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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요가를 안다고 합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이 알고 경험하는 요가는 극히 일부분입니다. 요가를 수련하고 가르치는 사람으로서, 요가에 대한 엄청난 오해를 바로잡고 싶습니다. 저의 경험을 섞어가며 요가에 대한 바른 이해를 도모하고자 합니다.[기자말]
대학에서 공부하는 딸이 과제 제출 마감이 가까워져 스트레스가 극에 달하게 되면, 벽으로 가서 머리를 땅에 박고 다리를 하늘 향해 쭉 뻗는 일이 잦아진다.

딸도 하타요가 기초과정을 마쳤으니 시르샤사나(Sirsasana, 머리서기)를 할 줄 아는 것인데, 딸이 하는 모양을 보면 고요한 마음으로 수련을 한다기보다는 '괴로워서 뒤집어지지 않고는 못 견디는' 꼴이다.

딸도 그렇게 말한다. 비명을 지르는 심정으로 거꾸로 서고 싶어진다고. 몸의 소리 없는 비명이랄까? 생각해보니 그럴 법도 하다. 교과서적으로는 시르샤사나의 효과를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감각이 정제되고, 집착이 없어진다. 의식이 새로운 차원으로 깨어나며, 영적으로 정화된다."

즉, 감각과 기운과 의식과 영이 모두 깨끗해지면서 일대 변혁을 이룬다는 말이다. 그러니 몸과 마음이 답답해지고 괴로울 때 몸을 완전히 거꾸로 세우고 싶은 것은  어쩌면 자연스러운 욕구가 아닐까 싶다.

물론 더 바라기는, 딸이 그 자세에서 에너지의 흐름도 느끼고 정수리 위에 사하스라라(Sahasrara, 크라운 차크라)에도 집중하면 좋겠다 싶지만, 시시때때로 거꾸로 서는 것만으로도 일단은 긍정적이다.

몸의 일대 변혁을 이루는 자세 

시르샤사나는 아사나의 꽃, 아사나의 왕, 최고의 아사나로 꼽힌다. 시르샤사나로 수련했을 때 얻어지는 굉장한 효과 때문이지만, 고난도의 자세로 알려져 있기 때문이기도 한 것 같다. 하지만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시르샤사나는 생각만큼 어렵지 않다.
 
머리서기는 일단 세우고 나면 안정적인 자세가 유지되기 때문에 생각만큼 어렵지 않다.
 머리서기는 일단 세우고 나면 안정적인 자세가 유지되기 때문에 생각만큼 어렵지 않다.
ⓒ 최성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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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꾸로 서기에는 크게 세 가지가 있다. 어깨서기(사르방가사나, Soulder standing), 머리서기(시르샤사나, Head standing) 손바닥서기(아도무카브르크사사나, Hand standing)이다.

이 세 가지 중에 가장 어려운 것은 손바닥서기다. 두 팔을 쭉 펴서 손으로 바닥을 지지한 채 거꾸로 서는 자세라서 순간적으로 설 수는 있으나 그대로 길게 유지하기는 무척 어렵다.

다음으로 어려운 건, 머리서기보다 오히려 어깨서기라고 생각한다. 머리서기는 완성된 자세 자체가 안정적이고 균형이 잘 잡혀 있기 때문에 10분까지도 유지할 수 있는 반면, 어깨서기로는 3분을 유지하기도 굉장히 힘들다.

거꾸로 서기 중에 가장 쉬운 머리서기 

따라서 거꾸로 서기 중에서 완성 자세로 유지하기로는 머리로 지탱하는 시르샤사나가 가장 쉽다고 할 수 있다. 몸을 거꾸로 세우는 과정에서 벽의 도움을 받는다면 더욱 수월하게 할 수 있다. 초반에는 두려움을 없애고 자세를 경험하는 차원에서는 벽의 도움을 받는 것이 좋다.

아래팔로 삼각형을 만들 때는 두 팔꿈치의 간격을 정확히 팔 앞쪽 길이로 맞추어야 하고, 깍지 낀 손의 안쪽 바닥에 '이마가 끝나는 부분'을 대어줘야 한다. 정수리를 바닥에 대도록 가르치는 경우도 많은데, 뇌와 경추에 좋지 않으므로 절대 해서는 안 된다.

몸이 거꾸로 설 때에 대부분은 두려움 때문에 엉덩이가 뒤쪽으로 빠지는데, 오히려 골반을 앞으로 살짝 내밀어주는 느낌을 가지면서 중심을 찾아준다. 동시에 갈비뼈를 가운데로 모아주는 힘으로 코어를 단단히 잡아준다.

또한 세워야 한다는 생각 때문에 다리와 발끝에 빳빳이 힘을 주게 되는데 에너지의 흐름을 막게 되고 몸도 더 흔들린다. 나의 몸은 골반까지만 있다고 생각하고 다리는 그저 골반이라는 받침대에 올려놓은 막대기라는 느낌을 가져야 한다.
 
멋지게 보이는 포즈보다는 에너지가 잘 흐르는 자세를 만든다
 멋지게 보이는 포즈보다는 에너지가 잘 흐르는 자세를 만든다
ⓒ 최성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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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서기를 소개하는 이미지들을 보면 S라인이 되도록 가슴을 내밀고 엉덩이는 뒤로 빼고 다리와 발을 모아 끝까지 꼿꼿하게 세운 모양들도 많은데, 이렇게 하면 멋있어 보이는 포즈는 될지언정 에너지가 원활히 흐르기는 어렵다.

가슴과 배와 골반이 일자를 이루는 것이 좋다. 다리와 발은 붙이지 않고 살짝 벌려주면서 힘을 빼야 하는데, 그 이유는 음과 양의 기운이 각각 잘 흐르도록 하기 위해서다. 

멋진 포즈보다 중요한 건 에너지의 흐름 

모든 아사나와 마찬가지로 시르샤사나도 새로운 에너지를 받아들이고 차크라를 활성화시키는 데에 그 목적이 있다. 전신을 통해 코스믹(Cosmic) 에너지가 역방향으로 흘러들어오면서 정수리 위에 사하스라라가 활성화되는 것을 느낀다. 길고 일정하게 호흡하면서 집중하면 "감각이 정제되고, 집착이 없어지며, 의식이 새로운 차원으로 깨어나고, 영적으로 정화되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

한편 운동적인 측면에서는 거꾸로 선 상태보다 자세를 만드는 과정이 훨씬 더 중요하다. 조금 익숙해지면 거꾸로 서 있는 것 자체는 안정적이기 때문에 큰 힘이 들지 않는다. 오히려 거꾸로 세우는 과정에서 몸 안의 중심을 이동하며 균형을 잡아나가기 때문에 많은 힘과 집중력이 필요하다. 과정을 자유자재로 변형하며 다스릴 수 있다면 신체적인 능력은 상당히 향상될 것이다.

그래도 가장 좋은 건 집착이 사라지고 몸과 마음이 정화되는 체험이다. 모두 갈아엎고 새로운 존재로 거듭나는 에너지를 받는 것이다. 요가 수련자라면 시르샤사나를 꼭 해야 하는 이유다.

태그:#요가, #아사나, #머리서기, #헤드스텐딩, #시르샤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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