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명의 시민기자가 개의 기사를 작성하였습니다. 시민기자 전환하기
아파트값 폭등과 전세난, 서울 아파트와 지방 아파트 간의 격차 확대, 농촌의 노후 주택과 늘어나는 빈집. 우리나라 주택지도의 모습이다.

지역을 바꾸어 세상을 바꾼다는 야심차고 겁 없는 슬로건을 내걸고 재단법인 지역재단을 창립한 이후 매년 전국 지역 리더 대회를 개최하고 있다. 올해 제17회 대회는 코로나19 팬데믹을 고려하여 예년과 달리 우리 재단의 역대 전국 지역 리더상 수상자들을 대상으로 소규모로 진행하였다. 지역재단은 2008년부터 '순환과 공생의 지역만들기'에 기여한 개인 혹은 조직에 리더상을 주고 있는데 수상자가 57명에 달한다.

지난 목요일 리더대회를 진행하면서 내내 마음이 편치 않았다. 2004년 재단 창립 시에 비해 현저하게 악화한 오늘날의 농촌 현실, 그리고 그 장래도 밝지 않다는 전망이 자괴감과 함께 내 마음을 아프게 했다. 나는 지역 리더들에게 늘 고마움과 미안한 마음을 함께 갖고 있다.

나는 지역 리더들에게 지역의 자체 발전과 지역 리더의 역할에 대해 말한다. 그러나 말하기는 쉽지만 그것을 실천하는 것은 정말 너무 힘들다. '대통령 하기보다 마을 이장하기가 더 어렵다'라는 말이 있다. 어려운 여건에도 자신을 희생하면서 지역을 위해 실천한 지역 리더들이 없었다면 우리의 농촌 현실은 더 암울할 것이다. 지역 리더들에게 감사할 따름이다.

여민동락  


2012년 조직 부문 대상을 받은 여민동락의 권혁범 대표. 2007년 뜻과 열정으로 뭉친 젊은 부부 세 쌍이 전남 영광군 묘량면 작은 농촌에 자리 잡았다. 세 부부가 전 재산을 털어 '여민동락'을 마련하였다.

여민동락의 본체에 노인복지센터를 설립하여 소외되고 돌봄이 필요한 지역의 독거노인을 돌보기 시작했다. 작은 도서관을 마련하여 배우고 싶어도 배울 수 없는 이런저런 사연의 아이들을 가르쳤다. 모시송편을 만드는 '여민동락할매손'으로 어른들에게 행복한 일자리를 마련했다.

묘량면 소재지는 식당·이발소·미장원도 없고 그나마 있던 구멍가게마저 문을 닫아버린 곳이다. 막걸리 한 병도 읍내까지 나가서 사야 하는 마을의 구매 '난민'을 위해 '이문을 남기지 않는 점빵' 4평짜리 동락 점빵을 지었다. 점빵까지 나오기 어려운 주민들을 위해 중고 탑차를 구입하여 마을을 다니면서 물건도 팔고, 은행 일도 대신 처리해주고, 허리 아픈 어르신 파스를 사다 붙여드렸다.

무엇보다도 폐교 위기에 몰린 마을의 초등학교를 살렸다. 2010년 학생 수 12명으로 폐교 위기에 몰린 묘량초등학교를 초등학생 71명과 유치원생 23명이 다니는 학교로 살려냈다. 정말 눈물 나도록 고맙고 큰 박수를 보낸다.
 
 모시송편을 만드는 '여민동락할매손'
 모시송편을 만드는 "여민동락할매손"
ⓒ 지역재단

관련사진보기

 
그러나 여민동락의 힘만으로는 묘량면의 쇠퇴를 막기에는 역부족이다. 묘량면의 인구감소와 고령화는 계속되고 있다. 묘량면 인구는 2007년 2140명에서 2019년 1793명으로 줄고, 고령화율은 36%에서 41.9%로 늘었다. 그리고 15~45세의 여성인구는 2014년 207명에서 2018년 163명으로 급격히 줄어들었다.

권혁범 대표는 "이런 상황에서 과연 여민동락의 활동과 묘량면이 지속가능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라고 하였다. 그럼에도 용기를 잃지 않고 주민들과 머리를 맞대어 '묘량면 건강한 인구구성과 지역활성화를 위한 10년 구상'을 만들어 실천하고 있다. 힘찬 응원을 보낸다.

구상의 핵심은 젊은 학부모가 찾아오는 농촌형 미래교육 기반 마련, 주거 및 생활기반 조성과 공동체성 복원, 농촌형 사회서비스와 지역정체성에 기반을 둔 젊은 세대 창업과 일자리 확보 등이다.

옥천살림협동조합
 
 안남어머니학교에서 평생 소원이던 한글을 깨쳐 손자·손녀와 편지를 주고받게 된 할머니들이 기쁨의 눈물을 흘렸다.
 안남어머니학교에서 평생 소원이던 한글을 깨쳐 손자·손녀와 편지를 주고받게 된 할머니들이 기쁨의 눈물을 흘렸다.
ⓒ 지역재단

관련사진보기

 
2016년 개인 부문 대상을 받은 옥천살림의 주교종 상임이사. 서울대 농대를 졸업하고 그가 고향인 충북 옥천군 안남면에 돌아온 것은 1988년. 그의 귀향을 반대했을 부모님, 그리고 의아한 눈초리로 쳐다본 동네 사람들, 안 봐도 비디오다.

