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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지시각 11월 28일 이란 사법부 수장이 테러로 피살된 핵과학자 모센 파크리자데를 추모하고 있다.
 현지시각 11월 28일 이란 사법부 수장이 테러로 피살된 핵과학자 모센 파크리자데를 추모하고 있다.
ⓒ 연합뉴스/A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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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과 미국의 한반도 정책에 담긴 공통적인 키워드가 있다. '서쪽'이란 방위가 그렇다. 중국 영토가 지금과 비슷해진 19세기 중반부터 중국의 한반도 정책은 신장·위구르 및 티베트 상황과 연동되는 경향을 보였다.

강화도조약이 있었던 1870년대 중후반에 일본이 조선-오키나와-타이완 라인에 대한 공세를 강화함으로써 청나라 동쪽이 위태해지자, 청나라와 사대관계를 맺고 있던 티베트는 이 틈을 놓치지 않고 자주노선을 강화했다.

1878년에 티베트는 청나라의 개입을 배제한 상태에서 제13대 달라이라마인 툽덴 가쵸를 제12대 달라이라마의 전세영동(轉世靈童)으로 확인했다. 제12대 달라이라마가 툽텐 가쵸를 통해 환생했음을 확인하는 이 행위는 왕조국가의 군주 옹립과 비슷하다. 오늘날의 티베트인들은 툽텐 가쵸가 현임 달라이라마인 텐진 가쵸를 통해 환생했다는 관념을 갖고 있다.

중국의 동쪽과 서쪽이 연동되는 패턴은 1910년을 전후한 시기에도 티베트에 유리하게 작용했다. 1894년 청일전쟁 및 1904년 러일전쟁의 여파로 청나라의 최대 동맹국인 조선이 1910년에 망하고 청나라마저 2년 뒤 멸망한 이 시기에 제13대 달라이라마는 청나라 군대를 내쫓고 자주노선을 한층 강화했다.

중국 서쪽과 동쪽이 상호 연동한다는 점에 대한 인식은 1870년대 이래로 청나라 당국자들의 조선 정책에 영향을 끼쳤다. 1870년대 청나라 조정에서는 티베트와 신장·위구르가 있는 서쪽 변경 즉 서쪽 새(塞)에 집중해야 한다는 좌종당(左宗棠)의 새방론(塞防論)과 일본·러시아의 위협을 받는 조선과 그 이남 해역에 집중해야 한다는 이홍장의 해(海)방론이 대립했다.

결국 해방론이 승리해 1880년대부터 청나라는 조선에 최우선적 관심을 쏟게 됐다. 1882년 임오군란 때 한양 시민군 진압을 위해 파병을 단행하고, 1884년에 개혁파 김옥균의 갑신정변을 저지한 것은 조선의 현상변경을 막고 나아가 동아시아 질서의 현상변경을 막기 위한 것이었다. 이처럼 1870년대 이후의 중국 당국자들은 서쪽과 동쪽을 저울질하며 한반도 정책을 검토했다.

미국의 '서쪽'

미국 역시 '서쪽'을 감안하면서 한반도 정책을 조율하는 모습을 보일 때가 많다. 한반도 정책과 관련해 미국이 생각하는 '서쪽'은 중국이 생각하는 서쪽과 스케일을 달리한다. 미국이 생각하는 그 서쪽은 아시아 극서인 중동이다.

'한반도와 중국'과 달리 '한반도와 미국'은 붙어 있지 않은 데다가, 미국은 중국과 달리 세계 패권국가다. 그래서 한반도와 멀리 떨어진 중동 쪽의 사정을 보아가며 한반도에 대한 정책을 조율하는 것이 미국 입장에서는 거창한 일이 아니다.

서쪽 중동과 동쪽 한반도의 연동성은 2002년에 제2차 북·미 핵위기, 2003년에 미·이란 핵위기가 개시되면서 한층 더 강해졌다. 미국의 세계지배 도구 중 하나인 핵무기를 미국 국익과 무관한 방향으로 보유하고자 하는 '문제 국가'들이 중동과 한반도를 뒤흔들고 있기 때문에, 두 지역의 상호 연관성이 한층 긴밀해질 수밖에 없게 된 것이다.

