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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방송에서 방역 담당자는 내년에도 코로나 상황은 여전할 거라고 말했다. 큰돈을 들여 해외여행을 굵직하게 계획하던 사람은 물론 아니었지만, 그럼에도 아쉬운 마음은 어쩔 수 없다.

열심히 일해서 한 번씩 나에게 주는 선물로 갔던 해외여행. 일주일에서 열흘 정도의 일정은 낯선 세계를 겉핥기식으로 둘러보고 눈에 들어오는 도시의 풍경에 감탄하다 돌아오는 것이 전부였지만, 그 기억으로 다시 열심히 살 수 있었다. 속속들이 그곳의 참맛을 찾기에는 시간은 짧고 정보는 얕고 두려움은 컸다.

하루나 이틀의 여정으로 국내 이곳저곳을 둘러보는 것은 코로나 이전부터 해왔던 우리 부부의 국내 여행 방법이었다. 코로나 상황에서도 심각한 단계에서 벗어나면 도둑고양이처럼 차로 이곳저곳을 헤집고 다녔고, 밥때가 되면 낯선 곳의 식당을 주저 없이 찾았다. 짧은 일정도, 정보가 없어도 두려울 것이 없는 여행이었다.

이런 여행을 하다 보면 깨닫는 것이 하나 있다. 우리 땅이라서 느끼는 익숙함은 언어가 통한다는 것인데, 그도 관광지 입장권을 발권할 때와 음식 주문할 때 이외에는 크게 소용이 없다는 것이다. 여기저기 자주 다니지만 이름난 관광지를 제외하고는 생각보다 모르는 곳도 많았고, 핫 스폿을 무심하게 스쳐 지나는 경우도 많았다.

계획된 여행이었다면 절대 그럴 수 없겠지만, 그래도 언제든 다시 올 수 있으니까 크게 아쉬워할 필요는 없었다. 요즘은 어디를 가도 북적이는 풍경은 거의 없다. 때문에 가끔은 낯선 이국땅을 찾은 이방인이 된 듯한 어색함을 내 나라 내 땅에서도 종종 느꼈던 것 같다.

그런 느낌이 싫지 않았다. 여행의 참맛을 알아간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고, 익숙하지 않은 것에 대한 두근거림도 있었다. 세계적으로 이름난 관광지에 비교해도 꿀리지 않을 정도로 볼거리나 즐길 거리가 많다는 것도 새삼 느끼는 중이었다. 호젓한 마을을 걷다 보면 유럽의 한적한 거리나 오래된 성곽에서 느꼈던, 오롯이 자연이 부여한 은총을 혼자서 맛보는 듯해서 가슴이 벅차오르기도 했다.
 
단양 구인사 장다리식당 마늘정식 한상
▲ 단양 구인사 장다리식당 마늘정식 한상
ⓒ 장순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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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가는 곳은 단양이었다. 아침 일찍 출발했지만 12시 가까이 돼서야 도착했다. 기차여행으로도 좋은 곳이라고 하지만 차로 출발하면 3시간 정도의 거리다. 아침 먹고 출발하니 바로 점심시간. 우선 배를 든든히 채우기로 했다. 단양 맛집을 검색하면 제일 먼저 나오는 곳, 바로 장다리 식당이다. 마늘 정식으로 유명하다는 곳. 이곳에 와서야 단양에 마늘을 이용한 다양한 요리가 많다는 것을 또 알게 되었다.

4인 테이블에 빈틈없이 놓인 2인용 상차림. 환경을 생각하면 늘 너무 많이 먹는다는 부담이 있었지만, 이왕 먹는 것 잔반 없이 먹어 치우자고 생각했다. 마늘이 들어간 요리가 여러 가지다. 다양한 색감으로 다른 맛을 낸 마늘 샐러드 몇 종류에, 마늘을 달달하게 졸인 것, 마늘 밥과 익숙한 반찬인 마늘종 무침까지. 한 끼 식사로 마늘을 이렇게 많이 먹어도 되나 싶게 먹었다.

