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30일 정년퇴직했다. 퇴직하면 무지갯빛 세상만 있는 것이 아님을 잘 안다. 회사 조직을 떠나서 홀로의 시간을 어떻게 잘 헤쳐나갈 수 있을지에 대해 가늠해보았다. 퇴직은 또다른 시작을 의미하기도하므로 그 새로운 삶을 서울서 부산까지 자전거국토종주로 시작하기로 계획했다. 하루에 약 60여km쯤을 달리는 여정을 함께 나눈다.[기자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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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늦가을의 비가 단풍 든 낙엽들을 모두 땅으로 내려앉게 했다. 낙엽수의 나뭇잎은 이제 지난 계절의 임무를 마치고 퇴임한 것이다. 나처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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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1일 눈을 뜨니 '똑똑' 빗소리가 들려 깜짝 놀랐다.
퇴직 3일째. 지난 수십 년 아침은 출근을 준비하는 시간이었다. 그 긴 습관에서 벗어나야 한다. 지난 이틀은 출근하지 않는 아침이 놀라움이었다면 오늘은 전혀 다른 일로 놀랐다.
퇴직을 1년 앞둔 지난해에 퇴직 후 제일 먼저 할 일로 서울에서 고향까지 걷기여행을 계획했다. 고향을 떠나 산 40년을 회고하고 성찰하는 방식을 고향을 향해 걷는 것으로 정한 것이다.
하지만 이 계획이 급변한 것은 나를 남미 자전거 여행으로 이끌었던 김광옥 목사님 때문이다. 퇴직도보여행계획을 듣고 서울-부산자전거국토종주를 제안한 것이다. 혼자 걷는 대신 함께 인문학을 공부하는 이문당식구들과 형편이 허락되는 자전거 여행그룹 식구들이 함께 국토를 종주하자는 것이다.
'홀로'에서 '함께'로, '걷는 것'에서 '자전거'로 방법이 바뀌는 것이었지만 홀로는 더 쉽게 가능하지만 함께는 다른 이의 형편까지 맞아야하므로 목사님의 제안을 따르기로 했다. 목사님은 이미 두 차례 국토종주경험이 있는 만큼 이 계획은 바로 목사님의 머릿속에서 구성되어 멤버 모집이 공지되었다.
서울에서 부산 을숙도까지 총 647km의 출발일이 오늘 아침인데 새벽에 눈을 뜨니 비가 내리고 있다.
"맙소사! 출발일에 비라니~."
그러나 바로 마음을 고쳐먹었다.
"출발일이 최악이라면 점점 더 좋아지는 일만 남지 않았는가."
어젯밤에 이미 모두 꾸려놓은 패니어를 자전거에 달고 우비옷을 단단히 여미고 대문을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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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패니어에 담길 나의 자전거 여행길 행장이다. 꾸리는 것이 많을수록 여정은 고되다. 많이 담는 것은 누구나 할 수 있지만 최소한으로 담는 것은 욕심을 비우는 수련이 필요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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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이천 벚나무 단풍들이 비바람에 거리로 내려앉았다. 내 출발에 뿌려진 꽃잎처럼... 비가 즐거워지고 페달링은 경쾌해졌다.
우이천을 벗어나 군자교를 타고 광진교를 넘어 남한강 하류에 이르니 어린 시절 시골 야트막한 산 아래 우뚝우뚝 솟아있던 미루나무들이 강을 따라 쭉쭉 뻗어 늘어선 모습이 마음을 사로잡는다. 활짝 핀 갈대들이 이웃해 있다. 비를 아랑곳하지 않고 강물 위로 긴 날개를 편 학들이 느리게 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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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루나무는 내 그리움의 아이콘이다. 객지에서의 향수는 늘 고향 밭가의 미루나무를 앞세워 밀려오곤 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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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르막길을 한참 오르니 구암정이다. 팔각정에 올라 아래를 바라보니 먼 한강 다리들이 깃발처럼 펄럭인다. 멀리 하늘을 찌를 듯 높은 빌딩이 구름 속에 보이고 떠나온 서울은 더 멀어지다가 끝내 내 뒤로 사라진다. 40년을 산 서울을 떠나 이제 내가 나고 자란 남쪽으로 내려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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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나온 서울과 작별하기에는 정자가 제격이다. 그 옆에 느티나무까지 있으니 고향마을 어귀의 당산나무와 작별하던 그 기억이 겹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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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년 동안 얼마나 마음이 자랐는지, 어떤 존재로 변화되었는지, 앞으로 또 어떤 변화의 길을 갈 수 있을지, 그 길을 찾아보리라. 바퀴를 온몸으로 굴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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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빌딩으로 가려지지 않은 산을 만났다. 복개되지 않은 물을 만났다. 안갯속에 가린 강너머처럼 회사의 배경 없이 홀로 감당해야 할 나의 날들이 궁금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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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_부산국토종주자전거라이딩
(2020년 11월1일-11월10일) |
*총 647km
*매일 아침 8시 출발, 오후 3~4시에 일정 마침(일일 8시간 주행)
* 완주 참여자 | 김광옥, 강복자, 차춘자, 노은실, 정복섭, 김재영, 성동일, 김성식, 김선하
-1일 | 양수리 숙소에서 오후 5시까지 집합. 각자 집에서 출발
-2일 | 여주 강천섬 게스트하우스(60km)
-3일 | 충주 숙소(63km)
-4일 | 문경 숙소(62km)
-5일 | 상주보(57km)
-6일 | 칠곡보(68km)
-7일 | 현풍(55km)
-8일 | 남지(77km)
-9일 | 양산(75km)
-10일 | 부산 을숙도(30km)
●준비물 및 특기사항
*개인 | 고글, 선크림, 털모자, 얇은 목도리, 장갑 여분, 우비, 양말 여분, 상하 내복 여분, 공용물품, 튜브, 컵, 포크, 수저, 젓가락.
*장비 | 펑크 패치, 펌프, 정비 박스
*주방기구 |코펠, 버너, 프라이팬, 버너, 집게1, 접시2, 칼
*차량 없으므로 모두 자전거에 적재
*매일 아침 8시에 출발하므로 아침 보온에 신경을 써야 함.
*조식 | 커피, 빵, 우유, 오곡 미숫가루, 주전부리 개인지참
*잠자리는 원칙적으로 숙소
*텐트 야영을 하고 싶은 분들은 야영 준비
_Organized by 김광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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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모티프원의 블로그 www.travelog.co.kr 에도 함께 포스팅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