바이든이 부통령으로 있었던 오바마 행정부 때의 대북정책은 '전략적 인내'로 표현된다. 적극적인 협상과 적극적인 압박의 중간 선상을 진동하는 이 전략은 2016년 1월 제4차 북한 핵실험을 계기로 고강도 대북정책이 나오기 전까지 오바마 행정부의 대북정책을 표상했다.

현상유지적 측면이 있는 전략적 인내가 아시아 극동에서 유지되는 동안에, 미국은 아시아 극서에서 중요한 진전을 일궈냈다. 알리 하메네이가 1989년부터 이란 최고지도자인 가운데 2013년 6월 대통령선거에 승리한 하산 로하니가 8월 3일 취임한 뒤에 미국은 이란과의 본격적인 핵협상에 들어갔다.

이 결과, 핵개발에 제한을 가하는 대신에 경제제재를 완화해주는 2015년 7월 14일의 '이란 핵합의'가 도출됐다. 극동에서 전략적 인내가 유지되는 동안, 극서에서 중대한 진전을 이뤄낸 것이다. 극서 쪽 핵문제가 다소 안정된 지 6개월 뒤에 북한이 또다시 핵실험을 단행하자, 미국은 전략적 인내를 사실상 폐기하고 고강도 제재에 들어갔다. 이 상태는 트럼프 행정부 초기까지 이어졌다.

미국이 극서에서 여유를 얻지 못했다면, 극동에서 대담한 압박을 전개하기 힘들었을 것이다. 19세기 중반 이후의 청나라 정부가 신장위구르·티베트와 조선을 저울질한 것처럼, 오늘날의 미국 정부가 중동과 동아시아를 저울질하며 세계전략을 전개하는 양상을 확인할 수 있다.

이란 핵과학자 피살 사건의 파장

지난 11월 27일 '이란 핵개발의 아버지'인 핵과학자 모센 파크리자데가 테러로 피살됐다. 그러자 이란은 이스라엘 정보기관 모사드를 암살 배후로 추측하고 핵위기를 가중시키는 조치에 착수했다. 우라늄 농축 제한을 완화하고 새 원심분리기 설치를 허용하는 법안이 현지 시각으로 이달 1일 이란 의회의 1차 투표를 통과했다.

핵확산금지조약(NPT)에 의한 공식적 핵보유국은 아니지만 미국의 묵인을 받는 사실상의 핵보유국가인 이스라엘은 이란 핵개발을 가장 열렬히 반대하는 국가다. 이 나라는 미국과 이란이 크고 작은 협상을 타결할 때마다 '이란에 핵개발 완성의 시간을 주고 있다'며 제동을 걸고 있다.

이란 핵합의 타결 이전인 2013년 11월 24일에 미국과 이란이 6개월 시한부로 제네바 합의를 체결했을 때도 이스라엘은 그런 반응을 보였다. 그해 겨울에 <걸프지역 연구(The Gulf Area Studies)> 제1권에 게재된 최영철 서울장신대 교수의 논문 '이란의 핵문제와 국제관계'는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를 비롯한 이스라엘 정부 지도자들은 2013년 11월 제네바 합의에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면서 이렇게 설명했다.

"이번 합의는 기만에 근거한 '나쁜 합의'라며 합의안에 동참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히고 있다. 이란 핵 프로그램을 포기시키는 것이 아니며 해결책이 될 수 없다고 주장한다. 특히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는 동 합의가 이스라엘을 위험에 빠뜨리고 있기 때문에 이스라엘의 안보는 이스라엘 스스로 지키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안보를 스스로 지키겠다는 것은 미국과의 관계를 재고할 수 있다는 경고성 발언이다. 6개월짜리 시한부 합의에 대해서도 이스라엘은 이처럼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이란 핵개발을 절대 용인할 수 없다는, 공식적이든 사실상이든 중동에 2개의 핵보유국이 있어서는 안 된다는 강력한 의지를 내비치고 있는 것이다. 파크리자데 피살을 당한 이란이 이스라엘로 시선을 돌리지 않을 수 없는 이유다.

