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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석진씨는 정규직 이면서 비정규직 노동자 투쟁에 함께하는 일이 많아 회사로부터 집중 노동탄압을 받기도 하였다.
▲ 오른쪽 김석진 노동자 김석진씨는 정규직 이면서 비정규직 노동자 투쟁에 함께하는 일이 많아 회사로부터 집중 노동탄압을 받기도 하였다.
ⓒ 변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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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9년 12월  한국서부발전의 하청업체 소속으로 석탄 운반용 컨베이어에서 일하던 고 김용균씨가 장비에 몸이 끼여 숨지는 사고가 발생하면서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이 대두되기 시작하였고  20년 4월 29일 경기 이천시에서 발생한 물류창고 공사현장 화재사고로 38명이 집단사망 하면서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하자는 노동계의 요구가 커졌다. 그런 가운데 '비정규직 이제그만 1100만 비정규직 공동투쟁'이 지난 9월 10일 서울고용노동청 앞에서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에 시민의 동참을 호소하는 기자회견을 열었고, 12월 8일엔 국회 앞에서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을 촉구 단식에 들어갔으며, 산재 유가족도 중대재해법 제정을 촉구하며 국회 안에서 농성 중이라고 언론에 보도된걸 보았다며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이 꼭 제정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노동자가 있어 만나보았다. 

그는 사내하청노동자들의 중대재해예방과 권익향상에 앞장서다 탄압을 받았다. 현재도 힘들게 정신과치료로 산재요양중인 그가 바로 현대미포조선 현장노동자투쟁위원회 의장 김석진씨다. 87년노동자대투쟁 25주년기념 제8회 박종철인권상을 받은 주인공이기도 한 그는 내년 2월경 재요양을 끝내고 현장으로 복귀 할 예정이다.

"법제정도 중요하지요. 자본가정권하에 제대로된 법제정이 되겠어요? 아마도 누더기법이 될게 뻔한거 아님니까. 설령 누더기 법을 만든다고 하더라도 기업주들이 착해서 제대로 누더기법이라도 지키겠어요? 저는 별 의미 없다고 봐요."
 

- 무슨 뜻인가요? 
"자본가 정권하에 만들어지는 법은 기업주들의 영향력에서 벗어날 수 없다고 봐요. 노동현장에 워낙 중대재해가 심해지니까 아래로부터 올라오는 민심이 사회적으로 크다 보니 자본가정권이 자신들의 정치적 부담을 벗어날려고 중대재해 방지와는 거리가 먼 한마디로 효력이 없는 민심수습용 껍데기 법안을 만든다고 생각해요. 노동현장과 거리가 멀 수밖에 없는 것은 뻔한 것 아닙니까. 정의당에서 만든 법안도 부족하다고 생각하는데 나머지 정당은 더 말도안되는 안을 내놓잖아요

-노동자들에게 어떤 대안이 필요할까요.
"최고의 대안은 과거에도 있어왔고 현재도 있지요. 가끔 TV에서 동물의 왕국을 시청하다보면 사자가 물소를 잡아먹는 모습을 보지요 어떤 때는 물소떼가 똘똘뭉쳐 싸우니 사자가 덤비지 못하고 심지어 물소가 자신들을 잡아먹을려고 덤벼드는 사자를 뿔로 들이받아 죽이기도 하잖아요.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는 노동가 가사도 있잖아요. 노동자들의 애국가 이기도 하지요. 우리 노동자들이 물소떼처럼 사느냐 아니면 진짜 노동자로 사느냐에 따라 중대재해를 해결하느냐 못하느냐에 달려있죠.

노조를 왜 합니까? 노동자들에게 천부적인 권리이기도한 노동3권이 왜 헌법33조에 나와있습니까. 노동자가 노동자답게 살수있도록 해놓은 천부적인 노동권을 지킬수 있는 장치이지요.

현재 노동현장에는 노동자들의 의지와는 상관 없이 자본이 노동착취와 이윤극대화를 위해 노동자들을 정규직과 현대판 노비제도인 비정규직으로 갈라 놓았잖아요. 특히 비정규직은 중대재해의 사각지대에 있잖아요.

