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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업무 정지 결정으로 출근하지 못했던 윤석열 검찰총장이 1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초동 대검찰청으로 출근하고 있다. 윤 총장은 지난달 24일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업무정지 명령으로 출근하지 못하다 서울행정법원의 집행정지 명령 효력 임시 중단 결정이 나오자마자 청사로 출근했다.
▲ 윤석열 검찰총장 출근 "업무정지 효력 임시 중단"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업무 정지 결정으로 출근하지 못했던 윤석열 검찰총장이 1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초동 대검찰청으로 출근하고 있다. 윤 총장은 지난달 24일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업무정지 명령으로 출근하지 못하다 서울행정법원의 집행정지 명령 효력 임시 중단 결정이 나오자마자 청사로 출근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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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의 집행정지 결정이 내려진 후 검찰총장이 다시 출근하는 모습이 2일 자 조간신문 1면을 차지할 만큼 윤석열 검찰총장의 복귀는 대한민국을 들썩일 만한 소식이다. 검찰총장은 7일간 업무가 정지되어 부재했지만 대검찰청, 고등검찰청, 지방검찰청의 업무는 정지되지 않고 검사와 검찰공무원을 통해 차질없이 진행되었다. 그렇다고 검찰총장의 존재 이유가 없다고 할 수는 없다. 평검사, 검찰공무원이 할 수 없는, 검찰총장만이 할 수 있는 일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나는 그 일이 바로 고 김홍영 검사를 죽음으로 내몬 가해 부장검사에 대한 철저한 재수사라고 생각한다. 내가 고 김홍영 검사의 유족을 대리하여 국가배상소송을 진행하고 있는 변호사이기에 그렇기도 하지만, 대한민국을 살아가는 시민의 한 사람으로 검찰을 신뢰하지 못하는 시민들을 현장에서 만나는 법률가의 한 사람으로서도 그렇다.
 
고 김홍영 검사 추모패
 고 김홍영 검사 추모패
ⓒ 최정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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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김홍영 검사는 지난 2015년 4월 1일 서울남부지방검찰청 부임 이후 2016년 1월 26일까지 초임검사로 일했지만, 1월 27일부로 형사 제2부로 소속이 바뀌고 김대현 부장검사 밑에서 일하게 되면서 상습적인 폭행과 폭언을 당해야 했다. 결국 그는 4개월도 채 지나지 않은 5월 19일 극단적 선택으로 생을 마감했다.

사망원인을 규명해달라는 유족들과 친구들의 요청이 있었지만, 서울남부지방검찰청은 언론의 동향만 살필 뿐 제대로 된 감찰에 착수하지 않았다. 그러나 유족들과 사법연수원 동기 712명이 2016년 7월 5일 '김홍영 검사의 죽음에 관한 철저한 진상조사 및 책임자 처벌을 대검찰청에 촉구한다'는 진정서를 접수하자 대검찰청 차원의 감찰이 시작되었다.

대검찰청 감찰결과, 김 부장검사의 폭행과 폭언 사실이 밝혀졌다. 이에 따라 김 부장검사는 7월 27일 법무부 검사징계위원회에 중징계청구(해임의견)를 통해 해임되었으나, 형사처벌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아물어가던 유족의 고통은 김 부장검사의 변호사 등록 신청으로 물거품이 되었다. 해임 후 3년이 지난 2019년 8월경 김 부장검사가 변호사 등록을 신청했기 때문이다.

대한변호사협회는 현행 변호사법상 형사처벌이 이루어지지 않고, 해임처분만 이루어진 피의자에 대한 변호사 등록을 거부할 근거를 찾지 못하자 2019년 11월경 부장검사를 강요, 폭행, 모욕 등으로 처벌해달라는 취지를 담은 고발장을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제출했다.
  
그러나 서울중앙지방검찰청은 지난 8월까지 부장검사를 소환하지 않는 등 수사를 제대로 진행하지 않았다. 9월 14일 유족들이 검찰수사심의위원회 소집을 요청하면서 10월 16일 진행된 위원회는 아래와 같이 의결하였다.
 
검찰수사심의위원회 심의결과통지서
 검찰수사심의위원회 심의결과통지서
ⓒ 최정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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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중앙지방검찰청 수사팀은 10월 26일 검찰수사심의위원의 의결을 존중하여 폭행죄로 공소를 제기하였지만, 검찰수사심의위원회가 추가 검토하라고 한 부분, 모욕 범죄사실에 대한 명예훼손 또는 폭행 성립은 어렵다고 결론지었다.

