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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다시 혁신학교 지정을 놓고 일부 지역에서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학력 저하와 지정 절차를 문제 삼아  혁신학교 지정을 반대하고 있다. 그러나 그 저변에는 이념적 거부감, 부동산 가격 하락 우려가 깔려 있다.

학생의 발달과 성장이라는 교육적 관점에서 혁신학교 지정에 대한 논쟁은 당연하다. 그러나 이념적 측면에서만 학교와 교육을 바라본다면, 좌파든 우파든 어느 쪽도 양보할 수 없는 상황으로 치달을 수밖에 없다. 여기에 부동산 가격 하락 우려까지 연계하여 혁신학교 지정 철회를 요구한다면, 지나친 처사임이 분명하다.

'학교는 사람을 키우는 곳이지, 부동산 가격을 키우는 곳'이 아니기 때문이다. '헌법 제31조'는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과 교육의 전문성이 보장한다. '지방교육자치에 관한 법률'에도 교육은 교육청의 소관이다. 자치 구청에 혁신학교 문제를 따지는 것 또한 바람직하지 않다.

혁신학교는 교육본질 추구, 민주적 학교 운영, 자율성 보장, 협력과 소통을 바탕으로 교육과정과 수업혁신, 공동체문화 활성화, 학교운영 혁신을 펼치는 학교이다. 만약 혁신학교에 특정 정파의 이념만 고집했다면 갈등만 만연하고 지금껏 존속할 수도 없었을 것이다. 지정 이후에 혼란을 일으킨 학교가 거의 없었음은 이를 반증한다.

더구나 지난 10년의 세월을 거치며 혁신학교는 일반화의 길을 걷고 있다. 그만큼 보편화하고 다양화하고 있다는 의미이다. 물론 대학입시와 연동된 고등학교 확산에는 한계가 있지만, 특정 이념에만 치우쳐 있다면 과연 혁신학교가 지금껏 유지될 수 있었을까? 우리나라 교사, 학부모, 시민이 이를 수용할 수 있었을까? 생각해보길 바란다.

2021년 혁신학교 공모 지정은 '세계적인 감염병 유행 상황', '학교 자율성 존중', '혁신학교 다양성'을 반영하여 진행하였다. 이에 따라 코로나19 유행을 감안하여 공모설명회 및 심사과정을 간소화하고 학교의 자율성을 최대한 존중하는 방향으로 이루어졌다. 또한 기존의 혁신학교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마을과 학교가 그 지역의 어린이와 청소년을 함께 전인적 성장을 추구하는 마을 '결합혁신' 학교가 함께 추진되었다.
  
마을 '결합혁신' 학교는 마을 '결합중점' 학교를 안정적으로 발전할 수 있도록 새롭게 도입된 혁신학교 모형이다. 마을 '결합중점' 학교는 학교현장에서 호응이 좋은 정책으로 학교와 마을이 함께 교육활동을 펼칠 수 있도록 일정한 예산이 지원되고 있었다. 다만 지정 기간이 1년이고, 교사의 업무가 늘어난다는 지적이 있다.
  
이에 비해 마을 '결합혁신' 학교는 지정 기간이 4년이고, 학교운영의 민주성이 보장되고, 예산 확보가 안정적이어서 마을과 협력으로 교육과정을 운영하고, 학부모와 지역의 주민 평생교육을 펼치는데도 용이하다. 게다가 예산 일부를 학교 행정업무 경감을 위해 사용할 수 있어, 교사가 더욱 교육에 전념할 수 있게 하는 장점이 있다. 이는 결국 양질의 수업으로 이어지고, 그 혜택은 학생, 학부모, 지역주민에게 돌아가게 된다.

서초구의 A중학교가 바로 새롭게 도입된 마을 '결합혁신' 학교이다. 현재 일부 주민과 학부모는 마을 '결합혁신' 학교 지정에 대해 학력저하, 이념편양, 주민불편, 졸속 결정 등을 내세워 반대하고 있다.

A중학교는 전체 학부모 중 636명이 의견수렴에 참석하였고, 이중 439명이 찬성하여 학교운영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마을 '결합혁신' 학교를 신청하였다. 또한 교원 동의율도 전체 62명 중 50명이 찬성하는, 80% 동의율을 보여 주었다. 학부모와 교사 모두 과반 이상이 찬성해, 마을 '결합혁신' 학교를 추진하는 데 무리 없는 수치이다.