식사도 마쳤으니 본격적인 관광이다. 단양은 다양한 레포츠를 즐길 수 있다. 일단 가볍게 만천하 스카이워크를 걷고 짚와이어를 즐기기로 했다. 주차장에 차를 대면 매표소까지 운행하는 셔틀버스가 마련되어 있다. 매표소에서 스카이워크와 짚와이어 이용권을 같이 끊었다.

스카이워크를 걷는 곳과 짚와이어를 타는 곳까지는 역시 셔틀버스가 준비되어 있다. 버스는 좁은 길을 돌고 돌아 산꼭대기에서 사람들을 내려 주었다. 스카이워크는 나선형으로 보행로를 만들어서 나이 드신 분도 올라가는 데 무리가 없었다.
 
단양 만천하 스카이워크 강화유리로 된 스카이워크에서 내려다 본 남한강의 풍경
▲ 단양 만천하 스카이워크 강화유리로 된 스카이워크에서 내려다 본 남한강의 풍경
ⓒ 장순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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꼭대기에 오르니 남한강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절벽 꼭대기라는 위치가 실감됐다. 100여 미터 아래의 강물을 내려다보며 하늘길을 걷는 느낌으로 조심조심 천천히 걷었다. 다시 빙빙 돌아 내려오면 짚와이어를 타기 위한 워밍업으론 충분했다.

짚와이어 대신 매표소에서 출발하는 알파인코스터를 이용하는 사람들도 많았다. 짚와이어에 도전하기에 만만치 않은 나이었지만, 늘 강조하는 것처럼 '오늘이 내 생애 가장 젊은 날'이다. 언제 이런 스릴을 또 즐길 수 있겠는가. 무섭고 떨리는 마음을 다독이며 출발했다. 마음껏 소리를 지르며 세상을 발밑에 내려다보는 쾌감은 꼭 한 번 경험해 보길 강력 추천한다. 비록 내려오는 내내 소리는 질렀지만 지난 세월의 묵은 먼지를 다 토해낸 느낌이었다.

문득 김수영 시인이 <눈>이란 시가 생각났다. 시인이 의도와는 다르겠지만 '눈 위에 대고 기침을 하자 / 눈더러 보라고 마음 놓고 마음 놓고 기침을 하자'는 구절을 패러디해 읊조렸다. '허공에 대고 큰소리치자 / 세상더러 들으라고 마음 놓고 크게 소리를 질러 보자.' 늘 조심하고 살아온 시간이었다. 큰소리 한번 마음껏 지르지 못하고 숨죽여 살아온 삶이었는데, 허공을 향해 세상에 없는 소리가 쏟아졌다. 

다른 사람의 출발과 도착을 지켜볼 때는 잠깐이었는데 내려오는 시간이 길게 느껴졌다. 그 시간을 내내 소리 지르다 보니 눈물도 흘렀다. 마음이 움직인 건지 달려드는 바람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짚와이어까지 즐기고 한참 시간이 지났을 때까지도 두근거림이 생생했다. 여운을 안고 주차장 인근을 둘러보았다.
 
단양 수양개 근린공원 생태숲길에 조성된 갈대숲
▲ 단양 수양개 근린공원 생태숲길에 조성된 갈대숲
ⓒ 장순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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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차장 인근은 수양개 근린공원으로 조성되어 있었다. 생태숲길에는 갈대숲이 조성되어 있었다. 출사의 명소로 떠오르는 곳, 인생 사진을 건질 수도 있다. 늦가을 갈대숲은 현실이 아닌 느낌이었다. 주차장 건너편으로 가면 만천하 스카이워크 바로 밑이다.

