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얘들아, 안녕!

비바람이 몹시 불던 날 밤이었을 거야. 커다란 나무 한 그루가 거센 바람을 견디지 못하고 새로 짓고 있는 건물 위로 쓰러졌어. 놀랐지? 다행스러운 건 건물이 서 있는 바람에 뿌리째 뽑혀 나가지는 않았다는 거야.

아침 일찍 공사장에 나온 인부들은 쓰러진 나무를 보고 어쩔 줄 몰라 쩔쩔맸어. 누군가가 톱을 가져다 베어내려고 했지. 그때 막아서는 사람이 있었어.

이 나무는 아무도 건드리지 말아요!
이 가지를 봐요.
이 각도를 보라고요. 이 비율을!
정말로 완벽한 나무예요!

  
정말로 완벽한 나무 이 나무는 아무도 건드리지 말아요!
▲ 정말로 완벽한 나무 이 나무는 아무도 건드리지 말아요!
ⓒ 원더박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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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그 건물을 설계해 짓고 있는 건축가였어. 인부들은 어리둥절하며 서로 얼굴을 바라봤어. 왜냐고? 이 건축가는 반듯반듯 네모난 걸 좋아하는 사람이거든. 조금이라도 각이 틀어지는 것을 못 견뎌 했지.

물건들이 여기저기 널브러진 공사장을 볼 때마다 몹시 짜증을 내던 사람이었어. 다른 때 같았으면 이 어수선함에 열 받았을 사람이 뜬금없이 쓰러진 나무 각도와 비율이 완벽하다면서 건드리지 말라고 막아서다니, 어리둥절할 수밖에.

건축가는 더할 나위 없이 완벽한 비율을 가진 이 나무가 제가 살아온 세상보다 더 오래도록 그 자리에 서 있었다는 걸 알아차리면서 '자연을 망가뜨려도 되나?' 하는 데까지 생각이 미쳐. 밤새도록 나무를 살릴 길을 찾느라 궁리 또 궁리하다가 마침내 나무를 지킬 길을 찾아내어.

여기까지 읽다가 영화 <플립>(Flipped)을 떠올렸어. 아이들이 어울려 자라는 모습을 그린 영화야. 여주인공 줄리 아버지는 새로 이사 온 사내아이 눈빛에 반했다고 하는 딸에게 이렇게 말해.

풍경을 봐야지.
그림은 그저 부분을 모아놓은 게 아니야.
소는 그냥 소이고, 들판은 그냥 풀과 꽃이며,
나무를 가로지르는 햇살은 그저 빛 한 줄기일 뿐이지만,
두루 어우러지면 마법이 벌어진단다.

  
그림은 그저 부분을 모아놓은 게 아니야! 두루 어우러지면 마법이 벌어진단다
▲ 그림은 그저 부분을 모아놓은 게 아니야! 두루 어우러지면 마법이 벌어진단다
ⓒ 영화 <플립> 포스터에서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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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말뜻을 바로 헤아리지 못하던 줄리는 아주 오래도록 마을에 서 있던 나무 플라타너스에 올라가 풍경을 내려다보면서 그 뜻을 헤아려. 아침마다 나무에 올라가 풍경을 누리던 어느 날, 땅 임자가 집을 지어야 한다면서 나무를 베어내겠다고 나섰어. 줄리가 나무 위에 올라가 나무를 베려면 베어내 보라면서 맞서보지만, 임자 있는 나무를 지킬 수 없었어.

이에 견주면 <모두를 위한 집>에 나오는 이 나무는 그야말로 행운아인 셈이지? 목숨을 건질 수 있었으니. 여기서 그쳤더라도 멋질 터인데 건축가는 한 걸음 더 나아갔어. 동네에서 뛰놀아야 할 아이들이며 마을에 사는 어르신들을 떠올렸어. 그리고 짐승들과 벌레들이 자유롭게 드나들고 새소리가 울려 퍼지는 집을 지어야 하겠다는 데까지 생각이 미쳤어.
 
짐승들과 벌레들이 드나들고 새소리가 울려 퍼지는 집 나무 한 그루가 바꾸어놓은 집
▲ 짐승들과 벌레들이 드나들고 새소리가 울려 퍼지는 집 나무 한 그루가 바꾸어놓은 집
ⓒ 원더박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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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레들이 힘들지 않게 지나갈 수 있는 좁은 터널을 만들고, 길 잃은 개들이 쉬어갈 수 있도록 정원에 커다란 개집을 지었어. 아주 커다랗고 구불텅구불텅한 미끄럼틀이 놓이고 어르신들이 앉아 쉴 수 있는 벤치도 놓았어. 구불구불하게 생긴 커다란 창을 뚫고 이웃 사람이 풍경을 누릴 수 있도록 건물 앞으로 사다리도 놓았지.

구불텅구불텅하게 지어진 야릇한 이 집을 본 시장은 "이 건물은 꼴불견이에요!"라고 해. 어떤 아이는 "구멍 난 양말 짝 같아!" 하고 웃어대어. 구멍 난 양말 짝처럼 생겨서 꼴불견이라는 소리를 듣는 이 집이 마을을 지키던 나무를 품고, 아이들과 늙은이, 떠돌이 개도 받아들이고 새와 나비, 벌레까지 아우를 수 있을 만큼 품이 넓어서 이름이 '모두를 위한 집'이라고 했대.

그림은 그저 부분을 모아놓은 게 아니야라고 하면서 두루 어우러지면 마법이 펼쳐진다던 줄리 아버지 말씀처럼 마법이 일어난 거지. 어떻게 생겼을지 궁금하지?

건축가가 쓰러진 나무를 보며 이제껏 지녀온 틀에서 벗어던진 게 놀라워. 오래도록 품어온 가치관을 어떻게 한순간에 바꿀 수 있었을까? 우리도 한 생각 바꿔먹고 어깨동무하면서 한 발 앞으로 내디디면 마법을 일으킬 수 있지 않을까.
 
모두를 위한 집 표지 티보 라싸 지음, 이경혜 옮김 / 원더박스 / 값 13,000원
▲ 모두를 위한 집 표지 티보 라싸 지음, 이경혜 옮김 / 원더박스 / 값 13,000원
ⓒ 원더박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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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를 위한 집

티보 라싸 (지은이), 이경혜 (옮긴이), 원더박스(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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