬영지 '보리마당의 미용실'도 눈에 띕니다.
▲ 연희네 다방 영화 '1987' 촬영지 연희네 슈퍼와 함께 붙어 있는 연희네 다방. 옛날엔 다방에서 차를 마셨죠. 그 옛날 목포 '오거리다방'에서는 김우진, 차범석, 김지하, 김현가 만나서 이야기 꽃을 피웠고, 제주도로 향하는 이중섭도 그곳에 들러 차를 마셨습니다. 그 시절에 연희네 다방은 어땠을까요? ⓒ 권성권
시화마을 골목길과 보리마당 골목길은 서로 다른 곳처럼 보이지만 실은 하나입니다. 그 길목이 세 갈래로 놓여 있을 뿐입니다. 시간을 거꾸로 흐르는 듯한 '아날로그 골목길'임에 분명합니다. 그야말로 '사라져가는 골목길' 말입니다.
▲ 드라마 '도도솔솔라라솔' 촬영지 드라마 '도도솔솔라라솔' 촬영지로 알려진 보리마당 진헤어 미장원입니다. 연희네 다방에서 이곳까지 오르기 위해서는 세 갈래 골목길을 올라가야 합니다. 힘들지만 옛 추억이 잔뜩 깃들어 있어서 힘들지 않을거예요. ⓒ 권성권
이 골목길에 영화 촬영팀이 먼저 찾아왔습니다. 그 후에 목포시에서 '도시재생사업'을 통해 숨결을 불어넣고 있습니다. 지금은 드라마 촬영으로 따뜻한 '온기'까지 더해주고 있습니다. 이전에는 그야말로 불 꺼진 골목길, 누구도 찾지 않을 것 같은 골목길, 사람이 떠나가는 골목길이었지만, 지금은 '생기가 솟아오르는 골목길'로 변하고 있습니다.
▲ 골목길 벽에 그린 벽화 아이스깨끼 장사를 쫓아가는 아이들 모습입니다. 그때 그 시절에 아이스깨끼가 얼마나 먹고 싶었던지요. 지금도 아련히 떠오릅니다. 그 모습을 골목길 벽화에 그려 놓았습니다. ⓒ 권성권
▲ 사병 샤워장 시화마을 골목길에서 보리마당 골목길로 올라가는 길목 벽에 그려 놓은 벽화입니다. 사병 샤워장. 옛날엔 다 저렇게 목욕을 했겠죠? ⓒ 권성권
이 골목길에는 무엇보다도 벽화와 시화전이 많이 있습니다. 좁고 가파른 골목길에 붙어 있는 여러 그림과 시들을 보면 입가에 미소가 저절로 피어납니다. 구수한 전라도 사투리로 새겨 넣은 시와 그림을 보면 정겹기 그지 없습니다.
▲ 밴댕이 시화 '밴댕이'란 작품의 시화입니다. 골목길 벽에 이 멋진 시화가 걸려 있습니다. 속이 좁은 사람을 '밴댕이 속알딱지같다'하는데, 이 시화는 또 다른 느낌을 전해주고 있습니다. 사실 밴당이만큼 맛있는 생선도 없죠? ⓒ 권성권
▲ 산지당 시화 목포시 서산동 온금마을 사진당 추억을 떠올리는 시화입니다. 그 옛날 '다순구미'라 불리는 그곳에 산지탕이 있었는가 봅니다. 그곳 큰샘에서 목을 축이고 윗샘에서 목간하던 시절도 있었다니, 이 시화를 보면 그 옛날의 아련한 추억들을 떠올릴만한 분들이 있을지 모르겠네요. ⓒ 권성권
그렇다고 유명인들의 벽화와 시화가 있는 게 아닙니다. 이 골목길에서 태어나 반 백 년을 산 할아버지와 할머니들의 작품이 대다수를 차지합니다. 그만큼 목포시에서 도시재생사업을 추진하면서 지역주민들의 참여를 이끌어낸 것입니다. 참으로 멋지고 아름다운 일입니다.
▲ 골목길 예쁜 꽃들 시화마을 골목길에서 보리마당 골목길로 올라가는 길목에 자라고 있는 예쁜 꽃들입니다. 화분에 심어 놓은 것들인데, 이 동네에서 반 백 년을 산 어르신들이 가꾸고 있는 꽃들입니다. ⓒ 권성권
▲ 꽃길 보리마당이 점점 가까이 다가오는 윗 골목길. 그 골목길에 피어오른 수수한 꽃들입니다. 이 꽃들의 수수함 때문에 골목길은 더욱 정겹지 않나 싶습니다. ⓒ 권성권
▲ 골목길 꽃 골목길 꽃들은 꽃처럼 피어오른 그림도 예쁩니다. 부추랑 상추랑 갓을 심어 놓은 화분 위로, 저렇게 예쁜 꽃그림을 그려 놓았네요. 잘 어울리는 꽃입니다. ⓒ 권성권
물론 이 골목길에는 벽화와 시화만 있는 게 아닙니다. 세 갈래 길 곳곳에 아기자기한 꽃들이 멋지게 피어 있습니다. 그렇다고 누군가 가져다 놓은 꽃들이 아닙니다. 이곳 주민들이 직접 심고 가꾼 화단과 그 꽃들입니다. 예쁜 장미꽃에서부터 가을 국화도 있고 여러 화초도 피어 있습니다. 골목길에는 수수한 꽃들이 가장 좋은 운치를 주는 것 같습니다.