그는 귀향 후 즉시 옥천군 농민회를 조직하여 우루과이 반대 등 농민운동에 힘썼다. 그러나 안남면은 비록 인구 1천 명 남짓의 작은 면이지만 농민만 사는 것은 아니다. 안남면, 나아가서 옥천군 전체를 시야에 둔 지역자치운동이 필요하였다. 주민자치센터를 개설하여 '안남면민과 함께 하는 작은 음악회'를 개최하고, 안남어머니학교를 운영했다. 평생 소원이던 한글을 깨쳐 손자·손녀와 편지를 주고받게 된 할머니들이 기쁨의 눈물을 흘렸다.

'배바우작은도서관'을 개설하여 학교 끝나고 아무도 없는 집으로 돌아가던 아이들에게 함께 공부하고 뛰어놀 공간을 마련했다. 배바우도서관은 주민들의 사랑방이자 회의장소이며 아이들의 놀이터와 책방이다. 작은 도서관 소식을 전하던 도서관 소식지는 '마을신문 배바우'란 이름으로 안남의 지역 언론(등록 간행물)으로 거듭났다.
 
 '배바우작은도서관'을 개설하여 학교 끝나고 아무도 없는 집으로 돌아가던 아이들에게 함께 공부하고 뛰어놀 공간을 마련했다.
 "배바우작은도서관"을 개설하여 학교 끝나고 아무도 없는 집으로 돌아가던 아이들에게 함께 공부하고 뛰어놀 공간을 마련했다.
ⓒ 지역재단

관련사진보기

 
 옥천 로컬푸드 직매장
 옥천 로컬푸드 직매장
ⓒ 지역재단

관련사진보기

 
친환경 농업 생산자를 조직하고, 대청호주민연대를 결성하여 지역의 환경을 지켰다. 안남면의 자치운동은 현재 진행형이다. 안남배바우공동체 마을사업을 시행하고, 로컬푸드 기본계획과 옥천군 푸드플랜을 수립하고, 친환경학교급식 등을 담당하였다. 옥천 로컬푸드 직매장을 운영하여 최근 정부로부터 '2020 로컬푸드 지수' 최우수상을 받았다.

주교종 상임이사가 안남면민의 생활상의 필요를 충족하기 위해 지금까지 해온 현장 밀착형 실천 활동은 일일이 거론할 수 없을 만큼 다양하다. 그의 헌신적 노력에 고개 숙여 감사할 따름이다.

그러나 그와 옥천살림협동조합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안남면의 현실은 다른 농촌지역과 마찬가지로 녹록지 않다. 그렇지만 주교종과 옥천살림은 '자치와 자급, 순환과 공생의 지역공동체'를 향해 나아가고 있다. "우리는 농업・농촌, 그리고 지역이 희망이라고 이야기하고자 한다. 끈질기게 살아남는 길을 찾는다. 필요하면 스스로 한다"라며. 그 핵심은 "주민이 스스로 주인이 되어 방향을 만들고 끊임없이 노력하는 것"이다.

사람이 없다 하지마라

전국 많은 지역 리더들이 권혁범 대표나 주교종 상임이사처럼 온몸을 불살라 농촌에 희망의 불씨를 지피고 있다. 그들의 노력에 무한한 경의를 표한다. 그런데 이들 리더들은 한결같이 말한다. 우리의 작은 힘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정부의 정책이 바뀌어야 한다고.

텅 빈 4차선 국도를 놔두고 그 옆에 또 고속도로를 내고 철도를 건설하면서, 예산과 효율성 타령을 하며 보건진료소를 폐쇄하고 농촌학교를 폐교하고 있다. 지역 리더들이 아무리 노력해도 지역의 쇠퇴를 막을 길이 없다. 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고속도로 4~7km 건설비용이면 300~500병상 규모의 공공병원이나 어린이집 100여 개, 유치원 40~50개, 노인요양시설 30여 개를 지을 수 있다고 하지 않는가.

농정 틀 대전환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다. '국제경쟁력만이 살길'이라는 생산주의 농정을 중단해야 한다. 누가 스마트 팜이 우리 농업의 미래라고 하는가. 친환경농업을 전면화하여, 농업의 공익적 가치를 높이고 기후변화에 대응해야 한다. 지역의 주체성과 지역자원(환경과 문화 등)을 파괴하는 지역만들기라는 이름의 개발정책은 중단하여야 한다.

지역 주민에게 필요한 먹을거리·의료·교육·돌봄·주거·문화 등 사회서비스를 확충한다. 이를 통해 지역의 일자리 창출과 젊은이들의 유입을 촉진해야 한다. "지역사회의 문제를 스스로 해결할 수 있는 힘"(지역력)을 키우고 그 핵심 주체인 지역 리더를 양성하는 데 온 힘을 쏟아야 한다.

농촌에 사람이 없다고 하지마라. 전 국민의 18.8%에 달하는 약 1천만 명이, 그리고 순수 농촌이라 할 면 지역에만 약 5백만 명의 사람이 살고 있다. 그곳에 사람이 살고 있고, 그들에게 행복할 권리와 자기결정권이 있다. 농어촌주민의 행복실현을 위한 '농촌재생주권운동'이 전국적으로 전개되어야 한다. 농촌을 이대로 두고 도시의 주택문제를 해결할 수 있겠는가. 농정 틀 대전환, 그것이 농어촌주민과 도시민이 더불어 행복한 국민총행복의 길이다.

덧붙이는 글 | 박진도 기자는 충남대 명예교수, 지역재단 상임고문으로 있습니다.


태그:#농촌
댓글2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진실과 정의를 추구하는 오마이뉴스를 후원해주세요!

후원문의 : 010-3270-3828 / 02-733-5505 (내선 0)

오마이뉴스 취재후원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