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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인, 지식인, 혹은 스타들의 목소리만 넘쳐나는 속에서 진짜 이 사회의 주인인 노동자들의 목소리를 살려내고자 합니다. 노동자 개인의 삶을 인터뷰하면서, 어릴 적 꿈과 직장을 구하는 과정, 일터에서의 보람, 힘든 점, 그리고 노동자의 권리에 대한 의식의 변화 등을 중심으로 진솔한 삶을 기록합니다.[기자말]
"학창 시절에 노동의 소중함이나 노동자의 권리 같은 것을 배운 기억이 없어요. 그저 '노동자'를 부끄러운 말로 알았죠. 사회생활을 하면서 노동에 대한 생각이 바뀌긴 했지만, 지금도 '노동자'라면 사회지도층과는 거리가 먼 말로 여겨지잖아요? 아무리 많은 노동자를 대표하는 노조위원장이라도 '사회지도층'이라고 하지는 않으니까요."
  
원주 단구초등학교 돌봄전담사 이명자씨, 10대 때는 '노동'을 부끄러운 것으로 알았다는 그는 2012년 학교 비정규직 노동조합(아래 학비노조)에 가입했다. 그동안 함께  모임을 하며 소통하고 현장의 문제점을 공유했던  원주 지역 돌봄 전담사들과 함께였다.
  
돌봄 교실은 학교에서, 관리는 학교 밖 지자체에서?
   
강원도교육청 앞에서 피켓시위에 참여하고 있는 돌봄전담사 이명자씨  교육청이 관리하고 있는 돌봄 교실을 지자체로 이관하려는 ‘온종일 돌봄 특별법안법안’이 제정되어 운영 주체가 교육청에서 지자체로 넘어가게 되면, 보건복지 서비스 역량이 열악한 지자체는 민간업체에 위탁을 맡길 가능성이 커지기에 학비노조는 이 법안의 폐기를 요구하고 있다.
▲ 강원도교육청 앞에서 피켓시위에 참여하고 있는 돌봄전담사 이명자씨  교육청이 관리하고 있는 돌봄 교실을 지자체로 이관하려는 ‘온종일 돌봄 특별법안법안’이 제정되어 운영 주체가 교육청에서 지자체로 넘어가게 되면, 보건복지 서비스 역량이 열악한 지자체는 민간업체에 위탁을 맡길 가능성이 커지기에 학비노조는 이 법안의 폐기를 요구하고 있다.
ⓒ 이명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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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일 학비노조 파업에 그가 속한 원주지역의 돌봄전담사들은 99% 참여했다. 이번 파업의 요구사항은 돌봄 교실 지자체 이관 반대, 8시간 전일제 근무 시행 그리고 학교비정규직의 법제화 등이었다.

현재 논의 중인 '온종일 돌봄 특별법안'이 제정되면 돌봄 교실의 운영 주체가 교육청에서 지자체로 넘어간다. 그럴 경우 보건복지 서비스 역량이 열악한 지자체는 민간업체에 위탁을 맡길 가능성이 커져, 학비노조는 이 법안의 폐기를 요구하고 있다. 이명자씨 역시 이 문제에 깊이 공감했다.

그는 2008년에 처음 돌봄전담사 일을 시작했다. 3년 일한 뒤 '무기계약직'으로 바뀌어야 할 시점에 교육청이 관리하던 돌봄 교실이 위탁업체로 넘어갔다. 이씨는 학교 측으로부터 '계약 기간이 끝났으니 위탁업체에 가서 이력서를 내면, 다시 학교에 배치해주겠다'는 말을 들었다.

그리고 그동안 받아왔던 임금 월 80만 원 중 10만 원을 위탁 업체가 수수료로 떼어가게 된다고도 했다. 이런 불합리함을 받아들이기 힘들어서 그는 학교 일을 그만뒀다. 그런데 그 후 다른 학교에서 와달라고 연락이 왔다.

"거절했죠. 더 이상 학교 일을 하고 싶지 않았어요. 상대적 박탈감이 심했거든요. 차별받고 무시당하는 느낌이랄까요? 유치원 정교사 자격증은 똑같이 가지고 있고, 아이들 돌보는 일도 같은데 유치원이나 어린이집하고는 다르게 '그림자' 같았어요."

그의 거절에도 학교에서는 '시골이라 자격증 가진 사람이 없다'며 몇 달 만이라도 일해 달라고 재차 부탁했다. 그렇게 그는 다시 일을 시작했다. 그러는 동안 노조가 생겼고, 강원도는 2013년부터 원하는 학교 순으로 교육청이 돌봄전담사를 직고용했다.
   
"돌봄 교실은 학교 안에 있는데, 학교 밖의 지자체가 운영하게 되면 효율적이고 안정적으로 운영되기 어렵죠. 또 무엇보다 지자체는 인력도 갖춰져 있지 않고, 재정도 안정적이지 못해 또다시 위탁업체에 맡기게 될 거고요."
  
8시간 전일제 근무로 전환해야

2015년에는 전국의 거의 모든 지역의 돌봄전담사가 교육청에 직고용되었다. 그러나 하루 6시간에서 적게는 주당 15시간 미만으로 일하며, 법적 신분보장을 받지 못하는 불합리함은 여전했다.