서울중앙지방검찰청 수사팀이 모욕 범죄사실에 대해 명예훼손 또는 폭행 성립이 어렵다고 한 결론은 과연 타당한가?

부장검사의 폭언, 폭행죄 성립이 불가능한가

고 김홍영 검사가 극단적 선택을 하기 바로 전날인 5월 18일, 오후 5시가 넘어 부장검사에게 불려간 그날의 상황에 대해 부장실 실무관은 "김홍영 검사님이 들어가시고 나서 바로 큰 소리가 나기 시작했다, 약 20분간 이어졌다"며 "김홍영 검사님 나오시면 민망할까봐 부속실 안쪽 탕비실에 들어가 있었다, 탕비실에서도 부장님이 화내시는 소리가 전부 들렸다"고 감찰에 진술했다. 

폭행죄에서 사람의 신체에 대한 유형력의 행사는 신체적 고통을 주는 물리력의 작용을 의미하므로, 신체의 청각기관을 직접적으로 자극하는 음향도 경우에 따라서는 유형력에 포함될 수 있다는 것이 대법원의 확립된 판결이다. 그런데 서울중앙지방검찰청 수사팀은 폭언에 대한 검토 없이, '폭언이 피해자에게 신체적 고통을 줄 정도라고 보기는 부족하다'고 결론 맺어 불기소했다.

극단적 선택이 이루어지기 전날 이루어진 20분간 폭언은 피해자에게 신체적 고통을 줄 정도가 아니었을까? 감찰기록에 분명히 남겨진 이 폭언이 폭행죄로 검토되지 않았다는 점은 추가 수사가 필요하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부장검사의 망신주기식 언사, 명예훼손 성립은 불가능?

김 부장검사는 같은 부 소속 검사들이 함께 있는 회식, 회의에서 고 김홍영 검사를 몰아붙였다. 해결하지 못한 미제사건이 많고, 3개월 초과 사건을 제대로 보고하지 않았다고 지적한 것이다. 그 당시 자리에 함께 있던 후배 검사는 "'후배 앞에서 큰 모욕감이 들겠구나'라고 생각되어 많이 민망했다"고 감찰에서 진술했다. 그 자리에 있었던 다른 검사는 "특별히 문제 있었던 회식은 없었던 것 같다"고 진술했다.  

이에 서울중앙지방검찰청 수사팀은 김 부장검사의 표현이 피해자의 외적 명예를 저하할 만한 내용을 담고 있다고 단정하기 어렵고, 친밀한 관계가 있는 같은 부 소속 검사들만 들었기에 전파 가능성이 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결론 맺어 불기소했다.

"해결하지 못한 미제사건이 많고 3개월 초과 사건을 제대로 보고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피해자의 외적 명예를 저하할 만한 내용이 아니었다면, 후배 검사는 왜 민망해한 걸까? 특별히 문제 있었던 회식이 없었다고 한 검사도 있었는데 그 말이 다른 곳에 옮겨질 가능성은 전혀 없었던 것일까?

시민들의 물리적 행사에 '폭행죄', 시민들이 내뱉은 말에 '명예훼손죄'로 기소하는 검찰의 공소권이 왜 가해 부장검사 앞에서는 제대로 작동되지 않은 걸까. 그리고 우리는 언제까지 이러한 현실을 지켜봐야 한단 말인가.

현 정부의 검찰개혁은 '국시(國是)'와도 같다. 모든 시민이 검찰 개혁에 전부 동의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 방향에 대해 동의하는 것은 검사들의 잘못에 대해 일반시민들과 다른 잣대를 들이대는 이런 행태 때문이 아닐까?

'제 식구 감싸기'로 이해하기에 이 사건은 그냥 넘어갈 수 없다. 검찰이 이토록 감싸는 김대현 전 부장검사만 검찰가족이 아니라, 폭언과 폭행을 못 이겨 극단적 선택을 한 고 김홍영 검사 또한 검찰가족이기 때문이다.

윤석열 검찰총장은 대한변호사협회의 항고사건을 검토 후 재수사를 지시해, 고 김홍영 검사의 희생이 헛되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

덧붙이는 글 | 필자는 고 김홍영 검사의 유족대리인으로 국가배상소송 등을 진행하고 있다.


태그:#고 김홍영 검사, #최정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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