강을 따라 조성된 잔도길을 걸으며 마음을 차분하게 가라앉힐 수 있었다. 1.2km 구간이 나무로 깔려 있어 걷기에 편했다. 단풍이 한창일 때였으면 더 예쁜 풍광을 보았겠지만 강가를 따라 걷는 정취만으로도 퍽 운치가 있었다. 풍경에 어울리는 음악도 낮게 흘러나왔다.

다음은 패러글라이딩 활공장으로 이동했다. 활공장으로 오르는 길은 좁고 경사가 급했다. 오가는 차선이 따로 구분되지 않아 양보의 미덕은 필수. 한참을 구불구불 오르니 탁 트인 넓은 평지가 나왔다. 패러글라이딩은 10년쯤 전에도 한번 시도해보고 싶었는데 이번에도 마음이 오락가락했다. 이미 짚와이어를 타서 그 설렘도 아직 가시지 않았으니 이 마음만으로 한 5년쯤은 구름 위를 걷듯 살 수 있을 것 같아 참기로 했다. 
 
단양 패러글라이딩 활공장 패러글라이딩 활공장 옆 카페에서 바라본 패러글라이딩 활공하는 모습
▲ 단양 패러글라이딩 활공장 패러글라이딩 활공장 옆 카페에서 바라본 패러글라이딩 활공하는 모습
ⓒ 장순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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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신 활공장 옆의 카페에 앉아 차도 마시고 사람들이 날아오르는 모습을 가까이에서 지켜보았다. 카페 옥상에 올라가니 비상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었다. 응원하는 마음으로 커플의 활공 준비과정과 비상을 지켜보았다. 정해진 복장을 입고 장비를 갖추고 나면 누구든 기념촬영을 빼놓지 않았다. 이제 과감한 도약이 남고, 카메라를 한 손에 들고 발이 허공에 뜰 때까지 망설이지 않고 달린다. 환한 웃음으로 도전하는 청춘을 환호하며 응원했다.

벌써 10년 전, 스위스 여행 중 인터라켄에 묵은 적이 있다. 그곳에 패러글라이딩 착륙장이 있었다. 쉬는 것만으로 힐링이 되는 곳이라고 생각하며 하늘에서 사뿐히 내려오는 사람들을 본 기억이 있다. 타고 싶다는 간절함이 있었으면 못 탈 것도 없었겠지만, 벤치에 앉아 하늘에서 내려오는 사람들을 보는 것만으로도 그날의 휴식은 많은 의미부여가 되었다. 스위스, 인터라켄, 빈 의자, 푸른 하늘, 패러글라이딩 착륙장 그리고 커피. 이곳 단양의 활공장, 적절한 바람, 비상하는 사람들 그리고 진한 커피 향. 스위스 못지않다고 생각되었다.

단양은 이번이 두 번째다. 20년쯤 전에 어린아이들을 데리고 왔던 것과는 많이 달랐다. 당시엔 활동적인 여행이 아닌 충주호를 차로 한 바퀴 둘러보고 도담삼봉을 거쳐 지나왔다. 여행도 교육이라고 아이들 앞에서 역사, 지리를 떠올렸던 기억이 있다.
 
단양 구인사 단양 구인사
▲ 단양 구인사 단양 구인사
ⓒ 다음백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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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양으로의 여행은 하루 일정으론 부족하다. 하루를 더 머물며 유람선을 타고 단양팔경을 즐기거나, 인근의 도담삼봉에서 역사를 기억하거나 구인사에 들러 삶의 의미를 되새긴다면 각자의 과거와 현재, 미래의 삶을 두루 짚어 볼 수 있다. 누구든 계획과 성공과 실패의 성찰이 필요하고 여행은 그런 것들을 하기에 좋은 기회가 되기도 하니까.

인근의 구인사는 꼭 가보길 권한다. 천태종의 본산이며 한국에서 가장 큰 법당을 가진, 사찰의 규모가 크고 웅장하다고 이름난 곳이다. 크기와 관계없이 숙연한 경내를 둘러보다 보면, 자연 앞에서 저절로 겸손한 마음을 갖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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