스무 명 남짓 되는 학생들을 한 명의 교사가 대여섯 시간 동안 안전하게 돌보기 위해서는 매일 학생들이 함께 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준비해야 한다. 그냥 내버려 두면 교실 안의 질서를 유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교육부는 외부 강사 강연으로 1일 1프로그램을 하겠다고 했지만, 실제 배당된 예산으로는 주 2회 정도밖에 할 수 없다. 결국 그 외의 날들은 돌봄 교사의 몫이다. 이들은 학생들과 함께 할 수 있는 한두 시간 정도의 활동 프로그램을 직접 만들고 지도한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근무 시간 이외에  별도의 시간이 필요하다. 그뿐 아니라 그들은 돌봄교실 관련 모든 활동 계획과 행정 업무도 한다.
  
이러한 불합리함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돌봄 교실 관련 업무를 돌봄 전담사들이 온전히 공식적으로 관리하도록 하고, 돌봄전담사의 근무시간을 현실화하여 8시간 전일제로 바꾸어야 한다. 또 학교에서 일하지만, 교육법에는 이름조차 없는 학교비정규직 노동자들을 '교육공무직'이란 이름으로 법제화하는 것도 필요하다.
  
돌봄은 왜 교육이 아니란 말인가?
  
학교 전시회 때 직접 만든 안내판 앞에서 웃고 있는 돌봄 전담사 이명자씨 “저는 나중에 ‘돌봄 선생님’이 될래요.”라고 콕 집어서 이야기하는 학생도 있다. 요즘은 이명자씨도 학생들이 “선생님 어릴 때 꿈이 뭐였어요?”라고 물으면 “돌봄 선생님이었어.”라고 대답한다. 그는 ‘돌봄이 필요한 아이들에게, 재미있고 좋은 선생님으로 남고 싶다’는 말을 덧붙였다.
▲ 학교 전시회 때 직접 만든 안내판 앞에서 웃고 있는 돌봄 전담사 이명자씨 “저는 나중에 ‘돌봄 선생님’이 될래요.”라고 콕 집어서 이야기하는 학생도 있다. 요즘은 이명자씨도 학생들이 “선생님 어릴 때 꿈이 뭐였어요?”라고 물으면 “돌봄 선생님이었어.”라고 대답한다. 그는 ‘돌봄이 필요한 아이들에게, 재미있고 좋은 선생님으로 남고 싶다’는 말을 덧붙였다.
ⓒ 이명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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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 학생 수는 줄어드는 데 돌봄 교실은 늘고 있어요. 맞벌이 가정이나 한부모 가정의 비율이 계속해서 높아진 결과죠. 돌봄교실이 없다면 장시간 아이들이 가정에 홀로 방치될 수밖에 없기에, '공적 돌봄'의 확대는 당연한 현상이라고 생각해요."

'돌봄이 학교의 일인가'라는 논란이 있다. 그러나 교육이 지식과 기술, 인격을 기르는 활동이라면, 10세 이하 아동 교육에서는 특히 '돌봄'이 제외될 수 없다. 전 연령에서 그러하겠지만, 그중에서도 이 시기에는 정서적 바탕없이 어떤 능력도 기를 수 없기 때문이다.

일과 중에 파악하지 못했던 학생의 특징이나 문제를 돌봄 교실에서 더 잘 알 수 있는 경우도 있다. 이명자씨가 이 일을 했던 초기에는 담임 선생님이 한글을 떼지 못했거나 셈을 못 하는 경우 지도를 부탁하기도 했다. 그때는 '돌봄 전담사'가 아닌 '보육 교사'라는 명칭으로 일했다.
  
'돌봄전담사'라는 명칭 속에는 '가정에서 어머니가 해야 할 일을 대신해주는 사람'의 의미가 포함되어 있다. 그리고 어머니, 즉 여성의 일은 경제적 가치가 미미하다는 인식이 그 저변에 깔려 있다. 그래서 자신들의 노동을 정당하게 인정해달라는 돌봄 교사들의 요구 앞에 교육부는 '돌보기만 하고 가르칠 필요는 없다'고 답해왔다. '아이들을 돌보는 것은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라는 것이다.

그렇지만 그들을 뽑을 때는 보육교사 2급이나 유초중등 교원 자격증을 요구한다. 그러면서도 교육자로 인정하거나 전문성에는 동의하지 않고, 정식 노동으로 대우하려 하지 않는 것이다. 8시간 근무제를 도입하려 하지 않는 이유도 그 때문이다.

그럼에도 이명자씨에게 학생들과 함께 하는 시간은 기쁨이다.

"저는 나중에 '돌봄 선생님'이 될래요."라고 콕 집어서 이야기하는 학생도 있다. 요즘은 이명자씨도 학생들이 "선생님 어릴 때 꿈이 뭐였어요?"라고 물으면 "돌봄 선생님이었어"라고 대답한다.

그는 '돌봄이 필요한 아이들에게, 재미있고 좋은 선생님으로 남고 싶다'는 말을 덧붙였다. 돌봄 교사들의 당당한 노동을 인정하고, 합리적인 환경을 보장하는 것은 일차적으로 노동자 당사자들을 위한 것이지만, 이차적으로는 공적 돌봄의 필요성이 점점 커지는 사회 속의 아이들과 학부모를 위한 일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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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여 년의 교직 생활 경험을 바탕으로 구체적 절망과 섬세한 고민, 대안을 담은<경쟁의 늪에서 학교를 인양하라(지식과감성)>를 썼으며, 노동 인권, 공교육, 미혼부모, 입양 등의 관심사에 대한 기사를 주로 쓰고자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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