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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14일 오후 창원마산 오동동문화광장에서 한국전쟁 전후 민간인 희생자 합동추모제가 열렸다.
 11월 14일 오후 창원마산 오동동문화광장에서 한국전쟁 전후 민간인 희생자 합동추모제가 열렸다.
ⓒ 이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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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유족 일동은 죽어서도 눈을 감지 못하고 어느 하늘 아래, 어느 산골에서, 어느 바다에서 떠돌고 계시는 영령들을 위하여 이곳에서 추모제를 지냅니다.

세월은 강물처럼 흘러 이제 님들이 가신 지 70년이 흘렀습니다. 후손들은 님들의 억울한 죽음에 대한 진실규명과 명예회복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으니, 모든 한을 내려놓으시고 편히 영면하시옵소서."


14일 오후 창원마산 오동동문화광장에 모인 한국전쟁 전후 민간인 희생자의 유족들이 추모제를 열면서 읽은 '축문'의 일부다.

한국전쟁전후민간인희생자 경남유족회(회장 노치수)가 경상남도, 경남도의회, 한국전쟁희생자전국유족회의 후원을 받아 네 번째 합동추모제를 연 것이다.

추모제는 서봉석 전 산청군의원의 사회로, 진혼무(춤나래)에 이어 전통제례 순으로 진행됐다. 노치수 회장이 초헌관, 정연조 진주유족회장이 아헌관, 심우태 의령유족회장이 종헌관, 석용환 합천유족회장이 첨작을 맡았다.

추모식에서는 서봉석 전 의원이 감사패를 받았다. 송기인 전 진실화해를위한 과거사정리위원장과 김영만 열린사회희망연대 고문, 김경영·이옥선·김영진 경남도의원 등 인사들이 참석했다.

노치수 회장은 인사말을 통해 "한국전쟁이 나자 영장도 없이 형무소에 예비구금시켜 죽임을 당하거나 경찰들이 잠깐 보자며 데려가 언제 어디서 어떻게 죽임을 당하셨는지 지금도 모르고 있다"고 했다.

노 회장은 "일제 강점기 때 나라를 독립시키기 위해 독립운동을 하셨던 분도 또 한반도가 갈라지는 것을 염려해 단독정부 반대, 농지개혁 등을 외쳤던 진정한 애국자와 학생을 가르치는 선생, 농촌을 지켰던 순수한 농민과 심지어 어린 고등학생이나 젖먹이 아이까지 빨갱이로 몰이 무차별 죽임을 당하였다"고 했다.

이어 "2005년 노무현정부 당시 진실화해위원회가 만들어져 일부 진실 규명이 됐지만 못다 한 진실규명을 위해 5월 20일 국회에서 제2기 특별법이 통과돼 진실규명의 길이 다시 열리게 됨을 다행으로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김경수 경남지사는 하병필 행정부지사가 대신 읽은 추도사를 통해 "이유도 모른 채 사랑하는 가족을 잃고 인고의 세월을 살아오신 유가족 여러분께 가슴 깊이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고 했다.

김 지사는 "도에서는 민간인이 억울하게 희생된 사건들을 조사하고 기록해 역사로 남기는 일에 최선을 다하겠다. 유가족들의 상처를 치유하고 새로운 희망을 만들어 가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며 "합동추모제가 아픈 과거를 넘어 평화와 번영의 미래로 나가는 디딤돌이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김영진 경남도의원은 "한국전쟁 전후 무고하게 희생된 민간인 희생자 영령을 추모하며, 가족을 잃어 슬픔의 한을 가슴에 담고도 꿋꿋하게 살아 견뎌 오신 유가족 여러분께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고 했다.

김 의원은 "한국전쟁 전후는 우리민족에게 커다란 비극을 안겨줬고, 그 중 하나가 민간인들의 무고한 희생이다"며 "현실적으로 할 수 있는 것은 아직도 밝혀지지 않은 민간인 희생자분들의 억울한 죽음을 어서 밝혀서 다소라도 위로해 드리는 것이라 생각한다"고 했다.

김복영 한국전쟁전국유족회 회장은 "부모형제를 잃은 지 70년이란 많은 세월이 흘렀어도 늘 슬픔과 분노가 우리의 가슴 속 깊은 곳에 자리하고 있다"며 "이승만정부와 그를 따르는 세력이 공권력을 이용해 국민에게 말로는 표현하기 힘든 고통과 상처를 안기고 지금도 그들은 묵묵부답으로 일관하고 있다"고 했다.

김 회장은 "과연 국가는 왜 존재하며 무엇 하는 것인가. 국가가 범죄를 저지른 사실이 밝혀졌음에도 피해자가 구제를 받기는커녕 가해자는 어떠한 처벌도 받지 않고 아무 일 없는 듯 권력과 부를 누리며 살아가고 있다"며 "그들이 죽어서도 국립현충원에 버젓이 누워있는 꼴 참 보기가 그렇다. 이것이 자유민주주의 경제대국이라고 자칭하는 대한민국의 현실이다"고 했다.

김대진 유족이 '조사'를 하고, 박덕선 경남작가회의 회원이 '추모시'를 낭송했으며, 김진희 지역가수가 추모노래를 불렀다.

경남유족회는 거제(이벼학), 거창(강창남), 김해(안병대), 밀양(양영철), 사천(정현호), 산청(이재천), 양산(윤재영), 의령(심우태), 진주(정연조), 창녕(박영대), 창원(노치수), 하동(하유시), 함안(이춘근), 함양(차용현), 합천(석용환)으로 구성되어 있다.

태그:#한국전쟁, #민간인학살, #합동추모제, #경남유족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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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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