▲ 골목길에서 바라보는 목포 앞바다 시화마을 골목길에서 보리마당 골목길로 올라가는 길목에서 바라보이는 목포 앞바다예요. 저 멀리 제주도로 가는 페리호가 눈에 들어옵니다. 보리마당은 그렇게나 드넓은 곳입니다. 보리바당은 그렇게나 다 받아주는 마당입니다. ⓒ 권성권
▲ 골목길 바다 보리마당 쪽으로 더 올라가는 골목길에서 손쉽게 볼 수 있는 목포 앞바다예요. 이 동네에 살았던 옛날 아이들은 저 바다를 바라보며 살았겠죠. 저 바다처럼 이 골목길 아이들은 드넓은 세상을 꿈꿨을 것이고, 그만큼 넓은 마음으로 살았을 것 같습니다. ⓒ 권성권
보리마당으로 올라가는 골목길 텃밭에는 보랏빛 도라지꽃들이 발걸음을 멈추게 합니다. 보리마당이란 본래 '보리를 털어 말린 마당'이라고 한 데서 붙인 이름입니다. 지금은 '바다가 보이는 마당'을 줄여서 '바보마당'이라고 부릅니다.
짧아서 좋기는 하지만, 또 다른 의미를 부여하면 더 깊이가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를테면 '바다처럼 다 받아주는 마당' 말입니다. 꽤 괜찮지 않을까요? 코로나19로 지친 사람들의 불평과 어려움들을 다 받아주는 그런 '바다마당' 말입니다.
▲ 바보 마카롱 보리마당 골목길에 자리잡은 '바보 마카롱'집입니다. 이 가게 앞에는 너른 마당이 있고, 그 마당에는 몇 몇의 의자들도 있습니다. 그 의자에 앉아 마주보면서 흥겨운 이야기꽃을 피울 수 있습니다. ⓒ 권성권
이 '보리마당'에서는 누구라도 앉아서 목포 앞바다를 바라볼 수 있습니다. 저 멀리 제주도로 흑산도로 홍도로 떠나는 큼지막한 배들도 마음껏 볼 수 있습니다. 그 배를 바라보며 달콤한 마카롱을 한 입 베어 물고 정겹게 이야기꽃을 피우면 기분히 훨씬 나아질 것입니다. 보리마당은 그렇게 흥겨운 이야기꽃을 피울 수 있는 장소입니다.
▲ 골목길 놀이터 옛날 골목길 놀이 같아요. 인터넷을 뒤져보니 방법이 나와 있네요. 1에 돌맹이를 놓고 2부터 한쪽 발을 뒤로 들고 8까지 다녀와서 1에 있는 돌맹이를 집어 들고, 그리고 2-8, 꼭대기까지 반복해서 금을 밟지 않고 다녀오면 이긴다고 하네요. 이 골목길 놀이를 아는 분들은 어떨까요? 이제는 한 발로 졸졸졸 다니는 것도 쉽지 않을 나이일텐데, 추억만 아련하지 않을까 싶네요. ⓒ 권성권
영화와 드라마 촬영지로 널리 알려진 서산동 시화마을 골목길과 보리마당 골목길. 세 갈래 골목길이 오르막이라 힘들긴 하지만 옛 추억을 차분히 떠올릴 수 있는 시와 그림도 곳곳에 걸려 있고, 산토리니같은 카페와 맛집도 들어서 있고, 앉아서 쉴 수 있는 마당 같은 공간도 많이 있어서 좋은 골목길입니다.
▲ 바보사진관 옛 추억을 소환할 수 있는 추억의 흑백사진관입니다. 문 앞에 붙여 놓은 사진들이 죄다 흑백사진들입니다. 이곳에서 사진을 찍으면 흑백사진을 즉석에서 현상할 수 있습니다. ⓒ 권성권
그리고 그 길목에 자리잡은 <바보 사진관>에서는 추억의 흑백사진을 현상할 수 있습니다. 더욱이 이 골목길까지 여행한 이들이 저마다의 사연을 기록할 수 있는 '각자의 사연' 공간도 있습니다.
▲ 각자의 사연 시화골목길에서 보리마당 골목길 끝자락 윗길 도로에 붙어 있는 '각자의 사연'방입니다. 이곳까지 여행온 이들의 사연을 각자 적어 놓는 곳입니다. 물론 액자로도 멋지게 만들어주기도 합니다. ⓒ 권성권
▲ 각자의 사연2 '각자의 사연2'라고 이름을 붙였습니다. 보리마당 골목길 끝자락 윗길 도로에 붙어 있는 '각자의 사연방'에 들어가, 이곳에 여행온 이유도 적고, 여행한 소감도 각자 적을 수 있는 노트예요. 벌써 아홉번째 노트가 쌓여 있으니, 참 많은 여행객들이 다녀간 것 같습니다. 디지털화된 문명 속에서 아날로그 마음을 느끼게 하는 아이디어방 같습니다. ⓒ 권성권
디지털화된 도시만을 구축하려는 이 시대에 옛 추억을 떠올려주는 아날로그 골목길을 찾고자 한다면 지금이라도 당장 목포 시화마을 골목길과 보리마당 골목길을 찾아오길 바랍니다. 목포역에서 걸어서 20분, 차로는 5분이면 충분할 것입니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