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동학네트워크 영양 문화제
▲ 영양 문화제를 마치고  동학네트워크 영양 문화제
ⓒ 심국보

관련사진보기


동학혁명정신선양사업단이 주관한 2020년 '해월 최시형 선생의 발자취를 따라서'의 마무리는 지난 7일 오후에 열린 '동학네트워크 영양 문화제'였다.
   
영양은 해월 최시형 선생이 약 7년간 은거하며 동학 재건의 기틀을 다진 유서 깊은 장소이다. 영양군은 2019년에 열린 해월 최시형 선생 은거지에 대한 인문자연자원 고증 학술 용역 시행을 시작으로 2021년에는 일월면 용화리에 해월 최시형 선생 은거 유허비를 설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태백산맥 줄기인 일월산 뒷계곡 용화동은 굽이굽이 깊숙한 산골짜기에 위치한 산간마을이다. 해월은 1864년 일월산 동화재 너래바위 (다래바위/ 구멍바위/ 병풍바위)에 은거한다. 수운 최제우 대선사 순도 후 해월 최시형 선생은 1868년 일월산 동쪽 깊은 산중인 용화동 윗대치에 터를 잡고 은거한다. 골짝기가 깊고 곳곳에 굴이나 바위가 많아 피신과 은거에 용이했을뿐 아니라 수백의 동학교도들이 살고 있었기 때문이다. 윗대치는 봉화로 넘어가는 길목에 있어 변고가 있을 때 피신하기에도 적합했다. 해월 최시형 선생은 산간마을에서 7년간 은거하며 600여 명의 동학교도와 함께 동학 재건의 기틀을 다져나간다.

해월 선생은 영양에 머무는 동안 가장 먼저 불타 없어진 동학 경전을 정비하는 작업을 시작한다. 해월 선생이 <동경대전>과 <용담유사>를 모두 외워내고 제자들이 받아 적었다고 한다. 해월 선생은 제자들에게 경전 필사 작업을 통해 신앙의 결속은 물론 동학의 참가치를 마음 깊이 새길 수 있도록 했다. 기억을 더듬어 필사본 복원을 이뤄 낸 뒤 1880년 강원도 인제군 진부령 산속에서 <동경대전>과 <용담유사> 목판본으로 출간해 오늘에 이른다.

또 한편 해월 선생은 용화동 윗대티에서 스승 수운 선사의 기일과 생신일, 한울님으로부터 무극대도를 받은 날인 승통일(承統日) 제례를 주관하며 실질적인 동학의 적통자의 길을 걷기 시작한다.

해월 선생은 모여든 동학도를 중심으로 계(禊) 결성, 경전 필사, 몸과 마음을 다스리는 수련을 통해 내적 결속을 다지는 한편, 곳곳을 다니는 순회 설법을 통해 동학의 조직을 넓혀 교세를 확장하고 교도들 간의 결속을 공고히 하는데 온 힘을 쏟았다.

해월 최시형 선생은 스승인 수운 최제우 대선사의 탄신일과 기일 제레에서 '귀천과 적서의 차별을 타파해 천연(天然)의 화기(和氣)를 회복해야 한다'고 설파한다. '천연의 화기'는 세상의 모든 생명에 한울님이 깃들어 있으니 존재하는 모든 것이 평등하며 존귀한 실존 체니 곧 '시천주(侍天主)'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해월 최시형 선생은 설법, 필사, 마음 수련을 통해 각자의 마음 밭을 갈아엎고 깊이 묻혀있던 자기 안의 '시천주(侍天主)' 씨앗이 발아하도록 이끌었다. 뿐만 아니라 매일 마음을 갈고 닦아 마침내 한울 꽃이 자기 안에서 활짝 피어날 수 있도록 독려했다. 일월산 자락 깊은 골짜기 골짜기 마다 한울 꽃 가득 피어 온 세상이 하늘 사람 꽃 바다가 되던 그 순간, 아마도 해월 최시형 선생은 수운 최제우 대선사의 시를 읊조리며 스승을 마음 깊이 그리워하지 않았을까.
  
해월 최시형 선생의 은거지 입구
▲ 영양군 용화동 대티마을 해월 최시형 선생의 은거지 입구
ⓒ 심국보

관련사진보기

 
수운 최제우 대선사는 심오한 깨우침과 밝은 혜안으로 때가 이르면 봄빛이 사람들 안에 숨겨진 한울 꽃 피워내 온 누리가 하늘, 사람, 꽃, 바다가 될 것임을 믿고 다음과 같은 시를 지었다.
 
나 하나 꽃 피어 - 수운 최제우

겨우 한 가닥 길을 얻어 걸음 걸음 험한 길 걸어 가노라
산밖에 다시 산이 보이고 물밖에 또 물을 만나도다
바야흐로 들 넓은 곳에 이르니 비로소 대도가 있음을 깨달았노라
안타까이 봄소식을 기다려도 봄빛은 끝내 오지를 않네
봄빛을 좋아하지 않음이 아니라 때가 아닌 탓이지
올만한 절기가 이르고 보면 아니해도 자연히 오네
봄 바람이 불어 간밤에 일만 나무 일시에 알아 차리네
하루에 한 송이 꽃이 피고 이틀에 두 송이 꽃이 피네
삼백 예순 날이 되면 삼백 예순 송이가 피네
나 한 몸이 다 바로 꽃이면 온 집이 모두 바로 봄일세
나 하나 꽃피고 너가 꽃 되면 온 세상이 하늘 사람 꽃 바다가 되네


덧붙이는 글 | 개인 블로그나 동학 관련 매체에 중복으로 실릴 수 있습니다.


태그:#동학혁명정신선양사업단, #해월 최시형 선생, #영양 대티마을
댓글
이 기사의 좋은기사 원고료 30,000
응원글보기 원고료로 응원하기

‘혼자 잘살면 무슨 재민교’ 비정규직 없고 차별없는 세상을 꿈꾸는 장애인 노동자입니다. <인생학교> 를 통해 전환기 인생에 희망을. 꽃피우고 싶습니다. 옮긴 책<오프의 마법사>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