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1년 전 추운 겨울 눈보라 치는 1월 새벽 제주도 북촌리 주민들 350여 명의 묵숨을 앗아간 집단학살.

원통한 죽음이었지만 통곡 한 번 제대로 못했던 북촌리 학살사건이 1978년 '소설'로 태어나 세상 밖으로 나온지 43년 만에 '음악'으로 다시 태어나 살아남은 자들에게 야만의 역사를 알린다. 비인간적인 학살의 역사를 막기 위해, 오늘을 살아가는 자들에게 깊은 성찰의 교훈을 주기 위해 다시 태어난 것이다.
  
소설 '순이삼촌'은 북촌리 집단학살이 발생한 지 30여년 만에 세상 밖으로 나왔지만 조직적 학살을 자행한 가해자들은 아직까지도 사과 하지 않고 있을 뿐만 아니라 반공이라는 이름으로 당시 피해자들의 희생을 필요하거나 정당한 죽음이라고 몰아가오늘날까지 희생자들의 삶의 목줄을 잡고 있는 것이다.
  
오페라 순이삼촌 현기영씨의 소설 순이삼촌이 음악극으로 탄생하여 11월 7-8일 제주아트센터에서 공연. 사진제공 제주4·3평화재단

▲ 오페라 순이삼촌 현기영씨의 소설 순이삼촌이 음악극으로 탄생하여 11월 7-8일 제주아트센터에서 공연. 사진제공 제주4·3평화재단 ⓒ 박진우

 
"국정을 책임지고 있는 대통령으로서 과거 국가 권력의 잘못해 대해 4·3유족과 제주도민들"에게 노무현 대통령은 사과(2003년 10월 31일, 2006년 4월 3일)했고, 경찰청장과 국방부차관이 분향소에 머리를 숙였지만 가해자들과 가해자들의 후손들이 분향소에 나타나거나 유가족들에게 사과를 하지는 않았다.
 
오페라 순이삼촌은 4·3희생자 유가족인 강혜명씨의 노력으로 지난 2018년부터 준비를 시작했다. 제주4·3평화재단(이사장 양조훈)과 제주시(당시 시장 고희범)의 예산을 통해 진행이 되었으나 코로나19로 광화문에 있는 세종문화회관에서의 공연은 취소됐다. 제주에서는 4월이 훨씬 지난 주 11월 7일(토)과 8일(일) 2회에 걸쳐 제주아트센터에서 공연이 이루어졌다. 코로나19로 인해 관람객을 제한했지만 온라인으로의 생중계를 통해 전국의 시민들과 함께 역사의 아픔을 나누며 4·3의 진실을 공유 하였다.
 
이번 음악극인 오폐라 순이삼촌은 제주가 낳은 정상 성악가 강혜명씨가 연출 및 예술감독, 각본과 주연까지 1인 4역을 맡아 완벽하게 소화해 냈다는 평가다.

제주4·3평화재단 양조훈 이사장은 "여러 가지 예술을 통해 4·3의 아픔을 나누고 교훈을 찾기 위해 제주4·3의 전국화, 세계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오페라 순이삼촌 현기영씨의 소설 순이삼촌이 음악극으로 탄생하여 11월 7-8일 제주아트센터에서 공연. 사진제공 제주4·3평화재단

▲ 오페라 순이삼촌 현기영씨의 소설 순이삼촌이 음악극으로 탄생하여 11월 7-8일 제주아트센터에서 공연. 사진제공 제주4·3평화재단 ⓒ 박진우

 
소설과 음악극으로 탄생한 '순이삼촌'은 1948년 음력 12월 19일 새벽에 북촌리 마을 어귀 너븐숭이 비탈에서 무장대가 군 차량을 기습하여 군인 2명이 사망하는 사건을 배경으로 한다. 이에 대한 보복으로 군인들이 마을로 들이닥쳐 온 마을에 불을 지르고, 주민들을 북촌국민학교 마당에 집결시켜 학살을 자행하다가 인근 밭으로 끌고 가 무차별한 사격을 했고 350여 명의 목숨을 앗아갔다.

이후 북촌리 마을 주민들은 군인과 경찰의 탄압을 피하여 가까운 인근 숲 속이나 동굴에 숨어 있다가 토벌대(군인과 경찰, 서북청년단)의 총에 맞아 죽기도 하고, 귀순하면 살려 준다는 전단을 보고 손들고 나왔다가 공권력의 잔혹한 고문을 받기도 했다. 
  
오폐라 순이삼촌 현기영씨의 소설 순이삼촌이 음악극으로 탄생하여 11월 7-8일 제주아트센터에서 공연. 사진제공 제주4·3평화재단

▲ 오폐라 순이삼촌 현기영씨의 소설 순이삼촌이 음악극으로 탄생하여 11월 7-8일 제주아트센터에서 공연. 사진제공 제주4·3평화재단 ⓒ 박진우

 
「제주4·3사건 진상규명 및 희생자 명예회복에 관한 특별법」과 「제주4·3사건진상조사보고서」에 의하면 제주4·3이란 "미국군사정부 시기인 1947년 3.1절 기념행사에서 발생한 경찰의 발포사건을 기점으로 경찰과 서북청년단의 탄압에 대한 제주도민의 저항과 단독 선거와 단독 정부 반대를 기치로 1948년 4월 3일 남로당 제주도당 무장대가 무장 봉기한 이래, 대한민국 정부 수립 후인 1954년 9월 21일 한라산 통행 금지가 전면 해제될 때까지 무장대와 토벌대간의 무력충돌과 토벌대의 진압과정에서 수 많은 제주도민이 희생당한 사건"으로 정의하고 있다.

1999년 12월 여야 합의로 제정된 「제주4·3사건진상규명 및 명예회복에 관한 특별법」에 의거해 조사한 ''제주4·3사건진상조사보고서(2003년 10월 15일)'를 근거로 대한민국 노무현 대통령으로서 사과를 하였고(2003년 10월 31일), 2006년 4월에는 추념식에도 참석하였다. 2014년 박근혜 대통령은 4·3을 국가추념일로 지정하였고, 2018년과 2020년 4월 3일 추념식에 문재인 대통령이 참석하는 등 4·3의 진실을 규명하는 길고 긴 여정을 걸어가고 있다.
오폐라 순이삼촌 북촌리 너븐숭이 제주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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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에 보장된 정의의 실현은 민주주의를 실현하는 과정이라 생각하며, 주권자로서의 권리를 지키기 위해 끊임없이 실천하는 시민들의 다양한 노력이 지속될 때 가능하리라 믿는다. 지방자치는 민주주의를 완성하는 토대이며, '민주주의 최후의 보루는 깨어있는 시민들의 조직된 힘'이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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