노동조합이라면, 당연히 자본이 둘로 갈라놓은 노동자를 하나로 만들 의무가 있잖아요. 원,하청단결해서 기업주와 싸우면 다해결되는 것 아니겠어요? 함께 똘똘뭉쳐 자본에 맞서 싸우면 되지않습니까. 만약 노동현장에서 한명의 노동자가 사망해도 회사가 문을 닫는다는 위기감이 자본가들에게 먹혀들 때 저들은 스스로 중대재해예방에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자본가들이 지금까지 보여온 행태를 보면 중대재해예방 비용보다 노동자 사망비용이 싸다면 저들의 선택은 뻔한 것 아닙니까?

그런데 지금의 우리의 실정은 어떠합니까. 제대로 해결에 나서야 할 주체인 조직된 노동조합은 자본에 맞서는 것을 회피할려고 하고 기껏해야 기자회견을 통해 착한 자본이 되어주기를 읍소하며 선의를 바라고있고 조직되지 못한 노동자들은 내가 당하지 않기만을 기도하고 이대로 가면 자본가들의 손익계산하에 노동현장에서 노동자들의 죽음의 행렬은 멈추지 않을 겁니다."

- 그러면 왜 중대재해는 계속 일어나 노동자는 계속 죽어가는데도 이렇게 쳐다만 보고 있어야 합니까?
"87년 노동자대투쟁 이후 1대 상집부장을 시작으로 노동운동을 해온 저부터 반성해야지요. 조직된 노동조합이 앞장서서 원,하청 하나되어 싸워야죠. 행동은 사라지고 입으로만 하는 투쟁을 중단하면 됩니다. 노동조합은 투쟁하는 조직이잖아요. 투쟁은 곧 힘이고 그 힘으로 협상을 통해 중대재해가 발생하지 않는 안전한 노동현장 만들면 되잖아요."

- 이제 마무리 이야기를 해주세요.
"자본주의 사회에 착한 자본가는 없습니다. 자본가들은 늘 산업재해 예방비용과 보상비용을 두고 실과득을 저울질 한다고 생각합니다. 당연히 노동자의 생명이 우선이 되어야 하는데 말입니다. 늦었지만 자본가와 자본가정권에 노동자들의 생명을 읍소할것이 아니라 이땅에 노동자들의 공장을 멈추는 투쟁을 조직 해야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노동자의 생명이 먼저라는 생각으로 나아갑시다."

김석진씨는 오래 전에 쓴 추도시라며 함께 올려달라고 부탁했습니다.
 
현대자동차 노동조합 현수막
▲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하라. 현대자동차 노동조합 현수막
ⓒ 변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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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도시

죽지 않고 일하고 싶다
또 한 명의 사내하청노동자가 죽어 나갔다
서른 다섯, 결혼한 지 2개월 되었단다
혼인신고도 아직 하지 않았단다

살얼음 걷듯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조선소 노동자는 살아도 산 목숨이 아니다
어쩌면 우린
죽음에 면역되어 있는지도 모른다

이윤 극대화에 눈 먼 자본가들
저들은 입만 나불거리며 다그치고
우린 몸으로 때우며 다치거나 죽임 당하면
값싼 중고기계 부품 값으로 계산되어
기억에서 멀어져간다

며칠만 지나면
젊은 사람이 참 안됐구먼
에이 죽은 놈만 불쌍하지
슬픔은 잠시 뿐, 죽음의 마무리 조건인
보상액수에 대한 얘기만 오고가고
안 봐도 뻔하다 여태까지 그래왔으니

오늘도 노동자 죽음을 뒤로 한 채
우리가 만든 배 명명식을 하면서
휘황찬란한 식장에는 높으신 나리들
손뼉 치는 소리와 뱃고동 소리는 하늘을 찌른다

저 배 어딘가에는
죽어간 동료의 땀 냄새가 배어 있는데
<2008년 사내 하청노동자 사망사고시 낭독한 김석진의장의 추도시 내>

 

태그:#중대재해처벌법, #노동조합, #산업재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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