미국 대선과 차기 행정부 출범 사이의 공백 기간에 벌어진 이번 피살은 바이든 행정부와 이란 정부의 관계를 악화시키려는 세력의 의중을 반영한다고 할 수 있다. 그들의 의도대로 이란이 분노해서 핵개발을 가속화하고 바이든 행정부가 강경 대응하게 되면, 중동은 한층 더한 위기 국면으로 빨려 들어갈 수밖에 없다. 그런 의도가 주효하게 되면, 바이든 행정부의 핵억제 정책은 북한보다는 중동에 더 집중될 수밖에 없다.

2012년 1월 5일 오바마 대통령은 '2개 전쟁 동시수행'인 윈인(win-win) 전략을 포기하고 '1개 전쟁 승리+1개 전쟁 억제'라는 원플러스 혹은 윈플러스(win-plus) 전략을 천명했다. 마트에서 말하는 원플러스는 '하나를 더 준다'는 개념이지만, 오바마 행정부가 말한 원플러스 혹은 윈플러스는 '하나의 승리만 주고 다른 하나는 유보한다'는 개념이다.

국력 약화를 반영하는 이런 전략을 바이든 행정부가 수정하리라는 조짐은 나타나지 않고 있다. 그래서 바이든 행정부 하에서 이란 정세가 악화되면 미국이 대북정책에 쏟을 역량은 더욱 더 제약될 수밖에 없다.

하지만 파크리자데 암살을 주도한 세력의 의도대로 상황이 흘러가리라는 보장은 없다. 오바마 행정부는 이스라엘의 집요한 훼방 속에서도 이란 핵합의를 이끌어냈다. 그 과정에 참여한 바이든 역시 훼방을 뚫고 대(對)이란 관계를 순리적으로 푸는 노하우를 갖고 있으리라 볼 수 있다.

내년 6월로 예정된 이란 대통령선거에서 대미 강경파가 승리하는 일을 막으려면, 바이든 행정부가 그 전까지는 가급적 유화적 태도를 취할 수밖에 없다는 점도 감안하지 않을 수 없다. 파크리자데 암살 세력의 입장에서는 그런 바이든을 자극해서 강경책을 유도하려면, 더욱 더 강력한 대책을 강구할 필요성을 느낄 수도 있다.

파크리자데 암살 세력은 북한발(發) 변수도 고려하지 않으면 안 된다. 북·미 평화협정을 추진하는 북한의 입장에서는 이란발 변수보다는 자국발 변수가 더 부각돼야 자국의 의중대로 북미관계를 이끌어갈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자국의 구상이 중동 사정에 의해 부정적 영향을 받지 않도록 대책을 강구할 수밖에 없다.

미국의 선택은?
 
"우리가 승리" 연설하는 바이든  미국 민주당 대통령 후보인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이 5일(현지시간) 거주지인 델라웨어주 윌밍턴에서 부통령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상원의원과 함께 연단에 올라 연설하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
ⓒ 윌밍턴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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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핵문제와 관련해 자국을 끌어당기는 두 개의 힘이 작동하는 상황에서, 미국은 어느 한쪽에 섣불리 뛰어들 수 없다. 해방론을 선택한 청나라 정부는 조선 문제에 역량을 투입했다가 이로 인해 청일전쟁 패배를 겪고 망국의 길로 접어들었다. 국력이 약해지는 상황에서 어느 한쪽에 올인했다가 모든 것을 잃게 된 것이다.

윈윈을 포기하고 원플러스로 전환해야 할 만큼 미국은 약해져 있다. 그래서 미국이 어느 한쪽에 올인하는 것은 위험하다. 지금 미국에 진짜 중요한 것은 몸의 균형을 잡는 일인지도 모른다.

자국을 끌어당기는 두 힘이 아시아 극서와 극동에서 나오고 있으니, 지금 미국은 '어느 쪽을 더 압박할까'보다도 '어느 쪽을 더 조심할까'를 고민하면서 두 지역에 대한 전략을 고민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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