마을 '결합혁신' 학교는 기존 혁신학교 동의율과 마찬가지로 학부모 또는 교사 동의율이 50% 이상이면 추진할 수 있다. 코로나19 전파 상황을 고려한다면 높은 수치의 동의율이라 할 수 있다.
  
또한 혁신학교 설명회도 '연수형', '컨설팅형', '온라인형' 등으로 자율적으로 추진할 수 있기에, 비록 대면형 설명회보다 참여율은 저조할 수 있으나, 온라인형으로 추진하였다. 

반대하는 일부 사람들은 학부모 동의율을 얻는 과정에서 마을 '결합혁신' 학교 제도의 내용을 축소해 전달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e알림이로 전달된 가정통신에 "마을 '결합중점' 학교가 마을 '결합혁신' 학교의 이름으로 변경되지만, 현재의 교육과정과 달라지는 것은 없습니다"라는 부분 때문이다. 반대하는 입장에서는 학교 유형이 바뀌면 교육내용도 달라질 것이라 여기는 듯하다. 이 같은 오해는 학교 운영과 교육과정 운영을 구분하지 못해 발생했다고 본다.
  
혁신학교 지정에 따른 학교운영은 민주성, 투명성, 참여성을 높이는 측면에서 몇 가지 변화가 있겠지만, 교육과정 운영은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 우리나라 초중고등학교는 모두 교육부에서 고시한 국가 수준 교육과정을 운영하기 때문이다. 교과서도 혁신학교나 일반학교나 모두 국정도서, 검정도서를 사용하고 있으며, 평가도 크게 다르지 않다.

혁신학교를 반대하는 입장에서는 공부 잘하는 학교를 망쳐놓고, 학력을 저하한다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특정 교과목을 중심으로 시험 잘 치르게 하는 교육이 고질적 병폐임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성적 중심의 한 줄 세우기 교육을 통해 명문 대학에 입학하고 졸업했음에도 세계적인 석학이나 과학자가 드문 이유를 따져보면, 단순히 시험 문제를 잘 푸는 능력이 학력의 전부가 아님을 쉽게 알 수 있다.

그런데도 혁신학교가 특목고에 가려는 학생들의 발목을 잡는다고 표현하는 사람도 있다. 중학교가 소수의 시험 잘 보는 학생을 위해 존재해야 하는지 반문하고 싶다. 일부는 좀 더 노골적으로 혁신학교 때문에 집값이 내려간다고 한다. 도대체 인간의 존엄과 성장을 추구하는 교육이 집값과 무슨 상관이며, 집값 때문에 학교 교육에 대해 지역주민들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는 주장은 어디서 나오는지 궁금하다. 교육 정책이 부동산 정책으로 둔갑하는 기이한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교육선진국이라 불리는 북유럽 나라들의 교육체제가 부럽지 않은가? 아이들이 민주적이고 허용적이고 창의적 분위기에서 저마다의 꿈을 키우는 교육을 보면서, 우리도 한번 해보고 싶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가? 가족의 모든 가용 자산을 총동원한 무한 경쟁과 시험 성적에 따라 한 줄 세우는 과잉 경쟁을 끝내고 싶지 않은가?  

마을 '결합혁신' 학교와 혁신학교는 미친 교육 경쟁에서 벗어나 학생, 교사, 학부모가 힘을 모아 선진 교육체제로 가고자 하는 시도라고 본다. 혁신학교는 모든 아이가 각자의 꿈을 소중히 키우고, 공동체 속에서 소통하고 협력하는 역량을 갖춘 미래사회 주인공을 길러내는 선도 학교임을 감안할 때, 오히려 혁신학교가 추구하는 이상과 정책이 모든 학교에 전파되어 일상화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물론 지난 10년간의 혁신학교 성과에 대해 이러저러한 비판도 있다. 향후 혁신학교에 대한 비판적 성찰을 통해 더욱 창의적이고, 정교하고 실효성 있는 혁신학교 정책이 이어졌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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